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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책임이 없는 노동자ㆍ서민이 가장 큰 고통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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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책임이 없는 노동자ㆍ서민이 가장 큰 고통받아"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1/20]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겸 한성대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외환위기 10년을 맞아 어제부터.. 지난 10년을 평가하고 한국경제의 미래를 짚어보는 기획인터뷰 3부작을 마련했는데요 지난 10년 동안 외환보유고와 1인당 국민소득 등 각종 경제지표로만 보면 분명 우리 경제는 10년 전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고용불안과 경제성장 정체, 양극화 같은 새로운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는데요, 그래선지 언젠가부터 'IMF때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가 서민들의 입에서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외환위기 10년 기획인터뷰, 그 두 번째 시간으로 한성대 무역학과 김상조 교수와 함께 지난 10년간 우리 경제는 어떻게 변했고.. 국민들의 삶은 과연 나아졌는지 희망찬 한국경제를 만들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한성대 김상조 교수입니다. 김상조 교수는 1962년생으로 85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94년부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노사정위원회 공익 책임전문위원과 금융산업발전심의회 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경제개혁과 민주화를 위한 시민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 ⓒ프레시안

박인규 :
벌써 내일이면 우리나라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10년이 되는 날인데요, 어제 한국경제연구원의 김종석 원장님한테 당시의 느낌이 어땠냐고 했더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하시더라구요. 김교수님은 어땠습니까?

김상조 : 저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심한 자괴심을 느꼈는데여 한국경제가 이런 지경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 정치인들이나 관료들, 또한 저와 같은 지식인들이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밝히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데 과연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라는 측면에서 너무나 큰 자괴심을 느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그 당시 그런 일 때문에 경제학자, 사회과학자들이 일종의 반성문 같은 것도 쓰시고 그러셨죠?

김상조 : 예. 결국 우리나라 지식인들을 한 10년간 정도를 놓고 보면 자기의 입장이나 글이 얼마만큼 일관성을 갖고 있었느냐에 대해서 많이 반성할 대목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지식인들이 너무 시류에 영합해서 본질을 꿰뚫는 명쾌한 해답을 대놓는 데 게을렀던 게 아닌가 반성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저는 그 당시 그런 의견을 갖고 있었는데... 60년대 이후로 어제보다는 오늘이 나아질 것이고 또 오늘보다는 내일이 좋아질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는데 그 위기를 맞으면서 내일은 오늘보다 더 안 좋아질 수 있겠구나. 처음 저는 그런 걸 느꼈습니다.

어제 김종석 원장님께 여쭤봤는데, 과연 그렇다면 그 당시 우리가 IMF를 예측할 수 없었겠는가, 그 당시 태국에서도 이미 외환위기가 있었고. 김종석 원장 말씀은 어느 정도 가능은 했을 텐데 대선이라든가 여러 가지 정치환경 이런 것 때문에 우리가 대비를 게을리한 게 아니냐는 말씀도 하시던데 그 당시 IMF외환위기의 가장 큰 원인.

김상조 : 경제학자들의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맞은 나라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된 징후들이 다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징후들을 갖고 있다고 해서, 징후들이 나타난다고 해서 반드시 또 외환위기가 발생하는 건 아닙니다. 그만큼 외환위기는 예측하기가 어려운, 확률이 굉장히 낮은 이벤트라고 할 수 있겠고. 결국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10년 전에 외환위기를 얼마만큼 예측할 수 있었는가라는 것은 사전적으로는 참 말하기 어려운 대목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우리 사회의 어떤 심각한 구조적 문제점이 있었다는 건 분명했는데 그것을 왜 우리가 내부역량을 모아서 그런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못했는가라는 점에서 많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97년 11월 21일 날 우리나라가 IMF에 구제금융요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IMF의 처방을 놓고 처방에 좀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면 남미 같은 경우는 국가재정에 문제가 있어서 구제금융을 했는데 우리나라는 국가재정은 건전했고 오히려 기업에 문제가 있어서 그랬던 건데, 고금리라든가 이런 처방은 잘못됐다는 지적들이 많았어요. 노벨경제학상 받은 스티글리츠 교수 같은 분도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IMF의 처방, 과연 맞았습니까?

김상조 : 10년 전에 한국경제와 한국사회가 이른바 투명성과 책임성이 대단히 부족했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를 하는 것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IMF가 제시하는 구조조정의 기본방향 자체가 틀렸다고 얘기하긴 어려울 겁니다. 다만 IMF의 구제금융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대부분 남미국가들을 대상으로 했던 것을 촉박한 시간 내에 거의 조정 없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심각한 문제점들이 나타났다고 볼 수가 있겠고요. 이 IMF의 프로그램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단기안정화를 위한 긴축정책이고, 장기적인 개혁을 위한 구조조정프로그램이 두 번째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첫 번째 안정화프로그램과 관련해서 재정에는 사실상 문제가 없었던 우리나라에 남미식의 안정화 정책을 너무 강하게 요구해서 서민들의 고통이 너무 커졌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 같고요. 두 번째는 장기적인 구조조정프로그램과 관련해서도 이런 시장개혁에 필요한 사회적 안전망을 갖추는 부분에 관해서 IMF가 한국의 현실을 사실은 너무 몰랐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박인규 : 경제의 문제점을 고치는 데는 일정한 효과가 있었지만 서민들의 고통 부분에 대해서는 등한히 한 측면이 있다.

김상조 : 결국,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만 위기의 원인은 개별경제주체의 권한과 책임이 불일치하는 데서 나오는 문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10년 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위기의 책임을 갖고 있는 주체들, 예컨대 기업인들이나 금융인들 또는 정치인 관료들이 과연 그들의 잘못에 비해 얼마나 많은 책임을 졌느냐라는 문제. 반대로 중소기업이나 서민들, 노동자 같은 사실은 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는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라는 것이 구조조정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코스트를 많이 높인 요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박인규 : 그 당시에도 많은 분들이 차라리 잘됐다, 차제에 우리 경제의 건전성이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 분들이 많고 지금도 IMF 10년을 거치면서 기업과 금융권의 건전성이나 투명성은 많이 높아졌다. 이건 긍정적인 게 아니냐고 보시는 분이 많은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상조 :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본다면 한국경제는 괄목상대할 만한 변화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기업과 금융 부분의 건전성은 정말 세계적인 수준의,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개선됐다고 할 수 있고요. 다만 이렇게 10년이라는 어떻게 보면 짧은 기간 동안 너무나 급격한 변화를 겪는 과정에서 우리의 제도뿐만 아니라 그 제도에 따라서 행동하는 경제주체들의 인식이 아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그런 괴리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불안정성이 한국경제의 현실의 문제를 더욱더 어렵게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우리의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때 이것이 방향 자체가 잘못돼서 나타나는 문제인지, 아니면 방향은 올바르지만 궁극적인 도달점에 가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과도적 문제점, 이 두 가지가 어떻게 섞여 있는지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노력이 올바른 대안을 마련하는데 핵심적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어제 한경연 김종석 원장님과 말씀을 하면서, 물론 금융이나 기업의 건전성 투명성이 높아진 건 좋은데, 특히 금융 같은 경우 소유권이 상당 부분이 외국계로 간 건 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분께서는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치러야 할 수업료가 아니냐, 그런 말씀을 하시던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상조 : 사실 외환위기 이후에 우리나라의 금융부문, 특히 주식시장 쪽에서 외국자본의 영향력이 굉장히 커졌고 이에 대한 우려가 많이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런 현상이 나타났던 게 우리나라 투자자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그런 수익성 있는, 장기적으로 수익성 있는 부문에 위험을 감내하면서 적극적인 투자하는 행태를 보이지 못한 것이 오늘날의 결과를 낳은 거라고 볼 수 있겠고요. 따라서 외국자본에 대한 반감, 즉 민족주의적인 정서만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국내기관투자자들을 어떻게 건전하게 육성할 것이냐 하는 조금은 냉정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고요. 또 최근 한 2년간은 외국자본이 이른바 셀코리아, 우리나라 주식들을 많이 팔고 있습니다. 해외환경이 많이 변해서, 그래서 2005년 말쯤에는 외국자본의 비중이 무려 43%까지 높아졌다가 2년만에 또 10%포인트 낮아져서 지금은 한 33% 정도가 됐습니다.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를 겪고 있는데요, 저희들이 좀 건전하게 꾸준히 노력한다면 외국자본의 비중이 30%선, 또는 그 이하로 내려가는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금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IMF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보면 그 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가장 없는 서민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의 지표를 봐도 저는 1인당 국민소득이 만 달러에서 2만 달러, 2배로 늘었다고 하는데, 제가 주목한 지표는 가계부채가 한 30배로 늘었다고 하더라구요. 서민들의 고통이 참 커졌는데 이걸 어떻게 봐야 될까요?

▲ ⓒ프레시안

김상조 :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이나 노동자 또는 서민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한데요, 이런 상태에서 이른바 산업정책적 목적을 위해서 급격한 규제완화를 하게 되면 그것이 예측못한 불안정성의 문제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 예가 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 겪었던 카드대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카드회사는 수신기능 없이 여신만 하는 금융기관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협소한 금융의 한 부분에 규제완화를 급격히 했더니 그것이 400만의 신용불량자를 만들어내는 쓰라린 경험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금융의 문제를 해결할 때 물론 서민들, 사회적 약자들의 금융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높이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건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없이 이루게 된다면 결국 그것이 또한 서민의 커다란 고통이 되는 상황이 된다고 할 수 있겠고요. 우리나라가 분명히 목표로 해야 될 것은 큰 기업들이 아닌 서민들, 또는 중소기업들이 보다 더 많이 금융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안전장치를 건전성장치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가게 된다면 커다란 변동을 겪을 수 있겠고요. 지금 한국경제가 봉착하고 있는 가장 큰 위험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IMF위기 이후로 이른바 청년실업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고 본인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도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단번에 해결되진 않겠지만 이런 양극화 문제에 나름대로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상조 : 특히 제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이다 보니까 그런 문제를 정말 절실하게 느낍니다. 대학교 4학년 졸업할 때 연례적으로 하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가 사은회일 겁니다. 한 해를 마감하는 행사의 의미도 있었는데요, 97년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저희 과의 학생들이 사은회를 못했습니다. 왜냐면 취직한 학생들이 거의 없어서 사은회를 열 주체가 없었던 거죠. 그럴 정도로 청년실업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거냐, 즉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 방향은 저는 양극화 문제의 가장 심각한 요소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소득과 고용의 90%가 중소기업에서 만들어지는데 중소기업의 건전한 발전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우리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고용과 소득을 만들어 줄 수 없는 거 아닌가 생각하고요. 따라서 우리가 단순히 대기업 위주의 투자 또는 성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고 따라서 우리의 나아갈 방향은 결국 중소기업을 건전하게 육성해서 이것을 통해 안정된 고용과 소득을 만들어내는 것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적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시장경쟁에서 탈락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정적인 요소를 투입해서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이 두 가지 요소. 즉, 중소기업의 발전에 의한 고용창출, 그리고 정부에 의한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우리가 사회양극화를 해결하는 기본적 방향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인규 : 말씀이 나온 김에 질문하고 싶은데요, 중소기업 문제는 지금 대선에 나오신 여러 후보들이 키워야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쭉 보시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들이 좀 보이십니까?

김상조 : 이번 대선뿐만 아니라 지난 2,30년 동안 선거 치를 때마다 그 후보들이 저마다 중소기업정책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는데요 그 기본적인 이유는 중소기업의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제조업만 따져도 30만 개가 되고요, 서비스업까지 따지면 300만 개 중소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수많은 중소기업들을 향한 대책이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더더군다나 중소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영세자영업자나 영세기업, 소기업, 중기업, 중견기업 이렇게 규모별로도 특성들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이 모든 중소기업들을 한두 가지 정책에 의해서 성공적으로 육성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고요. 따라서 대선후보들이 선거철에만 중소기업정책을 외칠 게 아니라 각 중소기업 영역별로 필요로 하는 요소들을 정확하게 찾아내서 전달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 그 전달장치를 효과적으로 구축하는 데에 정치인들이 노력을 해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우선 중소기업들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부터가 돼야겠군요.

김상조 :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하셨는데요, 외국의 경우에는 중소기업들의 기업규모별 분포를 살펴보면 거꾸로 된 U자입니다. 즉 중간에 있는 소기업이나 중기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 반대로 영세기업이 가장 많고 대기업은 많지만 국민경제의 허리 역할을 해야 되는 소기업과 중기업이 굉장히 취약하고요, 이들 기업이 성장해서 대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들이 거의 완전히 막혀있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로 이런 각 영역별 또는 규모별 중소기업의 특성에 맞는 제대로 된 중소기업정책을 마련해야 될 것입니다. 단적인 예를 든다면 우리나라가 중소기업에 금융지원을 하는 GDP에 대한 비율을 살펴보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이렇게 중소기업금융을 많이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언제나 자금이 부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자금들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이죠. 이런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해결해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IMF위기 이후에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뭐냐라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는데, 노무현 정부에서는 그걸 대외개방, 특히 한-미 FTA라든가 한-EU FTA로 뚫어보자, 굉장히 논란이 많은데 김상조 교수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김상조 : 개방을 통한 성장의 잠재력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험했던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60년대 이후에 개방정책의 효과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났는데요 따라서 이번에 한미FTA를 비롯한 개방정책이 반드시 실패할 거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또 굉장히 신중하게 전제조건들을 갖추는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개방정책이라는 것은 외부충격을 통해 국민경제의 내부변화를 일으키는 전략입니다. 따라서 그 외부충격이 기대한 효과를 가져오고 그 불가피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방에 못지 않게 내부개혁을 위한 노력이 전제되거나 또는 같이 진행돼야 되는데 지금 참여정부에서 한미FTA를 비롯한 개방정책의 적극적 추진이 과연 그런 전제조건을 충족하면서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대단히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참여정부의 노력에 의해서 대내개혁이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기 때문에 오히려 모험주의 또는 판을 뒤집어 엎는 방식의 개방전략을 택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고요. 이런 모험주의식 개방정책이라면 10년 전에, 이른바 종금사의 규제를 완화해서 해외로 나가게 만들었더니 그것이 외환위기를 불러오는 그런 우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정말 한미FTA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내부개혁의 노력과 의지를 갖추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과연 대외개방이 우리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것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김교수께서는 현재 경제개혁연대라는 시민단체 소장이시고 재벌저격수, 재벌개혁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데요, 제가 알기로는 삼성 이재용씨에 대한 경영권 승계과정의 문제점도 가장 먼저 지적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최근에 김용철 변호사에 이어서 이용철 변호사..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죠, 이 분이 삼성으로부터 현금다발을 받았다가 되돌려줬다, 해서 말하자면 삼성의 로비 문제가 굉장히 커지고 있는데, 이거 어떻게 해결해야 됩니까?

▲ ⓒ프레시안

김상조 :
두 명의 용철 변호사 때문에 헷갈릴 수가 있는데 김용철 삼성그룹의 법무팀장을 하셨던 분이 삼성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해서 정관계, 학계,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로비 를 했다는 주장을 했는데, 삼성에선 이것을 전면적으로 부인해왔습니다. 그래서 결국 진실공방으로 흐르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청와대의 법무비서관을 했던 이용철 변호사께서 내가 바로 삼성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발표함으로써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사실에 근거한 거라는 신뢰성을 높여주는 하나의 계기가 됐고요. 더 나아가 청와대라는 우리나라 권력의 최중심부까지 삼성그룹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일으키면서, 결국 이런 통제되지 않은 경제권력이 존재한다면 한국경제의 선진화나 또는 심지어 한국의 민주주의조차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 문제에 대한 검찰수사 또는 특검에 의한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김상조 교수께서는 특검이 돼야 된다는 입장이신가요?

김상조 :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검찰이라는 조직은 상명하복에 철저하기 때문에 담당수사팀이 엄정하게 수사하려고 한다고 하더라도 지검장이나 중수부장, 검찰차장, 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지휘라인에 복종해야 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사실은 여러 가지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시민단체에서는 검찰에 의한 수사는 믿지 못하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최근에 검찰총장 내정자의 청문회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로비의혹 같은 게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검찰조직으로부터 독립된 특검에 의해서 수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최근에 정치권의 분위기나 또는 청와대가 이것에 대해서 굉장히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아서 향후 진로가 굉장히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김교수께서는 이번 로비의 본질은 이재용이다, 그런 말씀도 하셨고 말하자면 이재용씨에 대한 상속과정에서 저질러진 문제점을 덮기 위한 게 아니냐는 말씀도 하셨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해결되는 겁니까?

김상조 : 김용철 변호사가 참 많은 얘기를 했는데요, 일련의 흐름으로 연결해보면 삼성그룹이 이재용씨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여러 가지 CB발행 등의 불법행위를 했었고 그런 불법행위로부터 나오는 법률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김용철 변호사 같은 특수부 출신의 검사를 스카우트하게 됐고, 판사나 국세청, 공정위, 금감위 등의 관료들을 스카우트했고 또 그들을 통해서 로비, 현직에 대한 로비를 하기도 했고 그런 로비를 하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운영하는 이런 일련의 흐름으로 일한다면 이 모든 불법 부당행위의 출발점은 결국 이재용씨로의 경영권승계의도 때문에 발생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제의 본질은 이재용씨의 승계문제라고 할 수 있겠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기획한 그룹 차원의 조직적 공모를 통해서 이걸 시도한 소수의 핵심의 의사결정자들, 특히 구조본에 있는 이학수 부회장이나 김인주 사장에 대한 책임이 반드시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어쨌든 삼성이야말로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우리의 가장 대표적 기업인데 기업의 활력이 하강되지 않으면서 잘못된 부분이 고쳐졌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김교수께서는 '한국경제 새판짜기'라는 책을 내셨어요. 말하자면 한국경제를 새로 만들어보자는 건데 이 책의 내용을 짧게 정리는 안 되겠지만,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떻게 나가야 된다고 보시는 겁니까?

김상조 : 조금 전에 삼성 문제도 나왔지만 결국 삼성전자 같은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정말 자랑스러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지배구조와 같은 여러 가지 시스템들이 개혁돼야 한다는 것이 책의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고요. 따라서 시장만능이 아니라 합리적인 시장, 그래서 여러 가지 규율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또 한편으론 재벌만의 성장으로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중소기업 위주의 성장전략으로 전환돼야 되고 성장과 분배가 같이 수반돼야 한다는 틀을 말씀드렸는데요, 저희들이 가장 강조해서 말씀드렸던 내용은 결국 어떤 시스템, 또는 경기규칙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정부기구의 신뢰성, 능력 이런 것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거듭거듭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박인규 : 기업지배구조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다면 이른바 가족경영 이런 건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김상조 : 사실 선진국에도 가족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 그 선진국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재벌을 가족기업이라고 얘기하기는 참 곤란합니다. 선진국의 가족기업은 일단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요 경영권 승계도 가족들 내에서 공개적 경쟁을 통해서 능력있는 사람이 총수에 등극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너무나 소수지분의 총수일가가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권익을 해치면서 그것을 또 경영권을 여러 가지 협소한 폐쇄된 공간에서 심지어는 불법행위까지 하면서 승계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재벌을 스웨덴의 발렌베리와 같은 가족기업에 비유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가족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가 있군요.
끝으로 간단하게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상조 : 한국경제는 지금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싸여 있는데요, 국민들께서는 참 일상생활이 어려우시겠지만 한국경제를 개혁하는 것은 바람직한 경제모델을 창출하는 것은 하루이틀에 되는 게 아닙니다. 굉장히 장기적인 기간이 필요한 만큼 우리 모두가 인내심을 갖고 구조개혁에 노력할 필요가 있겠고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부가 공정한 룰을 만들고 그걸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바로 그런 능력을 갖춘 대통령을 이번 선거에서 뽑아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수출이 잘 되고 경제성장이 올라가는 건 사실 일반 서민들의 삶을 잘 살게 하기 위한 건데 아직 그게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말하자면 경제성장의 몫이 서민들이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상조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외환위기 10년' 기획인터뷰.. 그 두 번째 시간으로 한성대 무역학과 김상조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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