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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단일화 블랙홀'에 빠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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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단일화 블랙홀'에 빠질라

'반부패'엔 적극, '연대'엔 신중

범여권에 민주노동당이 합세한 '반부패 연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대선출마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폭로라는 예기치 못한 외생 변수가 저마다 계산에 주저하던 범여권 후보들을 '반부패' 혹은 '반한나라당' 전선으로 몰아넣은 꼴이다.
  
  돌연한 상황 변화에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진영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전 총재의 출마로 창당과 후보지명 대회 등으로 노렸던 '컨벤션 효과'가 상쇄되는가 하면, '반부패 연대' 가 곧 '단일화의 시작'으로 여겨지면서 기대했던 것보다 빨리 단일화 국면이 펼쳐져 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 대선' 국면에서 이명박 후보와 차별화된 '비전'을 독보적인 브랜드로 구축해 지지율 상승의 동인으로 삼았던 문 후보로서는 반한나라당 전선으로 두루뭉술하게 엮여진 '반부패' 국면을 적극적으로 타개해 나가기가 쉽지 않은 처지다.
  
  "'원 오브 뎀'이 되는 상황은 피해야"
  
  물론, 선거 구도가 부패세력 대 반부패세력 간의 대결로 재편될 경우 문 후보 측이 얻는 실익도 무시할 수 없다.
  
  창조한국당 창당 이후 며칠 간 '이렇다 할' 의제를 선점해 내지 못했던 문 후보에게 '반부패'는 자신 있는 구호일 뿐 아니라, 정치 신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범여권 후보군 내에서도 차별화가 가능한 지점이다.
  
  문 후보가 4일 후보지명자대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총수 주변에 기생하고 있는 잘못된 경제인들을 엄벌해야 한다"며 재벌가 전체를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이나, 5일 김용철 변호사의 기자회견이 열린 제기동 성당을 찾아 정의구현사제단을 격려하는 등 '삼성정국'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자신감의 발로로 풀이된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반부패 연대'가 특정 이슈에 대한 연대 차원을 넘어 '단일화' 논의로 연계되는 데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문 후보가 6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동영 대통합신당 후보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3자회동'을 제안하면서도 '단일화에 응하는 것으로 봐도 되냐'는 질문에는 "내가 그런 것을 논의하려면 뭐하려고 창조한국당을 창조하고 후보가 됐겠냐"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지율을 최소 두 자릿수로는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정동영 후보와 대등하게 단일화에 응한다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 여파로 상승세가 꺾인 악조건 속에서 단일화 협상을 시작해야 할 상황이 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에 문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되는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며 "'반부패'란 사안에 대한 연대에는 적극성을 보이되 논의가 확장되는 데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부패 연대' 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도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후보가 정 후보의 '반부패연석회의' 제안을 그저 받아들이기보다는 이인제 민주당 후보를 배제하자는 요구조건을 걸어 '역제안'하는 형식을 취한 것은 그 전초전인 셈이다.
  
  7일에는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만나 '범국민운동'을 제안할 예정이다. '반부패 연대'의 범위를 정치권 밖으로 확장시켜 논의가 곧장 '범여권 단일화'로 직결될 가능성을 없애자는 전략이다.
  
  하지만 '반부패'라는 이슈를 범여권 전체가 공유하고 있는 마당에 그 안에서 '문국현만의' 차별성을 만들어 주도권을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숙제다.
  
  이에 공보 담당 관계자는 "앞으로 며칠간 문 후보의 모든 화두는 부패가 될 것"이라며 "기존에 내놨던 이야기들의 수위를 높임과 동시에 새로운 소재로 국민들의 주목도를 높일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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