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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 운하에 '이명박 유령 유조선' 출현?

'수에즈 유조선 좌초 사고'에 국내 언론 '이상한 침묵'

영국의 <로이터> 통신, <데일리텔레그래프>, 프랑스의 <AFP>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2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운하인 수에즈 운하에서 대형 유조선 1척이 좌초돼 5시간 동안 수에즈 운하의 통행이 중단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관련 기사: 수에즈 운하에 유조선 좌초 사고…경부 운하는 안전?)

세계 주요외신들이 이처럼 긴급 타전한 '수에즈 운하 유조선 좌초 사건'(원문보기)에 대해 21일 오후 4시가 되도록 국내 대부분의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내 매체에서는 이 외신이 21일 국제뉴스 속보로 올랐다가 갑자기 사라지기도 했다.

이명박 당선자가 경부운하 건설 계획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사정을 감안해 알아서 '자율 보도 통제'를 하고 있다는 강한 의혹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 21일 오후 4시 경 '수에즈'로 검색한 네이버 검색창. ⓒ프레시안

이명박 "운하에는 유조선이나 독극물 실은 배는 다닐 수 없다"

지난 16일 대선 마지막 TV 합동토론회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는 경부운하에 대한 환경파괴 위험성에 대해 다른 후보들이 공격을 가하자 이렇게 답변했다.

"어떤 분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 서해안 같이 기름이 유출되지 않겠냐고 이야기합니다. 운하에는 유조선이나 독극물을 실은 배는 다닐 수가 없게 되어 있습니다. 지난 50년간 전세계에서 운하에 배가 빠져 기름이 유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 공격 자체가 또하나의 음해입니다."

당시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경부운하 공약에 대해 "경제성 없는 것은 두말할 나위없고, 환경파괴에다 특히 이번에 태안 기름 유출사고가 그 심각성을 말해준다"고 이명박 후보를 맹비난했고,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역시 "서해 기름 유출을 보면서 운하가 떠올랐다"며 서해 기름 유출사고를 경부 운하 문제로 직결시켰다.

이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여기에 온 후보들은 운하에 대해 깊이 듣지 못하고 반대하는 말만 들었다"면서 이같이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이 토론회 발언 직후부터 정작 운하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은 이명박 후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운하에는 유조선이 다니지 않는다는 이명박 당선자의 발언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근거 자료들이 버젓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자료들에 따르면, 미국 운하에서의 물동량 중 원유와 석유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44.0%에 달하며, 독일의 경우 다뉴브강과 미텔랜드 운하에서도 총 물동량의 6~15%를 유류가 차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해안경비대가 200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7년부터 2004년까지 바지선에서 유출된 원유 및 석유제품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피해를 입은 어민들이 이명박 당선자에게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자료들이 엉터리이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세계 최대 운하인 수에즈 운하에 '유령 유조선'이 나타나 좌초되는 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또한 '경부운하의 전도사'로 불린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가 각종 토론회에서 역설하듯 "경부운하에서 선박 사고가 날 확률은 비행기가 63빌딩에 부딪칠 확률과 같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63빌딩에 비행기가 부딪칠' 확률을 가진 사건이 수에즈 운하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적어도 경부운하에 대한 이명박 당선자의 주장은 이번 수에즈 운하 사건으로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또한 내일(22일) 주요 조간신문까지 '수에즈 유조선 좌초 사고' 기사를 외면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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