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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중동평화회의, 핵전쟁 몰고 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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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중동평화회의, 핵전쟁 몰고 올 수도"

[진단]이스라엘, 평화가 아닌 팔레스타인 분열 노려

지난 27일 미국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에서 열린 중동평화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합의한 내용이 실체가 없는 공허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동성명을 통해 발표된 이번 합의는 언뜻 들으면 2008년 말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모든 현안을 매듭짓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목표로 한 평화협상을 체결하겠다 것처럼 전해지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2008년 말 이전에 협상을 매듭짓기로 합의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한다"는 것에 합의한 것이다. 나중에 "노력을 다하지 않았느냐"고 하면 그만인 것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등 몇몇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아나폴리스 회담'에 아랍국가들을 대거 참여시키기 위해 애를 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보다 의미있는 합의가 나오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레임덕 3인방'이 중동평화를 이룬다고?)

더욱 나쁜 점은 평화를 위한 어설픈 노력은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보다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로드맵이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마스를 제거해야 로드맵 이행하겠다는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그들을 공격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이 모두 제압된 뒤에야 로드맵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의회는 가장 민감한 영토 문제에 대해서는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도록 해 사실상 어떤 합의가 나와도 이행할 수 없게 만든 법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이스라엘의 이런 입장은 팔레스타인의 평화가 아니라 분열을 유도해 사실상 평화협상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팔레스타인은 두 동강이 난 상태이다.

지난해 1월 총선에서 압승한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 6월 가자지구를 무력으로 점령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유럽이 하마스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테러단체로 지정해 제재를 가하고, 친서방 인사인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내각을 해산하고 비상내각을 출범시키자 반발한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또다른 지역인 서안지구에 비상내각을 세운 압바스는 이번 회담에 팔레스타인을 대표해 참석했지만, 대표성 논란이 벌어지면서 팔레스타인은 아나폴리스 회담을 계기로 더욱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압바스 수반이 팔레스타인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려는 게 아니라 자기의 권력 유지에 몰두하고 있다며 분노를 느끼는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하마스의 세력은 점점 강해지고 있는데, 하마스를 포함시키지 않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은 '거짓 평화협상'이라고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에서는 10만여 명이 넘는 주민이 시위를 벌였고, 자치정부가 있는 서안 지구는 모든 시위가 통제되는 데도 수백명이 시위를 벌이다가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때문에 압바스 수반이 서방세계의 지원을 등에 업고 하마스 등 무장단체에 대한 진압에 나설 경우 팔레스타인의 내전이 촉발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부시의 진짜 관심사는 이란과의 전쟁"

나아가 이번 중동평화회의가 이란을 자극해 중동 전체의 내전을 일으키는 계기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중동평화를 이루겠다면서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을 빼고 미국이 이번 회담을 중재한 것을 보면, 이란에게 친미, 반이란 동맹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 행사였다는 것이다.

2001~2005년 부시 행정부에서 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다니엘 커처도 "부시 대통령이 중동평화를 위한 정책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부시 대통령의 진짜 관심사는 이란과의 전쟁이라는 것이다(☞관련 기사: "중동평화회의의 목표는 反이란 전선 구축").

실제로 이번 중동평화회의에는 이란을 뺀 모든 중동국가들이 초청되었으며, 심지어 이란과 밀접한 관계인 시리아마저 막판에 참석해 이란과 시리아 사이에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미국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란과 적대적인 아랍국가들을 이번 회담에 끌어모아 이란과의 전선을 더욱 뚜렷이 했다. 이들 아랍국가들은 이란이 핵무기 획득을 추진하고, 하마스 등 일부 아랍 무장단체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는데, 이를 이용해 미국이 언제라도 싸움을 벌일 양대 세력으로 중동을 재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무기 보유 능력 국가들 수십개에 달할 것"

심지어 이번 중동평화회담이 중동의 핵전쟁을 촉발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이러 처너스 미 콜로라도대 교수는 28일 <아시아타임스> 기고문에서 "아나폴리스 회담이 이란에 대해 그저 상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정도가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가 말하는 '예측하지 못한 결과'는 핵전쟁이다.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 팔레스타인 분쟁 등이 중동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핵 확산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어떤 상황이 초래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핵 확산의 문제는 "현재 누가 핵무기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누가 핵무기를 만들 연료를 가지고 있느냐"는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적으로 핵연료 생산까지가 어려운 단계이지, 그 이후는 기계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 핵무기를 가질 능력을 보유한 나라들은 수십개에 이른다. 이처럼 핵이 확산되는 이유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그동안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 그리고 미국의 세계 패권에 방해가 되는 정부를 척결하기 위해 동맹국에게는 핵기술을 제공하는 반면, 미국의 승인을 얻지 않고 핵기술을 획득하려는 상대는 핵을 동원해서라도 분쇄하겠다고 위협해 왔다(☞관련 기사: "핵무기 확산의 주범은 부시").

처너스 교수에 따르면 핵무기 보유(또는 보유가능)국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한 축은 러시아에서부터 중국을 거쳐 한국, 일본, 그리고 대만 등 아시아 일대 국가들이다. 또 다른 축은 인도에서 파키스탄을 거쳐 이란, 시리아, 이스라엘(이미 200개 이상의 핵탄두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두 나라는 최근 미국의 핵기술을 제공받는 협상을 타결했다), 그리고 이라크(미국이 항구적인 군사기지를 구축해 유지하게 되면 이곳에 핵무기를 배치하게 될 것이다) 등이다.

처너스 교수는 "이 때문에 핵무기는 전세계에서 완전히 폐기되어야 하는 것이며,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쇼가 아닌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해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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