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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요원 35초만에 굴복시킨 '물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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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요원 35초만에 굴복시킨 '물심문'

백악관 "CIA가 하면 고문이 아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테러용의자들을 '물 고문'한 사실과 고문 과정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불법 폐기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미 정부와 일부 의원들이 "CIA가 한 행위는 고문이 아니다"고 강변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똑같은 물 고문 행위도 CIA가 하면 '물 심문'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이런 주장에 대해 12일(현지시간)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폐기된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소위 '물 심문' 행위를 당시 '물 심문' 팀장이었던 전 CIA 요원의 증언을 빌어 생생하게 묘사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02년 6월 물 심문 과정을 지켜본 존 키리아쿠는 최근 미국 주요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자신의 과거 행위를 후회하며 자세하게 심문 과정을 털어놓았다.
▲ 미국 법무부 앞에서 물고문 행위 금지를 촉구하는 시위자들이 재연해 보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숨못쉬게 하고 물만 목구멍에 들어가도록"

키리아쿠의 증언에 따르면, 폐기된 비디오테이프에서 '물심문'을 당한 알카에다 조직원 아부 주바이다는 '물 심문'을 받은 지 불과 35초만에 중죄에 해당하는 범죄계획에 연루된 동료들을 토설했다. "이 심문을 받기 전까지 몇 주 동안 매우 비협조적이었다"는 주바이다가 금세 무너졌다는 것이다.

주바이다는 폐에 물이 차면서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고 느끼도록 교묘하게 통제된 익사 체험을 반복해서 겪어야 했다. 판자에 온몸을 묶인 채 코와 입은 숨을 쉬지 못하도록 셀로판 테이프로 막아 놓고 물만 압력을 가해 목구멍으로 쏟아져 들어가도록 하는 이 심문 행위에 대해 키리아쿠는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하는 것과 같았다"고 묘사하면서 "지금 생각해 보니 그 행위는 고문이었다고 생각하며, 미국인답지 않은 행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 조사를 담당한 상원정보위원회 위원이자 공화당의 중진 의원인 키트 본드는 11일 PBS 방송에 출연해 "CIA가 한 행위는 고문이 아니다"면서 "자유형, 배영처럼 수영을 하게 한 것과 같다"고 옹호해 물의를 빚고 있다.

문제는 폐기된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행위가 '물 심문'이든 '물 고문'이든 지난 2005년 6월 테러용의자들에 학대 행위에 대한 모든 증거와 자료를 보존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라는 점이다.

"백악관 사전 승인에 따라 결정된 정책"

게다가 키리아쿠는 이 '물 심문'이 국가안보회의(NSC)와 법무부는 물론 백악관의 사전 승인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대비한듯 전날 상원의원들에게 한 비공개 발언을 통해 "미국은 고문을 자행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이 프로그램이 테러공격을 막아냄으로써 많은 생명을 살려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강변했다.

백악관이 이렇게 강변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미국 자체 법에 규정된 정의에 따른 것이다. 2년 전 미 의회는 이번에 문제가 된 물 고문 행위를 원칙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한 새로운 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 체니 부통령은 의원들을 설득해 CIA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주었다. 예컨대 군대가 하면 불법이지만, CIA가 하면 이 행위가 고문인지 심문 행위인지를 판단하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러한 권한이 법적 근거를 갖게 되기 이전부터 "테러 계획을 막기 위한 어떠한 행위도 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 우리는 고문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백악관 대변인 "테러용의자 조사 위한 합법적 프로그램 승인은 비밀 아니다"

페리노 대변인도 "부시 대통령이 테러용의자를 조사하기 위해 합법적인 프로그램을 승인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승인한 CIA의 조사 프로그램은 안전하고 혹독하며 효과적이고 합법적이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11일 마이클 헤이든 CIA 국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비공개 청문회를 열고 비디오 테이프 폐기 문제를 추궁했다.

청문회에 앞서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해리 리드 원내대표는 "CIA가 비디오테이프를 폐기했다는 최근의 언론보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헤이든 국장은 지난 6일 CIA가 2002년 알카에다 용의자 심문 과정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내부적으로 제작했으나 심문자의 신원 노출이 우려돼 3년 후인 2005년 이를 파기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9일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대표이자 현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와 공화당의 팻 로버츠 상원의원 등 양당 중진의원 4명이 지난 2002년 이미 '물 심문'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으며 당시 "그 정도로 충분하느냐"고 반문했을 정도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을 폭로한 이후 행정부와 의회 모두 이 사건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WP는 "당시 브리핑을 받았던 의원 4명 가운데 2명은 CIA가 더 강력한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면서"당시 의원들은 '그놈들에게 무슨 짓을 하든 상관 않을 테니 미국민의 안전을 최대한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고 전했다.

또한 WP는 펠로시가 지난 2005년 11월 '고문은 미국적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우리가 고문을 사용한다면 미국 군인과 민간인도 상대방에게 고문을 당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우리 국민을 위해서라도 고문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며 그녀의 위선을 꼬집기도 했다.

대외적으론 인권을 강조하는 미국의 이런 위선적인 모습은 이 뿐이 아니다.

최근 출간된 <미국이 감추고 싶은 비밀 50가지>에 따르면 미국은 2002년에만 전기충격장치와 같은 고문 장치를 191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여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판 족쇄 1만개도 포함돼 있다.

미국에서 고문 기구를 수출 할 때는 반드시 미국 상무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는 '고문 수출국'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저자 최성욱의 지적이다.

고문과 관련한 미국의 불편한 진실은 또 있다. 주로 라틴아메리카 군인들에게 고문 기술을 가르치는 전문학교로 악명 높은 '미국의 학교(school of the Americas: SOA)'가 미국 본토인 조지아주 포트 베닝이라는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 고문학교는 학생들에게 49주 동안 다양하고 효과적인 첨단 고문기법을 전수한다.

SOA는 '고문기술 수출기관'이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 2001년 서반구안전협력기구(WHINSEC: Westen Hemispheric Institute for Security Cooperation)으로 이름만 바꿨다.

이런 나라를 이끌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지난 10일 유엔이 지정한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언론.종교.집회 등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7개 국가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부시 대통령이 지목한 국가는 북한.이란.짐바브웨.수단.쿠바.벨로루시.시리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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