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둘러싼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공방 속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정무위는 23일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열었으나 회의를 열자마자 지난 11일 BBK 주가조작 의혹사건과 관련한 증인채택 과정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양당의 논쟁만 거듭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주장은 지난 11일 김경준 씨 등을 포함한 일괄 증인채택이 적법성을 결여한 만큼 BBK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증인들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진수희 의원은 "기관감사는 하되 일반 증인심문은 거부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차명진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 도중 자신이 신청해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한규환 현대 모비스 부회장에게 "지난 11일 증인 채택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못해 오늘 심문할 수 없다. 미안하다. 돌아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이런 주장을 김경준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한 물타기라고 보고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정무위는 개의한 지 2시간 동안 의사진행발언만 난무하다 정상적인 국감을 진행하지 못했으며 속개된 뒤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해 '반쪽 국감'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한나라당 "BBK 사건은 2002년 김대업 사건과 비슷"
한나라당 간사인 이계경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 출석한 증인들의 선서를 반대하면서 "지난 11일 신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증인 채택은 원천적으로 무효이기 때문에 오늘의 증인심문 국정 감사는 이뤄질 수 없으며 증인 선서 또한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차명진 의원은 "마지막 국정감사가 지난 5년 간의 노무현 정부 실정에 대한 평가가 아닌 일등 후보 흠집내기로 오염되고 똥칠되고 있다"며 "어제도 신당의 박영선 의원은 면책특권 뒤에 숨어 상대 후보의 있지도 않은 사실을 허위 날조했다"며 맹비난했다.
진수희 의원은 "한나라당은 BBK와 관련 거리낄 것이 없다"며 "한나라당이 내용이 있어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근거 없는 의혹으로 공작하고 국민을 선동하는 신당의 실력을 두려워 하는 것"이라고 했다.
황우여 의원도 "국회가 사기업 간의 일을 1차적으로 조사하겠다는데 대해 이미 지난 대선에서 김대업 사건으로 어려움을 당한 한나라당으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하는 노파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계동 의원은 "지금의 김경준 사건과 2002년 대선에서의 김대업 사건은 유사하다"며 "사기전과 7범을 의인으로 둔갑시켜 몰아가는 것이나 이 사기꾼의 말이 진실인양 호도하는 것이 그렇다"고 주장했다.
신당 "한나라당의 '증인본색'은 김경준 빼내기"
이에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발끈했다. 신당 측 간사인 박상돈의원은 "한나라당은 과거 5300명의 소액투자자에게 엄청난 재정적 피해를 끼쳤고 그 중 한 명을 자살까지 하게 한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된 증인을 한명도 채택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지난 11일 증인채택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면 그 귀책사유는 의장석을 점거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소속 김영주 의원은 "일주일 전이나 지금이나 한나라당 발언은 똑같다"며 "한나라당은 '정무위에서 정치적 공방만 하다가 파행'이라는 뉴스만 나오면 된다는 심보인 것 같다. 증인 심문만 못하게 되면 올해 국정 감사는 다했다는 심정 아니냐"고 공박했다.
김현미 의원은 "한나라당이야 말로 앞으로는 언제든지 오라고 하고 뒤로는 귀국하지 못하도록 공작하고 있지 않느냐"며 "한나라당의 주장은 결국 김경준 씨를 증인에서 빼달라는 것일 뿐이다. 영웅 본색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증인본색'은 김경준"이라고 주장했다.
김재홍 의원은 "BBK 의혹사건에 연루된 사람을 한나라당이 후보로 결정했다고 해서 국민적 의혹을 덮고 갈 수 있느냐"며 "우리당은 성역 없는 국정감사를 할 것이며 한나라당도 최소한의 정치적 자율성을 지켜서 국감에 임해 달라"고 촉구했다.
신당 소속인 박병석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걱정하듯 이명박 후보와의 연관설이 제기되어 후보에게 필요 이상의 흠집을 입힐 수 있다는 걱정에는 일면 일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엄청난 사건에 대해 단 한사람의 핵심 증인도 부르지 못한다면 그런 국회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BBK 국감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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