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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국가'라는 이름의 거대한 감옥, 현실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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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국가'라는 이름의 거대한 감옥, 현실화될까?

[기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아나폴리스 정상회담 전망

요즈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자들과 미국의 중재자들은 오는 11월 미국 아나폴리스에서 개최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수뇌 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협상으로 바쁘다. 현재 팔레스타인 측은 팔레스타인의 최종 지위 협상과 관련된 결정적인 사안들, 즉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국경 획정, 예루살렘 주권,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권, 이스라엘 점령촌 철거 등을 협상 주제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추진하는 이스라엘 총리인 에후드 올메르트(Ehud Olmert)와 외무장관인 치피 레브니(Tzipi Levni)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내놓은 위의 주제들을 비껴가는 '모호하고 느슨한 선언' 채택을 제시하고 있다. 이 선언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과 관련된 중요한 주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생략한 채, 단지 "평화적인 수단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헌신한다"는 정도로 한정된다.
  
  올메르트 총리는 지난 10월 7일 내각 회의에서 이 '모호하고, 느슨한 선언'은 다음 두 가지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2003년 6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총리가 합의한 '로드맵'의 첫 단계를 반드시 이행시키도록 한다. 두 번째, 2004년 6월 전임 아리엘 샤론 총리에게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편지로 보증한 내용을 실행한다. '로드맵'의 첫 단계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을 해체하고 팔레스타인 교육과정, 미디어, 종교 단체에서 반(反) 이스라엘적인 행위를 중지시키는 것이다. 다음의 2004년 '부시 대통령의 편지'는 2003년 '로드맵'을 재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로드맵'이 명시한 사항들을 실행하고, 무장 활동을 즉각 중지해야 하며, 어느 곳에서도 이스라엘인들에 대항하는 폭력 행위를 중지해야 하고,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테러에 대항하는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고, 테러리스트들의 능력과 기반 시설을 분쇄해야 한다. 반면 이스라엘은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방어권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위협이나 위협 가능성에 대한 방어 능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이스라엘은 가자와 서안 지역으로부터 철수하더라도, 안보를 위하여 영공, 수자원, 도로에 대한 통제권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현존하는 이스라엘인들의 중심지인 점령촌들을 포함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하며, 분리 장벽도 팔레스타인인들의 테러 활동에 대항하는 안보의 차원에서 합리화될 수 있다."
  
  이처럼 이번 11월 아나폴리스 정상 회담이 토대로 삼고 있는 '로드맵'과 '부시의 편지'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해체와 이스라엘 안보의 필요성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2007년 국제 인권 단체 보고서(Amnesty International Report 2007)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어린이 120명을 포함하는 65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군인들에 의해서 살해된 반면, 27명의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에 의해서 살해되었다. 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보고서는 2005년에 비교하여 2006년에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한 수는 3배 증가한 반면,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한 이스라엘인 수는 절반으로 감소하였다고 밝혔다.
  
  2007년 현재 이스라엘은 군사 점령지 가자와 서안 지역에 대한 공습과 미사일 투하 등을 계속하면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살해, 체포, 구금 등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팔레스타인 인권 단체(Palestinian Centre for Human Rights) 보고서에 따르면, 아나폴리스 회담을 준비하는 10월 11일부터 24일까지 이스라엘 점령군들에 의해서 12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당하였고, 47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부상했으며, 91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체포되었다. 또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점령촌을 확장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인들의 토지를 약탈하고, 800㎞에 이르는 분리 장벽을 점령지 내에 건설하고 있다.
  
  10월 24일 수요일에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보안대가 서안 지역에서 하마스 대원과 그 지지자들 13명을 체포하였다. 로드맵의 1단계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에게 지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해체다. 사실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가 주도하는 팔레스타인 정부는 로드맵 1단계를 실행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는 2006년 민주적인 선거에 의해서 구성된 하마스 정부를 무력화시켰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면서 하마스와의 내전을 불사해왔다.
  
  이러한 마흐무드 압바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11월 회담을 통해서 그에게 점령지의 현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문서에 도장을 찍기를 요구할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분리 장벽 건설을 통해서 서안의 9.5%를 이스라엘 본토로, 8%는 서안 내부의 이스라엘 점령촌으로 합병하였다. 서안의 28.5%를 구성하는 요르단 계곡 지역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폐쇄되어 있고, 이스라엘에 의해서 완전히 지배된다. 요르단 계곡에 거주하는 3500-4000명의 이스라엘 점령민들이 이 지역 수자원의 85%를 지배하는 반면, 팔레스타인인들은 요르단 계곡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일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 소유지에 접근조차 허락받지 못한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인들은 나머지 영토인 서안의 54%에만 접근이 허락되어 있다. 2007년 현재 동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점령민 20만 명을 포함하는 약 45만 명 이상의 이스라엘 점령민들을 보호하는 이스라엘 보안대가 570개 이상의 검문소를 설치하여 서안의 모든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이번 부시 정부가 중재하는 11월의 아나폴리스 회담이 2003년 '로드맵'과 2004년 부시의 편지에 토대를 두고 어떤 합의점을 찾아낸다면,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1948년 이스라엘 국가 건설에 버금가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인들은 점령지의 현실, 즉 분리 장벽, 이스라엘 점령촌들, 수자원, 영공, 도로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지배권 등을 수용한 채, 나머지 영토 54%로 구성되는 소위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명칭이 붙은 감옥'에 공식적으로 갇혀 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회담에서 합의점을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회담이 실패한 이후에는 팔레스타인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아마도 마흐무드 압바스의 자치 정부의 무능이 다시 한 번 입증되면서, 팔레스타인 사회는 한 번 걷잡을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다시 한 번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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