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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왜, 찬성의 한 표를 던질 수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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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왜, 찬성의 한 표를 던질 수 없었나?

[다산 칼럼]<22> 팔레스타인의 눈물과 희망

지난 11월 29일(미국 현지 시간) 뉴욕의 유엔 총회에서는 찬성 138, 반대 9, 기권 41표라는 압도적 지지로 팔레스타인이 유엔의 비회원 참관 '단체(entity)'에서 참관 '국가(state)'로 승격되었다.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은 작년에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신청했으나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좌절되었다. 그렇지만 안보리 동의가 필요 없는 유엔 산하 유네스코에서는 압도적인 표차로 정회원국에 가입하는 데 성공했다. 팔레스타인은 이번에도 안보리 동의가 필요 없는 '유엔 비회원 참관 국가' 승인을 요청했는데 3분의 2 선을 훨씬 넘은 나라들이 찬표를 던져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호소대로 "팔레스타인 국가에 출생증명서를 발급"해준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캐나다 등이 반대했지만 중국과 러시아, 일본,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국가는 물론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가자지구 봉쇄와 폭격으로 프랑스 등 기권을 행사해온 나라들이 찬성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 역사적인 표결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기권했다.

2007년 이스라엘에 의해 봉쇄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2008년 12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천 4백여명이 죽었고 지난 11월 14일에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어린이와 여성 등 46명이 죽고 4백여명이 부상한 바 있다. 심지어 이번에 이스라엘군은 트위터를 통해 가자지구 집권당인 하마스의 군 최고지도자 아흐메드 알 자바리의 표적암살 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했고, 폭격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여 국제사회의 강력한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1월 29일 '전 세계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을 맞아 기독교회관에서 기독교계 단체들과 함께 한국 그리스도인 평화 기도회를 갖고 이스라엘로부터 군사적 공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했다. 김영주 총무는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부당한 인종차별과 인권유린에 눈감고 있었음을 회개한다"면서 "전 세계 팔레스타인인 연대의 날에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보다 앞서 많은 한국의 작가들과 시민단체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과 눈물에 공감과 연대를 표시한 바 있다. 1980년대 초부터 팔레스타인 작가들의 시와 소설이 번역 소개되었고, 오수연 작가는 직접 팔레스타인을 방문하여 생생한 현장 르뽀를 보내왔다. 계간 <아시아>는 2010년 여름호에서 특집으로 팔레스타인 작가들을 집중 조명했다.

희망과 눈물로……독립과 권리 일궈내

"우리는 '희망'이라는 고칠 수 없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해방과 독립을 바라는 마음 말입니다. 영웅도 희생양도 아닌 정상적인 삶을 살겠다는 바람, 자식들이 안전하게 학교로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임산부가 군 검문소 앞에서 죽은 아기를 낳지 않고 병원에서 살아있는 아기를 낳으리라는 바람, 우리 시인들이 피가 아니라 장미에서 빨간색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될 날이 오리라는 바람, 이 땅이 '사랑과 평화의 땅'이라는 원래의 이름을 되찾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 우리와 더불어 이 '희망'이라는 짐을 나누어 진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이것은 팔레스타인의 저명한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가 국제작가회의 대표단을 맞이하는 환영사에서 한 말이다.

그는 또 '희망에 대하여'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나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 "알제리아의 찐빵장수나 되어/ 혁명가들과 어울렸으면"/ 나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 "예멘의 목동이나 되어/ 부활을 노래했으면"/ 나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 "하바나의 급사나 되어/ 억압받는 사람들의 승리나 기원했으면"/ 나에게 그런 말은 하지 말라/ "아스완 댐의 젊은 수문장이나 되어/ 바위를 위해 노래했으면"/ 나의 친구여/ 나일강은 볼가강으로 흐르지는 않네/ 콩고강이나 요단강이 유프라테스강으로 흐르는 것도 아닐세/ 모든 강은 그 자신의 시원(始原)이 따로 있고/ 제 가는 길이 따로 있고 제 삶이 따로 있지./ 우리의 조국은 친구여, 황폐한 나라가 아니라네./ 때가 되면 모든 나라는 새로 태어나고/ 모든 전사는 새벽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니.(압델 와하브 엘 메시리 편, 박태순 역, 『팔레스티나 민족시집』에서 인용)

개인의 품격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품격도 부당하게 고통받는 약자에게 동정과 공감을 보내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어 평화공존의 희망을 북돋우는 데서 나온다는 것을 이번 팔레스타인 표결은 보여주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말처럼 "팔레스타인은 독립국가가 될 정당한 권리가 있으며, 이스라엘은 이웃과 평화롭게 공존할 권리가 있다"는 단순한 원칙을 근거로 한국도 찬성의 한 표를 던질 수는 없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 다산연구소가 발행하는 <다산 포럼(www.edasan.org)> 12월 4일자에 '팔레스타인의 눈물과 희망'이란 제목으로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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