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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냉전 부른 '코소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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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냉전 부른 '코소보 위기'

<텔레그래프> "미-유럽과 러시아 극한 대치"

세르비아의 코소보 독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협상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자 코소보 지도부가 일방적인 독립 선언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과거 '유럽의 화약고'로 불렸던 발칸 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의 <데일리텔레그래프>는 11일 이번 사태에 대해 "코소보를 둘러싼 미-유럽과 러시아의 극한 대치'로 표현하면서 "코소보의 앞날을 두고 냉전을 방불케 하는 대립이 가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이 미국과 함께 코소보 독립을 지지하기로 의견을 몰아가고 있는 가운데, 코소보의 독립을 반대하는 세르비아와 세르비아의 입장을 지지하는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연합에 "결과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하고 나선 것을 가리킨 것이다.

코소보 자치주는 주민 200만 명 중 90%가 알바니아계로 지난 99년 독립을 위한 내전을 벌인 뒤 현재까지 유엔 관할 하에 놓여 있으며, 나토군 1만 6000명이 유엔평화유지군으로 코소보에 주둔하고 있지만 '분리주의' 운동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코소보 알바니아계 주민들이 10일(현지시간)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1200일이 주어졌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

이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유엔은 미국, 유럽연합, 러시아 등 3자를 중재자로 내세워 4개월 간의 협상 시한을 부여했지만, 10일(현지시간) 코소보 지위 협상 시한이 종료될 때까지 성과는 없었다. 코소보는 독립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인 반면, 세르비아 측은 보다 포괄적인 자치권을 보장하는 홍콩식 모델까지는 양보할 수 있어도 독립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EU 협상 대표인 볼프강 이슁거는 "우리에게 120일이 주어졌지만 1200일이 주어졌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코소보 문제는 더 이상 외교적으로 해법을 찾을 수 없는 문제라는 절망감을 토로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오는 19일 협상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코소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세르비아를 지지하는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코소보 지도부는 국제 협상이 결렬되자 "늦어도 내년 5월 이전에 독립 선언이 이뤄질 것"이라며 '일방적인 독립'을 추진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 시한 종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즉시 독립을 선언할 것을 촉구해온 알바니아계 강경파들은 수천명의 주민들을 내세워 지도부가 독립 선언을 내년으로 미룬 데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코소보의 즉각적인 독립을 인정하기는 곤란하지만, 단계적인 독립에는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발칸 반도 일대에 연쇄적인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며 일방적인 코소보 독립 선언이 가져올 위험성을 경고했다.

영국 총리 "외교적 설전이 실제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이런 경고가 외교적 언사에 그치지 않는 심각한 것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그는 "이러한 외교적인 설전은 실제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면서 "상황이 악화되면 코소보에 주둔하고 있는 나토군 병력을 증강시킬 필요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간단히 말해서 그렇다"고 답변했다.

코소보 독립 문제에 미-유럽과 러시아가 이처럼 극한 대치를 하는 이유는 이 문제가 코소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의 코소보 담당장관 사마르지치는 "코소보의 독립이 인정받는다면 이는 옛 유고 연방 소속 국가들의 마지막 이탈이 아니라 새로운 분리 및 이탈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마르지치 장관은 새 분리 운동이 일어날 지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세르비아의 정치 분석가들은 대략 3개 지역을 사례로 들고 있다.

이들은 우선 코소보에서 알바니아계가 분리될 경우 코소보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10만 여명의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코소보로부터의 이탈을 선언, 코소보 자체가 분리주의 기류의 첫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에도 분열의 기운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보스니아 전체 면적의 49%를 차지하고 있는 세르비아계 자치 지역인 스르프스카 공화국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으로부터 탈퇴, 세르비아와의 합병을 추진하거나 최소한 독립을 선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은 마케도니아도 마찬가지다. 알바니아계가 25%를 차지하고 있는 마케도니아에서 2001년 발생한 폭력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세르비아 "코소보 독립 인정은 판도라의 상자 여는 격"

사마르지치 장관은 이 때문에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는 순간, 이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러시아는 서방 측이 코소보를 주권국으로 인정할 경우 보복 조치로 옛 소련 연방 소속 국가로 친서방국으로 변한 그루지야 등지에 분리주의를 부추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루지야 내 친 러시아 자치공화국인 남(南)오세티아와 압하지야는 그동안 코소보처럼 그루지야로부터 독립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미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두 자치공화국 주민들에게 러시아 여권을 발급하고 투표권도 부여하는 등 분리주의 운동을 공공연히 지원해왔다.

동유럽 몰도바의 틀란스드니에스트르에서도 분리주의 세력이 이미 독자적인 화폐를 발행하고 별도의 정부를 구성하는 등 정국 혼란이 확대돼 왔다.

현재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중 사실상 유일하게 코소보 독립을 반대하고 있는 키프로스도 코소보 문제가 자국 내의 분리주의에 대한 갈등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에 다른 회원국들의 동조 압력에도 불구하고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키프로스는 그리스계의 남부와 터키계 북부로 나뉘어져 민족 분쟁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현재 코소보 위기가 냉전을 넘어선 전쟁까지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과거처럼 인종 간 폭력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999년 초대 코소보 평화유지군 사령관을 지낸 영국의 마이크 잭슨 장군은 "세르비아 정부 측과 코소보 지도부 측은 목적 달성을 위해 폭력 사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양측의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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