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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도 자율과 경쟁의 원칙 도입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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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교육현장에도 자율과 경쟁의 원칙 도입돼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2/24]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면 항상 떠오르는 화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교육개혁입니다. 교육이야말로 국민들의 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교육정책과 대입 제도입니다. 특히 이 당선자는 지난 30여 년 동안 지속돼왔던 평준화 정책을 다양화 정책으로 바꾸는 등 현 정부의 3불 정책과는 상반되는 입장인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란다> 특집 5부작, 그 두 번째 시간으로 교육부 장관을 지낸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를 초대해 차기 정부가 지향해야 할 교육정책과 방향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숩니다. 문용린 교수는 1947년 만주 출생으로 71년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했고 87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교육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89년부터 서울대 교육학과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고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과 대통령직속 교육개혁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00년 제40대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또, 현재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저희가 <차기 정부에 바란다> 5부작으로 준비하고 있는데요,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두 번째로 문교수님을 모셨습니다. 우선 이번 17대 대선, 사상 최저의 투표율, 또 보수후보의 압승, 이렇게 요약되고 있는데, 문교수님께서는 개인적으로 이번 대선을 보시면서 어떤 느낌을 가지셨습니까?

문용린 :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작용했다. 또 국민은 무섭다. 이런 식의 평들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도 그런 것을 절감을 하고 있고요. 그러면서도 저는 이런 열망이 있는데 이런 열망을 어떻게 수용해서 앞으로 5년 동안 잘 끌어갈 거냐에 대한 기대가 크고 불안도 큽니다 동시에.

박인규 : 하긴 뭐,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열망과 절망의 교차, 이런 말도 있었는데 이 기대가 잘 좀 살아나야 할 텐데요. 교육정책과 관련해서 긴급한 것부터 말씀드리자면, 교육부에서 올해부터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또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학생부 반영비율을 높이고 수능을 등급화하겠다. 이번에 시행을 했어요. 그런데 학생들이나 부모님들은 굉장히 불만이 많으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될까요?

문용린 : 글쎄요. 수능등급제로 굉장히 말썽이 많죠. 그런데 사실 수능등급제라고 하는 건 전제조건이 달린 제도거든요. 수능등급제는 동점자감 많아진다. 수만 명이 된다는 얘기거든요. 그런 이제까지 0점에서 400점까지 수많은 점수차이가 있었는데 이걸 9등급으로다 딱 묶어놓으니까 거의 십여만 명에 이르는 동점자가 생기는 거예요. 그렇게 해놨으면 대학이 전형을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등급제에 뒤따르는 전제조건은 대학이 그 동점자들 중에서 필요한 사람을 골라 쓸 수 있는 전형제도를 대학이 마련해라라는 게 전제돼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까닭은 대학들이 거기에 대한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어요. 그럼 수능 1등급이다. 1등급이 몇 만 명 되거든요. 그 몇 만 명 중에서 1등급 아이들이 오는 대학 같은 경우엔 뭘 가지고 하라는 거냐. 교육부에서는 본고사 보지 말아라, 논술도 이렇게 이렇게 봐라. 뭐 이렇게 해놓으니 대학 당국에선 그럼 우린 뭘 가지고 하라는 얘기냐. 지금 이런 준비가 안 된 차에 등급제가 그대로 적용돼 버리니까 이건 예견됐던 문제들이죠 사실은.

박인규 : 등급제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려면 대학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선발방법이랄까 그런 걸 활용할 수 있어야 된다.

문용린 : 그렇습니다. 등급제 얘기 나온 건 사실 꽤 길어요. 그동안에 등급제의 전제조건은 대학이 자율권을 가지고 대학 고유한 전형기준을 마련한다. 여기에 덧붙여서 대학별로가 아니라 대학의 학과별로 전형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걸 전제로 해서 수능등급제가 얘기된 건데 이런 전제조건에 미치질 못하니까 혼란이 오게 된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아직은 좀 미완의 제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역대 정부 치고 교육정책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정부는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요, 이번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문용린 : 글쎄. 이번 참여정부의 지난 5년간을 얘기한다면 너무 묶어두는 데 치중한 게 아닌가. 대표적인 예가 3불정책을 내세우거든요. 3불정책 내세우니까 등급제도 안 한다 본고사도 안 한다, 기여입학제도 안 한다. 묶어두는 제도에 불과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묶어두는 데 치중하니까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 우린 그냥 하겠다 하는 그런 것밖에 안 되니까 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사실은 없었다고 봐야 되죠.

박인규 : 새로운 뭔가를 제시하기보다는 그냥 규제만.

문용린 : 그렇죠. 규제만. 묶어두는 데 너무 치중한 정책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모든 정부에서 학교교육 또는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약속을 다 하시는데 실제로는 잘 안되고 있어요. 왜 그렇죠?

문용린 : 안 되고 있는 까닭이 여러 가지 갈등이 있죠. 우선 우리나라에 정착된 교육시스템이란 것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국가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유일한 통로처럼 보이거든요. 이른바 출세하고 성공한다. 그래서 가문을 빛내고 이래야 된다고 하는 그 통로가 뭐냐면 학교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대학 나와서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된다는 거거든요. 그럼 거기의 유일한 기준이 공부 잘하는 거였어요.

박인규 : 학력만 봤다 이거죠

문용린 : 그렇죠. 학교에서 가르치는 국어, 영어, 수학 등등의 학력만을 보게 되니까 학부모들도 당연히 우리 자식이 잘 되려면 교과목 공부를 잘 해야 되고, 교과목만 갖고 대학이 학생들을 뽑으니까 교과목 잘하기 위해선 학교공부 가지고는 모자란 듯하니까 학교 밖으로 나가서 사교육을 받고. 이 우리나라 교육의 기본적인 시스템의 문제라고 봐야겠죠

박인규 : 학력교육에만 치중하는 현실. 문교수님께서는 사실 인성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하셨고 그것 때문에 우리 프로그램에 모신 적이 있는데,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잘 안 되는 이유는 뭡니까?

문용린 : 지금 말씀하신 대로 결국 학교가 사람을 키우는 데지 학생들의 학력을 키우는 곳이 아니거든요. 언제나 주된 것은 사람으라 키우면서 그 사람이 지식도 많고 기술도 많으면 좋다는 거죠.

박인규 : 전인교육이 바탕이 돼야 한다.

문용린 : 그렇죠. 그런데 우린 사람 키우는 건 뒤로 물리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많은 교과목 점수가 뛰어난 아이만을 우선시하다 보니, 인성교육을 말로는 무척 많이 강조하지만 학교에 들어가 보면 인성을 가르치는 사람은 없어요. 그저 학교에서도 국어, 영어, 수학 중요한 교과목 가르치는 선생님은 국어 선생님, 영어 선생님, 수학 선생님이 되고 나머지 중요하지 않은 걸 가르치는 선생님은 기타 선생님이 되는 현실이다...

박인규 : 학부모고 정부고 학교고 간에 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뭔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야될 것 같습니다.

문용린 : 그렇습니다. 학교가 사실 아이들을 성장하고 발달시키는 거거든요. 특히 초. 중, 고등학교, 대학은 미완성의 존재거든요. 틀을 잡아주는데, 그렇기 때문에 성장과 발달시키는 것이, 성장과 발달이 그 사람 내면에 있는 가능성을 키워주는 게 교육의 본질이 돼야 되거든요. 그런에 우린 그런 데 주목하지 않고 영어 잘 한다, 수학 잘 한다, 이런 것만 보니까 기본적으로 그게 문제죠.

박인규 : 경쟁력, 학력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중요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교육정책을 잠깐 좀 훑어보죠. 당선자의 공약 중에 가장 두드러진 게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 이래가지고 낙후지역에는 기숙형 공립학교를 150개를 짓고, 또 학비는 물론 취업까지 책임지는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50개 짓고 자립형 사립고를 100개를 신설하겠다고 했는데, 어떻습니까. 제2의 특목고 같이 되지 않을까요? 이 정책 어떻게 보십니까?

▲ ⓒ프레시안

문용린 :
이것을 비판도 많이 할 수 있겠는데 저는 기대가 상당히 큽니다. 왜냐면 우리나라 교육이 지금 농구로 치면 짬볼이라고 하나요? 공을 서로서로가 꽉 양쪽에서 잡고 있어서... 우리나라 교육이 그렇거든요. 학부모들은 지금 이 세상 돌아가는 거 보니까 학교공부를 잘해야겠고, 잘 해야 좋은 대학 가고 이러니까 학력으로 나가고. 학교로 봐서는 학부모들의 그런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면 학교가 존재하지 못하니까 학교도 그걸 움켜잡고 있고. 또 학원에서는 그걸 잘 도와줘야 이른바 비즈니스가 잘 되는 거고. 이렇게 되면 그게 딱 움켜쥐어서 어느 하나를 끄집어내도, 하나를 손을 봐서 바꾸려고 해도 안 바꿔지는 거죠. 헬드볼, 그 현상이 일어나는 거죠. 그런데 지금 이러한 기숙형 공립학교라든지 이런 학교들을 만들어 놓으면 그런 헬드볼의 현상을 느슨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죠. 그런 점에서 저는 우리나라 특히 고등학교를 다양화하는 노력, 이걸 좀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서 고등학교를 좀 다양하게 만드는 노력은 상당히 중요한 하나의 모멘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일각에선 이렇게 새로운 학교를 만든다고 해서 공교육이 정상화되겠느냐, 공교육과는 무관한 거 아니냐, 이렇게 보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문용린 : 그렇습니다. 뭐 300개 고등학교를 바꿔서 대한민국 교육이 얼마나 달라지겠느냐 하는데 저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학교별로 300여 개의 독특한 고등학교들이 생겨서 각자 노력하게 되면 여기에 속하지 않은 학교에도 바람이 불어간다는 거죠. 저쪽에서 저런 학교로 해서 저렇게 효과를 봤다면 학부모도 주목하고 학생들도 주목하고 사회의 여론도 주목하고. 이러면 나머지 학교도 우리도 바뀌어야겠구나 하는 변화와 쇄신의 바람이 거기에도 자생적으로 생기게 되지 않을까. 전 그렇게 기대하고 그것이 사회변화논리 아닙니까?

박인규 : 지금까지의 주로 특목고라는 것이 이른바 학력 위주의 서열화 학교라면 기숙형 공립학교나 마이스터 고교는 고교교육의 특성화라는 측면에서

문용린 : 특성화... 다양화 이런 쪽으로 봐야겠죠.

박인규 : 또 하나 굉장히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게 아까도 말씀하셨습니다만 대학입시의 자율화. 이 당선자께서는 자율화 첫 단계로 내신과 수능반영비율은 대학이 자유롭게 하고 수능시험 과목을 줄이고 3단계로 학생선발권을 대학에 넘긴다고 밝혔는데, 이건 지금 말하자면 현 정부의 3불정책과는 상당히 다른 건데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문용린 : 저는 기본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저는 우리가 너무 대학을 움켜잡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학을 저렇게 풀어놔 주면 대학들이 뭐 맘대로 할 거 아니냐... 허나 이건 지금 대한민국이 해방 이후 50, 60년 가까이 돼가는 마당에, 대학에 수많은 배운 사람들이 대학에 제일 많이 들어가고 있고요. 대학이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이끌어낸 본산이고 이렇다고 하면 대학에게 책임있는 권한을 주고 자유를 주면 대학 내부에서 그 문제들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거기에는 잘못되는 대학도 있고 그 자율권을 잘못 행사하는 대학도 있을 겁니다. 그 대학은 망해야 되겠죠 그런 이유로. 그래서, 선한 힘이 그런 대학에서 자율 쪽으로 활성화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우리는 그걸 두려워해서 대학을 꼭 묶어뒀거든요. 우리 역사적인 경험으로 보면 자유를 줘서 그 안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선한 바탕이 마련되도록 하는 것이 사회발전의 기본 논리 아닌가 싶어요.

박인규 : 힉생선발방법에서 대학에 자율성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일부 우려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되면 사교육이 더 기승을 부리게 되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을 하시던데요.

문용린 : 물론이죠. 물론 그렇게 보면 사교육이 아주 융성할 수도 있는데. 음악계통에 오는 학생은 음악을 더 잘 배우기 위해서 사교육을 받을 수 있고, 그것이 학교에서 하는 부분이 있고 또 사교육이 하는 부분이 있겠죠.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뭐냐 하면 국어, 영어, 수학 등의 일반 교과목을 위한 사교육이 극성을 부리는 데 문제가 있지, 내가 음악에 관심있다, 그래서 내가 음악에 관한 사교육을 받겠다. 학교교육 플러스... 이런 것은 제가 보기엔 많아도 좋은 거 아니냐. 왜냐면 이 지구 전체를 보면 미술 잘하는 사람은 미술교육을 많이 받아, 학교교육 가지고는 부족하니까. 또 우리나라의 박태환 선수나 김연아 선수 보면 학교교육만이 아니라 나름대로 별도의 사교육을 받았거든요.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기 위해서 나에게 맞춤형 사교육을 받는 건 부모의 여력이 닿는 한 얼마든지 해도 좋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박인규 : 학생의 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사교육은 필요하고도 좋은 것이다.

문용린 : 그렇습니다. 전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3불정책 중 하나가 고교등급제 안 된다는 건데, 학교를 서열화하는 건 좀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용린 : 학교등급제 반대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평준화를 전제로 해놓은 상황에서의 등급제 얘기가 나오는 거고요. 사실 등급제란 말은 옳지 않습니다. 예컨대 생각해 보세요.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내가 A라는 학교를 나왔는데 그 학교는 낮은 등급을 받는 학교기 때문에 내가 공부를 잘했는데도 학교의 등급때문에 손해를 본다면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렇게 봐야 될 것이... 학교가 얼마나 특성화돼 있고 다양화... 예컨대

박인규 : 학교가 개성을 살릴 필요가 있다.

문용린 :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보세요. 과학고등학교는 일반계하고 커리큘럼이 다릅니다. 과학고등학교 나온 아이들이 공대나 자연대를 갈 때는 일반계 고등학교 나온 애들과는 다르게 대접을 받아야 돼요. 그게 과학고등학교를 만든 그게 이유 아니겠어요? 중학교 졸업하고 과학에 취미가 있는 아이들이 과학고를 간 거 아니겠어요. 이 아이들을 과학고등학교에 가서 일반계 있는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이 과학에 관한 소양을 이미 쌓았어요. 이런 아이들이 일반계 나온 아이들과 똑같은 기반 위에서 경쟁한다는 건 과학고등학교를 애초부터 잘못 만든 거죠. 그런 점에서 고교등급화라고 하는 말은 맞지 않고

▲ ⓒ프레시안

박인규 :
획일적 기준에 따른 서열화는 안 되지만 특성에 따른 다양화는 필요하다

문용린 : 그렇죠. 고등학교가 다 다양한데 다양한 것에 맞춰서 학생들을 뽑아줘야 된다는 뜻이죠

박인규 : 3불정책 중 하나가 기여입학제인데. 이 당선자도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실하게 허용한다는 말씀을 하신 건 아닙니다만. 이게 된다면 그야 말로 유전무죄가 아니고 유전일류대가 됩니까? 기여입학제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용린 : 저는 분명하고요. 사회여론도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있기 때문에 돈을 주고 그 대신으로 입학권을 산다. 이걸 허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아무 데도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뭐 다른 나라엔 있다, 난 그런 대학이 있는 데를 한 번 찾아보고 싶어요. 자, 누가 있는데 내 아들이 학교 갈 실력은 모자라는데 내가 돈 몇 억을 줄 테니 우리 아이를 당신 학교에서 받아주시오. 이러는 학교가 있으면 저한테 한 번 좀 왔으면 좋겠어요. 거기도 그렇게 보이지만 그 아이가 우리 학교에 와서 우리 학과에 우리 대학의 그런 학과공부를 따라갈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전제하에 그런 얘기가 나올 수는 있어도 우리나라에서 얘기되는 기여입학제는 돈을 주고 입학권을 사는 제도 아닙니까? 이런 제도는 전 세계 어디도 없었고 양식있는 국가에서 그런 제도를 허용할 리가 없습니다.

박인규 : 기여입학제도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문교수님 말씀을 들어보면, 교육에도 경쟁이랄까 선의의 경쟁이라고 표현하셨는데, 필요하다고 보시는 거죠?

문용린 : 그렇습니다. 이 경쟁 얘기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우리는 학생의 경쟁만을 자꾸 생각하거든요.

박인규 : 치열하죠. 피교육자들의 전쟁

문용린 : 학생경쟁만 시키는 거거든요. 그러나 실제로 교육에서 진짜로 경쟁은 가르치는 사람들 간의 경쟁입니다. 이 학교는 잘 가르치는데 저 학교는 못 가르친다는 경쟁이 있는 거죠. 학교 간의 경쟁이 있고 교육구 간의 경쟁, 교육감 간의 경쟁은 있는데 결과적으로 우리는 교육감 간의 경쟁은 안 했고 학교 간의 경쟁 안 하고 선생님들끼리 경쟁 안 하고, 우리는 오로지 애들 경쟁만 시켰어요. 자 보세요. 이 사회논리가, 우리가 수요자 공급자 얘길 하는데 경쟁 대다수에서는 공급자가 경쟁하는 거거든요. 더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경쟁하면 소비자는 그들이 제시하는 걸 보고 어느 것을 살까 경쟁하는 거지, 그런데 우린 어떻게 돼 있느냐. 공급자는 가만있고 공급자는 똑같은 교육을 제시해 놓고 학생들만 경쟁시키거든요.

박인규 : 획일적인, 소모적 경쟁을 하고 있다.

문용린 : 네. 그런 점에서 제가 말씀드리고, 앞으로 이명박 대통령 정권하에서 추진돼야 될 경쟁이란 것은 교육공급자의 경쟁이지, 결국 학생의 경쟁이 아니라는 겁니다. 학생의 경쟁은 공급자의 경쟁에 의해서 혜택을 보는 그런 측면의 얘기죠.

박인규 : 교육자들 간의 경쟁이란 측면에서 보자면 교원평가도 그런 것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문용린 :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도죠.

박인규 : 현 정부에서 상당히 논란이 많아서 시행이 못 된 거 아닙니까.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야 될까요?

문용린 : 너무 교원평가를 너무 승진 같은 것과 관련을 시키거든요 인사관리제도의 일환으로 자꾸 이걸, 교원평가를 관련을 하고 학부모가 선생님을 평가해서학부모 손에 의해서 선생님의 승진이 결정되고 전근가고 오는 게 결정되면 어떡하느냐. 그게 본질이 아니죠.

박인규 : 교원평가의 목표를 다르게 생각하는 거군요.

문용린 : 그렇죠. 아이들의 변화, 아까 얘기한 아이들을 도덕적으로 인성적으로 얼마나 잘 변화시키느냐, 이런 것 가지고 경쟁이 전 돼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저는 경쟁을 너무 인사고과와 관련된 경쟁으로만 보게 되니까, 그렇습니다.

박인규 : 교육하는 측의 경쟁이란 측면에서 보면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문젠데요. 많은 분들이 대학 입시때까지만 얘기하고 대학교육의 질을 올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학 스스로도 고민을 안 하는 것 같다, 이런 지적들을 하세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용린 : 저도 뭐 대학에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고민들을 많이 하죠. 요즘 대학교수들이 참 바쁘세요. 왜냐면 매년 논문평가, 논문실적을 내야 되고 학생들로부터 강의평가를 받거든요. 이러니까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어요. 고민을 하고 있죠. 그러나 그것 가지고 충분하다는 얘긴 아니고 저도 그렇게 얘기합니다. 대학이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커트라인이 얼마냐에 따라서 그 학과가 좋고 나쁘고가 결정됐거든요. 그러나 이건 지극히 원시적인 평가죠. 지금 그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에서 4년 동안 머무는 동안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났느냐.

박인규 : 뭔가를 배워갔느냐

문용린그렇죠. 그래서 그걸 학자들은 '대학효과'란 말을 씁니다. 컬리지 이펙트. 뭐냐, 대학 들어오기 전의 것을 동일하게 놓고 대학 들어와서 4년 동안 얼마나 사람이 달라졌느냐 말이죠. 진전됐느냐. 이걸 지금 벌써 대학평가는 그 방향으로 이미 돌아섰습니다. 대학이 얼마나 사람을 변화시켰느냐는 쪽으로. 그런 면에서 대학도 지금 그런 것들이 제대로 되려면, 예컨대 국립대학 같은 경우 총장이 인사권한이 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대학에 자율권을 줘서 대학에서 인사권과 승진과 보직, 봉급책정권 이런 것들이 그런 건전한 평가를 통해서 경쟁이 일어나도록 할 수 있는 그런 대학해정의 자율화 같은 것이 대단히 중요한 거죠.

박인규 :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자율화가 필요하다.
그것과 관련... 다른 문제긴 합니다만, 요즘 청년실업이 굉장히 큰 문제인데 기업에 계시는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육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지식이랄까 기술을 못 가르치고 있다. 그런 우려를 하시는데요

▲ ⓒ프레시안

문용린 :
당연합니다. 우리나라 대학이 너무 사회 돌아가는 것과는 대학 자체 놀이에 빠져 있었거든요. 예컨대 무슨 과, 무슨 과 하면 아이보리타워고 상아탑이고. 우리는 뭐 무슨 개론에서부터 시작해서 대학 들어오면 그 학과 선생님들이 주로 가르치는 과목, 전공하는 과목만 공부했거든요. 이 아이들이 대학 4년을 졸업하고 나서 어떤 사회에 들어가서 어떤 일을 할거다 라는 건 별로 염두에 두지 않고 내가 가르치는 과목만 가르치면 된다는 식으로 가르쳤거든요. 적어도 전 세계에서 지금 70년대 이후부터 대학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대학이 이제 매스에듀케이션 단계로 들어가거든요. 대중교육 단계로 들어가면서 대학이 전공과목을 가르치는 데라기보다는 대학이 시민으로서 교양을 가르치는 쪽으로 이미 방향전환을 했어요.

그래서 그게 바로 유니버시티컬리지거든요. 대학 1학년 들어올 때 학과로 뽑는 게 아니라 대학 신입생 전체정원으로 뽑는 겁니다. 그래서 대학 1,2,3학년 4학년까지도 자기 학과 소속이 없이 자기 하고 싶은 공부만 쭉 하는 겁니다. 내가 정치학에 관심있으면 정치학과에 들어가서 정치를 배우는 게 아니라 여러 과목 중에서 흥미있고 관심있으면 정치학 과목을 많이 선택하겠죠. 졸업할 때, 내가 들은 과목이 130학점인데 그 중에 정치학 과목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럼 난 정치학 전공으로 졸업장에 썼으면 좋겠다 하면 그렇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젠 정치학개론, 무슨무슨 개론이 아니라 문화와 전쟁, 여성과 사회, 과학과 문명, 이런 식으로 폭넓은 과목으로 돼 있어서, 어느 학과 졸업생이 아니라 제대로 된 교양인 이런 쪽으로 나가고 있는데 우리 대학들은 여전히 학과에 안주해 있었죠. 그러니까 사회가 필요로 하는 건 건전하고 건강한, 그런 창의적인 교양인을 필요로 하는데 우리는 무슨 과 졸업생만 키웠거든요. 이러니 사회와 대학의 기능이 지금 걸맞지를 못해요, 우리나라가 특히

박인규 : 매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다가 역시나 하고 실망한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안 그러길 바라고요. 우선 이명박 차기 대통령에 대해서 교육 관련해서 당부하시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용린 : 저는 이 말씀을 드린다면 가장 중요한 게, 대학에게 모든 각 급의 학교에게 자율을 주고 그 자율을 책임있게 행사하도록 국가가 모니터링하고 평가하고 지원하고. 일단 간단하게 그 원칙에 입각해서만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자면 교원평가 제대로 하고 학교평가 제대로 하고 이렇게 해서 거기에 나온 결과에 따라 학교를 지원해라. 지금보다 더 많은 예산을 가지고 지원해 줘라. 그래서 일거수 일투족을 간섭하기보다는 교육자들에게 맡기는 게 좋겠다는 게 생각입니다.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 앞으로의 교육은 자율과 경쟁, 특성화, 이런 식으로 돼야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명박 차기 정부에서 좋은 교육정책 만들어 주기를 한 번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문용린 : 네.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란다> 특집 5부작, 두 번째 시간으로 교육부 장관을 지낸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를 초대해 차기 정부가 나아가야 할 교육정책과 그 방향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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