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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유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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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유래를 찾아서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1> 연재를 시작하며

지난 2001-02년 <프레시안>에 '조선왕조실록과 놀다'를 연재했던 이재황 씨가 오늘부터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한자의 유래를 통해 한자를 배우는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입니다. 이재황 씨는 서울대 동양사학과에서 공부하고 KBS 중앙일보 기자와 범우사 편집장을 거쳐 지금은 한국과 중국의 고전문화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매주 2회(화, 금요일) 게재됩니다. 편집자
  
  한자에 대한 관심, 그 중에서도 특히 한자의 유래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여러 해 전부터 신문에는 그런 이야기를 담은 연재물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그런 내용의 교양서 목록도 쌓이고 있다. 심지어 한자 학습서들에서도 이젠 한자의 유래를 제시하고 이를 글자 익히기로 연결하는 학습법이 대세다.
  
  필자도 한자와 연을 맺고 살아온 지 오랜지라, 어느 때부턴가 한자의 유래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관련 서적들을 이것저것 떠들어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 책들이 얘기하는 내용에 대해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점차 의문들이 생겼다. 상식적으로 있을 법하지 않은 글자 만들기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중국 사천성이라면 한자를 처음 만들어 사용했던 황하 유역 사람들에게는 머나먼 외국이었을 텐데, 그 외국에 자생하는 벌레의 한 종류까지 상형해 글자로 만들었다는 건 납득할 수 없었다. 의미와 의미를 합쳐 제3의 의미를 표현했다는 글자들도 설명이 비논리적이어서 믿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했다. 必(필)자가 심장(心)에 칼(丿)이 꽂힌 모습을 나타낸 글자라는 데는 아연할 따름이었다. 그것도 자칭 '제대로' 갑골학을 공부했다는 전문가의 얘기여서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서 한자의 유래설들에 붙어 있는 이런 '몰상식'들을 걷어내면 어떤 모습일까가 궁금해졌다. 이 연재는 그런 문제의식으로 파낸 내용들을 정리해, 어떤 얘기가 좀더 상식에 부합하는지를 독자와 함께 찾아보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연재는 한자의 유래를 다룬 기존의 책들과는 전혀 다른 발상에서 나온 얘기들이다. 그들이 기성 학계의 여러 설들 가운데 입맛에 맞는 유래설을 하나씩 골라 이 글자는 회의자, 저 글자는 상형자 하는 식의 설명들을 되뇌는 것인 데 반해, 이 연재에서는 이런 기존의 인식들을 접어두고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해 그런 이론들이 과연 타당한 추론인지를 검토하려 한다. 검토의 기준은 기존의 '한자 상식'이 아니라 문화의 발전 과정에 관한 '일반상식'이다.
  
  결론은 당연히 여러 사례들을 충분히 검토한 뒤에 내려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성미 급한 독자들을 위해 귀띔하자면, 한자 낱글자가 만들어진 방법에 관한 기존 이론인 6서 이론 가운데 會意字(회의자)는 거의 허구적인 범주로 보이고, 상형-지사자의 범위도 크게 좁혀 생각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왜 그런가는 구체적인 글자의 유래를 찾아가면서 차차 설명될 것이다.
  
  기존 이론과 다른 얘기를 한다고 하니, 민족주의적이거나 동양철학적인 바탕을 가진 얘기라고 기대 또는 오해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연재가 진행되면서 저절로 밝혀지겠지만, 전혀 아니다. 필자의 위치를 기준으로 그런 얘기들은 오히려 기성 학계의 이론들보다 더 멀다. 필자가 기존 이론들을 비판하는 핵심은 한자가 굉장히 복잡한 사고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고 본다는 측면인데, 민족주의적-동양철학적 해석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고를 전제한 것이어서 더욱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한자는 초기에 제한된 범위의 중요한 사물들을 상형했고, 나중에는 의미 요소와 발음기호를 일대일로 조합하는 형성자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동원된 방법도 크게 두 가지(상형과 형성)뿐이고 둘 다 매우 간단한 사고의 결과물이다. 지금 상식화돼 있는 설명들보다 훨씬 원시적인 방법을 상정하는 것이, 옛날 한자를 만든 사람들의 상황에 더 부합한다고 본다.
  
  이미 알고들 계시겠지만, 앞으로 끊임없이 나올 기본 개념 두어 가지만 정리하고 본격적인 한자 유래 찾기에 나서 보자.
  
한자를 만든 방법(6서)
  
  ① 象形(상형) : 사물의 모양을 본떠 글자를 만들었다. 산봉우리 세 개를 그려 山(산), 강물의 흐름을 그려 水(수)자를 만든 것 등.
  
  ② 指事(지사) : 부호를 이용해 개념을 표시했다. 기준선 위에 점을 찍어 丄=上(상), 아래에 점을 찍어 丅=下(하)자를 만든 것 등.
  
  ③ 會意(회의) : 둘 이상의 글자를 합쳐 만들었는데, 모두 의미와 관련되는 요소들이다. 여자(女)가 자식(子)을 안고 있는 모습으로 만들었다는 好(호)자 등.
  
  ④ 形聲(형성) : 역시 글자들을 합쳤는데 그 중 하나가 발음을 나타낸 것. 의미와 관련되는 氵=水(수)와 발음기호 역할을 하는 靑(청)이 합쳐져 만들어진 淸(청)자 등.
  
  ⑤ 轉注(전주) : 전문가들조차도 개념이 갈팡질팡이고 따라서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글자를 만들었다는 주장은 없다. 몰라도 된다.
  
  ⑥ 假借(가차) : 글자가 없는 개념을 표현할 때, 같은 발음이지만 다른 뜻으로 만들어졌던 글자를 꿔다 쓰는 것. 글자를 새로 만드는 방법은 아니고 활용 방법일 뿐이다.
  
  따라서 기존 이론에서도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은 ①~④의 네 가지뿐이다.

  
한자의 글자꼴 변천
  
  ① 甲骨文(갑골문) : 중국 商(상)=殷(은)나라와 周(주)나라 초기에 거북 배딱지와 소뼈 등에 새겼던 글자 모양. 그렇게 해서 점을 치고 점의 적중 여부도 새겨 넣었다. 지금으로부터 3천몇백년 전의 것. 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오랜 글자꼴이다.
  
  ② 金文(금문) : 商과 특히 周나라 때에 솥과 종 등 청동 기물에 새겨진 글자 모양. 시기적으로 갑골문과 일부 겹치지만 대체적으로 봐서 갑골문보다 나중의 글자꼴이다. 갑골문이 딱딱한 판에 새겨져 글자꼴이 다소 딱딱했던 데 반해 금문에서는 부드러운 표현이 가능해졌다.
  
  ③ 小篆體(소전체) : 진시황은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를 세운 뒤 통치 기반을 일원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통합 작업을 했다. 문자 통일도 그 하나였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소전체다. 통일 전 秦(진)나라에서 썼던 글자꼴은 大篆體(대전체)라 한다.
  
  ④ 隸書體(예서체) : 역시 통일 진나라 때 만들어져 漢(한)나라 때 행정 업무에서 많이 쓰였던 글자꼴. 소전체가 부드러운 곡선 중심이었던 데 비해 예서체는 각진 모습이 특징적이다. 이를 조금 변형시킨 것이 지금 글자꼴인 楷書體(해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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