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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밟히지 않으려는 저항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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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밟히지 않으려는 저항일 뿐"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95> 우고 차베스를 만나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남미은행, 남미석유, 남미텔레비전(텔레수르)은 미국의 침략에 대항하는 중남미의 전략적 방위수단으로 미 제국주의와 제2의 독립전쟁을 위해 설립된 기구"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츠네르 대통령 취임식 행사장에서 만난 일부 기자들과의 즉석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이제부터 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달러 빚을 쓴다는 것은 정말 바보스러운 짓"이라며 이날 창설된 남미은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1세기 사회주의 헌법 일점일획도 안 바꾼다"
▲ 인터뷰중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김영길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1999년 방한해 경희대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는 행사 등을 통해 국내 언론과 접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는 차베스 당선 직후로 그의 '반미행보'가 본격화하지 않아 한국 언론은 물론 세계 언론의 주목을 그다지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후 차베스는 반대파들에 의한 두 차례의 쿠데타 시도, 친미 우파 세력이 조장한 수차례의 파업 등을 겪으며 본격적인 반미 노선을 걷기 시작했고 세계 모든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됐다.

이날 인터뷰는 한국 언론으로서는 최초로 남미 현지에서 차베스를 만나 그의 최근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차베스는 지난 2일 실시된 개헌 국민투표가 부결된데 대해 전술적인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50%에 가까운 국민들이 우리가 입안한 개헌안에 '예(SI)'라고 지지했다"라며 "따라서 나는 21세기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헌법개헌안의 일점일획이라도 포기하거나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당신의 반미 행보가 너무 노골적인 것 아니냐'는 질문에 "미국 정부 즉 가장 불길하고 무례한 제국주의는 중남미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주의 바람을 차단하려고 했다"라며 "먼저 시비를 걸었는데 밟히지 않으려면 저항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음은 차베스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남미은행 설립을 제2의 독립전쟁이라고 정의했는데

"시몬 볼리바르 장군은 우리에게 아메리카 대륙은 우리의 조국이라면서 이 대륙이 통합을 이룰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조국을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조국을 갖기 위해선 지구상에서 가장 불길한 미 제국주의와 싸워야 한다. 지금 이 시간 이 순간에도 미 제국주의는 평화스럽게 새로운 조국을 건설하는 우리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의 침략행위에 대항하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남미은행, 남미석유, 남미텔레비전(텔레수르)이 전략적인 방위수단이 될 것이다.

- 남미은행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이제부터 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달러 빚을 쓴다는 것은 정말 바보스러운 짓이다. 남미 기업인들이나 개인이 미국에 돈을 빌려주거나 예금을 하면 연 1~2% 수준의 이자를 줄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돈을 빌려줄 때는 연 8~10%를 받는다. 그런데도 우리가 미국의 돈을 빌린다면 그것은 정말 미련한 짓이 아닌가. 또한 지난 3년간 미국 달러화는 30% 이상 평가절하됐다. 미국에 달러를 예치한 남미인들은 그만큼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남미은행은 이런 위험을 없애고 남미지역 발전은 물론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게 될 것이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남미은행은 지역통합과 중남미 공동통화 발행의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남미은행은 오늘부터 60일 안에 세부 운영방안 및 실무진 인선을 끝내고 영업활동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 "미국에 IMF가 있다면 우리에겐 남미은행이 있다." ⓒ김영길

- 반미를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말도 있다. 당신의 반미가 너무 노골적인 건 아닌가.

"미국 정부 즉 가장 불길하고 무례한 제국주의는 중남미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주의 바람을 차단하려고 했다.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말이다. 우리가 정부를 수립했던 1999년 나는 미국과 상호이해와 화평을 희망했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 자신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시키자 미국이 나를 몰아내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는 여러분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밟히지 않으려면 저항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미국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있다면 우리는 남미은행이 필요하고 미국에 CNN이 있다면 우리는 텔레수르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남미은행, 남미석유, 남미텔레비전(텔레수르)은 제국주의와 제2의 독립전쟁을 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다."

- 이번 개헌 실패로 당신이 추진하는 21세기형 신사회주의 혁명이 끝났다는 말도 있는데…

"우리는 이번 국민투표에서 전술적으로 실패했다. 하지만 50%에 가까운 국민들이 우리가 입안한 개헌안에 '예(SI)'라고 지지했다. 따라서 나는 21세기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헌법개헌안의 일점일획이라도 포기하거나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 국민투표 부결과는 상관없이 우리의 혁명은 지속적이고도 성공적으로 추진이 될 것이다."

<인터뷰 후기>

차베스는 크리스티나 대통령의 취임식이 끝나고 행사장을 빠져 나오는 순간 국회의사당 접견실에서 진을 치고 있던 현지기자단에 포위됐다. 이는 현장 취재단이 사전에 상원 의전실의 양해를 구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 평소 궁금했던 몇 가지의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필자는 운 좋게도 차베스 대통령의 정면에 위치해 다른 기자들보다 질문을 할 기회가 많았다. 또한 다른 기자들이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과의 인질 맞교환 문제와 최근 스페인 국왕과의 설전 이후 아르헨을 공식 방문한 스페인 국왕 후계자 펠리페 왕자와의 면담 성사 등에 관해 소나기 질문을 하는 동안 차베스를 근접해 촬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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