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세계식량위기, 30년만에 임박"

[분석]미국과 유럽이 곡물 가격 상승 주범

전세계 식량부족 사태가 30년만에 다시 닥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최근 전세계적인 곡물가격 상승 현상에 주목한 분석기사를 통해 "전세계적인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했던 1970년대 초 이후 처음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나라들에게까지 식량안보가 골칫거리로 다가왔다"고 지적했다.

FT는 곡물 가격이 오르는 요인으로 무엇보다 인구가 많은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바이오연료 산업(☞관련 기사:"바이오연료 산업은 사기극")으로 인해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바이오연료 산업은 2010년에 미국에서 소비되는 옥수수 30%가 바이오연료 생산에 투입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곡물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새로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서구 국가들이 추진하는 바이오연료 정책이 곡물 상승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이러한 구조적인 새로운 경향으로 인해 향후 10년 동안 지난 10년과 비교해 농업상품 가격이 20~50% 오를 전망이다.

세계은행(WB)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2000~2030년 사이에 세계 수요를 감당하려면 곡물 생산량은 50%, 육류 생산량은 85%나 늘려야 한다. 이에 따라 식량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편집자>

다음은 이 기사의 주요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 전세계적인 식량부족사태가 1970년대 이후 30년 만에
다시 닥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로이터=뉴시스

지난주 세계식량의 날에 유엔은 "전세계에서 8억5400만 명이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기아 문제에 대해 경고했는데, 예전보다 더 걱정스럽게 다가온다.

밀, 옥수수,쌀 등 주요 곡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올라가, 기아 문제는 점점 더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제 부자나라이건 가난한 나라이건 모든 나라들이 식량 공급을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식량 안보는 정치적 불안정, 가뭄 또는 전쟁에 시달리는 나라들에게는 새로운 걱정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했던 1970년대 초 이후 처음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나라들에게까지 식량안보가 골칫거리로 다가왔다.

향후 10년 동안 농업상품 가격 20~50% 상승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곡물거래 책임자인 압돌레자 아바라시안은 "세계 곡물시장이 큰 변동에 대응할 여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면서 "패닉에 빠져드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곡물 가격이 오르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인구가 많은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바이오연료 산업으로 인해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특히 바이오연료 산업은 미국의 경우 2010년에 미국에서 소비되는 옥수수 30%가 바이오연료 생산에 투입될 정도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FAO에 따르면, 이러한 구조적인 새로운 경향으로 인해 향후 10년 사이에 지난 10년과 비교해 농업상품 가격이 20~50% 오를 전망이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수입지출의 상당 부분을 식량이 차지하는 나라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식량가격 상승은 베넹과 니제르 같은 아프리카 빈국들, 방글라데시와 중국 등 아시아의 여러 나라, 그리고 중동 지역의 여러 국가들에 타격을 주고 있다. 가난한 나라들일수록 식량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소비지출의 60%를 차지해, 중국의 30%, 미국의 10%와 크게 대비된다.

FAO에 따르면, 저소득 식량수입국가들은 내년 곡물수입에 지난 2002년의 두 배가 넘는 280억 달러를 지출해야 한다. 수입가격과 운송료가 상승하면서 식료품 가격이 올라가 이들 나라에서는 사회불안의 큰 요인이 되기도 한다. 1977년 빵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빵 폭동'이 일어났던 이집트는 국제 밀가격 상승에 따른 대책으로 제빵업자들에게 보조금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호주, 캐나다, 아르헨티나, 나미비아 같은 나라들은 곡물을 수출하는 입장이어서 곡물가격이 높으면 이득이 된다. 하지만 이들 나라도 소비자는 타격을 받는다. 밀 수요량의 절반 가량을 수입하는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여름 파스타, 빵, 우유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러시아, 12월 총선 앞두고 곡물 수출량 통제

이에 따라 곡물 수출 국가들도 수출량을 제한하는 등 국내 공급을 위해 통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는 12월 총선을 앞두고 밀과 보리 수출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대책에 나섰다.러시아와 이웃한 우크라이나도 옥수수, 보리, 밀에 대해 수출제한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곡물 수입 국가들은 급격한 가격 상승이나 공급부족 사태에 대비해 국내 생산을 늘리거나 비축량을 늘리는 등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파키스탄은 밀 수입을 예년보다 더 늘렸고, 인도 역시 재고를 늘리기 위해 더 많은 밀을 수입했다.

유럽연합은 과잉생산을 막기위해 경작지의 10%로 정한 제한규정을 중단했다. 다만 미국은 경작면적 제한 규정을 중단하는 대신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유럽연합(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과 미국, 그리고 브라질과 캐나다, 호주는 세계적인 곡물 수출국들인데, 특히 미국과 유럽은 곡물 가격 상승을 초래한 주범으로 비판받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농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다른 많은 국가들의 농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고, 이로 인해 전세계의 농업 생산량이 수요에 못미칠 정도로 줄어들면서 곡물가격 상승을 초래해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들에게도 타격을 주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IMF는 이들 서구 국가들이 추진하는 바이오연료 지원 정책도 곡물 상승을 초래한 요인으로 지적했다. 바이오연료 산업을 촉진하기 위해 자국 농부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가난한 나라들의 곡물수입 지출을 늘린다는 것이다.

2000~2030년 수요 감당하려면 곡물 생산량 50%, 육류 생산량 85% 늘려야

세계은행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2000~2030년 사이에 세계 수요를 감당하려면 곡물 생산량은 50%, 육류 생산량은 85%나 늘려야 한다.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케이트 베일리 연구원은 "국제 곡물교역 패턴 변화에 따라 영국의 식량 공급도 '거대한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정책당국이 식량을 '전략적 자산'으로 생각하던 때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