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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보도의 제1 기준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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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공정보도의 제1 기준은 '사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2/05]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이봉수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 바로 언론입니다. 특히 언론은 여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흔히 선거를 앞둔 시점엔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항상 제기되는데요 대선 때마다 우리 언론은 후보의 자질이나 정책을 제대로 검증하기보다는 후보들의 시시콜콜한 동정과 이미지를 따라다니면서, 지지율 중계 같은 경마식 보도에 치우쳐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이봉수 교수를 초대해 제17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우리 언론 보도의 문제점은 없는지 또, 대선 언론보도에서 개선방안은 무엇인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언론학자 이봉수 교수입니다. 이봉수 교수는 54년 경북 안동 출생으로 78년 서울대를 졸업한 후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한겨레 창간에 참여했습니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한겨레 경제부장 직을 사임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런던대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미디어와 경제변동'을 주제로 논문을 써 지난해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세명대 교수이며,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설립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대선이 딱 2주일밖에 안 남았어요. 그동안 우리나라 언론들의 대선보도를 쭉 봐오셨을 텐데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 ⓒ프레시안

이봉수 :
미디어선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디어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데 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의미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의 경우 건전한 여론을 형성한다는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측면이 훨씬 더 부각되고 있어요. 정책대결이 아니라 이미지선거를 부추기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죠. 정책은 실종되고, 후보들이 작업모 쓰고 공장을 방문하거나 맨손으로 생선 들어올리고, 이런 일종의 쇼가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는 거죠. 너도 나도 경제살리기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데 그걸 실천하는 수단은 정교하게 조합된 경제정책이지 쇼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각 후보들은 정책팀보다 홍보팀을 더 크게 운영하고, 또 정책개발보다 홍보비를 압도적으로 더 많이 지출하는 상황입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많은 분들이 선거가 정책선거가 돼야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이미지 대결이 되는 건 언론이 정책보다는 이미지에 너무 집중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측면도 있을 수 있겠네요.

이봉수 : 그렇죠. 주로 언론의 보도가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결국 이미지선거로 가게 되는 거죠.

박인규 : 정책대결을 유도하기 위해선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데 아직은 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겠군요. 많은 분들이 후보의 지도자로서의 능력이나 정책들을 주시해야 되는데 그것보다는 오히려 여론조사의 추이, 어느 후보가 몇 퍼센트가 이걸 너무 지나치게 강조해서 보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들이 있어요.

이봉수 : 네. 이미지선거의 연장선상에서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선거가 지금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보도가 TV, 신문 할 것 없이 도배질을 하고 있는데, 사실 여론조사는 건전한 여론형성을 방해하는 측면도 있거든요. 그래서 남용돼선 안 되는 건데, 또 여론조사기법 자체도 문제가 많지 않습니까. 또 특정 언론이 지지하는 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하는 건 여론의 심각한 왜곡이죠. 여론조사 보도에 언론이 너무 의존하는 것은 경마를 중계할 때 1, 2등에게 온통 관심을 쏟는 것처럼 선거판과 정치판을 선두주자들 중심으로 재편하는 역기능이 있습니다. 만들어진 여론에 동조하는 표쏠림현상이 생기는 거죠. 결과적으로 현재 소수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은 영원히 다수가 되지 못하고, 진정한 진보와 보수가 번갈아 집권하는 서구식 민주주의는 어려워지는 거죠

박인규 : 저희가 월요일에 여론조사 전문가를 모시고 한 번 인터뷰를 했는데, 그 분은 여론조사가 제대로 됐다면 민의를 정치에 반영하는 측면에서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말씀하신 중에 건전한 여론형성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건 말하자면 잘 모르시는 유권자들이 그냥 1등한데 몰아주자, 그런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봉수 : 그렇습니다. 흔히 사표심리라고 말하죠.

박인규 : 여론조사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면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정책을 꼼꼼히 보기보다는 그냥 1등 할 사람에게 밀어주자, 이렇게 되는 측면이 많다는 말씀이군요.

이봉수 : 예.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여론에 동조, 편승하게 되는 표쏠림현상이 생기는 거죠.

박인규 : 지금까지 말씀하신 걸 보면 후보자들의 이미지선거, 여론조사에만 집중하는 보도행태가 각 후보들의 네거티브전략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게 아니냐, 이런 얘기로도 볼 수 있겠네요.

이봉수 : 예. 저는 각 진영의 네거티브전략을 언론이 증폭시키는 것은 우리 언론들에 정파성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언론이 지지후보를 밝히도록 하자는 주장도 있죠. 그런데 제가 보기에 우리 언론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면 편집권 독립이 돼 있지 않고 사실과 주장이 마구 섞여서 보도되는 현실에서 지지 후보를 밝히도록 한다면 말하자면 대놓고 정파언론의 시대가 열리게 되는 거죠. 대놓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박인규 : 지금 많은 독자들은 신문을 보면 어느 신문은 어느 편, 또 어느 신문은 어느 편이라고 생각을 이미 하고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지지 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보시는 겁니까?

이봉수 : 예. 말하자면 더 정파언론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보는 거죠.

박인규 : 따라서 공정성을 지켜야 된다. 그렇지만 지금도 사실은 특정 당과 방송, 신문 사이에 편파보도 논란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공정성의 기준이란 게 굉장히 애매한 거 아닙니까?

이봉수 : 애매하죠.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 보도내용이 사실이냐 아니냐에 따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네거티브 보도는 모조리 잘못된 보도라는 주장이 있는데 사실에 근거한다면 그게 바로 검증보도죠, 공정한 거고요. 그런 경우에 후보별로 보도량의 균형을 맞출 필요도 없고 또 맞출 수도 없죠. 그러나 보도내용이나 성격에 따라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예컨대 후보들의 동등보도라든지 인터뷰의 길이 같은 건 공평해야 하고, 또 토론회 초청도 동등하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예전에도 보면 방송의 경우에 어떤 후보가 몇 분이 방송됐고 또 어떤 후보는 그보다 적게 방송돼서 불공정하다, 이런 식의 논란이 많이 있었는데. 방송 시간이 똑같이 배분돼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봉수 : 모든 후보를 다 똑같이 공정하게 시간을 줄 순 없겠죠. 일정한 기준이 필요할 겁니다. 말하자면 유력후보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나 시청자들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좀 더 배려하되, 그러나 소수의 목소리가 배제돼선 안 되기 때문에 또 일정 부분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한 거죠.

박인규 : 지금 공정보도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 보도내용이 사실이냐 아니냐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런데 우리 선거법에 보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보도를 해선 안 된다. 그런 것이 공정보도의 원칙인 것처럼 돼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이봉수 : 물론 그런 규정을 만든 근거가 나름대로 있지만 불리한 보도도 할 수 있고 유리한 보도도 할 수 있어야 검증보도를 할 수 있습니다. 그게 사실에 근거한다면 오히려 그거야 말로 바로 공정한 보도죠. 미국이나 유럽의 언론들이, 보면 특히 대선후보에 대해선 우리보다 더 모든 것을 파헤치죠. 성적부터 시작해서 생활태도, 생활기록부 내용까지 전부 추적해서 실제로 그때 당시 어떻게 커왔는지, 이런 걸 다 밝혀내죠

박인규 : 이봉수 교수께서는 사실 올해부터 교수로 활동하신 거 아닙니까. 그 전에는 기자로 한 20년 계셨고 영국 가서 유학을 하셨는데, 영국에서의 선거보도를 보셨을 것 같아요. 우리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봉수 : 유럽은 의견저널리즘, 오피니언저널리즘이라고 하죠. 그런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가디언 같은 오피니언면이 5개 면이나 되죠. 또 선거 때가 되면 각 당의 정책평가를 통해 자연스럽게 지지 정당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러나 의견과 사실보도를 엄격하게 분리합니다. 그래서 또 영국의 공영방송은 아주 기계적 중립을 지키죠. 우리는 선거가 끝나면 국민들이 언론탓을 하면서 반 정도는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분들이 많죠. 선거와 선거보도가 국민통합과 국가정책형성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국민분열과 정책혼선을 불러오는 측면이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 말씀은 영국 같은 경우는 선거를 거치면서 의견조정도 되고 국민통합의 결과를 낳는데 오히려 우리는 반대결과를 낳고 있다, 그런 말씀이시네요. 제가 알기로는 영국의 BBC가 가장 신뢰받는 방송 중 하나라고 알고 있는데, BBC의 대선보도의 특징이랄까 원칙 같은 건 어떤 겁니까?

▲ ⓒ프레시안

이봉수 :
BBC 같은 경우 아주 선거보도에서 엄정중립을 지킵니다. 영국 같은 경우 보수당과 노동당이 번갈아가며 집권하는데 중립을 안 지켰다가는 BBC가 존립할 수 없었겠죠. 그래서 BBC의 보도지침을 보면 아주 세세하게 규정돼 있습니다. 그래서 중립을 유지하는 거죠. 그래서 선거가 끝났을 때 BBC를 원망하는 국민들이 없죠. 그래서 국민통합에 기여하게 되고

박인규 :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선거 끝나면 방송이 선거를 좌지우지했다고 해서 지는 쪽에서 굉장히 불만이 많은데 영국은 그런 건 없는 모양이군요. 여론조사 보도도 우리와 상당히 다르다고 들었습니다만.

이봉수 : 그렇죠. BBC는 여론조사 보도에 대해서도 별도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론조사만 가지고 뉴스를 제작하지 못하도록, 그리고 예컨대 설문 내용 중 하나를 제목이나 헤드라인으로 뽑지 못하도록 돼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BBC에선 여론조사가 어떤 기사제작의 참고사항이란 얘긴가요..

이봉수 : 그렇죠. 그냥 제시될 따름이죠.

박인규 : 우리 언론 같은 경우는 여론조사 보도가 굉장히 중요한 기사 아이템 중 하난데 BBC는 그렇지 않군요. 그렇다면 BBC만 그런 식의 보도태도를 지킵니까, 아니면 다른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말하자면 여론조사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이런 보도태도를 지킵니까?

이봉수 : 영국에도 민방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MBC 비슷한, 광고는 하면서 뚜렷한 소유주는 없는 방송이 있습니다.

박인규 : 준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군요.

이봉수 : 예. 그런 방송이 말하자면 BBC와 공영경쟁을 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는 오히려 MBC가 그런 역할을 해야 되는데 SBS와 상업경쟁을 하는 국면이죠. 그래서 KBS가 사실은 혼자서 공영방송을 끌고 나가기가, 시청률 경쟁에서나 뭐에서나 힘들죠. 이런 방송환경이 우리와 많이 다릅니다. 그들은 어쨌건, 다른 방송들도 말하자면 BBC의 준칙을 많이 따르는 편이죠.

박인규 : 이번 대선 같은 경우에는 12명의 후보가 최종 나왔어요. 역대 가장 많은 후보가 나왔다는 얘길 듣고 있는데, 12명 중 이른바 군소후보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될 것이냐. 물론 선관위 차원에서는 이른바 5% 넘는 후보들의 토론회, 군소후보들을 모아서 따로 토론회를 하고 있는데, 언론이 군소후보를 어떻게 대접해야 되느냐는 항상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군소후보쪽에서는 너무 대접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들을 말하고 있는데 BBC 같은 경우는 이른바 군소후보에 대한 보도는 어떻게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까?

이봉수 : 예를 들면 영국의 극우정당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영국민들의 상식에서 벗어난 정강정책을 갖고 있는, 그러나 열렬한 지지층을 갖고 있죠. 그런 정당의 후보에 대해서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서 저 사람들이 뭘 주장하는 건지 시청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하더라구요.

박인규 : 나름대로 군소후보들에게 자기의 정책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이봉수 : 그렇습니다. 보수당과 노동당이 있고 그 중간에 자유민주당 같은 게 있는데 그 세 당은 공평하게 시간을 주고, 다른 정당도 그 전 선거의 득표순위라든가 여러 가지 기준을 가지고 그런대로 소수의 목소리를 반영하더라구요.

박인규 : 영국의 예에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신문이나 방송에서 군소후보에 대한 배려가 상당히 부족한 거네요. 그렇다면 국내 언론들의 대선보도를 개선해야 된달까, 보완하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된다고 보십니까?

이봉수 : 무엇보다 정파성에서 벗어나 후보검증보도를 제대로 하고 정책보도와 평가에 힘써야겠죠. 대선이 2주도 안 남았는데도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가 어떤 정책을 들고 나왔고 어떤 후보가 당선되면 자신의 생활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모르죠. 너도 나도 고성장경제를 정책목표로 하고 있는데 경제성장률 퍼센테이지만 다르더라구요. 모두가 서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어떤 후보는 감세를 하겠다고 얘기합니다.. 그럼 서민을 위한 사회복지 확충은 무슨 돈으로 합니까. 그래서 한국의 정당들은 모두를 대표하면서도 누구도 대표하지 않는다. 이런 말이 나오죠. 언론이 그렇게 조장하는 탓이 크다고 봅니다. 대선을 통해서 국민이 선택한 주요 정책을 밀고 갈 최고 리더를 뽑아야 하는데, 선거 끝난 뒤에 자기한테 손해나는 정책을 추진하는걸 보고 배신당했다, 이렇게 후회합니다. 이미지선거의 폐단이죠. 선거가 민주주의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겁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지금 말씀하신 중에 모두를 대표하면서도 누구도 대표하지 않는다. 선거기간 동안 선심성 공약을 마구 내놨는데 실제로 당선되면 그렇게 해주지 않는.

이봉수 교수께서는 경제부장까지 하시고 경제저널리즘을 오래 하셨기 때문에 한 번 여쭤보는데요, 모든 후보들이 6%, 7%, 8% 성장, 말하자면 성장률 숫자경쟁을 하고 있는데 경제저널리즘을 오랫동안 해오신 분으로서 그런 고성장약속이 현실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이봉수 : 환상이죠. 사실 고도성장이 좋은 것 같지만 고도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정책수단이 동원돼야 되고 그렇게 할 경우 부동산 가격이 뛴다든가 부작용이 더 심각하죠. 그래서 사실 선진국이 그렇게까지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나라들이 많지 않습니다.

박인규 : 거의 비현실적이라는 말씀이신데, 그 부분에 대해서... 언론들이 '이 부분이 과연 현실적이냐' 그런 식의 논쟁을 안 하고 있다는 건 좀 문제 아닌가요? 어떻습니까...

이봉수 : 그게 바로 우리가 정책검증을 제대로 안 한단 얘긴데, 선거 가까워지면 각 언론사의 경제부는 할 일이 적어집니다. 사실은 정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경제정책 아니겠어요? 그럼 이 경제부가 정책을 분석해야 되는데, 우선 독자들이 적다고 생각하고. 말하자면 경제부는 개점휴업 상태가 되죠. 정치부만 바쁜데 결국 정치부에서 하는 일이, 안 된 얘기지만 후보들의 복장이 어떻다 미주알고주알 동정을 보도하고, 이런 식이 돼버린단 말이에요. 결국 여론조사를 자주 해서 경마식 여론조사에 근거한 보도에 몰두하고요.

박인규 : 정책대결이 돼야 된다. 후보검증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언론에 계신 분들 말씀 들어보면 많이 하고 있다. 하고 있는데 독자들이 재미없어하고 잘 안 본다. 독자들에게 재밌는 걸 하다 보면 역시 이미지, 네거티브로 가는데 할 수 없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들 하세요. 말하자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런 논쟁인데, 누가 먼저 그걸 바꿔야 되는 겁니까 그렇다면?

이봉수 : 절대적으로 양이 부족하죠 실은. 그런데 조금 한 걸 가지고 그렇게 얘기하는데 한 번 지면 비교해 보세요. 실제로 그렇게 정책검증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요즘 와서 보면 일부 신문이 정책검증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여론조사는 그 폐해를 생각해서 일면 톱으로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행태를 못 벗어나고 있죠.

▲ ⓒ프레시안

박인규 :
독자들이 관심없어 한다고 미리 포기할 것이 아니라 언론사 입장에선 항상 후보자 검증보도, 정책검증을 계속 해야 된다, 그런 말씀으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나이 40이 넘어서 뭔가 새로운 일 시작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데, 40대 후반에 영국으로 유학을 가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이봉수 : 무모했죠. 부끄럽게도 참 토플시험에서 8번이나 떨어졌습니다. 한 번은 영어지문으로 나이 들어서 영어공부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나왔는데 읽어보니까 딱 내 케이스에요. 이것 때문에 아주 고생했고요, 제임스 커런이라는, 저서를 14권이나 낸 석학 밑에서 사실 경제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떨어졌어요 또. 제자로 안 받아주고. 그래서 캠브리지 대학 경제학과로 가서 경제학을 1년 수박 겉핥기로 연수하고, 다시 재수를 해서 커런 교수 밑에 들어갔습니다. 정말 말도 못하게 고생했죠.

박인규 : 그렇게 고생하실 건데, 그래도 경제부장 하시면 잘 하면 국장도 가실 텐데 왜 유학가실 생각을 하신 겁니까?

이봉수 : 저도 죄인 중 한 사람이지만 사실 한국의 경제저널리즘에 문제가 많았죠. 외환위기의 한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고. 그것을 논문으로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유학을 갔던 거죠.

박인규 : 올해부터 교수로 활동하시는 건데, 교수가 되시자마자 한 게 저널리즘스쿨이란 걸 만드셨어요. 그게 기존의 언론대학원과는 다른 겁니까?

이봉수 : 사실 선진국에서는 저널리즘스쿨 출신이 언론계의 주축을 형성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사들이 특별히 언론학과 출신을 선호하지도 않고. 물론 이론 중심으로 교육을 하니까. 언론계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는 게 언론교육의

박인규 : 지금의 언론대학원은 이론 중심이고 만드시고자 하는 저널리즘스쿨은 실무 중심이다.

이봉수 : 실무 중심이고, 실무기능만 익혀선 안 되니까 말하자면 인문 사회과학적 소양,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 이런 것을 키워주는 것이죠. 그리고 국제영어취재능력까지도 키워주겠다는 겁니다.

박인규 : 정확한 통계인지는 모르지만, 제가 듣기로는 우리나라의 언론학과 교수님이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고 하던데,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굉장히 많은 언론학과, 언론대학원이 있는 실무 중심의 언론교육이 그동안 안 돼온 이유는 뭡니까?

이봉수 : 언론학과 교수님들이 주로 이론을 전공하신 분들이에요. 문화이론이나 커뮤니케이션이론이나, 그리고 언론계 출신들한테는 배타적인, 말하자면 실무경력은 거의 인정해 주지 않는 경향이 있었죠. 그래서 저널리즘스쿨이 생기지 못했던 겁니다.

박인규 : 지금 만드시는 저널리즘스쿨에서는 어떻게 교육하실 생각이십니까?

이봉수 : 크게 세 가지 능력과 덕목을 갖춘 인재를 길러낼 겁니다. 첫째는 멀티미디어시대에 걸맞게 어느 현장에 투입돼도 당당히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실무능력을 갖춘 인재인데요, 이를 위해서 전임교수진이 멘토로서 1대 1 글쓰기 첨삭교육을 하고 취업지도도 합니다. 또 기능만 배워선 안 되니까 인문 사회과학적 소양교육을 하고, 세계 어느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나 국제회의에도 능숙하게 취재, 보도할 수 있는 외국어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은 이론 위주에 학점도 따야 되고 언론고시준비도 해야 되고. 학원비와 학교등록금을 각각 내야 됩니다. 우리 저널리즘스쿨에서는 이런 이중고를 하나로 합쳐서 학생들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겠다는 겁니다.

박인규 : 저널리즘스쿨에서 언론실무 중심의 교육을 하신다면 교수진들도 일반 언론대학과는 다르겠네요.

이봉수 : 네. 20명 전원이 언론계 출신이면서 대부분 국내외에서 석박사학위를 가진 분들입니다. 처음에 우리가 후보 명단을 짜놓고 이 중 절반만 영입하면 성공하겠다 생각했는데, 전원이 저널리즘스쿨 설립취지에 의기투합 했습니다. 저를 빼고는 신문, 방송, 온라인저널리즘과 뉴미디어 각 분야에서 가장 탁월하다고 인정받는 전현직 언론인들입니다. 한국일부의 장명수 고문을 비롯해서 중앙일보 출신의 남재일 박사, 경향신문 출신의 제정임 박사, KBS소비자고발의 이영돈 PD, 씨네21 초대편집장을 지내신 조선희 한국영상자료원장, 석종훈 다음커뮤니케이션사장, 이런 분들이 다 참여하고 있죠.

박인규 : 말하자면 우리가 알고 있는 교수와는 개념이 다르네요. 교수라는 건 논문을 써서 석사나 박사학위를 받아야 되는데 그런 분들이 아닌 분들이 가르치시는 거군요.

이봉수 : 예. 그러니까 지금 로스쿨, 비즈니스스쿨, 또 앞으로 저널리즘스쿨이 인문 사회과학분야 대학원 교육에서 상당히 뜰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세 분야가 전부 상당수 교수들이 실무 쪽에서 말하자면 경험을 쌓은 분들이 들어가서 교육해야지 제대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겠죠.

박인규 : 그렇다면 영국이나 미국 같은 데서도 언론학 교육을 이론보다는 실무 중심의 교육이 더 많습니까? 미주리스쿨 같은 데가 그렇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

이봉수 : 저희가 이번에 미국의 미주리대학과 콜롬비아대학원, 유럽의 저널리즘스쿨들을 벤치마킹했는데, 미주리대학의 경우에 83명의 교수가 대부분 언론계에서, 그것도 오랜 경력을 쌓은 분들이고. 기자, PD, 별의 별, 거쳐서 영국에서 보면 보수, 진보언론이 적당히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제가 나온 런던대 골드스미스컬리지 졸업생들도 각자 성향에 따라서 진보적이면 가디언, BBC로 진출하고 보수적이면 더 타임스로 가고 그러는 거죠. 동문수학하면서 언론의 가치와 스탠더드를 배우고 공유했기 때문에 지향하는 이념은 다를지언정 우리처럼 언론들끼리 이전투구를 벌이고 이런 일은 별로 없죠. 물론 루퍼트머독신문 같은 경우는 가디언이나 BBC를 신랄하게 공격하고 시비가 벌어지긴 하지만요.

박인규 :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사실 언론실무는 대학에서 배우기보다는 해당 언론사에 들어가서 이른바 도제식 교육, 선배한테 배우면서 언론의 실무를 배우게 되는데, 그것도 문제점이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이봉수 : 그럼요. 한국 언론계의 도제교육체제는 학교에서 이뤄져야 할 교육이 언론사로 전가된 겁니다. 우리 언론계가 안고 있는 문제의 근원 중 하나라고 전 생각합니다. 아까 대선보도에서도 언급했던 공정성이라든가 객관성의 보도규점이 회사의 조직규범이나 분위기에 휩쓸리고 그런 경우가 많죠. 또 선배들의 잘못된 문장, 판에 박힌 스타일, 심지어 가치관까지 빨리 닮아가는 기자가 유능한 기자로 대우받는 경우가 많죠.

박인규 : 그 말씀은 언론계 공통의 가치기준이 있기보다는 각 회사마다 다르다는 말씀인가요? 회사의 특징에 따라서

이봉수 : 그렇죠. 지금 보도성향을 보면 같은 대학을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육은 들어가서 1, 2년차 선배한테 배우기 때문에 그들의 가치관이나 이런 걸 그대로 닮아가는 것이죠.

박인규 : 언론실무를 가르치는 대학원과정의 학교, 새로 시작됐는데 기대가 되고요.
앞으로 언론학자로서 계획이나... 있으시면 마지막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봉수 : 제가 사실 외환위기 전후, YS, DJ정권 10년을 끊어서 한국경제저널리즘을 반성한다는 차원에서 논문을 썼는데 외환위기 10주년을 넘기면서도 아직 출판을 못했어요. 저는 논문에서도 그랬지만 한국의 경제위기는 단순한 경제적 요인만으로는 그 원인과 전모를 알 수 없고, 한국 언론의 위기, 의사소통의 위기, 나아가서 민주주의 위기라고 주장했습니다.

박인규 : 경제전문기자에서 언론학자, 또는 언론교육자로 변모하셨는데 저널리즘스쿨이 잘 돼서 우리나라 언론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이봉수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이봉수 교수를 초대해 제17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우리 언론 보도의 문제점과 함께, 이번에 새롭게 개설된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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