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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단일화 '시즌 2', 반전카드는 B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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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범여권 단일화 '시즌 2', 반전카드는 BBK?

[전망] 文측, 門 닫은 듯…'특별한 모멘텀' 없이 협상 난망

범여권이 쓰는 단일화 드라마가 어느덧 '시즌 2'로 접어들었다. '주인공은 그대로지만 스토리가 바뀌는' 1, 2차 단일화는 시즌별로 '같은 주인공이 다른 경험을 하는' 미드(미국 드라마)의 구성과 공통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정동영 후보와 이인제 후보를 주인공으로 한 '시즌 1'은 18일 엔딩을 목표로 막판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시즌 1'이 흥행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관전평도 엉망인 졸작이었다는 점은 일반론에 가깝다. 양 당 후보가 발표한 합당 약속이 한나절 만에 뒤집어지는 '나름의 반전'이 있었지만 그 반전에 별을 달아 줄 유권자는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시즌 1' 막바지에 '시즌 2'의 복선이 스친다는 점도 미드와 단일화 드라마 간의 또 다른 공통점이다. 등장인물이 곧 제작자인 정치권 드라마의 특성상 '시즌 2'의 결말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시즌 1'에 나타난 복선을 기초로 '시즌 2'를 전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일화 모멘텀 없어"…文 캠프 내부 판단
▲ 지난 13일 '삼성특검'을 논의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한 문국현 후보와 정동영 후보.ⓒ문국현 캠프

'시즌 2'의 결말을 풀 열쇠는 문국현 후보가 쥐고 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이미 "원칙 없는 단일화는 하지 않겠다"며 문을 닫아 건 상태. 문 후보는 정동영 후보와 이인제 후보 간의 단일화 협상이 성사된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어 "세력과 세력이 권력만을 위해서 무원칙하게 몸을 섞는 단일화에는 관심이 없다"며 "정치 공학적 단일화는 없다"고 선언했다.

물론, 지난 8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단 한 번도 문 후보가 "단일화를 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으니 이번 선언도 '몸값 올리기'를 위한 정치적 수사로 해석해 볼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단일화에 대한 관심을 끊지 않던 주변 기류가 바뀐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로 여겨진다.

며칠 전 캠프의 중대사를 의논하는 아침 정례회의에서는 "단일화는 '경우에 수'에서 빼자"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단일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데 공감대가 모아졌다는 것이 참석자의 전언이다.

문 후보 측 다른 관계자 역시 "서로 힘을 겨루기를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기술을 걸어야 하는데 모멘텀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헛발질 할 바에야 그냥 가자는 게 캠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전략적 판단이라 상황논리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전제가 달리긴 했지만, 다음 주 중으로 문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어 똑 부러지게 '마이웨이'를 선언해 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5대 실정 사과'요구, 들어주기 힘든 鄭

이에 정동영 후보 측은 그간 진행해 왔던 '물밑협상'을 아예 공개화했다. 김한길 의원이 박상천 대표를 비밀리에 만나 지분 등을 논의했던 '시즌 1'의 방식으로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정 후보는 16일 대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비공개 태스크포스팀에서 한명숙 전 총리와 양길승 최고위원, 천정배 가족행복위원장 등이 공동 책임으로 접촉을 해왔다"며 문 후보 측과의 비공개 접촉 사실을 공개했다.

그간 비공개에 붙여왔던 채널을 공개했다는 것은 곧 이 채널의 효용이 사라졌다는 반증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에 정 후보 측이 '반 한나라당의 결집', '민주평화개혁세력의 단합' 등의 명분으로 문 후보 측에 단일화를 공개 압박하는 쪽으로 전략을 변경하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 후보는 또 "내가 집권하면 참여정부의 집권 연장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당을 중심으로 정치를 하지 않았지만 (집권하게 되면) 새로운 정부의 중심세력은 당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후보가 "참여정부 실정에 책임이 있는 인사와 함께할 수 없다"며 각을 세우는 데에 대한 응답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이 요구한 "참여정부 '5대 실정'에 대한 공개 사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문 후보 측은 '진정성'의 표징으로 정 후보의 '자기부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권 내부의 정서도 감안해야 하는 정 후보가 문 후보만 바라보고 결행하기에는 어려운 주문이라는 평가다.

김경준 수사, 신당 내 균열 기류 등이 변수

다만 반전을 기대해 볼만한 지점이 몇 군데 남아 있기는 하다.

가장 결정적인 '반전 카드'는 이날 오후 귀국하는 김경준 씨의 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귀국과 동시에 시작될 BB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와 그 반향으로 인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 추이가 범여권 후보 단일화의 성패를 가를 중요 변수인 것이다.

범여권은 검찰 수사 결과에서 이 후보의 위법 사실과 거짓말 정황이 드러난다면 '진보 DNA를 갖고 있는 이명박 지지자들'이 대거 부동층으로 빠져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권 후보들이 기회를 도모해 볼 여지가 넓어진다면 단일화의 동력도 새로이 충전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기술을 걸 '모멘텀'이 생긴다면 문을 닫아 건 문 후보 측의 전략적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과의 합당 선언 이후 신당 내에서 감지되는 균열기류는 문 후보 측에서 주목하고 있는 변수다.

이날 신당 의원 28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관행과 기득권을 포기하는 자세로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라"며 당 지도부와 정동영 후보에게 문국현 후보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단일화 노력을 주문하는 등 '이인제 단일화'에 대한 반작용이 벌써부터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문 후보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문국현은 열려 있다. 대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며, 기존 정치인들의 '실천'과 '용기'를 거듭 강조한 것이나, 민주당과의 합당에 반발하는 의원들에 대해 "선량한 분들"이라고 평가한 것은 이 같은 기대의 반영으로 보인다.

신당 의원 일부가 민주당과의 세력위주 통합에 반발하며 문 후보쪽으로 합류해 올 경우 '정동영 중심'의 현 여권 구도는 순식간에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 문 후보 측의 판단이다.

이에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민주당과의 합당 협상 조건이 변화하지 않으면 예기치 않은 인사의 탈당이 있을지 모른다"고 말한 친노 진영의 한 의원의 경고가 현실화 되면 다른 프레임의 '시즌2'가 펼쳐질 여지도 없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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