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민주당 통합협상 결렬…국민께 죄송"

"문국현-이인제와 후보단일화 추진한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23일 민주당과의 협상이 결렬됐음을 선언하고 고개를 숙였다.

정 후보는 이날 선대위, 최고위, 고문단 연석회의에서 "민주당과의 합당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물리적으로 합당은 불가능한 시점에 이르렀다"며 "합당과 단일화를 바라는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하며 민주당에 대해서도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인제 후보와 후보단일화 추진하겠다"

정 후보는 "이제 신당 후보로 등록하고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임하겠다"며 "수구냉전세력에 맞설 민주개혁세력의 사실상의 단일 후보로 정동영을 지원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정동영이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신발끈을 다시 매겠다"며 "풍파를 헤치고 대선 승리의 목적지까지 인도해 주실 것을 국민들에게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는 "정동영이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더 절박한 것은 끝까지 민주평화개혁세력이 하나가 되는 내부의 노력"이라며 "다른 후보와의 단일화 노력을 계속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연석회의에 참석한 손학규 선대위원장은 "정 후보가 마음이 착잡한 것 같은데 그럴 것 없다"고 위로하면서 "지금이야말로 사즉생의 각오로 국민들을 향해 가면 결과적으로 단일화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해찬 선대위원장도 "지금 이명박, 이회창 후보의 여러 문제점이 가득 드러나 있기 때문에 선거를 주도하면 우리의 지지세력을 충분히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우리도 대선 이후만을 바라봤던 것 아닌가"

정 후보는 이번 통합 협상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에 대해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많이 듣겠다"며 "동지, 선배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변화에 대한 열망을 성실히 받아 수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이번 통합 협상에 대한 당내 반발에 대해 섭섭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협상에서 민주당에 대해 대선 이후를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 내부도 대선 이후만을 바라봤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야 한다"며 "나는 총선이나 당권, 그 어느 것에도 아무 티끌만한 관심도 없다"고 했다.

그는 "대선 승리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다면 생명이라도 바꿀 각오이며 대선에서 지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라는 게 나의 진심"이라며 "최대한 많이 듣고 정치하면서 많은 분들의 의견을 따라왔다. 12월 19일에 모든 것을 건다는 자세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국현 지나치다…우리가 받아줘야 하느냐" 격앙

한편 범여권 후보단일화의 다른 축인 신당과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협상도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상태다.

김현미 대변인은 "문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는 중단된 상태"라며 "항간에 거론되는 권력분점이나 연합정부 논의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가능한 예상 프로그램일 뿐"이라고 했다.

이날 연석회의에서는 정동영 후보에 대해 '사퇴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문국현 후보에 대한 성토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형 고문은 "민주세력이 합해야 한다는 기대는 변함 없다"면서 "그러나 문국현 후보를 끌어안기 위해 국민 앞에서 낮은 자세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상대는 도를 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회의 참석자 다수가 "우리가 그런 모습을 그냥 받아줘야 하느냐", "겸손이 지나친 게 아니냐", "강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느냐"며 이러한 지적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일부 (문 후보에 대해) 화를 내는 분들이 계셨다"고 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정치적으로 세력 통합의 문호는 열려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입장"이라며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