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 방송연설에서 상당히 격앙된 목소리로 "발표대로라면 이명박 씨는 유령이다. 이 사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그렇다면 이명박 씨는 왜 2000~2001년 태평로 BBK 사무실에 매일 출근했는가, 회장 명함 뿌리고 다닌 이유는 무엇인가. 언론에 인터뷰는 왜 했느냐"고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 후보는 "검찰 수사 발표에는 이에 대한 의혹 해소는 한 마디도 없었다"며 "본질이 아니라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으로 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정 후보는 "검찰은 이명박 후보에게 면죄부를 줬지만 국민이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독재정권 시절에 박종철 사건 생각이 난다. 검찰은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발표했지만 거짓말 아니었나"고도 했다.
"이명박이 서민이었다면 검찰이 면죄부 줬을까"
정 후보는 "검찰의 BBK 사건 수사 발표에는 지도자로서 대통령 후보의 신뢰 문제와 그 여부를 가려줄 제도의 신뢰 문제가 같이 걸려 있었는데 다 깨졌다"며 "이번 수사 발표에서 검찰은 대통령 후보의 거짓을 가리지 못했고 검찰이라는 제도에 대한 신뢰에 흠집이 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건 발표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의를 가려줘야 하는 검찰이라는 제도에 대한 신뢰가 깨져버린 것"이라며 "무능해서 진실을 못 밝혔다면 계속 밝혀내겠다고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일 돈 없고 힘없는 서민이었다면 검찰이 이렇게 면죄부를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검찰이 이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면 형량을 낮춰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내용의 '김경준 메모'를 언급하면서 "김경준 씨의 메모가 맞다면 검찰의 오늘 발표는 전면 무효"라며 "그런데 오늘 발표가 김경준 씨의 메모와 앞뒤가 맞지 않느냐"고도 했다.
그는 "이제 단순한 BBK 스캔들에서 한 시대 진실을 가리는 문제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 역사적 시험대에 서게 됐다. 이명박 후보의 진실은 특검으로 가릴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BBK 검찰 수사 발표로 한나라당-일부 검찰-일부 언론-재벌의 커넥션 의혹이 불거졌다"며 "이제 결국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결단해서 미래로 갈 것인가를 국민이 나서서 선택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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