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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확산의 주범은 부시"

[진단] '우리편 핵무기는 괜찮다'는 부시 독트린이 문제

비상사태가 선포된 파키스탄의 혼란이 '핵위기'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파키스탄이 보유한 핵무기가 통제불가능한 상태로 빠져 전세계를 핵전쟁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최근 조나단 셸이 미국의 진보웹사이트 <톰디스패치>에 기고한 글은 이러한 경고가 나오는 구체적인 내막을 들여다 보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셸은 <새로운 핵위협>, <지구의 운명> 등의 책을 쓴 외교안보전문가이다.

셸은 파키스탄이 핵확산의 진앙지이며,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지적한다. 파키스탄은 또다른 핵 보유국이자 적대적 관계인 인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셸은 오늘날 파키스탄의 혼란을 초래한 근본적인 토대를 마련한 것이 '부시 독트린'이라고 강조한다. 셸에 따르면, 부시 독트린은 9.11 사태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100% 협조하지 않는 나라는 '적'으로 간주하는 정책이다.
▲ 파키스탄 비상사태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1999년 쿠데타로 집권한 파키스탄의 독재자 무샤라프는 '부시 독트린'의 강요에 따라 미국의 동맹국이 되었다. 그 대가로 무샤라프는 정권에 대한 보장을 받고, 핵에 대해 미국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았다.

'부시 독트린'은 핵무기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누가 핵무기를 가졌느냐에 따라 선악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는 제국주의적인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핵무기 자체를 폐기 대상으로 삼은 비확산조약(NPT)이 무력화되면서 전세계적으로 핵확산 위험은 더 증가했다. 미국이 자기 편으로 간주한 파키스탄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핵을 확산시키는 행위를 방치하면서, 미국 편이 아닌 나라에 대해서는 힘으로 제거하려고 했지만 사실상 어느 쪽도 통제하지 못하게 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무샤라프 대통령은 탈레반과 알카에다 등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위협적인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집권 연장을 위해 지난 3일 비상사태를 선포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16일 존 네그로폰테 미 국무부 부장관이 파키스탄을 직접 방문한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무사랴프를 퇴진시키고 부토 전 총리 등 친미인사로 교체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관련 기사: "
美,무샤라프 실각·부토 지원 방안 고려").

하지만 무샤라프 대통령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돼 미국의 의도대로 파키스탄의 혼란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음은
'The Road from Washington to Karachi to Nuclear Anarchy'의 주요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편집자>

2001년 9.11 사태가 일어난 바로 그 날, 당시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은 파키스탄의 정보국장에게 부시 행정부가 수립하려는 '독트린'을 이렇게 설명했다. "100% 내 편이 아니면, 100% 적이다".

다음날, 부시 행정부는 미국 편이라면 반드시 준수할 조건을 파키스탄에 제시했다. 주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공격할 때 적극 협력하라는 것이었다. 파키스탄 정보부가 길러낸 탈레반은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를 비호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도 말이다.

더욱이 미국이 파키스탄 핵무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칸 박사의 활동을 통제하라는 요구를 하지 않은 것은 이상한 일이다. 칸 박사는 중동과 북아시아에 핵무기 기술을 은밀히 팔아왔다는 것을 미국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샤라프는 미국의 편이 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자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다른 나라에서 보여주듯, 파키스탄에서도 예외가 아님이 드러났다.

그 결과를 보여주는 여론조사가 지난 9월에 발표됐다. 파키스탄 국민들 사이에서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지지율은 46%인 데 비해, 무샤라프는 38%에 그쳤다. 부시는 7%에 불과했다. 테러와의 전쟁이 아니더라도 어떤 전쟁이건 적이 더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이라크 침공을 결정하기도 전에 무샤라프를 끌어들인 부시 행정부의 결정은 냉전이 끝난 뒤 줄어든 것처럼 보였던 핵위협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NPT 무력화시킨 부시 독트린

부시 독트린에 따르면, 핵무기는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게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누가 가졌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파키스탄은 핵무기와 무분별하게 확산시킨 기록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의해 존중받는 나라가 되었다. 부시 독트린은 커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그 이전에 미국은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비확산 문제를 다뤄왔다. 183개국이 참여한 비확산조약(NPT)가 바로 이러한 노력으로 탄생한 것이다. NPT에서는 핵무기 생산 능력이 있는 10여 개국도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폐기하기로 약속했다.

NPT는 모든 핵무기를 나쁜 것으로 간주한 체제인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핵확산도 나쁜 것이며,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을 포함해 기존에 있는 모든 핵무기들도 장차 제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9.11 사태 이후에 등장한 새로운 원칙에 따라 세계는 두 진영으로 나뉘었다. 한쪽은 미국이 이끌고 있는 착하고 민주적인 나라들이며, 그 중에는 핵무기를 가진 나라가 많은 진영이다. 다른 한쪽은 핵무기를 획득하려고 하는 블량한 나라들과 테러 단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 부시 독트린에 따라 핵 위험은 '테러와의 전쟁'보다 후순위의 문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20세기 냉전에서 21세기 열전의 시대로

착한 진영은 나쁜 진영이 핵무기를 획득하는 것을 저지하는 임무를 갖게 되었다. 그 수단도 이제는 외교가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예방전쟁'이 되었다. 20세기 말 전세계 냉전이 21세기 들어와서는 핵확산 방지를 위한 전쟁으로 바뀐 것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드러났듯, 이 전쟁은 냉전이 아니라 열전이다. 부시 행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이란에 대한 공격이 조만간 이런 모습을 보여줄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좋은 나라, 나쁜 나라로 분류하는 판단은 완전히 인위적으로 이뤄졌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나쁜 나라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반면 파키스탄은 미국이 '중요한 NATO 비회원국 동맹'이라며 좋은 나라로 평가했지만, 이라크보다 훨씬 위험한 나라인 것이 드러났다.

파키스탄은 핵전쟁 발발 위험 가장 높은 곳

파키스탄은 현재 핵 위험이 상존한다고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를 골고루 갖춘 나라가 되었다. 이라크는 핵무기가 없지만, 파키스탄은 핵무기가 있다. 1998년 파키스탄은 다섯차례의 핵실험을 했다. 1947년 독립 이후 파키스탄과 3차례 전쟁을 치른 인도가 다섯차례 핵실험을 가진 것에 대응한 것이다. 어떤 두 나라 사이에 핵전쟁이 벌어질 위험은 전세계에서 파키스탄과 인도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

또한 파키스탄은 핵 확산의 주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칸 박사는 터키, 두바이, 말레이시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 핵기술을 팔았다. 이란, 북한, 리비아 등지에도 핵관련 거래를 했다. 그는 외부에서 볼 때 이윤을 얻기 위해 핵장사를 한 것이다.

파키스탄 정부가 이 사업에 어느 정도 관계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칸 박사가 벌인 사업 규모로 볼 때 파키스탄 고위층에서 몰랐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2003년말 미국과 독일 정보기관들이 리비아를 향하는 선박을 나포해 핵물질이 실려있는 것을 적발할 때까지 부시 행정부는 이런 사실을 몰랐다.

9.11 사태 직전 파키스탄의 원자력 위원회 책임자들이 오사마 빈라덴에게 핵무기를 제조하거나 획득할 방법에 대해 조언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칸 박사와 함께 이들은 이후 지금까지 가택연금 중이다.

이미 인도-파키스탄이 적대적 대립을 보이는 상황에서 파키스탄에 혼란이 닥치면, 핵시설과 관련된 사람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파키스탄에는 50개 핵탄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부시 독트린이 막으려 했던 '테러와 핵무기의 결합'이라는 재앙이 닥칠 수 있다.

이라크에 이어 파키스탄에서의 실패는 단순히 미국의 지역 정책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부시 독트린의 실패인 것이다. 이라크와 파키스탄 양쪽에서 미국은 이미 영향력을 크개 잃었다.

이슬람 무장단체 코 앞에 두고 민주운동가 탄압하는 무샤라프


▲ 파키스탄 북부는 탈레반 등 이슬람 무장단체의 세력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부시 독트린을 파키스탄에 적용한 목적은 테러를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파키스탄 북부 지역은 9.11 사태 이전 탈레반 정권이 알카에다를 보호하던 시절에도 상상 못했을 정도로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이 되었다.

부시 독트린이 민주주의 가치를 내걸고 있는 것이라면, 이 독트린이 적용된 무샤라프는 이제 별종이 되고 있다. 자기가 일으킨 첫번째 쿠데타로 잡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2차 쿠데타라고 할 수 있는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이다.

가장 큰 아이러니는 무샤라프가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불과 240km 떨어진 스와트 계곡에 근거지를 둔 탈레반이나 무장한 이슬람 과격파, 또는 알카에다 지지자들을 소탕하는 게 아니라, 민주 운동가들을 잡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관련 기사: "무샤라프가 진짜 무서워 하는 것은 탈레반").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핵 확산을 막겠다던 부시 독트린이 좌절을 겪으면서 오히려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핵 테러, 핵 확산, 심지어 핵 전쟁의 위험(파키스탄과 파키스탄의 사태 진전과 부시 행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충격을 받은 인도)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위험에 대해 제국주의적 해법은 실패했다. 새로운 해법은 제국주의의 반대, 즉 다른 나라와 그 곳에 사는 국민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민주주의에 기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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