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림진강' 편집인 최진이씨입니다. 최진이 씨는 1959년 평양 출생으로 91년 김형직사범대학 작가양성반을 졸업했습니다. 이후 금성청년출판사 창작실 작가이자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시문학분과 시인으로 활동했고 1998년 탈북해.. 1999년 남한에 입국했습니다. 지난해 이화여대 여성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같은 대학에서 북한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아시아 프레스의 청탁에 의해 '림진강'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선 림진강 창간을 축하드립니다. 저희 프로그램에 2005년도에 한번 나오셨죠?
그 당시에 '국경을 세 번 건넌 여자'라는 책으로 모셨는데, 제가 기억하기로는 한 번 탈북하셨다가 북에 두고 온 아들을 데리고 오기 위해 들어갔다 나오셔서 국경을 세 번 건넜다고 하셨는데, 이번에 격월간 소식지 림진강을 창간하셨습니다. 림진강 앞을 보니까 북녘 내부인들이 만드는 소식지라고 쓰여 있습니다. 림진강은 어떤 잡지입니까?
최진이 : 말 그대로 북한 내부인들이 만드는 거죠. 저희 하고 싶은 얘기, 꼭 세상에 알리고 싶은 얘기, 북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대로 전달하는 잡지죠.
박인규 : 최진이씨가 편집인으로 돼 있긴 하지만 이 책을 내는 주체는 아시아 프레스라고 해서 본부가 일본에 있다던데, 아시아 프레스라는 건 어떤 단체입니까?
최진이 : 한,중,일 자유기자들이라고 하나?
박인규 : 말하자면 소속이 없는 프리랜서
최진이 : 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관영매체에서 다루지 못하는 언론기사들을 다루는
박인규 : 독립적 언론인들의 모임인 아시아 프레스에서 만들었는데, 그렇다면 이 분들이 어떻게 북녘 내부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북한 소식을 전해 들어서 림진강이란 책을 내게 됐는데 그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최진이 : 그 분들이 처음에는 한 10여 년 전부터 북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거기서 꽃제비가 생기고 하니 참 이상하다. 관심을 가지고 처음에는 도와주기도 하고 쌀지원 형태로 해서 북에 들어가 지원해 주고 하다가 관심을 끊을 수가 없는 겁니다. 워낙 사람들이 진실하다고 할까? 그러니까 북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한 걸 세계에 제일 먼저 알린 게 아시아 프레스가아닌가, 그렇게 알고 있는데. 그리고 초기에 북에서 대량아사자가 막 발생할 때 많은 분들이 거기 달라붙었다가 이제는 거의 다른 쪽으로
박인규 : 이제는 취재하시는 분이 별로 없다.
최진이 : 다른 쪽으로. 그런데 혼자 남아서 계속 북한사회의 변화과정, 이런 것에 대해서 끝까지 밀고 나가는 거예요. 그 팀에 한국 분들도 계시고 조선, 중국쪽, 그리고 일본에 사는 조선족, 그리고 탈북자도 거기 있는 것 같더라고요.
박인규 : 제가 알기로는 93년인가요, 제일 처음 북한을 취재하신 분이 이시마로 지로라는 분이고 이 분이 지금 아시아 프레스 대표라고 알고 있는데, 이 분이 지금도 북한 취재를 하고 계신가요?
최진이 : 지금도 하고 계속 하고 있죠.
박인규 : 제가 알기론 그 분이 북녘에서 나온 분들에게 이른바 저널리즘이란 뭔가를 가르치시고 해서 당신들이 직접 써봐라, 그랬다고 하는데
최진이 : 처음에는 북사람들이 일본 기자, 그것도 외국 기자가 북에 대해 취재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신기해했고, 뭔가 조금 인식한 다음에 우리도 뭔가 알려야 되지 않겠냐. 처음에 저희가 의사표시를 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이쪽에서도, 아 가능할 것 같다.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필요한 카메라도 주고 이것 다루는 기술도 배워주고. 그런데 보니까 이 교육을 안 거친 사람들이 보내온 비디오물들도 있는데, 주제 설정이며 북한현지를 찍을 때 북한 현지라는 점이 확인되는 지점들들 찍어야 되는데
박인규 : 표지판이라든가
최진이 : 그렇죠. 시장이라면 시장 간판, 인민반이면 인민반 아파트 문패, 차라면 차만이 아니라 차번호를 찍어야 어디 차인지를 아는데... 그런데 이게 훈련이 안 된 사람들이 그냥 찍으니까 답답하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이시마로씨를 통해서 훈련받은 사람들은 우선 주제가 명확합니다. 내가 무슨 목적으로 이걸 찍는가
박인규 : 말하자면 취재요령을 아는 거군요.
최진이 : 예. 그걸 한 번씩 오면 두 달씩 배워줬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다시 찍어오라, 가서 찍고 싶은 걸 찍어오라고 해서, 왜 찍었냐, 무엇을 위해서 찍었냐, 해서 여러 번 훈련시켰는데, 굉장히 훈련된 사람들이 찍은 건 보기가 재밌습니다.
박인규 : 그러면 언제부터 그렇게 가르쳤고
최진이 : 그게 아마 한 4,5년 된 것 같아요.
박인규 : 실제로 그런 식으로 북한에 들어가서 북한의 실상을 캠코더든 글로든 쓰시는 이른바 북녘 내부의 기자들이 몇 분이나 되시는 거예요?
최진이 : 이 분 말씀으로는 한 열 명 정도 된다고 해요.
박인규 : 그런데, 다들 알겠지만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고 자기의 실상이 외부에 알려지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북녘 안에 있는 분들이 그런 걸 외부로 쓰면 굉장히 위험한 거 아닙니까?
최진이 : 위험하죠. 그런데 그 위험한 게 북에 세 가지가 있습니다. 뭐가 있냐면 마약 밀매. 마약 밀매가 거의 사회화되다시피 했거든요. 이제 앞으로, 다음 호에서 마약에 대한 걸... 지금 중학교 애들도 마약 하고 있어요. 그래서 마약 하는 집단이 있고 하나는 선교. 그런데 선교하는 분, 제가 녹음한 걸 들어봤는데 굉장히 박봉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긍지감이 있어요.
박인규 : 남측 사람입니까?
최진이 : 아니요 북한 사람. 중국에서 조금 어떻게 돈이랑 지원받아서 와서 도와주면서 하는데 그러면서도 이 분 하는 말이, 내가 이 선교라는 중책을 안기 전에는 내 인간이 말이 아니었다는 거죠. 그때 생각하면 자긴 몸서리가 쳐진다. 이 일을 하게 되면서 자기가 인간다운 긍지를 느끼고, 그렇게 힘든데도. 그런 부류가 있고. 그 다음 림진강 기자들이죠. 그런데 이 분들은 단체적으로 그룹을 지어 활동하는 게 아니고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박인규 : 물론 숨기고 하겠죠.
최진이 : 그렇죠. 당연하죠. 그러니까 자기 안전은 자기가 지킵니다.
박인규 : 말씀하신 걸 들어보면 마약이나 선교활동이나 기자활동이 굉장히 위험한 거지만 실제로 있다. 북한 내부에.
최진이 : 예. 있죠. 그런데 선교활동은 생활비가 적고 위험도가 높고 여러명에게 자꾸 선교해야 되니까. 그런데 림진강 기자는 누굴 선교하거나 그럴 필요가 없고 요즘 북한 사회가 식량난 이후 국가상층부와 인민사회에 분리가 일어나서 의사소통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이것들을 다 불만으로 쏟아냅니다. 그런데 저 있을 때만 해도 이런 불만이 조금 진행되기 시작하는 과정이었죠. 야, 그런 말하다 잡혀가지 않겠니? 이런 상황이 있으면서도 상황이 그러니 어쩌지 못하고. 그런데 지금은 국가도 배급을 실질적으로 못 주고, 상황이 어렵고 하니 터치 못하고 컨트롤 못하고, 사람들은 그러니까 이 기회를 타서 의사소통이 참, 말로 막 쏟아내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녹취물을 들어보면 그야 말로 말잔치가 벌어졌어요.
박인규 : 신원을 감추고 말하자면 취재활동을 하시는 건데, 그럼 취재해서 녹음을 하든 녹화를 하든 그런 결과물들을 어떻게 외부로 보냅니까?
최진이 : 이 분들이 직접 가지고 나오든가
박인규 : 국경을 나오시는... 그렇게 국경이 허술한가요?
최진이 : 아니요. 내오기 힘들죠. 그러니까 거기 드는 비용, 이 분들 생활하는데 쓰는 비용 그런 것들은 다 한중일팀이 보상하는 겁니다. 여기에 관한 한은. 그러니까 이 분들이, 이 세 팀 보면 굉장히 도덕적으로 우선, 내가 북한사회, 앞으로 보다 나은 북한사회를 위해서 노력한다는 도덕적 안정감이 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감이 있죠. 그러니까 이 위험부류 세 부류 중에서 제일 괜찮은 부류가 아닌가.
박인규 : 책 이름을 림진강으로 하셨어요. 우리 발음으론 임진강인데, 림진강으로 택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최진이 : 우리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는데 기자팀이랑 같이. 그런데 임진강이 남북이 지금 분단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이를 흐르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그래서 저희가 뭘 생각했냐면 이 잡지를 하면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가 이 사회의 의사소통을 실현해야 된다. 지금 제도적인 분단, 물리적 분단 이런 것을 지금까지 중점에 놓아왔는데 우리는 그것보다는 사회적인 통일이 먼저 돼야
박인규 : 남과 북을 잇자. 의사소통을 통해서.
최진이 : 그렇죠. 말하자면 소프트웨어적인 통일, 그런 걸 여기 반영하자, 그래서 림진강이라고 했거든요.
박인규 : 이번에 나온 게 11, 12월호인데요. 림진강을 편집을 쭉 하셨으니까, 우리가... 남측에 계신 분이 알고 있는 북한의 실상과 실제 실상과 차이가 많이 있습니까?:
최진이 : 차이란 게 엄청나죠. 예를 들어서 우리가 한국에서 듣는 북한 실정이라는 게 탈북자들이 와서 아 뭐 인민반에서 맨날 내라고 한다. 대체로 그렇게 전달받잖아요. 그런데 이건 현장에서 동사무장이 오늘 뭐 있고, 해서 뭘 내야 되고, 요즘 무슨 불법적 뭐 이런 가족들이 있는데 이것들 다 해야 된다고, 그 발언들이 그대로 녹취가 돼서 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생생하죠. 말투며 분위기, 지어는 숨소리까지도. 그러니까 현장감이 100%죠. 이런 걸 한국에서 아직 접해 못봤죠.
박인규 : 이번에 나온 책을 보니까, 앞에 조선 민중의 목소리라고 해서 작년 10월 실시된 핵실험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이 나왔어요. 저는 얼핏 보니까 이 분들이 상당히 자부심 같은 걸 느낀다고 느꼈는데 실제로 어땠습니까?
최진이 : 자부심이 아니고, 속았다.
박인규 : 어떤 의미에서 속았다는 거죠?
최진이 : 그 전까지 핵실험 하기 전에 김정일 장군이 강성대국 건설한다, 강성대국 건설한다 해서 강성대국 하면 경제적으로 강성대국을 건설해서 큰소리치게 만드는 나라를 건설하나보다
박인규 : 북한 주민들은 우리를 잘 먹고 잘 살게 해줄 모양이다,
최진이 : 그렇죠. 그렇게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핵실험 떡 해놓고 장군님 말씀이라면서 전해주는 게,인민들은 내가 강성대국 건설한다고 할 때 무슨 말인지 몰랐을 것이다. 이제는 알게 됐을 것이다. 사람들은 장군님 밑에서 아, 이거였구나 환희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속았구나.
그러면서 말하는 게
박인규 : 말하자면 북한 주민들은 강성대국을 들었을 때 앞으로 잘 살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실망이 컸단 얘기네요
최진이 : 그렇죠. 실망이 컸죠. 그래서 뭐라고 평가하냐면, 물고기 한 마리 죽이자는 핵실험이라고. 그런데 실제로 핵실험이라고 하면 인식이, 오염 이런 것들로 인해서 방수복 다 입고 해야 되는데 그게 인터뷰에 나오는 걸 보면 핵실험을 한 사람들이 방수복도 안입고 가서 했다. 이러니까 핵실험의 진위가 의심되는.
박인규 : 실제로 외국에서도 과연 저게 핵폭발이냐에 대해서 약간 규모가 작다는 평가가 있었죠. 그렇다면 많은 분들은 이번에 핵실험을 통해서 북한이 말하자면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해졌다, 거기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아니군요.
최진이 : 에이 그건 아니고 핵실험을 통해서 북한 사람들의 의식이 달라졌습니다. 뭐이냐면, 돈은 내 경제생활은 내가 해나가야지 더는 국가에 의존하고 있어선 안 되겠다는 이런 관점이 확실해졌습니다. 굉장히 큰 변화죠.
박인규 : 그렇다면 말하자면 북한의 권력계층과 일반 국민과의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군요.
그리고 북한에서 어쨌든 2002년인가요, 7.1 경제개선조치라고 뭔가 좀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조치를 했는데 그 뒤로 북한 경제가 좀 많이 나아졌나요?
최진이 : 외부에는 마치 7.1경제조치가 북한의 경제를 점진적인, 좀 나은 바람을 위해서 한 것처럼 들리더라고요. 그런데 내부 사람들 얘기 들어보니까 국가가, 국가보다도 권력기관들이 장마당을 덮치기 위한 그런 조치였다. 이게 뭐냐면
박인규 : 덮친다는 건 어떤 표현입니까?
최진이 : 이게 그 전까지는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해서 민간인들이 적지 않게 개인축적이 돼 있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1년 동안 장마당을 폐쇄하고 인플레를 조성시켰죠. 고양이담배 한 곽에 10원 하던 게 100원으로 오르고, 거의 10배. 그래서 원화를, 국내 돈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앉은 자리에서 10배 폭락하고 달러를 갖고 있던 사람은 큰 돈 벌고, 그래서 뭐라고 평가하느냐 하면 7.1경제조치로 해서 일반 주민들은 또 다시 빈주먹이 돼서 국가와 또 경쟁선에 섰다, 그렇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오히려 북한 계신 분들은 경제개선조치 이후로는 오히려 그런대로 뭔가... 그런데 더 어려워졌다.
최진이 : 앉은 자리에서.... 생눈을 파간다는, 그런 식의 강탈을 당한 거죠.
박인규 : 국가에서 경제를 개선한다고 뭔가를 했는데 그게 일반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안 됐다. 그런 평가가 많다는 말씀이신가요?
최진이 : 예.
박인규 : 핵실험, 경제 얘기도 있지만 이모저모라는 코너를 보니까 북한에서는 머리를 염색하면 단속한다는데 맞습니까?
최진이 : 그렇죠. 그게 특히 재밌는 게, 아 북한은 살아있는 사회구나 하는 걸 제가 절감했는데. 돈 벌기 위해서 중국에 왔던 여자가 중국에서 탈북자 단속이 심하니까 탈북자란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서 노란 머리로 염색한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말을 할 줄 모르니까 단속돼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자기 일하던 그걸 받아와야 되지 않습니까. 또 들어가야 되니까 어떻게 사정 얘기를 하고 돈이랑 좀 찌르고 해서 나온 모양이더라구요. 그런데 자기 남편하고 길거리 가다가 노랑머리 염색했다고 기찰대에 단속된 거예요. 그래서 난 돈 다 주고 나왔다. 사정이 이래서 들어가야 된다. 그런데 내부에선 노랑머리를 허용을 못하고 그래서 막 싸움이 일어났는데, 사실 북에서 그런 상황에선 노란머리가 대응을 못하죠. 무조건 당해야 되는데, 너희 치안대냐? 중국 공안도 이렇게 안 한다 왜 그러냐? 그러니까 둘러쌌던 주민들이 오히려 이쪽을 호응하는 거예요.
박인규 : 말씀 듣고 보니까 북한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게 그렇게 어렵지가 않은 모양이네요?
최진이 : 어렵지 않다기보다 너무 절박하니까 목숨을 내걸고 탈북하는 거죠.
박인규 : 또 하나는 자기 나이수만큼 팥알을 헝겊에 넣어서 여행 다닐 땐 꼭 갖고 다닌다, 어떤 풍습입니까?
최진이 : 재밌는 게, 미신행위의 일종인데 제가 있을 때, 이게 90년대, 80년대 말 그때는 기업자들, 돈 있는 사람들이 미신행위가 심했습니다. 그래서 년초가 되면 점치는 데 가서 거액을 주고 그 해 자기 운수를 보고 어디 길 떠날 때 운수 보고 그랬는데, 이게 대중화되더라구요. 그러면서 고난의 행군, 제가 탈북하기 직전에는 북한 사람들이 오히려 먼 길 떠날 때는 꼭 점을 치고 떠나고. 그런데 지금 그게 뭐 거의 병적이다시피 됐어요. 이 팥이 무슨 소린가 하면, 길 떠날 땐 여자들이 자기 나이 수만큼 팥알을 세서 가져간답니다. 자기 나이 수는 팥신이죠. 이 나이만한 사람을 지켜준다. 이 신호인데 여기서 한 알이라도 잊어먹으면 나이가 헷갈리니까, 이게 내 주인이 아닌가보다, 이 나이 되는 다른 사람을 찾아가야겠다 하고 자기를 수호하던 신이 딴 데로 가버린다는 거예요. 그래서 계획했던 일이 무산되거나 안 되고.
박인규 : 그럼 팥알을 갖고 다니는 풍습이 예전에 북한 계실 때도 있었나요?
최진이 : 저 있을 땐 없었습니다.
박인규 : 그런 풍습이 생긴 건 그만큼 살기가 어렵다
최진이 : 예. 살기가 불안...
박인규 : 흥미롭네요. 이번에 나온 림진강이란 책에 대해서 국내의 북한 연구자들이나 이런 분들은 어떤 평가를 내리시던가요?
최진이 : 보시고 굉장히 호응이 높습니다. 북한 전문 연구기관에 있는 어떤 분은 이걸 가지고 앞으로 미시사회연구소를 꾸려야 되겠다는 분도 있고. 특히 사회학적인 의식 있으신 분들은 대단히 호응하시고. 외교부나 북한관련단체, 연구기관, 실향민들... 50, 60년대 떠나오신 분들은 이걸 보시고 북한의 생생한 말투가 살아있으니까 아 북한이 살아있구나, 그리고 한국에서 듣는 북한은 굉장히 절망적이고 앞이 안 보이고 그런 북한이었는데 이걸 보니 희망이 생긴다. 그러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호응해 주시고.
박인규 : 북한의 그런 어려운 실상들을 많이 알리면 국내에서는 좀 반북이다. 반김정일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그러시는데, 북한 김정일 정권에 대해서는 최진이씨는 어떤 입장이십니까?
최진이 : 저는 반북이다, 어떤 주의, 주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북한을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죠. 그런데 지금은 북의 관영매체들. 북의 관영매체는 민중을 개성화한 거예요. 민중이 주체로 되지 못한 겁니다. 한국의 매체들에서도 탈북자들을 대하는 데는 생생한 정보에서 한계가 있고, 북한하고 대하면 다 관적인 색채를 띤 기관들만 대상하는 거죠. 그러니 관의 권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거죠. 그런데 이건 그렇지 않습니다. 관의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북한 사람들이 얘기하고 실제로 고민하고, 사회 여론, 주민들의 주장, 통일지향적 대화 이런 것들을 생생하게 그대로 전달하니까...
박인규 : 어떤 북한이나 남쪽이나의 사회세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궁극적으로 북한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겠다.
최진이 : 예. 하니까 김정일의 실정 밑에서 북한 정책이 실패하는 게 민중을 발동시키지 못해서 그렇거든요. 민중의 여론을 읽지 못해서 그러는데 이것이 오히려, 김정일이도 이제 나이도 많고 뭔가 민중을 위해서 유익한 일을 뭔가 해야 될 시기고. 그런데 오히려 도움을 줄, 제대로 민중을 알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죠.
박인규 : 이번에 나온 책의 서문에 쓰신 걸 보니까, 남한에서 오래 살면 나도 남한 사람처럼 될 것 같았는데 살아 보니까 아니더라. 그래서 그냥 탈북자로 살기로 했다, 그런 말을 쓰셨어요. 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최진이 : 그건 뭐냐면 자기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인데, 말하자면 미국에 공부하러 갔던 사람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나는 한국을 위해서 뭔가 해야겠다고 오는 사람들이 있고, 아 난 미국이 좋은데, 사는 게 미국이 더 훨한데 여기서 살아버리겠다, 그 차이죠. 저는 북한을 탈북할 때 얼마나 지긋지긋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내 저 땅을 다시 안 본다 하고.
박인규 : 북한에 안 간다
최진이 : 그렇죠. 한국에 오니까 조건들도 편하고 여기서 골치 아프지 않게 편하게 살면 살죠. 그런데 뭔가 양심의 목소리가 있는 거예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우리가 북한 사람들 생각하지 않으면 누가 생각하겠냐. 그 한 마디에 저의 장벽이, 북한을 향해 쌓았던 장벽이 와르르 무너지는 거예요. 하고 나는 북한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당했던 것들을 아직도 겪고 있는 저 사람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 된다.
박인규 : 탈북하신 많은 분들이 북한의 실상에 대해서 말씀하시면, 아주 뭐 극단적으로 처형 얘기도 하고 그러시는데, 그 분들이 전하는 북한의 실상과 이 북녘 내부인들이 사는 실상과는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
최진이 : 차이가 있죠. 북한을 알림에 있어서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북한을 알리자는 조급성에 의해서 자꾸 극단적인 부분들만 자꾸 얘기하는데, 사실, 하고 한국사회가 그런 걸 요구하고, 한국보다도 외부 사회가 더 자극적인 부분을 요구하는 것들이 있어요.
박인규 : 가장 엽기적인 부분만
최진이 : 예. 그런 것들이 과장되고 좀 부풀려지고 다른 부분들은 좀 숨겨지고 이런 부분들만 얘기하다 보니까 그런 오버라고 할까
박인규 : 그렇다면 림진강은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다.
최진이 : 있는 그대로 그냥 그저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 사실 한국사회에서 부족한 건 그겁니다. 제가 임진강을 하면서 가장 안타깝다고 느꼈던 건, 한국사람들이 너무 북한을 모르누나. 이게 단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냐면, 이게 창간준비호를 5월에 첫 호를 했어요. 그거 보신 분이 메일을 보내왔는데 암호 천지라는 거예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또 한 부은 통일부 직원, 제가 통일부 자료실에 제가 하나 갖다 드리니까, 척 보더니 이게 무슨 말이야? 나는 북한에서 이런 말이면 다 알 줄 알았는데 모르는, 탁 하고 충격받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한 분은 뭐이라고 하시냐, 이거 보면 한국 사람들 화내지 않겠어요? 왜요, 하니까 아니 북이 핵 가졌으니까 남한 쳐들어오겠다 하는데... 이건 북 사람들 입장에서 들었을 때 남한 쳐들어간다는 얘기가 아닌데 이건 오히려 거꾸로 핵실험을 한 사람들에 대한 어떤 메시지거든요.
박인규 : 비아냥인데...
최진이 : 그렇죠. 그런 것들 보고 야, 이거 의사소통에 큰
박인규 :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구나
최진이 : 아직이 아니라 이건 물리적 장벽이나 분단보다 이 사회적인 의사소통의 장벽이 제일 큰 문제구나
박인규 : 이번 책을 보니까, 남한에 계신 분들도 북한에 대해서 이게 궁금하다, 그러면 그걸 대신 취재를 해주시겠다고 했는데 가능합니까?
최진이 : 가능하죠. 이걸 림진강 기자들한데... 이게 종이매체로는 못 갑니다. 아직은 상황이 그러니까. 지금 북에 한국 CD 드라마 붐이 굉장히 불고 최고의 장사랍니다. 그걸 북 사람들이 옮기기 쉬운 형태로 변환해서 갈 겁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그 사람들이 한국에서 오는 질문들을 받고 자기 아는 건 아는 대로 모르는 건 취재해서 답변을 보내옵니다. 그럼 그걸 림진강에 실어 주고요.
박인규 : 그럼 궁금하신 분들은 어디로 연락해야 돼요?
최진이 : 이거 림진강 이메일이나
박인규 : 이메일이 어떻게 되죠? 림진강 치면 됩니까?
최진이 : 예. 림진강 치면 되죠. 림진강 홈페이지도 나왔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나온 책보니까 두께에 비해서는 책값이 비싸더라구요. 2만원인가 그렇던데
최진이 : 예. 이게 광고가 없고, 아마 광고 없는 첫 잡지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드는데
박인규 : 몇 부나 찍어서 몇 부나 나갔습니까?
최진이 : 1000부나 찍었는데 지금 유료로 나간 건 한 100부 못될 것 같습니다. 70, 80... 한 100부 될까? 하고 나머지는 그냥 신문사나, 필요한 분들 또는 홍보용으로 나가는데, 이런 것들이 좀 되면
박인규 : 책값이 2만원이라면 비싸긴 비싼데 보시려면 림진강으로 들어가서 신청하면 됩니까?
최진이 : 예. 책방 배포, 이 체계까지는 아직 못갔습니다.
박인규 : 사실은 저희 언론 하시는 분들 입장에선 부끄러울 수도 있는데, 일본에 있는 언론인이 주도가 돼서 북한 사람들을 가르쳐서 책을 한국에서 냈어요.
최진이 : 예. 가슴아픕니다.
박인규 : 일본이나 영어판으로도 나올 계획이 있나요?
최진이 : 영어판 일본판은 나옵니다 곧.
박인규 : 이번 책을 보니까 원래 최진이씨께서는 이화여대 석사를 마치면 하버드대학으로 유학을 가려고 하다가, 이게 내가 해야 할 일 같아서 못 갔다고 말씀하셨는데, 첫호가 나왔으니까 남한에 계신 분들을 위해서... 이런 게 필요하다, 이런 당부의 말씀 있으시면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진이 : 어쨌든 통일은 돼야 될 것 같고, 제가 어제 어떤 분을 만났는데 한국에서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아주 센데, 통일을 바라지 않으면 북은 중국의 소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많다는 거죠. 그런데 중국의 소국으로 넘어가면 한국은 일본, 중국, 소련 사이에 외롭게 남아있는데, 한국도 언젠가는 이런 강국들의 소국이 되지 않으리라는 담보가 없다는 거죠. 하니까 이게 통일이 돼서 남북이 힘을, 말하자면 경제를 발전시키고 이렇게 힘있는 국가로 되는 길이 결국 한국을 살리는 길이라는 거죠.
박인규 : 비록 전문적 언론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북한 내부에 계신 분들이 북한 소식을 외부로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림진강을 통해서 북한 소식이 남쪽에도 많이 알려지고, 무엇보다도 남북 간의 의사소통에 기여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최진이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북한 내부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소식지 '림진강'의 편집인 최진이씨와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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