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집단 불참 속에 '이명박 특검법'을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이 날의 성과를 자축하면서도 대부분 사흘간의 밤샘농성 탓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본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상당수 의원들은 발언시간 도중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신당 의원들은 전날 공개된 '이명박 동영상'이나 이날 통과된 '이명박 특검법' 등으로 이틀 남은 대선에서 역전의 한방을 꿈꾸기보다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최후의 보루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를 두는 모습이었다.
최선의 경우 이명박 후보가 당선 후 취임하기 전에 기소해 당선 무효를 이끌어낼 수 있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특검법 도입으로 불씨를 살려둔 'BBK 대치 전선'을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선거 이후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할 것인가"
김효석 원내대표는 "우리는 진실을 위한 길을 걸었으나 어떻게 보면 그 길은 슬픈 길이기도 하다"며 "특검법이 통과됐으나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이후 우리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할 것인가. 슬픈 길이다"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의 일부를 낭독하면서 "진실은 이미 전진하고 있다"며 "거짓말 후보 이명박을 반드시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하고 법정에 세울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해찬 선대위원장은 "이명박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결국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혹이나 왜곡된 환경으로 이 후보가 당선되는 큰 불행이 오더라도 바로잡을 수 있는 특검법을 우리가 확보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 후보가 특검 대상이 되는 것, 만에 하나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통령이 기소가 되는 것, 또 재판 결과로 대통령직에서 박탈되는 것 등 앞으로 초유의 사태를 계속 겪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헌정사의 혼란을 겪지 않기 위해서도 대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태 선대위원장은 "이제 마지막 남은 진실 하나는 이명박 후보가 시민으로서 양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후보를 사퇴하는 것"이라고 이 후보를 압박하면서 "앞으로 남은 하루 반동안 전력을 다해 정동영 후보로 사실상 단일화 시킬 수 있도록 하자"고 독려했다.
한편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지금 마음이 그렇게 가볍지는 않다"며 "'이명박 동영상'이 공개되기 이전에도 수많은 거짓과 비리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전 의장은 "동영상이 공개됐다고 해서 국민의 닫힌 마음이 얼마나 풀릴 것이냐. 나는 자신이 없다"며 "우리가 그간의 잘못을 인정하고 뼈저리게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일갈했고 의총장 분위기는 잠시 숙연해졌다.
신당 의원들은 이날 의총 직후 '국민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공동성명을 채택해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진실과 거짓, 상식과 몰상식의 대결이다. 거짓말에 투표해서는 안된다"며 "진실이 거짓을 이긴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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