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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이제 삶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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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주의는 이제 삶의 질"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2/20]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박명호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제17대 대통령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이명박 당선자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3곳에서 1위를 하는 등 절반 가까운 득표로 압승을 거뒀는데요. 이번 대선 결과는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심판과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적 여망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하지만, BBK 특검과 4월 총선이 새로운 정국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박명호 교수를 초대해 제17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자세히 분석해 보고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한 정국을 전망해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박명호 교숩니다. 박명호 교수는 1964년 서울 출생으로 1988년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2002년 미국 미시건주립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같은 해부터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한국선거학회 총무이사를 역임했고 현재 한국정치학회 연구위원으로 활동중입니다.

박인규 : 예상대로 선거가 이명박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는데요, 우선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전체적으로 총평 부탁드리겠습니다.

박명호 : 전체적으로 보면 무엇보다도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 국민적 평가에 다른 정권교체열망, 이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좌우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고요. 또 다른 특징을 보게 되면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나름대로 같은 진보, 같은 보수지만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다양화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되고요. 그리고 저희 정치학계에서 흔히 얘기하는 정권교체의 기준을 거의 충족시켰어요 이렇게 되면. 즉 수평적 정권교체를 두 번 한 셈이 되지 않습니까. 줬다 뺏었다 하는 셈이 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민주화가, 이젠 절차적 민주화의 경우엔 돌이킬 수 없고 이젠 거의 제도화됐다. 민주호의 어떻게 보면 다른 차원. 즉 지금까지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보면 참여 위주의 민주주의를 지향했다면 이제부터는 민주주의가 사는 문제, 먹고 사는 문제, 삶의 문제, 능력의 문제에 좀 더 중점을 둬야 되는 쪽으로. 즉 양수가 같이 가야 되는 것이었는데 하나만 좀 강조됐다고 할 수 있는 것이 결국은 반대로 치우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로 보여집니다.

박인규 : 절차적 민주주의에 관한 한 모든 실험은 다 해본 것이다. 이제는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박명호 : 그렇습니다. 이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거의 확보됐다고 봐야 될 거고 이제는 생활로서의 민주주의, 능력에 바탕한 민주주의가 돼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렇지만, 대개 대선이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접전을 했고. 때문에 투표율이 상당히 높았는데 이번에는 63%로 역대 가장 낮은. 아마 70% 이하로 내려간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사상 최저의 투표율, 이건 왜 그런 거라고 봐야 될까요?

▲ ⓒ프레시안

박명호 :
무엇보다도 유권자들의 실망에 따른 정치적 냉소주의의 반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특히 수도권지역의 유권자들이 막판에 BBK동영상 파문이라든가 그 이전부터 계속돼 왔던 도덕성 논란, 네거티브공방 이런 것에 상당히 식상해하지 않았겠느냐. 따라서 이것이 투표율 저하로 나타났고. 반대로 호남지역 같은 경우에는 단일화도 실패했고 따라서 승리의 가능성도 좀 더 약화됐고 이러저러한 것들이 투표율 저하로 이어졌고. 이것이 전국 단위로 보게 되면 전체적인 투표율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투표율이 사실 어느 정도 돼야 되느냐에 대해서는 기준이 사실 존재하진 않거든요. 다만 우리나라 대선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기 때문에 이번이 최종적으로 63%입니다만 5년 후에 이렇게 되면 50%대로 간다는 계산이 나오거든요. 이렇게 되면 이것이 선진국형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투표율의 하락은 정치적 냉소주의의 증가와 이번의 경우에는 상당히 연동도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권 전체가 책임부분을 통감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박인규 : 정치가 우리들의 삶을 개선해줄 것이다, 라는 믿음 같은 게 상당히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갈수록 좀 엷어진다. 그렇게 볼 수 있을까요?

박명호 : 그렇죠. 정치의 기능, 역할에 대해서 좀 회의적인 경우가 늘어난다고 봐야 되는 거죠. 특히 이번의 경우에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가야 되고 현재의 문제는 무엇인가 이런 것에 대한 토론이나 논쟁보다는 사실 도덕성 공방으로 거의 일관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기 때문에 못한다. 이렇기 때문에 해야 된다라는 것이 아니라 네거티브성 공방이 주를 이뤄왔기 때문에

박인규 : 내가 더 잘하니까 날 찍어달라...가 아니라 저 사람이 못하니까 날 찍어달라

박명호 :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권자들 입장에선 상당히 식상할 수밖에 없고. 또 이번 대선구도가 상당히 일찍부터 이명박 당선자의 우위가 1년 이상 지속돼 왔거든요. 그러다 보니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보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당락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상황이 계속됐기 때문에 투표를 본인이 하지 않더라도 크게 승부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 이런 것들이 투표율 하락을 부추기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이번 대선 결과를, 후보별로 보면 이명박 후보가 48.7%. 이회창 후보가 15.1%. 두 분이 합쳐서 65%에 가까워요. 말하자면 보수후보인데 보수후보가 3분의 2 가까운 득표를 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계속 우리나라가 보수일방독주에 의한 정치구도가 되는 게 아니냐

박명호 :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사실 그때그때의 국가적 필요, 시대적인 요구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따라서 합리적인 선택을 그때그때 해왔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대선의 경우에는 진보와 보수의 양자대결이었다기보다는 말씀하신 것처럼 보수내전, 보수의 전쟁 이런 식으로 보수후보들의 지지율을 합하게 되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그런 현상인데 이것은 전체적인 사회의 보수화 경향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대체로 보면 이념적으로 보수성향,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은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요. 다만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대체로 탈이념화되면서 보수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거죠. 전체적으로 보면 보수층 유권자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게 그런 현상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보여지고. 따라서 이것은 유권자들의 지금 현 시점에서의 주어진 선택제 안에서의 선택으로 봤을 때 그런 현상이 나타난 걸로 보여지고요. 4월 9일의 총선, 그 이후의 유권자들의 선택은 지금과는 또 다른 형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보여집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이른바 범여권 또는 진보개혁진영이 제대로 선거운동을, 선거를 못했다. 이렇게 봐야 되는 겁니까?

박명호 : 그렇죠. 기본적으로 일단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심판, 여기에 따른 정권교체 열망의 프레임이서 벗어나기가 어려웠고요. 어떤 후보가 나왔어도 아마 상당히 한계를 근본적으로 안고 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거기다가 시대정신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어젠더 세팅을 잘못 한 거죠. 구도 자체를 잘못 가져간 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5년 전과 5년 후의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식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뀌어 버렸거든요. 5년 전의 경우에 보면 어떤 추상적인 문제, 정치적, 이념적인 차원의 문제에 좀 더 우리가 매몰돼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문제보다도 생활의 문제, 삶의 문제, 이런 데에 좀 더 옮겨져 있었기 때문에, 과거에 남북관계 문제라든가, 이념적인 차원의 국가보안법 문제라든가 이런 것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 이제는 교육, 재테크, 삶의 질, 이런 좀 더 실용적인 차원의 문제로 바뀌어 버렸는데 아직도 거기다 대고 거대담론 위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가령누 곳은 엉뚱한 데 있는데 전혀 엉뚱한 제안을 제시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보는 거죠.

박인규 : 진보개혁진영이 시대의 변화, 민심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한 마디로. 그런 반면에, 박명호 교수께서 이번 선거를 총평하시면서 다양한 가치를 내세운 후보들이 많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과도 관련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회창 후보 같은 경우 무소속으로 나와서 15%를 얻었어요. 그래서 정치학자나 이런 분들이 정치가 발전하려면 정당체제가 발전하고 견고해져야 되는데 오히려 인물 중심으로 분화되고 있다. 정당정치가 없어지는 거 아니냐. 이명박당, 이회창당, 문국현당. 이런 식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데 이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박명호 : 이회창 후보의 경우에는 대단히 한국 정치의 두 가지 측면에서 양면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요. 하하는 부정적인 측면을 먼저 보게 되면 정당경선을 완전히 무력화시켜 버렸어요. 또 유행어를 하나 만들어냈죠. 본인은 부인했지만 스페어후보라는, 이번 대선이 참 여러 가지 유행어를 만들어냈는데 스페어후보론이라는 걸 제공했고. 그런데 이게 참 정당정치가 무력화돼버리는 거거든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는, 이런 부정적인 측면이 있었는데, 거꾸로 뒤집어놓고 보게 되면 15.1%의 최종득표율을 한 것으로 기록되는데 거꾸로 보게 되면 한나라당 후보를 결과적으로 도와준 셈이 돼버렸다는 거죠. 무슨 얘기냐 하면, 국민들이, 여당도 세 번의 합당과 네 번의 창당을 거쳐서 대통합민주신당에 이르렀는데, 이것도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최단기록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정당이 계속 바뀌는데도 국민들은 인물에 대한 초점도 두고 있지만 이젠 정당도 나름대로 아, 이 정당은 이런 류의 문제에 좀 더 익숙한 정당, 잘 할 수 있는 정당. 예를 들면 한나라당은 국방이나 외교, 또는 경제성장 이런 류의 문제에 좀 더 적절한 정당으로 판단하는 것 같고. 반대로 범여권 진영의 경우는 복지나 평화, 화해라든가 이런 류의 문제에 좀 더 적절한 정당으로 유권자들이 보는 거 아니냐. 따라서 정당의 이름이라든가 구성은 주기적으로 계속해서 바뀌어 왔지만 어떤 면면을 흐르는 세력에 관해서는 유권자들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결국 정당이라는 틀로 매겨져 있기 때문에, 이것이 비록 단기필마로 출마하고 국민중심당의 도움을 받았다 하더라도 결국 유권자들의 판단은 정당을 중심으로 인물을 통해서 이뤄진 거 아니겠는가, 이렇게 생각이 드는 거죠.

박인규 : 나름대로 정당의 특성들이 고정화돼 가는 면이 있다. 이번 선거와 역대 선거를 봤을 때, 선거 때마다 이른바 북풍이다 뭐 해서 말하자면 한반도에 상당히 작용했는데 이번에는 없어졌다. 그건 어떻게 보면 김대중 정부 이래의 성과일 수도 있는데요. 그것과 다르게, 이전 대선과 비교해서 지역주의라든가 세대차이, 이런 것들은 변화가 있었습니까?

박명호 : 지역주의는 뭐 커다란 변화가, 일부 양적인 차원에서 변화는 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질적인 차원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거 아니냐, 일단 이렇게 보여집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게 되면 정동영 후보가 영남쪽에서 얻은 득표와 이명박 후보가 두 자릿수 이상의 득표를 사실 호남에서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한 자릿수 이하로 내려갔거든요. 이런 건 과거와 별다르게 차이나는 현상이 아니란 말이거든요. 따라서 우리가 지역주의를,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지배적 위치를 점하게 되고, 또 한쪽에서 1위를 차지한 정당은 반대방향에 가게 되면 전혀 엉뚱한 지위로 가 있는다고 하는 이런 차원으로 규정하게 되면 지역주의는 잔존하고 있는 거고요. 또 수도권의 경우는 이번에 상당히 특아한 거였습니다. 특히 서울, 인천, 경기 수도권의 경우 한나라당이나 한나라당 전신의 정당들이 한 번도 승리했던 적이 없는 지역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과반수 전후의 기록을 득표했어요. 수도권이 사실 전국의 표심이 모이는 곳인데, 따라서 누구도 지배적인 위치에 있지 못했던 곳인데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지역주의, 지역적인 투표성향이 나타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보여지게 되고요. 세대의 경우에도 사실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보여집니다. 특히 2002년 대선의 경우에는 당시 386세대를 중심으로 위와 아래가 전혀 엉뚱한 반대 방향의 선택을 했고요.

박인규 : 아버지와 아들이 싸우는 선택이라고 했죠.

▲ ⓒ프레시안

박명호 :
그렇습니다. 그 균형추 역할을 했던 게 386세대였는데 이번엔 세대를 불문하고 이명박 후보의 우세가 다 나타났던 게 KBS출구조사 데이터인데 아직 세대별 투표성향에 대해서는 다른 데이터를 봐야 하기 때문에 일단 출구조사 데이터를 가지고 밖에는 얘기할 수 없을 것 같거든요. 그렇게 보여지는데, 특이한 것은 역시 나이가 들수록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좀 더 강해지고 있다는 거죠. 역시 세대에 따라서 차이는 없었지만 세대에 따라서 모두 이명박 후보가 1위를 했지만 강도의 부분에선 역시 전통적인 한나라당 성향이 나타났다고 보여지고. 특이한 점은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도인데, 이것이 세대가 내려갈수록 지지강도가 높아졌다, 거꾸로 나타났다는 거예요. 그 전의 현상과는

박인규 : 아, 젊은 세대의 지지도가 더 높았다는 말씀입니까?

박명호 : 그렇습니다. 오히려 60대에서 쭉쭉쭉 밑으로 내려갈수록, 20대가 제일 높게 나타나더라고요. KBS출구조사 데이터의 경우엔. 출구조사기 때문에 실제 유권자들이 그런 투표성향을 보였겠느냐는 건 좀 별개의 문제인데요, 지금 현재까지 나온 데이터, 일단 출구조사 데이터로만 봐서는 그렇게 나타난 현상이더라구요. 그런데 정반대거든요 여태까지 기대와는, 또는 여태까지의 현상과는. 그것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보수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이회창류의 보수와 이명박류의 보수에 대해서 20대가 판단하는 게 달라졌다는 거죠. 즉 이명박류의 보수가 좀 더 시장 친화적 보수라면 이회창류의 보수는 좀 더 원칙에 가까운 안보 위주의 보수라고 분류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서 보면 이게 전통적인 구분이 지금 아닌 걸로 20대에겐 다가가고 있다는 거기 때문에 정반대현상이 나타나는 거죠. 이런 것들은 좀 앞서 말씀드린 보수진영의 다양화, 다기화. 진보진영도 마찬가집니다만 그런 현상과 맥을 같이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됩니다.

박인규 : 약간 성급한 질문이긴 합니다만 우리나라 정치가 양당정치였는데 다당정치로 가는 게 아니냐. 또 이게 바람직한 거냐. 여러 가지 이논들이 있는 걸로 아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보십니까?

박명호 : 다당제 구도가 불가피하죠. 그건 아마 이번대선 과정에서 단일화 논의가 무성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단일화가 없었지 않습니까. 일부 후보의 사퇴와 지지선언이 있었습니다만 그렇게 크게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의 단일화 과정은 아니었다고 보여지거든요. 그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대선 직후에 총선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대선은 대선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지만 총선을 겨냥한 대선의 의미로서 보게 된다면 단일화 논의는 사실 별개로 취급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어요.

박인규 : 그런 면이 단일화를 막는 요인이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박명호 : 그렇죠. 단일화를 결정적으로 막는 구도라고밖에 볼 수 없었죠. 왜냐면 총선에서의 지분 문제가 있기 때문에 등등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이번 총선에서는 우리나라 선거제도 자체가 사실 다당제화 경향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1인 2표제기 때문에, 정당투표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정당에 대한 투표를 하게 되면 지금 아마 기존 투표율대로 계산하게 되면 이회창씨가 정당을 창당하고 지금 이번에 얻은 15.1% 내외의 퍼센트를 얻게 되면 아마 10석 정도는 무난하게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그렇게 되면 벌써 3,4개 정당이 이미 의회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거든요. 그렇게 되면 다당제화 가능성은 훨씬 높아지게 되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여소야대 가능성도 있다는 얘긴데 이것이 대통령제와 결합했을 때는 우리가 여태까지 경험해왔던 의회와 행정부, 의회와 대통령의 대립과 갈등, 이런 현상이 재현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 되겠죠.

박인규 : 약간 다른 질문이긴 한데 말이죠. 5.16 군사쿠데타 이후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은 군부 출신 아니면 3김으로 대표되는 직업적 정치인들이 주로 차지하다가 노무현이란 분이 어떻게 보면 새로운 정치인으로 출현했는데. 이번에 이명박 당선자 같은 경우는 기업인 출신이란 말이죠. 그 캠프에도 삼성 출신의 CEO들이 많이 들어가 있고. 그러다 보니 경제권력이 정치권력까지 잡는 거 아니냐. 기업이 온 사회를 지배하는 거 아니냐. 이런 우려들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박명호 : 상당한 우려의 부분이 있습니다.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은 구별이 돼야 되는데.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출마했을 때하곤 조금 다른 경우죠. 이게 고용사장의 경우기 때문에, 오너는 아니었단 말이거든요 어찌 되었든. 그런 차이는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좀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분은 이걸 반정치의 정치다, 이렇게 표현하는데

박인규 : 반대한다는 뜻입니까?

박명호 : 그렇습니다. 정치를 하지 않았는데 사실 가장 정치를 잘 한 셈이죠. 작년 지방선거 때 오세훈 시장의 경우, 강금실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라든가. 정치적 인물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오세훈 현 시장 같은 경우 정계를 사실 떠난다고 했던 분이었고. 불출마 선언을 통해서. 이명박 당선자의 경우도 어떻게 보면 여의도식의 정치권에서 성장한 인물은 아니라는 거죠. 따라서 국민들의 정치인 선택기준, 판단기준이 바뀐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죠. 정치적인 인물이긴 한데 경력을 다른 데서 검증받은 경우를 오히려 선호하는 거 아니냐.

박인규 : 오히려 정치인의 출신성분이 다양해진다. 그건 어떻게 보면 긍정적일 수도 있는데, 걱정하시는 건 말하자면 기업 출신들이 잡다 보면 이른바 대기업 위주의 정책이 되는 거 아니냐

박명호 : 맞습니다. 기업경영과 국가경영, 또 정당운용이라는 건 성격이 좀 다르지 않나 하는 거죠. 효율성과 효과성의 측면에서 보면, 정치의 영역은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효과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소통과 관련해서는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그런 면은 아무래도 적절하게 배분이 안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도 있는 거죠.

박인규 : 다양한 가치를 주장한다든가 다당제로 간다든가. 또 새로운 출신배경을 가진 정치인이 출현한다든가. 우리나라 정치가 상당히 많이 질적으로 변화한다는 느낌이 드네요.

박명호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이명박 후보가 절반 가까운 표차로 당선됐습니다만 아직 한 개의 장애물이 있죠. BBK특검법안이 통과가 됐는데요. 이 BBK특검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 같습니까?

박명호 : 글쎄요. 두 가지로 나눠서 봐야 될 것 같은데요, 정치적 차원의 절차가 있을 거고 법률적 차원의 절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차원으로 보게 되면 어제 대선의 결과로 보면 정치적 면죄부의 한 절반 정도는 받았다고 볼 수도 있어요. 국민적인 판단에 의해. 최종 적인 아마 국민적 정치적 판단의 최종 도착지는 아마 4월 총선 결과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듭니다. 이것이 그럼 법률적 절차를 제어할 수 있겠느냐라는 거죠. 결과적으로 노대통령의 판단, 또 범여권... 특히 대통합민주신당의 정치적 판단이 법률적 차원의 절차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간에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될 것이 많아지지 않았느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그 말씀은 말하자면 이명박 후보가 상당히 큰 표차로 됐기 때문에 BBK특검의 동력 같은 게 상당히 소진됐다. 그렇게 보시는 겁니까?

박명호 : 그렇죠. 정치적인 의미로 보게 되면, 그러니까 탄핵 때와 마찬가지라고 보여지는 거죠. 탄핵 때, 탄핵이 잘못됐다는 판단은 후에 나왔거든요 총선보다는. 그런데 정치적인 판단은 이미 앞서서 나온 거죠. 당시 4월 총선의 결과로서. 따라서 이번의 경우도 대선의 결과가 어떻게 보면 BBK논란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적 판단의 결과라고 봐야 되는 거 아니냐. 다만 문제는 법적 차원의 절차까지도 이런 정치적 결과가 과연 제어할 수 있는 것이냐. 만약 제어할 수 있다고 한다면 법적 절차의 신성함이랄까 원칙적인 부분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이런 것이 진행돼야 되는데 과연 가능하겠는가. 그리고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여러 정파들의 정략적 고려가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 과정에서 합의가 과연 가능하겠느냐라는 부분도 좀 검토해봐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박인규 : 어차피, 일단 과정에 들어갔기 때문에 마무리를 보긴 봐야 될 텐데 상당히 좀 풀기가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자, 이제 4월 총선이 남았는데요. 우선 정동영 후보 같은 경우에는 지금은 원내 제1당입니다만 이번에 26.2%를 득표하셨어요. 앞으로 대통합민주신당, 또 정동영 후보의 진로랄까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 ⓒ프레시안

박명호 :
명칭은 대통합민주신당인데 경우에 따라선 대분열민주신당으로 갈 수도 있거든요. 분기점은 정동영 후보의 득표율을 과연 어떻게 해석하느냐라는 것일 거예요. 특히 지역별 득표율을. 의원들 입장에서 보면 과연 이런 현상을 놓고 봤을 때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틀을 유지하는 게 본인의 당선에 유리하냐 유리하지 않느냐. 아니면 대분열신당으로 가는 게 본인의 당선에 유리하냐 유리하지 않느냐의 판단에 따라서 집단적인 행동, 또는 개인적인 행동의 다양한 형태들이 나타날 것이고. 이것이 결국 범여권의 이합집산. 범여권 차원의 정계개편을 한 번 가져올 수 있는 충분한 동인이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대분열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문국현 후보가 예상 외로 낮은, 5.8%기 때문에. 사실 새로운 대안이 되기에는 좀 애매한

박명호 : 그렇죠. 대체로 한 10% 내외를 본 분들이 대체로 많았거든요. 그 정도 되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나라 선거제도상 일정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동력도 되고, 또 흡입력도 좀 갖출 수 있지 않겠냐 봤던 건데, 지금 5%대기 때문에 조금 힘들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고요. 진보진영 전체가 위기 속에 빠져있다고 봐야 될 겁니다. 따라서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내부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보여집니다.

박인규 : 갑갑한 상태인 거군요.

박명호 : 그렇죠. 당분간은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나 싶습니다.

박인규 : 이회창 후보 같은 경우는 이번에 심대평 후보와도 연합했고. 어쩌면 충청도당, 어쩌면 제2의 JP를 꿈꾼다. 이런 분석들이 많던데, 어떻게 보십니까?

박명호 : 충분히 고려할 만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요. 특히 앞서 말씀드린 보수의 다양화 관련해서. 안보보수, 정통보수, 원조보수를 표방해서 나름대로 일정한 지지층을 확보할 가능성이 좀 있거든요. 특히 충청도 지역, 지역적으로 보게 되면. 그 다음 대구 경북의 일부 지역 중심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대선과는 또 다른 형태, 또 다른 조건이 주어지는 게 총선이기 때문에 총선용으로선 나름대로 가치가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보여집니다.

박인규 : 박근혜 전 대표 같은 경우에는 사실 어떤 분들은 사실상의 대선이었다라고 할 정도로 치열한 접전을 펼쳤는데. 박근혜 전 대표의 향배가 앞으로 보수, 또는 나아가서 우리나라 정치지형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는 예측들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박명호 : 그렇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표현하세요. 이번 대선에는 세 분이 있었다. 노무현, 이명박, 김경준. 거기 한 분 더 추가한다면 아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될 것인데

박인규 : 그 네 분이 가장 주요한 변수였다.

박명호 : 그렇죠. 또 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누구냐. 가장 많은 게 박근혜 대표를 꼽았거든요. 결정적인 고비마다 여론의 향배에 상당한 영향을 준 분이 박근혜 전 대표가 되는데, 나름대로 따라서 원칙의 정치인. 나름대로 어떤 이미지를 상당 부분 구축한 것 같고요. 그런 면에서 보면 상당한 정치적 자원을 이번에 많이 확보한 게 아닌가 생각되고. 따라서, 이번에 정몽준 의원이 영입됐습니다만 따라서 한나라당의 차기를 향한 경쟁구도에서 상당한 위치를 확보한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됩니다.

박인규 : 이회창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는데, 말하자면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나가서 이회창 후보와 힘을 합칠 가능성은 있습니까?

박명호 : 아마 했었으면 대선 과정에서 있었어야 되는데, 대선 후 결과가 이렇게 나와 있는 상황에서 그런 선택은 거의 무의미할 것이고. 박근혜 전 대표가 표방하는 원칙의 문제에서도 이미 이회창 전 총재가 출마하는 자체가 정도가 아니라고 언급한 그 차원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박인규 : 예. 어쨌든 이번 대선은 이명박 후보의 절반 가까운 득표로 끝났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정치시대가 열린다고 보여지는데요. 우리나라 정치가 어떻게 나가야 될지 마무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박명호 : 유권자들의 판단이 실용 위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 다음엔 이제 통합을 원하는 것이 됐고. 그 다음에는 소통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정치도 이전의 정치와는 다른, 생산적이면서 동시에 효과적인, 따라서 통합과 소통, 그리고 실용,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그런 정치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된다는 것이 이번 대선의 교훈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치열했던 대선전은 이제 끝났고 앞으로 정치가 실제로 우리 삶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박명호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박명호 교수를 초대해 이번 선거의 의미와 특성을 짚어보고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한 정국을 전망해 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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