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년 내내 의혹을 달고 산 이명박 후보에겐 다행스럽게도 주요 고비마다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만한 굵직굵직한 사건이 터져줬다. 가히 '운칠기삼'의 성공기다.
"3대 종교가 도왔다"?
한나라당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7월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는 수세에 몰린 이명박 후보의 '구사일생'의 외부 환경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탈레반과의 협상에 쏠렸을 때 인터넷 기사 댓글 중에는 "이명박이 돈 주고 산 탈레반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았다.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긴 하지만 당시 박근혜 전 대표에게 도곡동 땅 차명 소유 의혹 등으로 쫓기던 이 후보가 이 사태로 한숨 돌리게 됐다는 것을 꼬집은 말이었다.
박 전 대표의 공세는 급속 냉각됐고 이명박 후보는 피랍사태를 핑계로 언론노출 빈도를 줄이는 등 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에서 한 발 물러날 수 있었다. 게다가 8월 초에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져 한나라당 경선에 대한 이목을 빼앗았다.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고 9월 추석 직전에는 '신정아-변양균 사건'이 터져 반사이익을 봤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이맘때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 '이명박 때리기'가 묻혀버렸음은 불문가지다. 특히 이 사건은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의 횡령 혐의까지 겹쳐 '이명박 도덕성' 논란에 물을 탔다.
잇따른 행운이 이어지자 탈레반의 신앙인 이슬람교, 변양균-신정아 사건에 얽힌 불교, 이 후보의 신앙인 기독교를 아울러 "3대 종교가 이명박을 돕고 있다"는 농담이 파다하게 퍼지기도 했다.
신당이 대선 후보를 선출한 10월 25일의 2주 뒤에는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정동영 후보의 '컨벤션 효과'는 끝이 났을 뿐 아니라 국정감사 등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된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 공세를 가리는 역할을 했다.
'운칠기삼'의 정치인 이명박의 행운은 이어질까?
12월 초 검찰이 BBK 사건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만 해도 이명박 당선자는 여전히 '운은 내편'이라고 안심했었을 것이다. 게다가 연이어 기름 유출 사고마저 터져 이명박 BBK 의혹 공방에 할애할 지면을 빼앗아 갔다.
그러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스스로 "BBK는 내가 설립했다"고 말하는 '광운대 동영상'이 공개되고 '이명박 특검법'의 국회 통과되는 등 위기는 여전하다.
물론 이 동영상이 대세를 뒤집기에는 너무 늦은 선거 이틀 전에 공개됐다는 점도 이 후보의 운이라면 운이다. 특검마저 무혐의 결론을 내린다면 그야말로 행운의 사나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 당선자 발목의 커다란 족쇄나 다름없는 '이명박 특검'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현재로선 시계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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