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임창열 전 경제부총리입니다. 임창열 전 부총리는 1944년 경기도 고양 출생으로 66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99년 명지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70년 제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무부 이재국장을 비롯해.. IMF이사와 조달 청장 통상산업부 장관을 거쳐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으로 일했으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경제부총리로서 3차례에 걸친 IMF와의 협상을 이끌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경기도지사를 역임했습니다.
박인규 : 경기도지사를 하신 것까지는 제가 알고 있는데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임창열 : 요즘은 공직을 떠나서 제가 국내외에서 정부에서 경험한 경험들이 필요한 부분들이 계시니까 내가 이걸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까 생각하면서 기업들 자문도 해주고, 특히 연구개발 중심의 중소기업들, 우리 미래의 성장산업이 될 만한 젊은 기업들을 많이 자문해 주고 또 중국 등 외국 정부자문도 해주고 시간이 되면 봉사활동도 하면서 지냅니다.
박인규 : 우리 경제를 책임졌던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요즘 우리 경제를 보시면 걱정이 많이 되시지 않습니까?
임창열 : 우리 후배들께서 참 열심히들 하시는데, 또 한 면에서는 이런 점은 이렇게 잘 해줬으면 하는 점도 있죠. 우선 지금 요즘 우리 경제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은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우리 겯제를 보면 양면성이 있어요. 그동안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수출도 많이 늘었고 외환보유고도 많이 늘어서 세계 4대 외환보유국가가 됐고 주식시장도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면을 들여다보면 최근 와서 외환위기 당시보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졌어요. 소득이 양극화되고, 또 열심히 대학까지 교육을 마쳐도 청년실업자는 굉장히 높은 수준이고 이태백이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기업들이 이제 성장에 대한 의욕도 많이 잃어버리고... 성장동력이 떨어지니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날에 우리장래에 대해서 참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다시 한 번 긴장하는 마음으로 준비해야만 우리 국민들이 걱정을 안 하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청년실업이 늘어나는 게 어떻게 보면 IMF체제부터 시작된 거라고 볼 수 있는데 1997년 11월 21일에 우리나라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습니다. 그 당사자가 임부총리셨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떠세요? 그 당시의 느낌 같은 게..
임창열 : 참 난감한 상황이었죠. 우리나라 경제가 얼마나 잘 나갔습니까. 만 불 시대를 돌파했다 OECD를 가입했다, 선진국이 다 된 것 같이 전체가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러다가 국가가 부도가 난다고, 우리 힘으로 수습이 안 되니까 국제통화기금 IMF에 우리 좀 살려주십시오 하고 경제주권을 내주게 됐으니 얼마나 난감했겠어요. 그러나 IMF는 원래 2차세계대전 끝난 다음에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국가들이 만들어서 세계경제가 자유무역을 하고 서로 공동번영을 해야 되니까 당시 한국처럼 일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생길 때 도와주려고 만든 기관이기 때문에 도움받는 자체는 불가피하다면 받는 게 맞는 겁니다. 영국 같은 나라도 도움을 받았었으니까요. 영국도 외환위기여서 IMF구제금융을 받았던 사례가 있잖아요.
박인규 : 필요하면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은 경제국치일이다, 6.25 이후 최대 국난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저희가 3부작으로 인터뷰하면서 교수분들한테 여쭤보면 과연 그 당시 위기를 우리가 미리 좀 몰랐을까, 징후는 없었을까, 그런 얘기를 했거든요. 그 당시 정부에 계셨던 분으로서 그런 징후를 미리 알 수는 없었을까요
임창열 : 저는 1994년도에 재무부를 떠나서 조달청장이나 과학기술부차관이나 해수부차관 이렇게 거시경제와는 떨어진 데로 오래 있다가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까 우리 경제가 사실 위기국면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1996년 한해 동안 국제수지적자가 240억 달러가 났어요. 그럼 우리 외환보유고를 다 탕진한 겁니다. 그리고 또 빚 얻어다 채우는 거예요. 그럼 국제수지에 비상등이 켜진 겁니다. 97년 초 들어오면서 한보 부도났고 진로 부도났죠 줄줄이 부도가 났잖아요. 기아 사태도 나고. 그래서 97년 초에도 보니까 연구기관들이 이렇게 가면 우리나라에 멕시코 같은 외환위기가 온다는 경고보고서들이 97년 초부터 경제부총리한테도 올라갔어요. 문제의 심각성은 이런 위기가 오고 경고가 올라오는데 정책책임자들이 그걸 인정 안 하려고 했다는 거죠. 우리 경제 튼튼하고 설명하고 다녔잖아요. 경제책임자들이 위기상황을 사실대로 인정하고 대처를 빨리 했더라면 IMF한테 항복하고 우리 좀 살려주십시오, 여기까지는 안 가지 않았겠느냐, 그런 아쉬움이 있습니다.
박인규 : 적어도 연구소 차원에서는 위기인 줄 알았지만 고위책임자선에선 묵살된 거군요. 안타깝네요.
결국 우리가 IMF구제금융으로 가긴 했습니다만 제가 그 당시 기억으로 보면 임창열 부총리께서는 일본이나 미국에 대고 차관을 좀 부탁한다 했는데 안 됐고. 제가 요즘 들어보면 IMF구제금융 가기보다는 이른바 지불유예선언, 나중에 주겠다, 모라토리엄을 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걸 안 받아들인 이유는 뭡니까?
임창열 : 실제로 우리가 IMF에 구제금융신청을 하는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외환위기가 오고 있는 걸 인정 안 하면서 정책실기를 하면서 내 전임경제팀이 97년 11월 19일 아침에 퇴임을 했는데 18일까지도 기자회견을 해서 우리는 IMF할 계획이 없다. 이렇게 기자회견을 국내외로 하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취임하기 전까지, IMF를 안 가겠다고 발표를 했어요. 이것은 IMF측에서 워싱턴에서 추진된 내용을 보더라도 한국 정부가 11월 18일까지 구제금융요청이 없다. 이게 확인된 사항입니다. 그럼 내가 취임을 해서 나는 어떻게 하느냐, 우선 경제주권을 내주는 문제인데 그냥 결정할 수가 없잖아요. 우리는 그때 단기외화유동성이 모자라는 상태였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우리 채권국가들과 협의해서 단기유동성 문제를 협조받으면서 외채상환을 연기해나가면서 그때 이미 11월 쯤에서는 무역수지가 흑자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을 벌어가면서 우리 개혁조치는 준비하던 게 있으니까 해나가고, 이렇게 하면 최선의 방법이고. 그게 안 되면 IMF에 도움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11월 19일 오후 3시에 취임을 했습니다. 그 다음날 바로 IMF 부총재하고 미국 재무장관 특사가 날아왔어요. IMF부총재가 저보고 IMF에 도움을 요청하면 적극 도와주겠다. 미국쪽에서 메시지가, 세계금융은 그때 IMF때 제일 대주주고 세계금융시장을 주도하는 게 미국 아닙니까. 미국의 메시지가, 우리 양자로는 못 도와준다. IMF에 신청하면 적극 도와주겠다. 양자협조를 받는 기회를 차단해 버리니까 방법이 없잖아요. 그래서 20일에 바로 한국은행총재 경제수석대책회의 해서 대통령께 건의합시다 해서 21일에 내가 들어가서 보고하고 IMF의 한국방침을 문서로 받았습니다. 그게 대한민국 최초의 IMF결심을 한 보고서고 대통령 재가문서입니다.
그런데 재가로 끝나는 게 아니고 그땐 정권교체기고 대선 진행되고 있었잖아요. 안데스 총제가 그 며칠 전 비밀리에 다녀갔는데 우리 도움 받으려면 다음 정권의 책임자도 우리 경제주권을 IMF에 내주는 걸 동의를 받아오라는 이런 요구조건이 있었어요. 내가 취임할 때까지 대선후보자들한테 동의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20일에 바로 김영삼 대통령께 보고드려서 청와대 만찬을 만들어 당시 김대중 후보, 이회창 후보 다 초청해서 상황이 이렇게 심각합니다. IMF의 도움 없이는 수습이 안 됩니다. 그래서 동의를 다 받고 그날 밤으로 바로 기자회견을 하고 IMF도움 요청을 공식 발표한 겁니다.
박인규 : IMF에 가지 않기 위해서 러시아나 남미국가들이 하듯이 지불유예선언을 했다면 우리가 더 어려웠을까요?
임창열 : 저한테 그런 제의를 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우리가 도저히 갚지 못하는데 다른 중남미 같은 모델처럼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자. 그런데 제가 판단하기에는 그럼 우리가 모라토리엄하면 어떤 상황이 오겠느냐. 우리는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고 식량자급도가 30%밖에 안 되는 나라에요. 그런데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누가 우리 기름을 주고 누가 식량을 외상으로 주겠습니까.
박인규 : 국제적인 신용을 잃고서는 생존이 어렵다.
임창열 : 한국은 외환도 기름도 신용도 없는 나라인데, 우리가 앞으로 당신네 빚은 못 갚겠소 선언하는 그때부터는...기름이 다 끊어진 한국경제를 생각해 보세요. 공장 다 서고 자동차 다 서고 엘리베이터 다 서고, 식량을 70% 수입해서 국민 먹여야 되는데 70% 국민 굶겨야 되는 거 아닙니까. 누가 식량을 그냥 줍니까. 그러면 남미의 모델이, 모라토리엄이 근사한 것 같지만 그걸 회복하는 데 10년씩 걸렸습니다. 그럼 지금의 한국경제가 이런 모습이 됐겠어요? 우리가 대외신용 다 깨버리고 빚 못 갚겠다고 했으면 지금도 아마 고통스럽고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을 겁니다.
박인규 : 제가 알기로는 80년대에 전 세계적인 부채위기가 있었지 않습니까. 남미가 그때 굉장히 고생을 했는데, 우리나라도 사정이 별로 안 좋았고. 그런데 우리가 헤쳐나갔던 것은 미국과 일본이 우리나라 몇십억 달러의 차관을 줘서 그 당시 말하자면 양자차원에서의 협력이 있었다고 하던데 이 당시에는 왜 미국이 양자차원의 도움을 안 줬을까요?
임창열 : 우리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어려운위기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70년대에도 오일쇼크 있었을 때 기름 사올 돈이 모자라서 재무장관이 뉴욕까지 가서 세계의 은행장을 찾아다니면서 우리 돈 좀 빌려달라고 사정하고 다닌 적도 있어요. 그런 식으로 우리는 참 어렵게 어렵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만 불 소득까지 왔는데, 이때 미국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IMF행을 요구했습니다. 그건 미국이 양자협력을 해주겠다고 맘먹었으면 그 방법도 있었겠지만 미국은 한국을 이번 차제에 한국의 경제시스템을 서방시스템으로 완전히 바꿔야겠다.
박인규 : 말하자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임창열 : 그런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IMF 프로그램 들여다보면 무역 자유화해라, 자본시장 개방해라, 재벌도 차입경영하지마라, 투명하게 다 공개해라 등등 요구조건이 많았잖아요. 그러니 외국 자본들이 우리 시장에 사실 투자를 자꾸 늘리려고 자본시장주식취득한도 늘려버리고 채권시장도 개방하고 금융업도 외국사람이 사들일 수 있도록 해주고. 다 열어줬잖아요. 그리고 일본도 가세해서 우리 무역적자가 하도 나니까 수입다변화정책이란 게 있었는데 IMF협상 하면서 일본 사람들도 수입다변화정책 빼달라, 빼줬습니다. 실제로 협상 과정에서도 미국이 직접 우리 협상장에 한 호텔에 와있었어요. 그러면서 미국이 IMF협상하는데 뒤에서 사실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미국이 원하는 바로 간접적으로 IMF를 통해서 반영시켰다고 봅니다.
박인규 : 그 당시 IMF와 협상을 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어떤 거였습니까?
임창열 : IMF의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서, 우리가 고통은 겪었지만 긍정적인 힘이 많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됩니다. 그러고 나서, 그러나 IMF에서 우리한테 협상을 하고 프로그램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느냐, 분명히 있었습니다. 첫째로 제가 제일 힘들었던 건 IMF측이 고금리를 요구한 것. 왜 고금리를 요구했냐, 이 사람들은 이렇게 외환위기가 온 나라들은 우선 외자가 빠져나가지 않아야 되고 새 외자가 들어와야 되는데 금리까지 낮으면 누가 여기 돈을 남겨놓겠냐, 고금리를 줘야만 돈이 들어오지 않겠냐.
박인규 : 외국자본이 들어오려면 금리가 높아야 된다.
임창열 : 그렇죠. 그런 주장이고요. 또 긴축을 해야 되니까 금리를 높여야 부실한 투자를 안 하고 수요를 줄일 거 아닙니까. 그래서 고금리를 요청했는데 이 부분도 일부 분들은 오해하시는 것 같아요. 한국한테만 고금리를 요구한 걸로. 그렇지 않습니다. 이 고금리처방은 IMF가 외환위기 온 나라한테 예외없이 요구하는 표준모델이고 그때 IMF프로그램 진행한 동남아 나라들도 다 고금리 했고 중남미도 다 고금리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고금리정책은 한국에는 맞지 않는다고 설득을 한 거예요. 한국은 그때 인플레도 높지 않았고 재정도 건전했고, 그런데 왜 중남미 같이 고금리를 요구합니까. 그리고 한국은 상황이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높은 나라인데 고금리를 갖다가 30%씩 요구하면 멀쩡한 기업도 다 병들고 죽게 됩니다. IMF가 우리 병 고쳐주는 게 아니고 병 주게 되는 결과가 되니까 고금리 하지 마십시오. 그랬더니 IMF 총재가 이 모델을 바꾸고서는 내가 IMF 이사들의 동의를 못 받는다. 그러니 이걸 해달라, 그래서 타협한 것이 그럼 잠정적으로 단기간만 합니다. 그래서 잠정적인 고금리정책으로 타협해서 프로그램 3개월 후부터 금리를 다시 내리기 시작했죠.
박인규 : 지금 돌아보면서 회고하는 것이긴 하지만 우리가 그 당시 정부라든가 이런 외환위기 부분에서 좀 신경을 썼더라면 과연 막을 수 있었을까요?
임창열 : 저는 예방이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정부가 이런 대목에서도 반성하고 앞으로도 정책 만드는 사람들이 그때 교훈을 잊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요즘 와서 보면 대통령께서부터 우리 경제가 이렇게 좋은데 왜 일부 언론에서 뭐라고 하느냐. 난 그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잘한 점이 있어요. 그러나 안 되고 문제 있는 점을 인정해 줘야지요. 그래야 대책이 나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 외환위기 때도 경제기초가 튼튼하다고 강변만 했지 문제인식에 대해서 받아들이지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문제 있는 부분을 솔직하게 인식을 하고 그에 대한 처방을 미리 했다면 가능했다고 보는 거예요. 왜냐, 96년 말에 벌써 국제수지가 240억불 적자가 났으면 정책을 국제수지개선에 최우선순위를 뒀어야 합니다. 그럼 IMF 오기 전에, IMF 와서 우리가 저성장정책으로 다 내리고 긴축으로 바꿨지 않습니까. 그걸 왜 우리 손으로 못했어요? 그럼 97년부터 경제성장률 낮추고 그럼 수입수요도 줄어들지 않습니까. 또 IMF 와서 한 게 뭐에요. 환율 완전히 자율화 했잖아요. 그래서 환율이 1900원대까지 올라갔잖아요. 그렇게 되면 수출이 막 살아날 거 아닙니까. 수입이 억제되고. 그걸 왜 우리 힘으로 안 해요. 단기외채도 IMF 와서 중장기외채로 다 바꿨잖아요. 협상해서. 더 비싼 금리 주고. 그걸 미리 했더라면. 더 싼 금리로, 우리 힘으로. 좋은 조건으로 바꿨을 텐데 왜 미리 안 했느냐 이거에요. 이런 면에서 금융감독시스템도, 금융기관 재벌들이 단기외채 막 빌려 쓰는 거 방치했지 않습니까, 이런 거 미리 했으면 우리가 얼마나 좋아요. 이런 식으로 나는 외환위기는 올 수 밖에 없었다, 불가피했다, 이건 무책임한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 당시 우리 정부의 대처나 이런 것들을 우리가 종합적으로 되돌아보면서 무엇이 잘못됐고 앞으로 어떤 걸 해보자, 이런 식의 종합적인 보고서를 하나 만들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임창열 : 저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새도 대선캠페인 하는 거 보니까 '잃어버린 10년, 되찾은 10년' 캠페인 구호만 있는데 국민들을 끌고 가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얼마나 현명한데요. 우리가 이 외환위기를 10년이 돼서 되짚어보고 교훈을 얻으려면 정치인들을 쏙 빠져야 돼요. 오히려 학자들이나 관료들, 기업인이나 금융인, 정말 순수한 입장에서 되짚어보고 교훈을 얻는 노력을 해야지 자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말을 만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10년 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왜 우리가 맞을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철저한 반성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분들이 IMF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제의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전과 그 이후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씀 많이 하세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IMF구제금융을 받으면서, IMF가 요구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우리 경제에서 좋아진 측면, 나빠진 측면 다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것이 좋아졌고 나빠졌는지 말씀해 주시죠.
임창열 : 외환위기 참 고통스럽지 않았습니까.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가던 재벌의 50% 이상 무너졌고, 대한민국 금융산업 40% 이상 무너졌고요. 대한민국 은행들 보십시오. 전국 은행의 소위 50% 이상 우리 국민이 주인인 토종은행은 지금 한 개밖에 없습니다. 다 외국 손으로 넘어갔어요.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습니까. 그런데 대가는 치렀지만 이 과정을 통해 우리기업과 금융기관이 투명해졌습니다. 국제적인 신뢰도가 올라간 거죠. 그리고 금융기관 아주 건전해졌습니다. 기업들 국제경쟁력, 살아남은 기업들은 아주 강해졌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경제의 체질이 많이 바뀐 겁니다 이젠. 그런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들이 있어요. 또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수출도 많이 늘었고 외환보유고도 이제 2600달러나 돼서, 그러니 분명히 성과가 있죠. 그런데 성과만 있는 건 아니었어요.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 기업들과 정부가 너무 안정위주로 가다 보니 성장동력을 거의 잃어버렸습니다.
저성장이 안착되는 과정이에요. 이대로 놔두면 우리 고도성장은 회복이 어렵다고들 자신감 잃어버린 소리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대한민국이 지난 5년 내내 세계평균경제성장률에도 못미치냐, 이것은 우리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 못하고 있는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들 투자하고 싶어도 한국에서 규제가 심하지 않습니까. 말로는 정부가 규제완화한다고 하면서 지난 5년 동안 보면 매년 규제가 90%씩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큰 덩어리 규제 해소된다고 들었습니다.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기업과 금융계는 다 개혁하고 체질개선을 했는데 정부는 아직도 생각이, 간섭을 더 하려고 들고 공무원 숫자 더 늘리지 않았어요. 규제는 더 하려고 들고. 이런 거 가지고는, 정부의 경쟁력이 지금 문젭니다. 기업이나 은행의 문제보다는. 은행도 세계 100대 은행 안에 네 개나 들어가는데 정부의 경쟁력 조사하면 아주 우리가 순위가 낮아요.
박인규 : 정부의 경쟁력 말씀하시니까, 제가 사실 여쭤보고 싶었던 건데... 임부총리께서 공무원생활하실 때는 그야말로 경제관리들이 우리나라 경제를 끌어가던 시대 아닙니까? 요즘은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 돼야 되겠느냐,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 어떻게 해야 정부의 경쟁력이 더 올라갈 수 있을까요?
임창열 : 제가 정부에서 일할 때만 해도 우리 경제는 민간부문이 워낙 취약했기 때문에 정부주도형으로 경제개발을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성장해온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OECD국가, 세계G12가 되고 경제운영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겁니다. 민간에게 맡길 건 최대한 적극적으로 맡겨야지 그걸 일일이 정부가 간섭하면서 끌고 가면 오히려 장애가 됩니다. 정부는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해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경쟁하면서 약자가 되고 취약한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그건 정부가 도와줘야지요. 그런데 주요 결정을 전부 정부가 하고 간섭하려고 들면 안 되죠. 지금 하이닉스반도체 같은 것, 왜 투자를 못하게 막고 있습니까. 도와도 안 주면서. 중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자금까지 지원해주면서 하이닉스를 유치해가는데 우리 정부는 왜 막고 앉아있는 거예요. 한강 수질 오염시킨다는 주장을 하는데 그럼 오염물질 내보내지 않게 리사이클하도록 투자해주면 되는데, 방법도 있는데 이상한 이유 대가지고 규제하는, 이런 시스템 가지고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박인규 : 정부가 기업 위에 군림하기보다는 기업에 봉사해라.
임창열 : 그렇죠. 이제는 기업이 정부를 선택하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못하면 기업들이 자꾸 해외투자해요. 여기 투자 안 합니다.
박인규 : 지금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문제 중 하나가 양극화거든요. 기업들은 잘나가는데 서민들이 어렵고. 또 기업 중에서 대기업은 잘나가지만 중소기업이 어렵다.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냐, 어떻게 보십니까.
임창열 : 우리나라 미래는 대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도 있지만 중소기업 없이는 우리 고용문제를 해결 못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고용은 90% 정도가 중소기업들이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이 다 무너지면 누가 취업해줄 거예요. 대기업들은 경제효율성 때문에 자동화하고 다 그렇습니다. 반도체공장 가보면 사람 많지 않아요. 그러니까 건전한 중소기업, 국제경쟁력있는 중소기업 육성을 해야 됩니다. 그래서, 우리 대기업도 역할이 있지만 중소기업을 세계적인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뚫고나갈 수 있도록 우리 국민들이 또 정부가 도와줘야 되고요. 그 다음, 지금 내수시장과 수출시장이 양극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자영업자들 얼마나 힘들어요. 택시기사들 얘기 들어봤어요. 외환위기때보다더 힘들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양극화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돼요. 우리 중산층이 지금 더 무너져가고 있잖아요. 자기가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꾸 줄어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는 중산층도 건전하게 다시 육성해줘야 사회가 안전하게 되고 또 서민들 보호해줘야 우리 경제에 대해서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주지, 서민들이 자꾸 힘들어지는데 누가 지지를 해주겠어요. 그래서 우리가 안정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서민과 중소기업과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일, 정부가 팔 걷어붙이고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번 대통령선거를 놓고 경제가 화두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고 또 대선후보들도 여러 가지 경제공약을 내놓고 있는데 경제전문가의 한 분으로서 선거의 화두로 얘기되고 있는 경제, 제대로 요점을 찍고 있는 것 같습니까?
임창열 : 경제가 국민들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모두 대선후보마다 내가 경제대통령 한다고 하시잖아요. 좋은 현상이에요. 경제를 중시한다는 건, 경제대통령 할 때 한 가지 걱정되는 건, 대통령 될 사람이 내가 경제는 제일 잘 한다, 그거 아주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경제를 잘 하는 인재를 끌어모으고 일할 수 있게 해주고 기업들 신바람나게 해주고 이런 일을 하셔야지, 대통령이 먼저 경제를 잘 한다고 얘기를 해버리시면 방침을 결정하면 장관들 아무도 대통령한테 거슬리는 얘기 안 하고 기업들도 눈치보고, 그럼 경제가 오히려 잘못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각론에 정통한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임창열 : 경제가 활성화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해 주시면 좋고 또 하나는, 대통령 될 분은 단기적인 정치적인 포퓰리즘에 너무 빠지지 말았으면.
박인규 : 업적주의를...
임창열 : 이렇게 하면 표를 좀 더 찍어주겠지.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가 멍드는 일은 지도자 될 분들이 잘 생각하실 일이라고 생각하고.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같은 분... 포퓰리즘에 빠질 만한 분인데 그렇지 않고 자기 나라의 장래를 보고 정책을 해가는 것,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많은 분들이 앞으로 10년 우리 경제가 굉장히 중요하다. 계속 도약할것이냐 주저앉을 것이냐, 말씀들 많이 하는데요. 끝으로 앞으로 우리 경제가 계속 도약하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한지 간단하게 마무리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임창열 : 우리나라는 대통령 단임제로 5년 밖에 못하시지 않습니까. 5년마다 선거를 해대고 5년마다 표를 얻어야 되니까 그렇게 집착하는 단기 위주의 리더십. 또 기업도 외환위기 이후에 우리가 크게 변한 실질적인 중요한 내용이 있습니다. 기업경영자들이 단기실적이 좋아서 배당을 많이 해줘야 자리를 유지합니다. 그게 미국경영방식의 사실은 위험성이에요.
박인규 : 긴 안목이 없다.
임창열 : 장기투자를 안 합니다. 자기 임기 중 배당을 많이 해줘야 자리가 유지되는데, 배당 많이 해주고 유보해서 투자 많이 하면 잘려버려요. 정치지도자도 그렇고 기업지도자도 그렇고 단기시각을 가지고 보면 국가의 장래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가 10년 후, 20년 후 우리나라 경제를 내다보면서 하는 일, 이런 걸 해줘야 되는데 그런 면에서, 정치적인 면은 배제하고 박정희 대통령 같은 분은 그 당시 우리 중화학공업 일으키고 지금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업들 그때 다 씨앗 뿌린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미래를 보고, 우리 대통령, 지도자 되실 분들이 10년, 20년, 50년 후 우리 후손들이 정말 그 대통령 덕분에 우리가 잘 산다.
하는 칭송을 듣는 시스템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 :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성공에서든 실패에서든 교훈을 찾고 무엇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임창열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외환위기 10년' 기획인터뷰 3부작.. 그 마지막 시간으로 IMF와의 협상을 이끌었던 임창열 전 경제부총리를 초대해 당시 위기의 순간순간을 지켜보고 책임졌던 정부 주역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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