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쇄신위원회가 3일 최고위원회에 '당 대표 합의추대'를 골자로 하는 당 쇄신안을 최종 확정, 제출했으나 오히려 혼란만 증폭되는 분위기다.
김호진 쇄신위원장은 이날 미리 배포한 자료에서 "경선이든 합의선출이든 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 가장 긴급한 과제는 철저한 자기 반성과 쇄신으로 당을 조기에 안정시키고 질서있게 정국에 대응할 수 있는 진용을 갖추는 일"이라며 "합의 선출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합의추대로 확정될 경우 '손학규 추대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호진 위원장은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당의 기득권 구조가 재생산될 우려가 있고, 책임공방, 진흙탕 싸움으로 당내 분란을 부추길 수 있으며 경선을 위한 한 달 여의 기간동안 당의 정국대응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합의선출을 통한 지도부 구성은 가급적 빨리 이뤄져야 하며 이런 방식으로 당내 합의가 이뤄질 경우 2월 3일 전당대회 일정은 고수할 필요가 없다"며 전당대회를 보다 조기에 치를 가능성도 열어뒀다.
신당이 합의선출 방식으로 당 지도부를 구성하게 되면 △현 최고위-상임고문 연석회의가 신임 당대표 1인을 추천 △추천된 신임 당 대표가 나머지 최고위원을 추천 △중앙위원회 일괄 인준 △전당대회 추인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지역구 여론조사 토대로 현역 의원 교체 여부 결정해야"
김 위원장은 인적 쇄신의 범위에 대해 "18대 총선 공천에서 현역의원의 기득권 재생산구조가 작동할 수 있다"며 "현역 의원의 경우 국민과 당원을 대상으로 한 해당 지역구 여론조사를 토대로 평가자료를 확보해 사전에 교체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후보 공천은 혁명적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당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정책적 혼선을 부추긴 인사, 오만과 독선으로 당의 규율을 해친 인사, 비리와 부정 등 구시대적 정치 행태를 보인 인사 등을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계파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공천심사위'의 구성에 관련해서는 "독립성을 확고히 보장하고 객관성, 전문성을 확보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도로만 넘어갔다.
이들은 "새로 구성되는 지도부는 총선을 대비한 체제"라며 "총선 이후 총선 결과가 가져온 정치지형 변화를 반영해 경선을 통한 당 지도부 선출 등으로 지도체제를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미애 "'도로 열린우리당' 프레임 걷어낼 인적쇄신 뒤따라야"
그러나 쇄신위원회가 이날 공식 쇄신안을 제출했지만 이를 통해 대선 패배 책임론과 당 대표 선출안을 두고 첨예하게 갈린 당 내부의 분란이 정리되기는 애당초 그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초선의원 모임에서는 임시체제인 당 최고위원회가 현재까지 유지되는 것은 당헌당규에 위반된다며 당 지도부의 정당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고 김한길 그룹에서도 이날 염동연 의원이 "경선을 통해 강력한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고 성명을 내는 등 반발이 적지 않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이날 오전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위기일수록 원칙을 지키고 민주주의 대원칙을 지켜 용감하게 일어설 때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면서 "경선 하자는 사람 놓고 이렇게 경선하지 말자고 하는데 당이 제대로 가겠느냐"며 합의추대에 반대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당이 깨진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추미애 전 의원도 "대표 추대가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방어벽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합의추대 할 주체가 누구인지, 최고위원은 누가 선출하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하며 '손학규 합의추대' 공방에 뛰어들었다.
추 전 의원은 이날 미리 배포한 강원도당 연설문에서 "이번에도 당의 간판인 대표를 새롭게 추대하는 것을 마치 쇄신방안의 전부인 것처럼 내세운다면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참혹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른바 '노무현 프레임', '도로 열린우리당 프레임'을 단호하게 걷어내야 한다"며 "추대든 경선이든 지도부 전체 외 공천 후보를 전면적으로 쇄신할 방안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번 대선 참패는 우리사회의 보수화 때문이라기보다 민주개혁세력의 자멸 때문이며 50년 민주개혁세력의 적통을 계승해야 한다"며 손학규 전 지사를 합의추대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외부 인사의 공첨심사를 통한 인적 쇄신은 근본적으로 여론조사와 같은 개인 경쟁력 평가나 도덕성 검증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인적 쇄신은 "정치적 결단의 차원에서 이뤄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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