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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발전이 우리의 미래인가?

[새움의 '인도, 우리에게 말을 걸다']<2>

(* 이 연재의 원고는 세미나네트워크 새움에서 진행하고 있는 아시아 저항운동 세미나의 결과물입니다. 또한 그린비 출판사에서 출간될 "인도의 사회운동들(가제)"의 원고 일부를 수정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우리는 한국 경제의 미래는 서비스업의 발전에 달려있다는 주장을 지난 10여 년간 너무나 많이 들어 왔습니다. 이런 주장은 정부나 주류 학자들만이 아니라 진보나 좌파 진영에서도 받아들여졌습니다. IMF 사태를 계기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 동안에 금융, IT 특히 소프트웨어, 문화 산업이 제조업을 대신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2008년 선진서비스업의 핵심인 금융업의 붕괴가 초래한 경제위기 이후로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은 그 기대가 헛된 것이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조업에 대한 비하와 서비스 산업에 대한 짝사랑은 꺾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진보 진영에서는 고성장에 대한 기대는 포기하더라도 서비스업이 제조업보다 일자리 창출 능력이 높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 주장이 서비스업이 만들어낸 일자리의 많은 부분이 저임금에 고용이 불안정한 질 낮은 것이라는 현실을 외면하고 계속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소수이긴 하지만 한국의 급진 좌파를 자임하는 몇몇 지식인들도 이런 탈산업사회론을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인 서구의 온갖 어려운 철학적 논의들을 수입해 한국사회를 그 틀로 재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 입각한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는 보기 힘듭니다. 이런 상황은 인도에서도 역시 일어났습니다. 인도는 개발도상국 중에서 서비스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선택한 예외적인 나라입니다.

인도는 1947년 독립 이후 지금까지 제조업 비중이 서비스업 비중을 넘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신자유주의 이후에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0년 14.9%에서 1995년 16.2%로 조금 올랐지만 2009년에는 14.8%로 14년 전보다 오히려 낮습니다. 반면에 건설을 포함하는 서비스업의 비중은 약 65%나 됩니다. 이런 수치는 급속한 경제발전을 한 개도국으로서는 이례적입니다. 중국은 2008년 전체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2.6%로 인도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그 이유로는 영세상인 중심의 상업(GDP 중 14.9%)이 비대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인도 정부 스스로가 기간 산업에 많은 재정투입을 했던 국가자본주의 시기와는 달리 신자유주의 개혁을 통해 금융과 같은 서비스업에 의존해 성장률을 올리는 정책을 선택한 것이 큰 원인입니다. 이 정책의 이론적 자문 역할을 한 사람이 장하준 교수와의 논쟁으로도 우리에게 알려진 콜럼비아대학 교수인 자그디시 바그와티입니다. 그는 자유무역론의 철저한 신봉자인 동시에 인터넷 발전에 근거한 서비스 산업 낙관론의 대표적 학자입니다. 최근에 인도정부가 제조업 육성 쪽으로 노력을 기울이기는 하지만 서비스 산업 우위 정책의 큰 틀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 서비스 부문의 비중 증가는 주로 민간부문의 증가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우리가 서비스 산업하면 떠올리는 금융산업같이 자본 집약적인 현대적 산업이 아니라 저임금‧저생산성 서비스 직종의 확산이 주를 이룹니다. 서비스부문 피고용자의 약 98%는 비조직부문에 고용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영세소매업입니다. 인도는 세계에서 소매점의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인도의 소매업은 GDP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고 고용 면에서도 전체 피고용자 수의 6~7%를 차지해서 농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노동 시장입니다. 인도 소매상 대부분은 키라나(Kirana)라고 불리는 가족이 경영하는 자영잡화상입니다. 1991년 이후에 근대적 소매업이 등장하면서 이들이 급격히 붕괴됩니다. 최근에 외국계 기업형 소매점 진출을 허용했다가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포기한 것도 영세소매업의 비중이 크다는 반증입니다. 이런 모습은 한국의 자영업자 문제와 너무나 닮아 있습니다.

▲ 인도 뭄바이(mumbai)시 어시장의 상인들 ⓒ뉴시스

물론 첨단 분야의 서비스 산업도 있습니다. 인도의 IT산업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졌을 정도로 인도 경제 발전의 중심축으로 여겨집니다. '세계의 사무실'이라 불릴 정도로 IT에 기반을 둔 서비스업 수출이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 산업 전반에 대해 IT 분야 발전이 미치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고 대부분의 파급효과는 도시지역에만 국한됩니다. 또 이 부문에서 발생하는 무역흑자는 GDP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입니다. 게다가 인도의 IT산업은 선진국 기업의 아웃소싱 담당자로서 여전히 낮은 단계의 소프트웨어(lower end software)와 IT 기반 서비스 제공자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부문 수출로부터 얻은 총수입 대부분은 값싼 노동력과 미숙련 상태의 IT 기반 노동 서비스에서 나온 것입니다. 2011년 인도 IT산업 전체(하드웨어, 소프트웨어, IT활용 서비스업 포함)의 피고용자수는 300만 명 정도로 인도 전체 피고용자수 4억 1,500만 명의 약 0.7%에 불과합니다. 거기다가 소프트웨어 및 IT 기반 서비스 분야의 고용창출은 보다 부유하고 영어교육을 받은 도시 출신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산업은 '엘리트에 의한, 엘리트를 위한 외딴 섬'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업은 어떨까요?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되는 1990년대 초 인도정부는 금융시장에서 투자자 심리를 살리는 방법을 사용해 주식시장 붐을 일으킵니다. 이 결과 주식에 대한 투기적 거래가 광범위하게 나타납니다. 주식시장은 배당이익보다는 자본이득을 통한 수익실현을 목표로 하게 되었습니다. 1999/2000년 기간 중 일부 주식시장 지표가 급격하게 상승하는데 특히 IT 관련 주식이 이 붐을 주도합니다. 미국 경제에서처럼 '신경제(new economy)' 성장이 인도 경제를 활성화 할 것이라는 환상이 생겨납니다. 동시에 인도 금융시장에는 사기와 부정거래 사건이 현저하게 늘어납니다. 선진국과 신흥시장의 금융시장처럼 인도 금융시장도 '투기와 변동성'이 지배하게 됩니다. 하지만 IT산업 전반에 대한 파급력이 미미하고 이마저도 정체에 빠지면서 인도 주식시장도 실물경제와 괴리된 급변동만을 거듭합니다. 한국에서도 김대중 정권이 집권하자 경제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코스닥 거품을 키워 그 이후로 온 국민이 투기적 주식 투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회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때 만들어진 벤처와 금융투기에 대한 신화는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번 사람은 부패한 낡은 집단이고 주식 투기로 돈을 벌면 세련되고 능력 있다고 보는 기괴한 기준을 우리 사회에 퍼뜨립니다. 인도나 한국이나 탈산업사회에 대한 환상이 10년 이상 유행한 지금 고용 없는 성장 혹은 고용도 성장도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정부는 제조업 강화로 부분적이나마 방향전환을 합니다. 2005년 국가제조업경쟁력위원회를 만들어서 '국가제조업정책(NMP)'을 수립합니다. 국가제조업정책의 기본 목표는 '2022년까지 제조업의 경쟁력을 더 키우고 인도를 글로벌 제조업 허브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GDP에서 제조업 비중을 25~26%까지 높이고, 제조업 분야 고용 인원을 두 배로 즉 2011년 현재 약 4,800만 명(전체 고용의 12%)인 제조업 고용 인원을 1억 명까지 늘리려고 합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제조업투자구역(NMIZ)을 지정해서 인프라 투자를 집중시키고 행정서비스와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제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 정책도 순전히 자본가의 이익에만 충실한 것입니다. NMIZ에서는 '계약 근로폐지법'이 적용받지 않도록 해서 노동자의 해고를 손쉽게 하고 노조 설립도 어느 정도 제한하려 합니다. 이는 노동자의 희생에 근거해서 제조업 발전을 도모한다는 지극히 자본가적인 발상입니다.

인도의 사례를 본다면 서비스업이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라는 주류의 주장이나 탈산업사회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민주적이고 해방된 사회를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는 진보좌파의 주장 둘 다가 비현실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좀 더 현실에 근거한 대안 모색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세미나 네트워크 새움'은 대중들이 정치권력, 학교와 같은 지식 생산 유통의 제도들, 자본, 미디어에 의해 조종당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힘과 실천으로 지식의 주체가 되어 앎을 획득하고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더 많은, 더 깊은 지식은 사회적 특권의 보장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지식을 나누어야 할 의무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새움'은 맑스주의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식들을 좌파적 관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다른 이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주제들을 공부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부 과정에서 특정한 정치적 입장에 동의할 것을 요구하지 않으며, 맑스주의 전통에 대한 하나의 해석을 배타적으로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이를 위해서 첫째, 새움은 지식, 학력 등의 어떠한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둘째, 새움의 모든 활동에는 참가비가 없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지식에의 접근을 막는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새움은 특정 정치적 입장을 가지지 않습니다. 어떠한 정치적 입장을 지니는 지에 상관없이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관심만 가지신다면 누구나 새움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넷째, 새움은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모든 실무가 결정되고 집행됩니다.

새움에서 열리는 세미나, 특강 및 새움의 운영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www.seumnet.com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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