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28일 오후 영부인이자 현 집권당 여성 대선후보였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츠네르 대선 본부에 모인 외신기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2007년 대선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오후 7시(현지시간) 아르헨 전역 투표소의 비공식 집계를 인용한 현지언론들은 크리스티나 후보가 46.3%를 득표해 결선 없이 대통령에 당선이 됐다고 보도했다.
아르헨 국립선거관리국의 공식적인 발표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2위 득표자(23.7%)인 시민연합당의 여성후보인 엘리사 까리오 의원과는 20% 이상의 표차가 나 크리스티나 후보는 결선 없이 대통령 당선이 사살상 확정됐다.
이번 대선은 특히 두 명의 여성 후보가 전체 유효득표의 70% 이상을 차지해 정치권의 쟁쟁한 남성 후보들이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들었다. 지난 1947년 에비타 페론에 의해 시작된 아르헨티나 여성들의 정치활동이 이제 남성들을 압도 하고 있는 것이다.
2위를 차지한 엘리사 까리오 의원은 아르헨 북부 차코주 출신으로 역대 정권을 향해 "정치 마피아"라는 막말을 퍼부으며 정치계의 무능함과 부정부패를 고발해 지식층들과 학생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아왔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최고 득표자라는 영예를 안았다. 따라서 그에게는 차기가 유력시되는 또 하나의 여성 대통령감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부인의 대통령 당선은 남편의 외조덕분"
현지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크리스티나 후보가 남편에 뒤이어 대통령에 당선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인 네스트로 키르츠네르 대통령의 통치력이 국민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지난 4년의 임기 동안 경제파탄에 빠진 아르헨티나를 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신임이 영부인으로 하여금 남편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도록 표를 던지게 했다는 얘기다.
사상 최초로 선거를 통해 부부대통령이 된 키르츠네르 부부는 지난 2001년까지만해도 인구20만 명 미만인 아르헨티나 최남단 오지의 주지사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상원의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바닥이 난 정부 재정을 견디지 못한 페르난도 델라루아 정권이 국민들의 예금동결이라는 도박을 감행한 후 국민들의 강한 저항에 견디지 못해 사임하고 디폴트(국가 채무 불이행)가 선언되면서 이들 부부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유일하게 흑자 재정을 기록한 주의 정치인들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 아르헨 정치인들은 서로 대통령직을 맡지 않으려고 손사래를 쳐 한 달 동안 5명의 임시 대통령이 탄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지경이 되자 지방정부들은 연방정부를 불신해 지방별로 독립적인 화폐를 발행해 통용시키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3년 대통령에 당선된 키르츠테르 대통령은 18개에 달했던 지방화폐를 연방정부가 흡수하고 디폴트 탈출에 성공했다. 또한 국재통화기금(IMF)에 진 채무를 조기에 상환했고 국제시장에서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힘입어 손쉽게 국가재정 흑자를 기록, 환율을 안정시켰다.
키르츠네르 정부는 나아가 강력한 물가안정 정책을 밀어붙여 인플레를 잡았고 내수시장을 활성화시켜 연 10%대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키르츠네르 정권의 연장선상에서 그의 부인인 크리스티나 상원의원을 다시금 대통령으로 선택하게 했다는 결론이다.
"나는 제2의 에비타도 힐러리도 아닌 크리티나일 뿐이다"
남편에 뒤이어 아르헨티나호의 여 선장이 된 크리스나 당선자의 정치스타일은 무엇일까?
크리스티나는 아르헨티나 국민들 사이에서 신화적인 존재로 알려지고 있는 성 에비타에 비교되는 것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으나,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에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는 내심 달갑지 않다는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최근 '제2의 힐러리'라는 평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로 닮았다는 것은 나쁠 것이 전혀 없다. 힐러리와 나는 비슷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와 나는 변호사 출신 상원의원이라는 점과 영부인 출신 대선후보라는 점 등에서 그렇다. 그러나 그게 전부다. 그 외에 정치적인 면면들에 대해서는 서로 비교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못박았다.
또한 자신은 페론 전 대통령을 내조하며 자선사업에만 몰두했던 에비타 스타일을 그대로 모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남편을 능가하는 정치가가 되어 아르헨티나의 역사를 바꾸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누구의 정치스타일도 모방하지 않고 나의 길을 가겠다"고 잘라 말한 것이 그것이다.
크리스티나 당선자는 이어 남편과 자신은 평생의 정치적인 동반자였음을 상기 시키고 현 정부의 정치노선을 그대로 따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아르헨티나의 전반적인 정치상황은 특별한 변화가 없을 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의 지향점이 서로 다르듯이 자신도 통치의 일정부분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추구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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