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시사주간지 시사인의 안은주 기잡니다. 안은주 기자는 1970년 충남 입장 출생으로 93년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시사주간지 '시사저널' 기자를 거쳐 현재는 시사주간지 '시사인' 기자로 근무하고 있고 2003년 여름 인도 뱅갈로루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인도 생활기 <인도에는 왜 갔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박인규 : 올해가 벌써 저물어가네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각 언론사마다 올해의 인물, 올해의 키워드, 해서 선정을 하는데요 올해는 보니까 거짓말, 위장 이런 것들을 키워드로 많이 제시했어요. 올해 우리 사회의 특징이라면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안은주 : 한 달 전쯤 말레이시아 친구가 왔다 가면서 저희 뉴스들을 쭉 보더니, 돌아가면서 한 마디 딱 하더라고요. '다이내믹 코리아'. 특히 올해 같은 경우 더 다이내믹했잖아요. 워낙 사건사고도 많고 특히 말씀하셨듯이 거짓말, 위장, 대형사고도 많이 터진 해였고.
박인규 : 외국 기자들이 한국 기자들 보면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에는 워낙 일이 많이 나서
너희들은 참 기사거리 많아서 좋겠다고 그러던데 그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우선 분야별로 국내 올해의 인물을 봐야겠는데, 아무래도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명박 당선자, 빼놓을 수 없겠죠?
안은주 : 빼놓을 수가 없죠. 위태위태했던 한나라 경선도 통과하고 위장전입, 탈세, BBK공방 등 장애물들이 굉장히 많았잖아요. 그런데 그걸 다 넘고 넘어서 결국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셨는데 그래서 누군 그러더라고요. 정말 오뚝이라고. 심지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역시 운짱을 당할 자는 없다. 이런 얘기들을 하더라고요. 운이 최고다. 이명박 당선자가 올해 최고의 운이다 이런 얘기들을 하더라고요.
박인규 : 외국 신문을 보니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랄까 혐오가 하도 심해서 보수파에서 개가 나와도 당선될 것 같다, 이런 어떻게 보면 상당히 모욕적인 보도가 있었는데요, 노무현 대통령도 사실 올해의 인물로 뽑힐만한 분 아닙니까?
안은주 : 보통 저희 시사지에서는 매년 연말에 올해의 인물을 꼽는데요 보통 가장 많이 거론되는 분들이 현직 대통령이세요.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 같은 경우 매년 올해의 인물로 꼽혔는데 올해 같은 경우도 올해의 정치인물로 시사인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꼽았어요. 그런데 정치인물이자 최악의 인물로도 노무현 대통령이 뽑혔어요. 그 이유가 이명박 당선자를 당선시킨 제 1등공신이 노무현 대통령이다 이런 평가들도 있잖아요. 그런 요인도 있고. 저희 같은 경우는 기자들만 올해의 인물을 뽑는 게 아니라 시사인에는 자문단 100인이 있어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계 100인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있는데 그분들에게 먼저 앙케이트를 돌렸어요. 올해의 인물을 뽑는데 그런데 올해의 정치인물로 상당히 많은 분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뽑았는데, 이유들이 재밌는 게 긍정적인 이유로는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올해의 공으로 평가해 주셨는데 부정적인 이유는 어떤 분은 그렇게 쓰셨더라고요.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욕을 먹을 것 같아서. 그 다음에 어떤 분은 더 신랄하게 평가하셨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의 개혁과 진보에 장애물로 작용했다. 이번 대선까지 얘길 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신랄한 평도 받았는데 어쨌든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도 늘 뉴스메이커였잖아요. 그래서 5년 내내 뉴스메이커였는데 올해도 역시 뉴스메이커에서 벗어나지 않으셨죠.
박인규 :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최고의 뉴스메이커였다. 삼성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 이분이야 말로 올해의 인물로 꼽을 만하지 않습니까?
안은주 : 네. 그래서 저희 시사인에서도 올해의 인물로 김용철 변호사를 꼽았어요. 삼성비자금의 존재를 폭로해서 삼성특검까지 도입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셨던 분이고, 이런 김변호사의 노력이 한국사회를 보다 투명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거기에 저희가점수를 많이 준 편인데요. 그런데 사실 곱지 않게 보는..
박인규 : 부정적인 시각도 있군요.
안은주 :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를 곱지 않게 보는 분들은 삼성에서 빼먹을 거 다 빼먹고 이제 와서 고백이냐
박인규 : 누릴 거 다 누리고
안은주 : 그렇죠. 그렇게 보는 분들도 있고 또 변호사협회에서 변호사 자격정지를 하고 이런 게, 변호사 윤리를 어겼다, 이렇게 보는 시각도 있고
박인규 : 변호사 윤리라는 게, 이른바 의뢰인과의 사이에서 오간 대화 내용은 절대 기밀이다. 그런데 그걸 폭로했다는 거죠? 그게 나쁩니까 어떻습니까?
안은주 : 근데 사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의 변호사로 일한 게 아니잖아요. 검찰을 그만 두고 삼성에 갈 때도 변호사 일을 안 한다는 조건으로 갔다는 게 본인의 이야기고. 실제 가서 한 작업들도 변호사 일이 아니었죠. 직원으로서의 일이었기 때문에 변호사협회가 너무 한 거 아니냐 이런 비판도 적지 않게 받고 있죠.
박인규 : 변호사로서의 직업윤리를 깼느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안은주 : 그렇죠.
박인규 :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를 긍정으로 보든 부정으로 보든 간에, 일단 폭로로 드러난 삼성 내부의 비리랄까요. 이 부분은 차제에 정리가 돼야 되는 거 아닙니까?
안은주 : 그렇죠. 칼을 뺐으면 무라도 잘라야지요.
박인규 : 삼성특검이 곧 시작될 텐데, 어떤 기대들, 어떤 전망을 해볼 수 있죠?
안은주 : 일단은 특검이 잘 굴러가서 삼성비자금 실체라든가 삼성이 그동안 벌였던 불법이나 비리들이 잘 드러나서 마무리를 할 수 있으면 우리 사회가 훨씬 더 투명하게 갈 수 있고. 또 삼성은 우리나라 제1의 기업이고 세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잖아요. 요즘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업이 투명하거나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경영활동을 하지 않으면 퇴출당하는 게 조류인데, 그런 조류에 맞춰볼 때도 사실 이번 특검을 계기로 해서 삼성이 새로 거듭나는 기회로 삼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결국 한국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중장기적인 시각이고요. 그런데 단기적으로는 삼성특검이 되고 이러면 기업에 대한 불신들이 여전히 잔존하고, 그 다음에 이미 규모가 큰 기업을 흔들어서 또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거 아니냐는 비판들도 있는데요. 이참에 뿌리를 뽑고 삼성도 새로 거듭나는 기회로 삼고 우리 국민들이 기업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인식도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 되지 않을까
박인규 : 어쨌든 김용철 변호사 입장에선 그야 말로 인생을 걸고 폭로한 건데 차제에 삼성이 투명성을 확보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 저희가 위장 그런 얘길 많이 했는데, 학력위조 파문에 고위공직자가 연루되고 거기다가 또 사랑 얘기도 나오고. 신정아씨하고 변양균 전 청와대 실장, 상당히 큰 충격을 줬죠?
안은주 : 굉장히 충격이 컸죠. 특히 이게 학력위조에서 머물 때만 해도 이 사태가 이렇게 커지리라고는 아무도 생각 안 했던 것 같은데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권력형 비리가 들어가면서 사태가 커졌고. 특히 참여정부 같은 경우는 이전 정부에 대해서 우리는 부정부패와 담을 쌓고 살겠다
박인규 : 적어도 부패하진 않았다.
안은주 : 그렇죠. 그런 걸 모토로 내걸었던 정부기 때문에 국민들이 거기서 일단은 굉장히 많은 실망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대선 전에 민심을 쭉 취재를 하느라 50, 60대 어르신들과 얘기를 하는데 이 사건이 그땐 뉴스에서 잊혀져 있을 때였는데도 이 사건을 얘기하면서 그 정부나 이 정부나 똑같지 않느냐, 봐라, 다른 게 뭐가 있느냐, 이런 얘기들을 하시더라고요.
박인규 : 엊그젠가요? 신정아씨가 나왔다는 예일대학에서 동국대로 보낸 팩스가 진짜다, 그런 얘기가 있던데 신정아씨 학력이 진짜라는 겁니까?
안은주 : 학력이 진짜라는 건 아니고요, 동국대에서 신정아씨를 임용하기 전에 확인을 예일대측에 했는데 예일대에서 팩스를 보냈어요. 그 팩스가 가짜였다는 게 이제까지의 주장이었는데 이번에 나온 건 그 팩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팩스를 예일대 부총장이 보냈는데 그 사람이 실제 학위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고 보낸 팩스가 아니다
박인규 : 팩스는 진짜지만 학위는 여전히 아니다. 신정아씨 사건도 있었지만 그 전후해서 학력위조 사건이 많이 불거졌어요. 그러다보니 우리나라가 너무 학벌을 중요시하는 거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학벌중시풍토를 바꿔보자는 자성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은주 : 자성은 자성으로 끝난 것 같은데요. 그 뒤에 학벌중시풍조를 바꾸기 위한 어떤 새로운 제도가 나온다거나 아니면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거나 그러지 않고 그때뿐이었던 걸로 기억돼요. 사실 학벌을 타파하자 이런 건 시민단체 중심으로 계속 몇 년 동안 하고는 있지만 거의 제도나 시스템이 바뀌지는 않는 것 같아요
박인규 : 일각에선 신정아씨 같은 사람들도 학벌중시풍토의 희생양이다, 실력은 있지만 학벌을 보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한 거 아니냐, 이런 동정론이 있는 것 같아요.
안은주 : 동정론이 있었죠. 하지만 하나의 작은 목소리로 끝났고요. 실제로 우리가 학벌 아닌 실력으로 뭔가를 보여주고 그게 입증된 사례들이 많지가 않잖아요.
박인규 : 참 문제는 문젭니다.
자, 이번 대선에서도 경제가 가장 큰 화두였었고 모든 가정, 젊은이들이 경제, 투자 이런 데에 관심이 많은데 최근에 보니까 이제는 저축의 시대가 아니라 투자의 시대다. 그래서 이른바 적립식 펀드랄까, 그 열풍이 불고 있는데 그 열풍을 몰아온 주인공이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이라고 하더라구요
안은주 : 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이 10년 전에 회사를 딱 창립했거든요. 올해가 딱 10년째 되는 해였는데 올해 미래에셋을 평가하자면 국내 최강의 금융그룹이다. 이게 적립식펀드 열풍과도 같이 겹친 건데요, 박회장이 10년 전에 뮤추얼펀드회사를 만들 때부터 이제는 우리도 투자의 시대로 가야 된다, 저축, 적금이 아니라 적립식펀드 이런 상품들에 가입을 해야 된다고 10년 동안 쭉 작업을 해온 거예요. 그게 2년 전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해서, 1가구1펀드시대라고 하잖아요. 펀드 하나 안 든 집이 없을 정도로 다 들어 있고, 그러다 보니 미래에셋의 영향력도 커졌고. 특히 올해 가을에 미래에셋이 인사이트펀드라는 새로운 상품을 냈어요. 그게 돈 되는 투자상품이면 어디든 투자한다. 일단 돈을 몰아달라 해서 했는데 한 한 달, 두 달 만에 5조원 가까이 몰렸거든요
박인규 : 국내 적립식펀드 적립액의 3분의 1을 갖고 있다...
안은주 : 미래에셋이 주무르고 있어요. 엄청나죠. 국내 금융자본 돌고 있는 것 중에 한 3분의 1을 미래에셋이 주무르고 있다고 하면 엄청난 거죠.
박인규 : 가히 금융계의 황제라고 할 만하네요. 실례지만 안은주 기자도 펀드 갖고 계십니까?
안은주 : 네. 저는 여러 개 있습니다.
박인규 : 박현주 사장과 미래에셋의 영향력이 커지니까 일각에서는 좀 견제랄까요, 우려하시는 분들도 꽤 있는 것 같아요
안은주 : 네. 일단은 업계에서는 너무 독주가 심하다. 그 다음에, 사실 미래에셋에 돈이 많이 몰리는 이유는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거든요. 미래에셋에서 운용하는 펀드들의 수익률이 매년 항상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올해도 그랬는데요
박인규 : 대략 몇 퍼센트기에 그런 겁니까?
안은주 : 그건 주식 상황에 따라서 다른데요. 예를 들면 코스피 평균 이익률, 평균상승률이 한 30%다 미래에셋은 배 이상, 한 70% 이상 나오니까 고객들이 당연히 잘 되는 상품에 들어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이 수익률을 관리하는 게 아니냐. 예를 들면 고객의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특정 상품 몇 가지의 수익률만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게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고. 그 다음에 미래에셋 펀드매니저들이 주식을 사면 다른 사람들이 따라 사니까 그 종목의 주가가 오르고. 이런 독주현상들에 대한 제동이 좀 걸려 있고. 또 지난번 인사이트펀드에 돈이 너무 한꺼번에 많이 몰리니까 사실 이 인사이트펀드가 실패하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굉장히 크거든요. 그러니까 금융감독당국도 한 번 제대로 좀 조사하겠다 해서 지금 현재 미래에셋그룹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박인규 : 한 회사에서 이렇게 전체 투자펀드의 3분의 1을 주무른다는 건 좀 위험하지 않나요?
안은주 : 그런데 그만한 경쟁자가 아직 안 나온 상태고요.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같은 경우는 아직도 배가 고프답니다.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성장하려면 지금 국내에서 이 정도 하는 거 가지곤 어림도 없다. 이런 입장이죠.
박인규 : 지금은 좋지만 하여튼 위험관리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카이스트의 서남표 총장도 이슈메이커로 떠오르셨던데 학점이 2.0 이하면 학비 1500만원을 학생들이 내라. 또 정년보장심사에서 교수 150명을 퇴출
안은주 : 150명이 아니라 15명입니다.
박인규 : 15명입니까? 제가 너무 과장을 했군요.
가능합니까? 이게 쉽지 않을 텐데요
안은주 : 그래서 서총장한테 붙은 별명이 '개혁쓰나미'입니다. 그만큼 카이스트를 통째로 바꾸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 카이스트 학생들이 국비로 공부하잖아요. 그런데 2.0 이하라는 건 공부를 안 한다는 거니까
박인규 : 낙제죠 사실.
안은주 : 네. 국비 받아서 공부 안 할 거면 등록금 내라. 어떻게 보면 굉장히 합리적인 얘기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교수도 일정한 연구성과나 평가를 제대로 못 받는 교수면 퇴출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게 이번 정년심사에서 15명을 퇴출시킨 건데요. 실험 치고는 굉장히 파격적인 실험인데, 일단은 내부 반발은 좀 있지만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지켜보고 있고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있는 상태에요
박인규 : 카이스트라면 과학기술분야에서는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좀 안이했던 모양이죠, 학사행정이나 이런 것들이
안은주 : 행정도 안이했고, 사실은 서울대에도 뒤쳐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의식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카이스트 교수들 사이에서 있었어요. 그런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외국에서 좋은 교수를 데려오려고 할 때 거기서 박사학위 받으시고 이런 분들, 그 분들이 예전에는 카이스트를 우선으로 왔는데 지금은 서울대나 다른 데로 간대요. 거기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었죠.
박인규 : 서남표 총장의 노력을 개혁쓰나미라고 표현하셨는데,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도 보도가 됐다고 해요. 그런데 쓰나미가 되려면 다른 대학까지 파급돼야 되는 거 아닙니까? 파급되고 있습니까 지금?
안은주 : 서총장께서 11월엔가 서울대에 초청받아서 강연을 가셨어요. 거기서 서울대 교수들을 아주 신랄하게 씹으셨어요. 삼성전자도 세계 1위를 하는데 서울대가 1위를 못하는 건 당신 교수들 때문이다라고 질타를 하셔서 서울대도 교수사회가 변해야 된다는 요지로 강연을 하셨고. 지금 그런 메시지들이 상당히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태에요.
박인규 : 저도 사실은 서울대를 나왔습니다만 1학년 때 수학과 교수님 한분이, 서울대가 전국에서 제일 똑똑한 놈들 뽑아서 전부 바보 만들어서 내보내는 데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요즘 뭐 대학입시 가지고 말들이 많은데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은주 : 그렇죠.
박인규 : 약간 분야를 바꿔보죠. 스포츠 분야에서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가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땄고, 은반 위의 요정이라고 하나요? 김연아 선수, 이 선수들도 아주 10대 파워를 유감없이 발휘했는데요. 지금까지 수영이나 스케이트는 사실 비인기종목이었고 잘 안 봤는데 박태환, 김연아 선수가 연달아 금메달을 따면서 이 부분의 인기도 상당히 올라간 것 같아요
안은주 : 예. 그래서 요즘 피겨스케이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아이들도 많이 늘었고요. 사실 수영이나 피셔스케이트 같은 경우는 한국인의 체격이나 체력으로는 세계적인 선수를 내기 힘들다는 게 기존의 통념이었잖아요. 그런 통념을 여실히 부숴준 게 두 선수들이었고, 특히 올해 같은 경우는 이 두 선수들 덕분에 그나마 우리 국민들이 웃고 행복했던 것 같아요.
박인규 : 계속 그런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분야에서는, 칸의 여인이다, 전도연씨가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요 우리나라 영화 수준이 갈수록 올라가는 것 같아요.
안은주 : 네. 전도연씨 같은 경우 올해로 배우 데뷔 10년차 정도 되는데요 영화판에선 그러더라고요. 전도연 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여배우 찾기 힘들다.
박인규 : 변신이 이뤄지는군요.
안은주 : 내. 그동안 접속, 약속, 해피엔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굉장히 여러 갈래 작품들이 많았는데 그 작품 하나하나에서 각각의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제가 봤거든요. 그걸 보면서 어쩜 저렇게 연기를 여우처럼 잘할까. 늘 그랬는데 아마 이번 밀양 같은 경우도 전도연씨의 그런 캐릭터가 십분 다 발휘돼서 그런 연기력이 다 발휘돼서 칸에서도 수상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박인규 : 한 마디로 연기의 폭이 굉장히 넓은 배우다. 그렇게 말할 수 있겠군요.
특정인들을 거명했지만, 그것 말고도 또 88만원세대란 말도 유행됐고 그런 특징적인, 올해를 보여주는 인물군도 있지 않습니까?
안은주 : 네. 대표적인 게 지금 말씀하신 88만원세대거든요. 사실은 새롭게 등장한 세대는 아니에요. 88만원 세대라는 게 비정규직의 임금에다가 전체 근로자 대비해서 20대 임금비율인 74%를 곱해서 나온 액수가 88만원이거든요. 이게 실업난에 시달리는 20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또 하나는 이 세대가 기존의 유신세대와 386세대 때문에 구조적으로 착취당하고 있는 세대다. 그게 가장 대표적인 게, 그래서 이들은 비정규직으로밖에 갈 수밖에 없는 세대다. 그런 상징적인 툴을 보여주는 키워드로 나온 게 88만원세대고요. 이 88만원세대가, 올해 비정규직 문제가 너무 시끄러웠잖아요. 아직도 해결 안 된 비정규직 사태가 너무 많은데 이 비정규직 문제와 결합되면서 더 우리사회 올해의 키워드로 나올 만큼 부각이 됐었던 것 같아요.
박인규 : 제가 알기롤는 이 88만원세대라는 게 유럽에서도 1000유로세대라고 그런답니다. 유럽의 1000유로세대하고 우리나라의 88만원 세대는 입장이 다른 것 같아요.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안은주 : 예. 우리 같은 경우는 유럽에 비해서 가진 게 더 적잖아요
박인규 : 참.... 이명박 당선자께서 이 청년실업 문제, 비정규직 문제를 잘 풀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는 연말에 태안에서, 검은 재앙이라고 그러죠. 석유... 기름유출사고로. 그치만 또 우리 한국인들이 품앗이라고 해야 될까요? 30만 명이나 갔다고 하는데, 하얀 손길의 감동? 이런 말도 나오고
안은주 : 네. 하얀 손의 감동. 태안 자원봉사자들. 저는 감동적이었던 게 이 분들이 자기 도시락을 자기가 다 챙겨가더라고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원봉사는 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서 자기들이 일하면서 오히려 거기에 폐가 될까봐 도시락까지 싸가지고 가서 찬 데서 밥을 먹는 장면들을 보면서, 이게 상식과 양심을 가진 건전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오히려 바꾸는 힘이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뉴스 보니까 기름이 거의 다 걷혀졌다고 하더라구요.
박인규 : 젊은 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갔다고 하더라고요.
안은주 : 네. 젊은 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갔고요, 저희 딸도 주말마다 골랐어요. 태안 가서 자원봉사 해야 된다고
박인규 : 몇 살인데요?
안은주 : 초등학교 4학년이요
박인규 : 우리는, 나이 드신 분들이 젊은 세대들은 자기밖에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뭔가 일이 터지면 힘을 모으는 그런 저력은 있는 것 같아요.
안은주 기자는 시사인 기자기 때문에 스스로 얘기하기 뭐하긴 하지만, 시사저널 계시다가 삼성 문제 때문에 1년 동안 파업하시다가 기자들끼리 시사인이라는 잡지를 만들었어요. 그것도 올해의 인물에 들어갈 만하지 않을까요?
안은주 : 오마이뉴스가 오늘 올해의 인물을 선정했는데요, 그게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이랍니다. 그게 저희를 지칭하는 건데요,
박인규 : 아, 시사인 만들기 전의 모임을 말하는 거군요?
안은주 : 네. 시사인 창간을 준비하면서 저희가 만들었던 기자단 이름이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이었는데 그걸 올해의 인물로 오마이뉴스가 선정했다고 하네요. 그걸 오늘 소식을 들었는데, 저희도 사실 시사인 창간까지 보면서 태안의 하얀 손길, 이런 감동을 맛본 것처럼 사실은 저희는 직접적인 당사자로서 건전한 상식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 우리 독자들의 힘을 가장 절감했었어요. 사실 그 독자들이 저희 기자들한테 정말 좋은 잡지를 만들어라. 정말 언론다운 언론을 만들어라라고 격려하면서 돈을 보내준 그 독자들이 없었으면 사실 오늘 시사인은 없었거든요. 그 과정에서 저희가, 사실은 그분들을 저희가 올해의 인물로 뽑아야 정체성에 맞는 건데
박인규 : 말하자면 시사인이 탄생하도록 도와주신 여러 분들. 앞으로 잘, 좋은 시사주간지가 되길 기대해보고요. 어떻습니까, 올해 기자로서, 사실 취재현장 뛰신 건 얼마 안 되죠
안은주 : 그렇죠. 여름부터죠.
박인규 : 올해의 인물을 정리하시면서 느낀 점이라든가 못다 하신 말씀 있으시면 간단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안은주 : 사실 시사지 기자들은 대형 사건, 사고가 많아야 먹고 살기는 좋거든요. 기사 쓸 게 많아서. 그런데 올해는 너무 가슴아픈 일들이 많고, 또 사실 거짓말, 위장, 진실공방들이 너무 많으니까 나중에는 웬만한 거짓이나 위장쯤은 눈 질끈 감고 넘어가줘야 되는 거 아닌가 이런 분위기가 생기니까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내년에는 좋은 뉴스, 화제의 인물도 좋은 일을 해서 화제가 되는 인물.
박인규 : 아름다운 뉴스
안은주 : 그런 분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 뉴스를 많이 전달하는 기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박인규 : 원래 언론의 사명이 진실을 밝히는 거라던데 요즘에는 진실이 뭔지 잘 모르겠다, 헷갈리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렇다는 건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건데, 하여튼 시사인이라도 진실을, 가급적이면 아름다운 진실을 밝혀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안은주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안은주 기자와 함께 국내 주요 사건들의 주인공과. 우리 사회의 관심을 모았던 올해의 인물들을 살펴보며 2007년 한국 사회를 정리해봤습니다. 안은주 기자와는 다음주 월요일에도 다시 만나 올해의 국제인물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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