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들어오는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으나 신당 의원들은 이를 뚫고 들어가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의장석 빼앗은 신당…욕설 대치
한나라당은 전날 본회의장을 점거하면서 회의장으로 들어오는 모든 출입구를 쇠사슬, 전기줄, 집기 등을 동원해 봉쇄했다.
신당 의원 90여 명은 본회의장 앞에 진을 치고 연좌농성을 벌이다 임채정 국회의장에게 본회의장 출입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 경비직원들이 5시 20분께 전기톱을 동원해 회의장 정문에 질러뒀던 가로대를 잘라냈고 신당 의원들은 "진실 승리"를 연이어 외치며 회의장으로 입장했다.
신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입장하자 바로 몸싸움이 벌어졌다. 신당 의원들은 임종석, 정봉주, 강기정, 김형주, 노웅래 의원 등 초·재선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지금 뭐하는 짓들이냐"고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정봉주 의원과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은 서로의 멱살을 잡기까지 했고 이 의원은 강기정 의원의 머리채를 잡고 뒤흔들기도 했다. 양 당 의원들 사이에는 "너 이 새끼 빨리 내려와", "쥐새끼들같이 이게 뭐냐"는 등 욕설도 오갔다.
특히 몸싸움 와중에 얼굴 부분을 가격당한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도 하고 의장석에 있던 심재철 의원은 자신의 지팡이로 신당 의원들을 저지해 서갑원 의원이 맞기도 하는 등 양당 의원들은 위험천만한 상황을 계속 연출했다.
결국 신당 의원들은 30분가량의 몸싸움 끝에 6시께 한나라당 의원들을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강기정 의원이 의장석을 차지하자 20여 명의 신당 의원들은 재빨리 강 의원을 둘러싸 의장석을 점거했다. 이 와중에 몸싸움 끝에 탈진한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들것에 실려 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로써 일단 양당의 몸싸움 사태는 일단락됐다. 대신 양 당 의원들은 서로 욕설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대치 상황을 이어갔다.
신당 "이명박 특검법 반드시 관철해야"
이에 앞서 양당은 한나라당은 회의장 안에서, 신당 의원들은 회의장 밖에서 각기 성토대회를 벌이며 여론전을 펼쳤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봉쇄한 정문 앞에서 도열해 앉은 의원들 앞에서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BBK 검찰수사로 진실이 생매장 되는 결과를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명박 특검 법안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연설에 나선 이해찬 선대위원장은 "의원들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초등학교 반배치를 기다리는 초등학생들 같다"고 농담을 건넨 뒤 "지난 20년 간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앉아있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마치 5공화국이 부활한 것 같다"며 "이러고 앉아있을 때가 아니다. 문이라도 부수고 들어가 특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독려했다.
송영길 의원이 마이크를 잡자 주변의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야유를 보내고 "잘 가세요~ 잘 가세요"라는 노래도 부르면서 의원들을 방해했다. 이에 격앙된 김효석 원내대표와 선병렬 의원, 지병문 의원 등이 현장에 있던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에게 강력히 항의하면서 분위기가 다시 험악해지기도 했다.
한나라 "지금부터는 전투태세"
본회의장 밖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회의장 안에서 농성 중이던 한나라당 의원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제 의장석으로 모두 올라가십시다"라면서 의원들을 진두지휘했고, 좌석에서 대기하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일제히 의장석 주변에 몰려들었다.
안 원내대표는 "신당 의원들 100여 명이 집결하고 있고, 소화기를 놓고 정문의 유리문을 깨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제부터는 전투태세"라고 의원들을 독려했다.
본회의장 출입구를 안에서 완전히 봉쇄한 탓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워 보였지만 일부 의원들은 저고리까지 벗어 던지면서 '일전'을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의장석은 심재철 의원이 차지했고, 김충환, 박형준, 김기현, 윤건영, 최구식, 황진하, 유기준, 공성진, 박계동, 권오을, 김학원, 정두언, 최경환, 이병석 의원등 60여 명이 주변을 에워쌌다. 진수희, 박찬숙, 고경화, 이혜훈 의원 등 여성의원들도 동참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증거사진'를 확보하려는 듯 차명진 의원은 카메라까지 들고 나섰다. 배일도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책상, 서랍장 등을 옮겨 와 의장석 바로 아래 위치한 속기사석의 출입구마저 봉쇄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당초 속기사석으로 통하는 바깥 출입구를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지키고 있었으나 이날 오후 2시쯤 신당 관계자들이 몸싸움을 벌여 빼앗았기 때문. 이날 본회의장 안에서 벌어질 의원들의 몸싸움을 예고하듯 양 측은 욕설을 주고받았고 일부 당직자들에게서는 술냄새가 풍기기도 했다.
"깝죽대지 말라" vs "나이도 어린 사람이 버릇없이…"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모습을 드러낸 신당 이상민 의원과 한나라당 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상민 의원은 "홍준표 선배는 왜 뒤쪽에 서 있나. 좀 더 앞으로 가시라"고 농담을 던졌다. 정작 홍준표 의원은 웃어 넘겼지만, 의장석에 앉아 있던 심재철 의원이 "이상민 의원은 깝죽대지 말라"고 고함을 지르면서 분위기가 험악해 졌다.
이에 이 의원이 "나이도 어린 사람이 목에 힘주고 거기(의장석)에 앉아서 버릇없이…, 이 사람아, 깝죽이 뭐야"고 받아쳤지만, 심 의원은 "깝죽이 아니면 껍죽이냐"고 물러서지 않았다.
대치가 이어지면서 박형준 대변인이 확성기를 들고 현장의 기자들에게 현안 브리핑을 하는 진기한 장면까지 연출됐다. 브리핑 내용 자체는 본회의장 대치와 무관한 것이었지만 신당 의원들이 언제 본회의장 진입을 강행할지 몰라 대변인도 자리를 비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 대변인은 "대변인이 본회의장에서 핸드 마이크를 통해 논평하는 것은 아마도 헌정사상 초유의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 장기화 될 듯…'이명박 특검' 직권상정은 17일 이후에나
신당은 일단 국회의장석을 점거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날 '이명박 특검법'을 직권상정하는 것은 물건너 간 상황이 됐다. 임채정 국회의장이 이날 '이명박 특검'의 법사위 심사기일을 17일까지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신당 최재성 원내 공보부대표는 "국회의장이 심사기일을 17일로 지정한 이상 그전까지는 직권상정이 불가능하다"며 "그 대신 법사위가 특검법안을 심사하지 않아 17일 12시까지 본회의에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으면 자동으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당은 17일까지 의장석 점거상태를 풀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최재성 부대표는 "한나라당이 상습적으로 불법점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17일 본회의도 저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날까지 합법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양당의 대치상황은 장기화되는 분위기지만 'BBK 수사검사 탄핵안'의 처리시한인 15일 오후 2시까지는 긴장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 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며 "일단 국회의장이 본회의 개의선언을 해 탄핵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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