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부토 전 총리 암살 사태
파키스탄의 군부독재를 끝내기 위한 다음달 8일 총선을 앞두고 파키스탄 야권의 가장 강력한 지도자 부토 전 총리가 지난 27일 선거유세 직후 자살폭탄 공격을 받아 숨졌다.
이 사건 직후 파키스탄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전락해 내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키스탄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테러전쟁의 주요 파트너이며, 이곳은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 이슬람 반군 무장세력의 근거지일 뿐 아니라 핵무기 보유국이기 때문에 이곳의 정정 불안은 앞으로도 세계를 긴장시키는 진원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해를 맞아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파키스탄 사태까지 겹쳐 최악의 해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바람 잘 날 없는 중동사태
지구촌 분쟁의 최대 중심지는 역시 중동이며, 그 중에서도 중동 분쟁의 뇌관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이다.
양국은 미국의 중재로 지난 11월말 2008년 말까지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위한 평화협상을 타결하기로 합의하고 협상에 착수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내년 말까지 시한이 설정된 협상 타결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는 각각 협상을 반대하는 강경세력이 장악하고 있어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실행은 별개의 문제로 보인다.
이란의 핵 문제 역시 계속해서 지구촌의 뜨거운 이슈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미국 정보기관들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이미 지난 2003년 중단됐다는 평가 보고서를 최근 내놓으면서 미국의 '이란 공격설'은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와 이스라엘은 이란 핵 프로그램이 핵무기 획득용이라는 시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중동 역내의 긴장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라크-터키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터키의 쿠르드 반군 소탕 작전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작전으로 확대될 위기가 상존하고 있다. 만일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이슬람권의 종족, 종파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이라크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중동 내전 사태로 비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중대 국면 맞은 북핵
지난해 9월 북한의 핵실험 발표로 난관에 봉착했던 북핵 협상이 지난 2월 6자회담에서 '2.13 합의'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 합의에 따라 북한 비핵화 1단계로 영변 핵시설 폐쇄, 핵사찰 수용, 이에 대응한 대북 중유 지원 등이 진행됐으며, 2단계로 영변 핵시설 불능화 및 핵 프로그램 전면 신고 등이 이뤄질 올해 연말까지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북한이 반발, 핵 프로그램 신고는 물론, 불능화 작업도 마감 시한을 넘기면서 북핵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러시아의 힘의 외교
미국과 러시아의 신냉전이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러시아가 힘의 외교를 펼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막대한 오일 달러를 동원해 러시아 군비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며 외교적으로도 미국과 사사건건 충돌하며 미국의 1극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의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동유럽에 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하려고 하자 이를 무력화하는 최첨단 미사일 실험을 잇따라 실시하고, 이란 핵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등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은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뽑은 올해의 인물에 오를 정도로 국제정치 무대의 중심에서 화려한 행보를 계속해 왔다.
또한 푸틴은 3선 연임 제한에 막혀 내년 5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만 최측근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목한 뒤 총리직을 맡겠다고 밝혀, 사실상 수렴청정으로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살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의 '신사회주의' 건설
미국에 도전하는 움직임은 중남미의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이른바 좌파 3국에서도 뚜렷하다.이들 나라에서는 미국 등 서방권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사회주의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 등 중남미 '좌파 3인방'은 개헌안을 내놓고 '21세기형 사회주의 건설'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일단 개헌안 통과가 좌절됐지만 미국 등 서방권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사회주의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1월 중남미 좌파 정권들은 칠레 산티아고에서 이른바 '인민정상회담'을 갖고 반미 연대와 지역협력 문제는 물론 미주기구(OAS)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구의 창설을 논의했다 또한 12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 맞설 '남미은행'도 출범시켰다.
△'팍스 차이나' 향한 중국의 후진타오 집권 2기
중국은 지난 10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2기 체제를 구성하는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했다. 새 지도부는 출범하자마자 중국 최초의 달 탐사위성 '창어 1호'를 발사하며 군사·우주분야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기술발전을 과시했다.
21세기 초강대국을 향한 이른바 '팍스 차이나(Pax China)'를 향한 중국의 의지는 후진타오 주석이 전국대표대회 개막연설에서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표현을 무려 10차례 이상 사용한 것에서도 잘 드러났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상하이엑스포 등 세계 이목을 집중시킬 국제행사를 잇따라 개최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미국을 바짝 뒤쫓는 경제대국으로 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흔들리는 일본 자민당 정권
전후 최연소 총리로 화려하게 등장한 아베 신조 내각이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하며 임기 1년도 못넘기고 퇴진했다. 이어 후쿠다 야스오 총리 내각이 지난 9월 출범했으나 후쿠다 정권 역시 지난 3개월간 아베 총리 때보다 더 급격하게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일본의 정국을 이끌 구심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후쿠다 총리는 다음날 중순 대대적인 개각으로 난관을 돌파할 뜻을 시사했으나 조기 총선을 하라는 야권의 압박에 계속 시달리고 있다.
△미국발 주택담보부실 사태
미국의 신용도 낮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즉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는 올해초 표면화된 뒤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미국과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시티은행 등 세계 은행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급 구제에 나설 만큼 위력을 발휘했다.
이 사태로 미국의 주택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자금이 돌지 않는 신용경색 위기가 확산되면서 내년에도 서브프라임 사태는 국제경제의 주요 뉴스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
올해 초만해도 배럴당 60달러 안팎을 오르내리던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지난달 말 99.29달러까지 올라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현실화됐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내년에 유가가 좀 더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도 많지만, 고유가는 내년에도 세계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는 주요인으로 남을 전망이다.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노력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폐막된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미국 등 모든 나라가 참여하기로 합의한 이른바 발리 로드맵을 채택하며 어느 정도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할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을 2009년까지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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