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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눈물', 權 '침묵', 李 '담담'

여론조사보다 낮은 득표에 아쉬움과 실망감 교차

19일 오후 6시, TV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군소후보들은 말이 없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과반 득표를 달성하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게 견제표가 쏠리면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민주당 이인제 세 후보는 모두 여론조사에서 집계된 지지율보다 낮은 득표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어떤 후보는 눈물로, 어떤 후보는 침묵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에 대한 아쉬움과 착잡함을 대변했다.

文 "찍어주신 국민들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
▲ ⓒ연합뉴스

문 후보는 개표방송이 시작되기 2분 전 개표상황실에 도착했다. 기자들과 방송 카메라를 향해 손을 들어 인사 한 후 준비된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방송 3사 개표방송에 맞춰진 석 대의 TV는 문 후보의 예상 성적을 토해냈다. KBS-MBC 공동 조사에선 6.1%를, SBS 조사에선 5.8%를 예측했다.

문 후보와 당직자들은 3분여 이명박 후보의 과반 득표를 기뻐하는 이 후보 지지자들의 춤사위를 조용히 응시했다. 자리를 뜨기 위해 돌아선 문 후보의 두 눈은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문 후보는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기권하지 않으시고 투표장에 나와서 나를 직접 찍어주신 백 만이 넘는 많은 국민 여러분들의 꿈과 열정을 앞으로 꼭 실현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당직자가 꽃다발 두 개를 안기자 "하나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겠다"고 당직자에게 도로 주고, 나머지는 이정자 공동대표 품에 안겼다. 문 후보가 "애 많이 쓰셨다"고 손을 잡자 이 대표의 눈시울도 잠시 붉어졌다.

두 자리 수 득표를 기대했던 캠프 측은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에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단기필마로 4개월 만에 거둔 성과치고는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김갑수 대변인은 "수도권 투표율이 낮았던 점이 아쉽다"며 "문 후보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던 분들 중에서 허무주의와 패배주의에 젖어서 투표장에 안 간 분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와중에도 "오후 늦게 투표하는 젊은 유권자들이 출구조사에 포함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마지막까지 10% 득표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은 모습이었다.

상황실을 나가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눈 문 후보는 6시 30분께 귀가했다. 김 대변인은 "전날 밤 늦게까지 신당의 단일화 요구에 시달리느라 후보가 많이 피로해 한다"고 전했다. 문 후보는 일단 며칠간은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선거기간동안 쌓인 피로를 녹일 예정이다.

權 대패에 민노당 "…"

민주노동당은 '침묵' 그 자체였다. 출구조사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개표 상황실에 들어서는 권영길 후보의 얼굴은 이미 굳어 있었다.

역대 최악의 대패였다. 애초부터 당선이 목표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완벽한 패배였다. KBS-MBC 공동조사에서는 권 후보는 2.9%, SBS 조사에서는 간신히 3.0%를 얻었다. 공식 목표치인 300만 표, 13% 득표는 고사하고 내부 목표치였던 5% 득표도 얻지 못했다. 2002년(3.9%)보다도 저조한 결과였다.

출구조사 결과가 공식 발표되자 분위기는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문성현 당 대표와 심상정 공동선대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들 30여 명도 작정을 한 듯 모두 굳게 입을 다물었다.

권 후보는 침묵으로 20분을 보낸 후 마침내 자리를 떴다. 당 관계자들은 "대국민 메시지를 정리하기 위해 잠깐 자리를 비우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가시 방석이었을 자리를 떠나는 권 후보의 얼굴에는 참담함이 역력했다.

30분 간 자리를 피했던 권 후보는 곧 다시 상황실을 찾아 "국민 여러분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도 "민주노동당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호소드렸다"며 낮은 득표율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권 후보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국민 여러분께서 보내 주신 그 지지를 밑거름으로 다시 비상하겠다"고 다짐했다.

권 후보가 상황실을 나서 귀가길에 오를 때 당 관계자들은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며 박수를 쳤지만 그 박수 마저도 맥이 빠져 있었다.
▲ ⓒ연합뉴스

박용진 대변인은 "(출구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당에 대한 질책과 사랑의 매라고 생각하고 감사히 받아 들이겠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의 당선 예측에 대해서는 "축하말씀을 건넬 수 없는 지금의 비정상적인 상황이 안타깝다"며 "당선 예정자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는 점과 온갖 의혹의 대상이라는 점이 오늘 결과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평했다.

공식 논평은 당선예정자를 향한 날이 서 있었지만 가슴 속의 칼은 권 후보의 저조한 득표치를 향해 있는 듯 했다. 한 관계자의 입에서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능력이 없으면 문 닫아야지 별 수 있냐"는 말까지 나왔다.

조직적 지지를 선언하고 발로 뛴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어제부터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대패를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는 말로 들렸다. 참담한 패배의 원인에 대해서는 이 위원장은 "준비가 너무 부족했던 것이 투표율로 나타난 것 아니냐"고 했다.

李 "국민께 송구"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었다. 출구조사가 '소숫점' 득표를 예상하는 데에도 "이명박 후보에게 진정으로 축하드린다"며 당선 예정자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

이 후보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즉시 준비된 '국민과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국민의 주권은 신성하며 그 선택은 절대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성적에 대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또 다시 국민의 뜻을 받드는 데 실패했다"며 "국민께 송구스럽고 미안할 따름"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당을 향해서는 "민주당은 앞으로도 국민과 함께 위대한 역사 창조를 위해 전진해 나가야 한다"며 "이제 민주당을 재건하는 일에 백의종군할 결심"이라고 강조했다.

선거 막판 민주당은 후보 단일화에 대한 견해차로 붕괴 위기에 몰렸었다. 당직자 대부분이 '정동영 지지'를 공개 선언한 판국이니 만큼 그 내홍의 여파는 선거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이 후보의 착잡한 표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후보는 따로 마련된 선거 상황실에 들르지 않고 후보실에서 따로 개표방송을 지켜본 뒤 곧바로 당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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