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30일 '충청도 대통령'을 내세우며 중앙선대위를 출범시켰다. 선대위 출범식도 서울이나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이 아닌 대전에서 치렀다.
이인제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계산을 해보니 역대 대통령 가운데 영남 출신이 다섯 명, 호남 출신이 한 명이지만 충청 출신은 한 명도 없다"며 "충청 지역에서 대통령이 되는 게 역사의 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이인제를 후보로 내세운 것도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서부벨트로 확대하고 노동 장관과 경기 지사의 경험으로 영남 중산층의 지지를 이끌어내 대역전극을 이루라는 큰 뜻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지역주의 정치 부활'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충청도 대통령론'을 강조하는 것은 앞으로 전개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충청 지역의 지지율을 기반으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버스투어를 시작한 이래 대부분의 일정을 충청지역에서 보냈다. 또 이날 선대위 출범식이 열린 대전 충무체육관에는 "충청은 원한다. 충청도 대통령을", "국민이 선택한 충청도 대통령 이인제"같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정동영은 호남에서 못 벗어난다" 견제구
그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 대해 "호남 후보 필패론을 돌파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스스로 호남에서 못 벗어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비교우위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정동영 후보가 신당의 대선후보로 결정된 이후 범 개혁세력의 중심을 새로 잡고 하나로 싸워야 만 한나라당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들어보면 민주당 중앙당 조직에 파고들어 와해시키고 민주당을 말살하려고만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에 대해서도 "문 후보나 그 분의 정당을 잘 모르는 게 사실"이라며 "나도 모르는 분을 누가 알겠느냐"며 무시 전략을 이어갔다. 그는 다만 "왜 범여권인지 모르겠다. 그분은 범개혁 세력의 단일 후보 만드는데 관심 없다고 한다. 자기 길 가면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국현 후보의 본질은 정치 허무주의"라며 "국민들의 불신감을 자꾸 문지르니까 거기서 생긴 거품에 불과한 것일 뿐 거기서부터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낼 힘은 나오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회창 후보의 출마설에 대해 "출마설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낙마를 전제한 것이고 김경준 씨가 들어와서 얼마나 큰 폭로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독자적 의지로 출마한다기 보다는 이명박 후보의 낙마를 대비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도 민주당의 당심을 얻기 위해 몸을 낮췄다. 그는 잦은 당적 변경과 경선 불복으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의식하듯 "이인제 사전에는 배신이라는 말은 없다"며 "위대한 민주당과 당원 가슴에 혼을 묻겠다는 점을 믿어달라"고 했다.
박상천 대표도 "민주당을 쪼개고 나가 열린우리당을 만든 정동영 후보를 호남이 용서했다면 이인제도 용서해야 옳다"며 "충청인이 이인제의 과거를 용서하면 호남이 전략적 판단을 통해 이 후보에 표를 모아달라고 이야기 하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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