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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에 관한 '쌩뚱 맞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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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012년 대선에 관한 '쌩뚱 맞은 전망'

다음 주자는 누구? 90년대 생들의 선택은?

2007년 대선은 일찌감치 굳어진 '대세론'에 감동과 드라마를 강탈당한 재미없는 선거였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현실에선 터럭도 보이지 않은 '반전'의 요소를 '신령한 통찰력'으로라도 찾아보겠다는 필사의 몸부림이 있었으니…여권에선 유난히 '점(占)'집을 찾는 발걸음이 부산했습니다.

점과 해몽, 사주풀이와 토정비결이 각각 다른 끝을 토해내는 와중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스토리는 '오법사'라는 역술인의 예측이었습니다. '오법사'는 정치인의 사주를 펴들고 눈을 감으면 미래의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신기'를 갖고 있다는데, 비록 그가 청와대 주인으로 지목한 후보는 맥없이 나가떨어지고 말았지만 그 독특한 예측의 방식은 두고두고 여의도 구설수를 오르내렸습니다.

'2012년 대선 전망'이란 범상치 않은 기사 지시가 내려왔을 때, 바로 그 '오법사'가 빗자루를 타고 머릿속을 가로 질렀습니다. 지금부터 <프레시안>이 2012년의 한 장면으로 날아갑니다. 미래학자의 탁견도, '오법사'의 신기도 없기에 그저 실없는 환타지로 끝나버릴 수도 있는 '2012년 대 예측', 2012년의 그 어느 날 '스포일러'였음이 밝혀진다면 옥인동에서 '이법사'를 찾아주세요.

오세훈과 강금실의 '리턴매치'
▲ 5·31 지방선거에서 경합을 벌였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강금실 전 법무장관, 2012년 대선에서 이 둘의 '리턴매치'를 볼 수 있을까?ⓒ연합뉴스

2007년 선거를 통해 시청은 '미래 권력의 발상지'가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청에선 광화문 복원, 분양원가 공개, 공무원 퇴출제 등 대중의 입맛에 '꼭 맞는' 정책을 차근차근 실천하고 계시는 오세훈 시장이 정권 계승의 '꿈나무'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오 시장이 대권을 노리고 서울시장에 출마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비밀'이기에 2010년까지 첫 임기를 마치고선 재선에 도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 퇴임 후 한 동안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서민밀착형' 행보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약점으로 꼽힌 '귀공자' 이미지를 털어내야 할 테니까요.

오 시장의 카운터파트로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제격이죠.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패셔니스타'인 두 인사는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같은 듯 다른' 매력으로 경쟁을 벌였습니다. 2007년 대선 막판에 정동영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선거전에 뛰어든 강 전 장관은 신당의 대선 패배의 상처를 봉합할 '의장감'으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열린우리당과 신당 통산 첫 여성의장으로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당권도 잡고 대중적 인기도 얻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성공 모델'로 가는 길이 되겠죠.

'노무현 심판론'의 광풍이 몰아쳤던 2006년에는 강 전 장관이 더블스코어 차로 완패를 면치 못했지만 2012년에는 국정 실패 세력의 멍에가 벗겨질 테니, 흥미로운 진검승부가 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해 봅니다.

■ 삼성家의 후보 배출

여의도 바닥에서 '삼성 장학생' 아닌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지만, 그래도 이건희 회장 일가가 직접 정치판에 투신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정주영-정몽준 부자가 대를 이어 선수로 뛴 현대보다는 우아한 편이었죠. 그러나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와 이어진 특검으로 '피를 보고 있는' 삼성이니만큼 체면 챙길 겨를이 없습니다.

그래서 2012년엔 명실상부한 '삼성 후보'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해 봅니다. 삼성에선 '과거 10년에 대한 수술의 여파가 한국 경제 향후 10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위기어린 목소리가 나오는 판국이라니, 다시는 '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이왕에 해 오던 정치를 본격적으로 해 볼 수 있겠다는 얘기지요.

당장 떠오르는 주자로는 '삼성 반도체 신화'를 이룬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이 있습니다. 그러나 진 전 장관은 2006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좌절한 경험이 있는데다가 이번 대선 막판에서 이명박 후보 지지에 대한 '말 바꾸기'로 스텝이 꼬여버린 상태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금감위원장으로 거론되는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도 '삼성맨'으로 꼽히지만 특검 수사 대상자이기도 해서 삼성 후보로선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꾸준히 한나라당 영입설이 나오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금으로선 가장 '프레시'한 후보로 보이는 가운데, 아예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직접 나서보는 건 어떨까요? '삼성왕국'도 넘겨받으셨는데 대한민국쯤이야…

■ 킹메이커 노무현
▲ 노무현 대통령은 현역에서 물러나서도 '정치'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 대통령이 '킹 메이커'로 나선다면 킹은 유시민?ⓒ연합뉴스

2007년 선거에서는 예상외로 '얌전히' 지냈던 노무현 대통령, 그러나 전직 대통령으로 물러나서도 그 '얌전함'을 유지하기는 어려우리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입니다. 현역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자하는 정치인의 속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게다가 환갑을 막 넘긴 노 대통령은 역대 최연소 전직 대통령입니다. '뒷방 늙은이'로 물러 나앉기에는 심신이 너무 젊은 것이죠. 노 대통령이 2012년 선거의 막후 권력자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 탓입니다. 이미 지난 6월 구성된 '참여정부 평가포럼'이 친위부대 조직으로 모습을 드러낸 상황입니다.

일단 퇴임 직후는 봉하마을에서 '비정치적'인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올해 초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 대통령이 은퇴 후 봉하마을에서 고향·농촌 복원운동을 벌일 것 같다"고 언질을 놓기도 했습니다. 도시 은퇴자들을 위한 시범 케이스를 만들 계획이라는데, 이미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 '이지원', 개량 독서대로 두 개의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감 따는 장치를 만들었던 '발명가 대통령'이 '21세기형 마을'을 만든다니 벌써부터 지지자들 사이에선 기대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노짱'의 시도가 성공을 거둔다면 봉하마을은 친노세력의 아지트로 거듭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노짱'이 선택할 '킹'은 누굴까요? 지금 상황으로선 유시민 의원이 가장 유력해 보입니다. 유 의원이 원래 지역구인 덕양을 버리고 내년 총선 대구 출마를 선언한 것은 '노무현 코스'의 복습인 셈입니다. 보수의 아성에서 장렬하게 전사하는 '바보' 캐릭터로 대중의 비호감을 극복해 보겠다는 전략인데요, 노 대통령이 차기에서 유 의원을 민다면 이거 '유짱'의 전 방위 지원사격으로 권좌에 오르신 '노짱'의 보은이라고 해야 하나요?

폴리테이너의 진화

이번 선거에선 유난히 '폴리테이너'(정치인politician과 연예인entertainer의 합성어)들의 '헛발질'이 많았습니다. 탤런트 이덕화 씨는 한나라당 경선도 치르기 전에 이명박 후보에게 "각하, 힘내십시오"라고 해서 빈축을 샀고, 선거운동 막판에는 후배 연예인들을 굴비 꿰듯 한나라당사로 꿰어 단체 지지선언을 시켰으나 일부가 "본의와 다르다"고 발뺌을 하는 통에 스타일을 구겼지요. 백일섭 씨는 이회창 후보의 출마에 "뒈지게 맞아야 한다"고 막말을 했다가 이 후보 측으로부터 '테러'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죠. 한나라당 경선 중에는 박근혜 전 대표를 '그림자 수행'한 선우용녀 씨와 전원주 씨의 활약이 돋보이기도 했지만 줄을 잘 못 선 탓에 경선과 함께 그들의 활동도 종료되고 말았습니다. 폴리테이너들은 또 '승산'이 적은 범여권에는 '베팅'을 꺼려 소신을 갖춘 지지 세력이라기보단 '되는 곳'에 붙는 얼굴마담으로 스스로의 위치를 낮춰버리기도 했죠. 2002년에는 영화배우 문성근 씨와 명계남 씨가 노사모의 구심을 맡아 '노무현의 사람들'로 꼽혔다면, 2007년에는 유인촌 씨 정도가 '이명박의 사람들'에 이름을 걸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사회에 팽배한 외모지상주의가 정치권으로도 스물스물 넘어오는 마당이니 2012년엔 일단 '틀이 되는' 폴리테이너들의 정치적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이 '5000만의 연인'으로 등극했으니 범여권에서도 이에 맞설 '꽃미녀 대변인' 카드를 꺼내지 않을까요? 각 방송사마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아나운서들이 범람하고 있으니 자원은 무한할 듯합니다. 마침 2012년엔 공중파 방송의 디지털화도 완료된다고 하는데. 기미, 주근깨, 검버섯 정치인들은 '이제 안녕~'?

■ 90년대 생들의 '당돌한 표심'

2012년에는 1993년생에까지 투표권이 부여됩니다. 80년생이 처음 대학에 들어왔을 때, 주민등록 앞자리가 죄다 7로 시작하는 선배들이 우루루 몰려들어 "임춘애를 아냐"고 물어봤던 기억이 아득한데, 90년대 생은 임춘애는커녕 황영조도 모를 나이들이랍니다. 게다가 5·18을 소재로 한 <화려한 휴가>를 보고선 "실화가 맞냐"고 반문할 정도로 '탈 이념적'이고, 때리는 선생님을 폰카로 응징할 정도로 '저항정신'이 투철하며, 철저한 영어 조기교육으로 글로벌 마인드까지 갖춘 이 첨단세대들이 정치라는 신세계에선 어떤 방식으로 반응할지는 2012년이 돼 봐야만 예측 가능한 일입니다.

다만 이번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한 20대들은 기성세대와 다름없는 정치성향을 보여주는 등 많은 이들을 김빠지게 한 대목이 적지 않았는데, 개성 강한 90년대 생들의 유입으로 20대의 호전적인 정치참여가 가능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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