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의 중남미 스페인어권 학자들과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지난 4세기 동안 스페인의 무자비한 토착민 도륙과 자원착취에 관련된 합당한 배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작심하고 스페인 정부 때리기에 나선 차베스의 막말과 이에 과민반응을 보인 카를로스 국왕의 발언이 중남미 역사학자들 가운데 잠재돼있던 이념전쟁에 대한 불씨를 다시 지피기 시작했다.
중남미 현지의 일부 언론들과 학자들은 차제에 스페인 제국시절의 과거청산과 배상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벼르게 된 것이다.
상당수의 아르헨티나, 멕시코, 쿠바, 니카라과 언론인들이 스페인제국의 중남미 식민통치 과거청산과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쿠바출신 교수이자 언론인, 작가이기도 한 호르헤 고메스 바라따 박사가 그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바라따 박사는 최근 중남미 전역의 진보성향 언론매체들에게 보낸 '정상회담장의 이념전쟁'이라는 제하의 기고문에서 "과거 스페인제국의 식민지 통치 사과와 배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남미 정치지도자들이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카를로스 국왕은 남미에 와서 국민들의 대표인 국가원수를 향해 입을 닥치라고 큰소리를 칠게 아니라 먼저 지난 400여 년간 무고하게 도륙된 수백만 에 달하는 토착원주민들의 죽음과 무차별적으로 자행된 착취에 대한 사과, 그리고 이에 걸맞은 배상을 우선시 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중남미 정상들이 단결하여 스페인제국 식민지 통치시절 가혹했던 과거사를 청산 하고 배상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라따 박사의 기고문을 요약한다.
"오늘날 스페인이 유럽대륙에서 강대국으로 군림할 수 있게 된 데는 40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중남미에서 강탈해간 수천 톤에 달하는 금은, 각종 천연자원, 그리고 식량을 비롯한 경제적인 착취가 밑거름이 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스페인 제국은 지난 4세기 동안 자원착취를 위해 동원된 수백만에 달하는 토착민들에게 단 한 푼의 임금도 지불한 사례가 없었다. 이제 유럽의 강대국으로 부상한 스페인 정부는 강탈해간 금은보화에 대한 보상은 물론 노예처럼 혹사당한 토착민들의 노동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때다.
스페인 정부는 멕시코와 페루, 볼리비아 등 중남미에서 강탈해간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금괴에 대한 보상 문제나 무고하게 도륙 당한 수백만에 달하는 토착민들의 희생에 대해 책임의식을 한번이나 느껴본 일이 있는가.
오히려 그 반대로 중남미전역이 군사정권화 되자 이들이 주도한 신자유주의 물결에 편승해 전력, 전화, 수도 등을 장악하고 과도한 서비스료를 책정해 서민들을 착취 하는 등 경제를 식민지화시켰을 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착취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스페인의 국왕이 남미에 와서 국민대표를 향해 입을 닥치라고 큰 소리를 쳤다. 최소한 차베스는 볼리바리안 혁명을 통해 중남미 민중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을 개화시키고 있는데도 말이다.
또한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쿠바마저도 전세계에서 인술을 베푸는 의사들과 교사, 간호사, 기술자들을 무상으로 파견하고 있다.
토착원주민들과 소외계층들을 돌보고, 인술을 베풀어 죽어가는 고귀한 인명을 구하고 있는 중남미 지도자들에게 무자비한 살육과 착취를 일삼은 과거를 가진 스페인 국왕이 어떻게 입을 닥치라는 말을 할 수 있는가.
나는 라틴아메리카 정치지도자들이 차베스와 다니엘 오르테가(니카라과 대통령)처럼 라틴아메리카 민중들을 보호하는데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한다.
중남미국가 정상들이 모두 합심해서 스페인제국의 착취와 인권유린에 대한 사과는 물론 적절한 금액의 배상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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