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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의 타이완 정책, 성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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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의 타이완 정책, 성공할 것인가?

한반도브리핑<72> 타이완의 유엔 가입 국민투표와 양안관계

북미협상과 6자회담의 진전이 동북아 질서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는 시점에 그 못지않게 파괴력을 가진 쟁점이 서서히 수면 위에 부상하고 있다.

그것은 타이완의 현 총통 천쉐이벤과 집권당인 민진당이 내년 3월 실시 예정인 총통선거와 함께 '타이완'이라는 국호로 유엔에 가입하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타이완에서는 9월부터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대규모 집화와 서명운동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어떤 결과를 낳는가에 따라 중국과 타이완 관계(이하 양안관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미국·일본의 정치적, 경우에 따라서는 군사적 개입을 유발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지난 9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타이완 문제와 북핵 문제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양안 사이에 긴박한 상황이 전개된다면 한반도 정세 및 6자회담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 천수이볜(陳水扁) 타이완 총통이 지난 10일 수도 타이베이에서 대만 건국기념일인 쌍십절(雙十節) 행사에 참석,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대만은 이날 16년 만에 처음으로 쌍십절 기념 행렬에 첨단 무기들을 동원했다. 이같은 대만의 행동은 다음해 총선을 앞두고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추진하는 대만 집권 민진당의 정책을 더욱 노골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로이터=뉴시스

따라서 지난주 폐막된 중국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전대)에서 현 정세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결정은 중국 정부의 타이완 해협 정세에 대한 인식과 대응책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퇴진할 것으로 보이는 후진타오 총서기를 계승할 후계자 선출 및 이에 따른 권력구도의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간과된 중요한 사안이다.

한반도 정세에도 긴밀한 영향 미쳐

타이완 문제가 이처럼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한 것은 2000년 총통선거에서 타이완 독립을 강령으로 삼았던 민진당의 천쉐이벤이 당선된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양안관계에 대한 천쉐이벤의 태도는 그간 강온 사이를 오갔지만, 2008년 3월 총통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다시 타이완 독립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국민당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총통선거에서 역전의 계기를 삼아보자는 국내정치적 고려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이 타이완에 대해 강경책을 취하기 힘들 것이고, 반면 타이완 독립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더욱 쉽게 모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능성을 예측한 중국은 2005년 3월 "반국가분열법"을 제정해 타이완 독립추구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었다. 이 법은 협력과 대화를 촉진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었지만 타이완이 독립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군사력을 사용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정한 점에서 더욱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러한 군사적 수단의 동원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최근까지 계속 반복됐다. 그리고 천쉐이벤이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지난 9월 후진타오를 비롯한 중국의 지도부들은 타이완의 국민투표 추진은 독립분열주의라고 강력히 비판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타이완 선거가 코앞에 닥친 시점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대에서 타이완의 독립 추구에 대한 경고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이러한 예측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후진타오가 전대 정치보고에서 "하나의 중국의 원칙에 입각해, 협상을 통해 양안 사이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라는 기존의 표현에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양안관계의 평화발전의 틀을 구축하고, 양안관계의 평화발전의 길을 열자"라는 내용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평화적 통일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항상 독립에 대한 군사적 수단의 사용 가능성을 같이 부각시켰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평화'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특징이 있다. 즉 후진타오가 타이완 문제와 관련해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평화카드'를 사용한 것이다.

후진타오의 합리적 판단…성공 여부는 미지수

중국이 이 시점에서 평화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내년 총통선거에서 양안의 안정과 대륙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국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과거 1996년 선거를 앞두고 타이완을 향한 미사일 발사 실험 등 군사적 압력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평화 문제를 전면에 제기하는 것이 지금까지 우세를 보이고 있는 국민당 후보에게 운신의 폭을 더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또한 미국과의 관계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다. 현재 미국은 양안관계의 현상을 변화시키려는 천쉐이벤의 정책에 비판적인 태도를 분명히 밝히며 중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그런데 현실성 없는 군사적 위협은 이러한 미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미국 내에서 타이완 독립에 대한 동정, 혹은 지지여론에 불을 붙일 수 있다. 이미 천쉐이벤은 미국 정부의 비판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80% 가까이가 타이완의 유엔 가입에 우호적이라는 사실을 들어 자신의 시도를 정당화시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나온 후진타오의 타이완 정책은 타이완을 둘러싼 국제관계나 타이완 내 정치세력 사이의 역관계를 고려한 비교적 합리적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물론 후진타오의 새로운 정책이 성공할지의 여부는 속단하기 이르다.
▲ 후진타오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지난 15일 중국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그건 무엇보다 아직까지는 타이완 선거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투표는 유권자 50% 참여와 50% 찬성으로 통과되는데 50% 이상이 국민투표에 참여하는가가 관건이다.

국민투표 참가자가 50%를 넘는 경우에는 참가자들의 성향으로 보았을 때 통과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그리고 국민투표가 핵심적 쟁점으로 부상할 경우 총통선거에서도 민진당 지지세력의 적극적인 투표를 이끌어내 총통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국민투표가 통과될 경우 유엔 가입에 대한 타이완인들의 의지가 민주적·법적으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양안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국민당 진영에서도 유엔 가입안을 완전히 부정하지 못하고 타이완이 아니라 '중화민국'이라는 이름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는 것도 타이완의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후진타오가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그의 권위도 커다란 상처를 받고 중국의 정치 불안을 촉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양안관계가 어떻게 변화될지에 대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후진타오의 평화카드가 내년 3월까지 지속될지, 아니면 타이완 독립세력의 영향력이 강화될 경우 다시 군사적 압박 카드를 사용하는 쪽으로 전환할지가 관심거리다. 또한 3월 총통선거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이고 유엔 가입을 위한 국민투표가 통과될 경우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중국이 어떤 정책적 수단을 택할 수 있을지 등에도 주목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이 우리에게는 거의 없다. 따라서 사전적인 개입보다는 위에서 언급한 각각의 상황이 북미협상과 6자회담에 어떤 영향을 줄 지를 고려해 대비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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