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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호크 사건', 중ㆍ미 수교 이후 최대 악재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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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키티호크 사건', 중ㆍ미 수교 이후 최대 악재로 비화

[분석]중국 새 지도부, 대만 문제에 강경파 대거 포진

지난 달 21일 발생한 '키티호크 사건'이 지난 1979년 중국과 미국의 수교 이후 가장 큰 외교 악재로 비화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과 미국에 군사적 긴장 관계를 크게 고조시킨 계기가 된 사례로는 지난 1999년 5월 미군이 중심이 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 대사관을 오폭한 사건, 지난 2001년 중국 하아니다오 부근에서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충돌한 사건이 꼽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과거와 달리 예기치 못한 사건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중국의 의도적인 전략와 맞물려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을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키티호크 사건'으로 인한 중국과 미국의 갈등은 미 항공모함 키티호크 호가 추수감사절을 홍콩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기 위해 사전에 홍콩 입항 허가를 요청했으나, 입항 당일 중국 당국이 돌연 입항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중국 당국은 이튿날 키티호크가 홍콩 입항을 포기하고 일본의 요코스카 항으로 뱃머리를 돌린 뒤에야 '인도주의적 이유'라면서 입항 허가를 통보했으나, 키티호크 호는 중국의 변덕스러운 입항 허가를 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만해협을 거쳐 일본으로 가버렸다. 대만해협은 대만의 독립 문제로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곳이기 때문에 협의 없이 통과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 항공모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1996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2척이 출동한 뒤 처음이다. 이 때문에 키티호크 호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함재기를 이륙시켜 항모 주변을 감시는 등 일종의 무력시위를 벌였다고 미 태평양 사령부가 지난달 29일 뒤늦게 밝혔다.
▲ 최근 중국이 해군과 공군 합동훈련을 은밀히 실시하는 등 군사력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중국의 키티호크 호 입항 거부는 보복성 조치

게다가 중동평화회의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양제츠 외교부장이 지난달 28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키티호크 호 사건이 거론되자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일축하면서 양국의 외교적 갈등이 가열되기 시작했다.

백악관은 즉각 양제츠 부장의 발언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키티호크 호 홍콩 입항 거부는 잘못된 일"이라며 중국 정부의 해명을 거듭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튿날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양제츠 외교부장의 발언보다 수위를 높여 반박했다.

그는"미국의 잘못된 행위가 중·미 관계를 방해할 수 있다"면서 "미국이 달라이 라마에게 황금메달을 수여한 것과 대만에 무기를 수출한 것은 모두 잘못된 행위로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키티호크 호 입항 거부가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대한 보복성 조치임을 시사한 것이다.

또한 홍콩의 <명보> 등 일부 중국통 언론들은 '키티호크 사건'은 은밀한 군사훈련 현장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중국 군부의 입김에 의한 것이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중·일 군사 교류 행사에 이번에는 미국이 제동

이번 사건은 중국과 일본이 모처럼 성사시킨 군사 상호교류 행사에도 찬물을 끼얹는 요인이 되었다.

지난달 28일 일본에 사상 최초로 입항한 중국 해군 구축함 선전호에 탑승한 중국 인민해방군 고위관계자 10여명이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 기리시마호를 시찰하려던 계획이 주일 미군의 항의로 중지된 것이다. 중국군의 이지스함 시찰은 지난 8월 중·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양국 간 함정 상호방문 등 방위교류사업의 일환으로 합의됐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국제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제임스타운 재단'이 최근 선임연구원을 통해 게재한 글이 주목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미국의 <CNN> 등의 주요 필자로도 활동하는 윌리 램 연구원은 이 글에서 지난달 19일부터 실시된 중국의 해상 군사훈련과 키티호크 사건을 연결시켜, 중국의 새 지도부가 대만 문제에 강경한 노선을 택하고 있다는 점을 이 사건의 주된 배경으로 꼽았다.

중국과 미국 양국은 지난 1982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중국은 하나이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의 입장을 인정하는 이른바 '8.17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대만에게 개량형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판매하기로 결정하고, 티벳의 자치독립을 주장하는 달라이 라마에게 미 의회가 황금메달을 수여하자 중국 정부가 발끈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미국과 맞먹는 군사 강국을 추진하는 중국의 새 지도부의 전략을 조명하며, 아시아태평양 주변국들도 긴장시키고 있다고 지적해, 중국과 미국의 군사적 갈등은 1회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실제로 중국은 이달 안으로 중국 윈난 성에서 중국-인도 양국 육군 병력을 각각 100명씩 동원해 합동 군사훈련을 벌일 예정이다. 지난 1962년 히말라야 산맥의 국경선 분쟁으로 전쟁까지 벌였던 두 나라가 합동군사훈련을 갖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이런 군사외교 행보는 미국에 대해 '울타리치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음은 'China's show of strength ups military ante'의 주요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편집자>

지난주 중국 동남부 해안에서 공군과 해군이 출동한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됐다. 이것은 제 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선출된 중국 공산당의 새 지도부가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 강력한 대처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미국의 항공모함 키티호크 호가 홍콩에 입항하는 것을 돌연 거부한 조치가 이번 군사훈련 기간에 취해진 것도 미국 정부에 대한 불쾌감을 전달하려는 의도였다. 미국운 최근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하고,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게 황금메달을 수여해 중국 정부를 자극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실력행사를 하고 나선 것은 후진타오 주석의 군사력 강화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17전대에서 중앙군사위원장으로 다시 선출된 후 주석은 이미 가공할 군사력을 지닌 인민해방군의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만에 대한 해상·공중 협공 전술훈련

지난 11월 19일 시작된 이번 군사훈련은 대만을 해상과 공중에서 협공하는 전술훈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러시아제 킬로급 잠수함, 소브레미급 구축함, 중국이 자체 개발한 신형 전투기들이 이번 훈련에 동원됐다. 또한 신형 스텔스 미사일, 러시아제 대함 순항미사일 등 신무기들도 이번 훈련에 등장했다.

상하이와 광저우 등지에서 출발하는 상용 항공기 수백 편이 이 훈련 때문에 연기됐다. 키티호크 호의 입항을 거부한 이유도 이 훈련의 보안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지난 11월 초 미국의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가 베이징에서 중국의 군 수뇌부와 함께 군사 핫라인으로 설치하기로 합의하는 등 신뢰구축을 위한 합의를 했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키티호크 사건은 더 깊은 내막이 있다.

미국이 대만의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위해 패트리어트 개량형 미사일 9억4000만 달러 어치를 팔기로 한 것에 중국 정부가 화가 난 것이다. 또한 지난 10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중국 정부가 티벳의 독립운동을 지지하는 분리주의자로 간주하는 달라이 라마에게 의회에서 상을 수여한 것에 항의를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일련의 대응들은 대만과 미국만 겨냥한 것이 아니다. 이번 군사훈련은 베트남이 영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일부 섬들과 가까운 곳에서도 실시됐다. 지난달 28일 베트남 외교장관은 "중국의 군사훈련은 베트남 주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중국은 대만의 독립을 추구하는 집권 민주진보당(DPP)이 내년 3월 총선을 앞두고 중국과 군사적 위기를 조장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군사적 위기를 구실로 총선 일정을 연기하거나 계엄령을 발동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천수이볜 대만 총통은 야당인 국민당이 총선을 위한 선거 절차를 계속해서 방해할 경우 계엄령을 선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천 총통은 얼마 뒤 이런 발언을 취소했지만, 중국은 국민당 대선후보 마잉저우가 여론조사에서 민진당 후보보다 지지율이 앞선 것으로 나타난 상황에서 민진당 지도부가 특단의 대응책을 취할 가능성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치국 상임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는 중국 공산당 권력의 두 축으로 대만 문제에 대해서 오랜 경험을 지닌 군 출신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대만과 마주 보고 있는 푸젠성의 성장 또는 당 서기 출신들이 3명이나 상임위원으로 있다. 인민정치협상회의 자칭린 주석,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에 임명된 허궈창, 제 5세대 지도자 후보로 떠오른 시진핑이 그들이다. 중앙군사위원회에도 대만 문제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중앙군사위원장이 된 2004년 말 이후 대만 해협을 관할하는 난징 군단 출신들을 대거 승진 기용한 바 있다.

이번 군사훈련은 보다 큰 틀에서 볼 때, 올해 초 중국이 기상위성을 미사일로 격추하며 군사력을 과시한 것과 연결된 것이다. 미사일로 인공위성을 격추한 실험은 중국이 우주 군사력 확장에 나설 준비를 갖추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으로, 지난 10월 24일 중국은 자체기술로 제작한 달 탐사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군부, 신무기 즉각 공개하며 군사력 과시

이제 중국 인민해방군은 과거와 달리 신무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핵탄두 장착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에서부터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에 이르기까지 곧바로 실전 배치될 신무기를 완성하기 무섭게 공식 군사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제 대만의 독립을 추구하는 세력이나 이에 은근히 동조하는 미국과 일본에게 중국이 단일국가를 유지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뿐 아니라, 초강대국에 걸맞는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군사력 발전은 중국 공산당이 오랫동안 신경을 써온 내부 통합을 강화하는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달 26일 달 탐사 위성이 보내온 사진들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에서 "이번 달 탐사 프로젝트는 인민의 통합을 고양시키는 데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의 군사력 확장 과정에서 군부와 중국 정부 당국, 공산당 지도부와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도 드러났다. '키티호크 사건'은 이런 균열을 보여준 사건이기도 하다.

중국의 외교부는 사전에 입항 허가를 요청한 키티호크 호에 대해 지난달 21일이 되어서야 입항 거부를 통보했고, 바로 다음날 '인도주의적 이유'로 입항을 허용한다며 입장을 바꾸었다.

'키티호크 사건'은 최근 미국과 중국 군사관계에 보여졌던 긍정적인 진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게이츠 국방장관은 중국 방문 중 양국간 군사분야의 투명성을 현안으로 꺼냈음에도, 이번 군사훈련은 중국의 관영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인민해방군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계국들은 물론이고, 중국의 관계 부처에도 군사훈련에 관해 통보하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중국의 구축함이 일본에 최초로 입항하며 중·일 간의 해빙 무드를 상징하는 행사에도 그늘을 드리울 것이다.

중국의 후진타오 지도부가 점점 자기주장의 강도를 높여가면, 일본, 미국, 그리고 아직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중국 위협론'은 더욱 가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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