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親盧는 '폐족'…엎드려 용서 구해야"

당내 '책임론'ㆍ'심판론'에 "반성해야"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인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이 26일 '친노세력'을 조상이 큰 죄를 지어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가문인 '폐족(廢族)'에 비유하며 "죄 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라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다산 정약용 선생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글 중에서 자신의 가족을 폐족이라고 표현했다"며 "친노라고 표현되어 온 우리는 폐족"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민주개혁세력이라 칭해져 왔던 우리 세력이 우리 대에 이르러 사실상 사분오열, 지리멸렬의 결말을 보게 했으니 우리가 어찌 이 책임을 면할 수 있겠냐"며 "새로운 시대로, 새로운 세력으로 우리를 이끌고 정립시켜야 할 책임을 우리는 완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모든 권력자가 청와대에 들어가면 한 몫 챙기는 부패세력이 되고 모든 집권 여당이 부패한 정치자금으로 집권정당세력의 통치력을 확보하던 그 시절을 우리는 마감시켰다"며 '부패청산' 등 참여정부의 공을 열거하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이 노력이 국민과 우리 세력 다수의 합의와 지지를 얻는 것에 실패했다"고 곱씹었다.
  
  안 위원장은 "지금은 무엇이 실패이고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씀입니까 라고 항변하기 전에 동의와 합의를 통해 힘을 모아내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간"이라며 "우리는 실컷 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의 자성어린 목소리처럼 대선 패배 이후 이해찬 전 총리를 위시한 '친노 그룹'들은 자세를 바짝 낮춰 '책임론'의 광풍을 피해 가려는 모습이다. 당이 '노무현 색깔빼기'에 돌입한 마당에 경솔하게 행동했다가는 공천배제 등 집단적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친노 그룹' 전체에 팽배한 것이다.
  
  이에 이 전 총리가 주변 의원들에게 당 진로와 관련한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새 지도체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계파 안배형으로 꾸려진 당 쇄신위에도 친노 인사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한길 그룹 "친노, 당분간 나서지 않았으면"
  
  친노계의 이 같은 자숙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당 내 '친노 퇴진론'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한길 그룹'의 조배숙 의원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친노 그룹은) 일단은 좀 자숙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며 "앞으로 전면에 당분간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사실 열린우리당의 정책이나 잘못된 부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히 커 왔지만 이런 건전한 비판마저 거부된 경우에는 친노의 책임이 있었다"며 "친노 쪽 의원들은 상당히 책임을 느끼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