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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지나면 봄이 오는 당연지사도 감격으로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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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지나면 봄이 오는 당연지사도 감격으로 기다리자"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0/19] 신작 시집 '귀중한 오늘' 펴낸 김남조 시인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우리에게 사랑의 시인으로 잘 알려진 문단의 원로 김남조 시인이 16번째 신작 시집 '귀중한 오늘'을 펴냈습니다. 3년 만에 펴낸 이 시집은 올해 만해대상 수상작이기도 한데요 특히 이번 시집에는 나이가 들면서 새로 느끼는 깨달음과 함께 삶에 대한 여유와 강한 긍정 그리고, 60년을 써온 시에 대한 시인의 열정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김남조 시인을 초대해 이번 시집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뭔지 시와 삶에 대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김남조 시인입니다. 김남조 시인은 1927년 대구 출생으로 51년 서울대 사범대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55년부터 1993년까지 숙명여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같은 대학에서 명예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1950년 <연합신문>에 '성숙' '잔상'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했고 1953년 시집 목숨을 간행한 이후 15권의 시집을 비롯해 <잠시 그리고 영원히> 등 12권의 수상집과 콩트집 <아름다운 사람들>을 출간했습니다. 한국시인협회와 한국여성문학인회의 회장을 지냈고 한국시인협회상과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영랑문학상과 국민훈장 모란장, 은관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박인규 : 겸사의 말씀이 아니라, 연세에 비해서 굉장히 젊어 보이십니다.

김남조 : 그렇지도 않습니다.

박인규 : 이번에 16번째 시집, '귀중한 오늘'을 내셨어요. 제목부터가 상당히 좀, 아, 오늘이 귀중한 거구나 생각하게 하는데 이번 시집을 통해서 주로 어떤 말씀을 하시고 싶었습니까?

▲ ⓒ프레시안

김남조 :
저는 살면서 40대, 50대, 60대, 70대가 다 좋았고 그 계절, 사계절에 다 좋은 점이 있듯이 인생에도 끝없이 걸어가는 도상의 은혜와 위로와 기쁨이 있다는 걸 절감하며 삽니다. 그런데 올해 80이란 나이를 듣게 되면서 앞으로 시간이 많지 않다는 느낌에서 더욱 귀중하게 날마다보다도 매 시간을 살아야겠다는 절실한 심정이 담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제가 사실 30년쯤 밑인데 이제 갓 50을 넘겼는데 벌써부터 지친다는 느낌도 들고 노년들을 보면 한 7, 80되신 분들은 하루가, 그런 말씀하시더라고요. 젊었을 때는 하루가 빨리 가고 1년이 늦게 가고, 나이가 들면 하루가 굉장히 늦게 가는데 1년은 굉장히 빨리 간다. 오늘을 즐긴달까, 감사하게 보내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특히 나이가 들수록...

김남조 : 잘 모르겠습니다만, 당연히 다른 분들도 그렇지 않나 생각되고, 니코스 카잔차키스라는 사람이 그런 얘길 했는데, '저에게 당신의 시간을 조금 적선해 주십시오'라는 글귀가 있거든요. 부족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있고 하루를 살고 나면 오늘의 귀중한 시간을 귀중한 값어치로 살지 못했다는 회한이 있죠. 그래서 저는 최소한도 심심하다는 건 평생 없게 살았습니다. 갈수록 갈수록 삶이 소중하고 하고자 하는 일이 많죠.

박인규 : 이런 걸 여쭤봐도 될지 모르겠는데, 선생님의 하루는 대개 어떤 식으로 보내십니까?

김남조 :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음악을 좀 듣습니다. 그 음악이라는 것이 저는 영혼 안에 무슨 하나의 항상 순발력과 감동과 긴 유장한 강물을 흘려주는 것 같고. 좋은 의미의 습도, 수증기, 그럽니다. 성가곡 같은 것, 종교음악도 듣고 그러죠. 참 소중하고 감사하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래서 책도 읽고 후배 문인들 모임에 가서 축하도 하고 더러 강연도 하고 TV도 많이 보고 라디오도 듣고 정말 하루가 넘치고 그래서 책장을 펴면 얼마나 길겠습니까. 그래서 그걸 접어서 한 권으로 만드는 것처럼 펴면 펼수록 무한한 것을 향유하면서 가슴 안에 되도록 많이 안고 싶고 그렇습니다.

박인규 : 이번 시집으로 만해대상을 받으셨어요.

김남조 : 뭐 그냥 저 상에 대해서는... 상은 여러 가지 좀 받았습니다만, 상은 항상 이 사람일 수도 있고 저 사람일 수도 있고 그렇죠. 저는 상을 또 좀 받았고, 서울세계시인대회가 있었을 때 개관시인도 받고 그랬는데, 언제나 좋은 글을 쓰고 상 안 받은 이들이 많기 때문에 상에 대한 얘기는 우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번 시집은 2005년인가요 2004년 이후로 3년 만에 내신 건데 그렇다면 시는 계속 머릿속에 있으신 거죠? 언제 어떻게 시가 쓰여지는지도 좀 궁금한데요

김남조 : 사람이 사람을 잉태하듯이 잉태를 하는 경우가, 대체로 잉태에 의하지만 금세 시로 쓰여지는 건 아니고 많은 파지를 내면서, 저 같은 경우 38년간 교수노릇을 하고 시를 분석해 보고 시를 알기 때문에 시 쓰는 걸 더 어려워하고 두려워합니다. 미리 쓰기도 전에 실패라는 걸 깨닫고 이건 아니다 하기 때문에 어렵게, 재주 없이 힘들게 씁니다. 써놓고 나면 그러한 고뇌가 안 보이죠. 마치 하얀 벽 안에 철근이 있고 이렇게 있는 구조물과 같습니다. 저는 생각하기를 시만 어려운 게 아니고 이 세상 모든 이들의 모든 직군이 다 어렵기 때문에 시도 그것을 넘지는 않는 한도 안의 어려움이라 당연하게 감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번에 나온 '귀중한 오늘' 제가 시를 썩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읽어보면 굉장히 편하다, 순하다,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흔히 말하는 치열하달지 비판적이기보다는 받아들이시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워낙 김남조 시인의 시는 그런 건지. 왜냐면, 그런 말씀을 여쭤보는 건 선생님이 사신 궤적을 보면 젊었을 때, 20대 이전에는 일제 식민지였고 전쟁도 겪으셨고 독재 치하도 겪고 그러셔서 오히려 그런 삶을 살다 보면 투쟁이랄까 이렇게 나오게 되는데 포옹, 포용, 소망, 이런 말들을 많이 쓰셨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 것인지도 궁금하고 해서 여쭤보는 겁니다.

김남조 : 박 선생 말씀하시는 것처럼, 어려서는 식민지의 아이였고 대학 4학년 때 6.25전쟁이 일어났습니다. 그 이후에 국가적인 정변이 많았죠. 그리고 건국도상에 우리나라가 이지러지고 아프고 피흘리고 이런 데서 아픔을 함께 나누다가 40대 50대 지나면서 평온과 함께 인내도 자라고, 그래서 일상의 은혜로움을 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 하나, 많은 이들을 볼 때 그가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란 걸 느꼈죠. 희망의 수사학, 그리고 담을 수 있으면 위로와 따스함을 담고 싶고 그가 내 시를 읽었을 때 여기 내 마음이, 영혼이 있다, 이렇게 공감하고 읽어주기를 제가 소망했고 시는 그렇게 위대하고자 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절실하고 정직하게 그의 가슴에 다가서는 것이고. 그들이 내 마음 안에 떨군 작은 씨, 촉매 이런 것을 내가 품어 부화시켜서 병아리 같이 그들에게 되돌려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시라는 게 각 시인마다 나름대로 시풍이 있고 지향하는 바가 있는데 제가 기억하기로는 6, 70년대에는 이른바 참여시다 순수시다 해서, 그땐 독재 이런 사회 문제가 많다 보니까, 어떻게 시인이 그런 문제를 거부하느냐. 그런 분이 있는가 하면 시라는 건 인간의 본원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서로 배척하듯이 싸우는 대립이 있었는데 그런 논쟁에 대해서 선생님은 어떤 입장이셨습니까?

▲ ⓒ프레시안

김남조 :
참여시인들도 그들의 정의감, 용기, 이런 건 대단히 훌륭한 것입니다. 그런데 시라는 게 보도기사 같은 건 아니고 상공에서 레이더를 느끼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은유라는 속에 감출 수가 있지요. 그리고 옛날에 어느 나라의 저항시 같은 걸 보면 금붕어의 눈물이 얼어 있는, 이런 글귀를 썼는데 그게 직접적인 묘사가 아니더라도 아득한 영혼의 추위 같은 것, 시대의 서글픔을 나타낼 뿐 아니라 저는 또 하나 가톨릭 신자로서 인간이 어떤 경우라도 절망이 아니라고 하는 삶의 기조를 신앙은 변변치 않지만 기조에 놓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요새 TV같은 데 보면 사람을 너무 많이 죽이고 소설에서도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소설에서 죽는데, 가톨릭이나 기독교, 불교까지도 신앙이 있는 사람은 덜 죽일 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도 덜 아픔을 고발하고 더 전체를 보면서 이미 허락된 위로를 찾자고 하는 것. 그리고 당신은 슬픈 사람이 아닙니다. 또는 당신은 가난한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은 아픔만 가진 사람이 아니고 무한한 잠재력이 있고, 당신 안에 폭발하는 희열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신의 아기가 그 얼마나 총명한, 이런 걸 찾아서 주고 싶다고 하는 의도를 썼고. 물론 그렇게 계획해서 쓰는 건 아니고 저의 본질에서 시가 나오지만 중년에 오면서 삶이 저는 참 마음이 들고, 이 세상에 출생이.. 저에게 고마운 거였다고, 잘 태어나서 좋았다고 생각을 많이 합니다.

박인규 : 시란 사람에 대한 위로이고 희망을 주는 것이고 자신의 절실함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씀이신데...

참여시와 순수시에 대해 여쭤봤는데 저희 프로그램에 정도상이라고... 굉장히 참여문학적 기질이 강하신 분이죠. 그 분이 남북문학인회의인가를 추진하면서 김남조 선생님도 만나봤는데 굉장히 적극 찬성하시고 좋아하시더라, 이런 얘길 하셨어요. 그러다 보니까 남북관계 화해를 하다 보니 남쪽의 문인들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가까워지는 것 같더라, 그런 말씀을 하시던데...

김남조 : 저는 아까 본질이라는 말을 한 번 쓴 것 같습니다만 몇 천 년 전이나 후나 현재나, 인간의 본질, 또 동서양의 본질, 이데올로기적인 차이지만 그들의 본질은 거의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특히 남성과 여성, 현대인과 고대인, 본질은 같은 것이기 때문에 그 본질이라는 큰 바다 안에서 통하는 사이클이 무한히 있죠. 그래서 우리가 사형수를 만나보면 그의 범죄 안에 나의 모습도 있고 나의 아픔 안에, 참회 안에 그의 눈물도 있고. 이런 식으로 그걸 자꾸 찾아가는 것. 그래서 그걸 써서 서로 읽는 것이 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어떻게 보면 그동안 우리가 시풍이랄까 성향의 차이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공통의 본질을 찾는 데에는 등한했다, 그런 말씀이신 것 같아요.

김남조 : 그럴 수도 있습니다.

박인규 : 이번 시집에 보면 '시에게 잘못함'이라는 시가 있어요. 선생님은 시를 쓰신 지가 60년이 다 되시는데 그래도 시에 대해서 미안함이나 잘못함이 있으신 건지, 시가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김남조 : 저의 시를 읽고 하기에는 시간이 없습니다만 제가 이 시를 쓸 때는 시인이 시를 쓰지 못하는 계절이 있습니다. 몇 달씩. 그러다가 시가 쓰여질 때는 내 절망이 더 길었어야 하지 않나 하는 느낌을 가지고 이 시를 썼죠. 저는 여기서 뭘 주로 생각했나 하면 독자들을 생각하는데 올해 제가 책을 내면 책을 사주는 독자도 귀중하지만 여러 세대에 걸치는 소수의 진정한 독자, 가령 100년 후에 제 시를 읽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들은 굉장히 명징하고 심오하고, 100년 전 사람의 마음을 더듬을 수 있고 그런 경우를 생각할 때 참으로 조심스럽게 시를 쓰게 되면서, 내가 몇 달 시를 못 쓰고 몇 달 절망했던 것으로는 절망의 함량이 적지 않나, 더 많이 절망해야 되지 않나, 이런 심정으로 쓴 시가 그런 것입니다.

박인규 : 제가 어느 시인의 시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이 괴롭다.
윤동주 시인이던가요...

김남조 : 윤동주가... 인생이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일은 부끄러운 것이다라던가...

박인규 : 60년을 저희가 흔히 같은 일을 한 2,30년 하면 도가 튼다, 길이 보인다고 하는데 시라는 건 시간이 오래되어도 쉽게 쓰여지지 않는 모양이죠?

김남조 : 시를 제가 850편 썼는데 새로 쓰면 850편과 달라야 됩니다. 기술은 반복하는 거 아닙니까? 선풍기 고치는 사람은 기술 가지고 하는데 시는 그래도 새로운 이미지, 새로운 말, 그래서 새롭게 살을 찢어내는, 새롭게 핏방울을 짜내는 것이라, 항상 처음 쓰는 것과 같습니다.

박인규 :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야 되기 때문에

김남조 : 예.

박인규 : 이쯤에서 한 번 김남조 선생님의 시를 하나 저희가 직접 낭송하시는 걸 들어볼까 하는데요, 이번에 펴내신 시집 '귀중한 오늘' 가운데 '친구'라는 시를 김남조 시인께서 낭독해 주시겠습니다.

김남조 : '친구'

오늘 아침 불현듯 그 사람 생각 간절하니
그 집에 가서 살얼음 아래 샘물 퍼올려 물동이 채워주리.
나의 수첩에 그의 공복시간과 그가 간혹 울음 울 때를 예측하여 기록하리.
겨울 지나면 봄이 오는 당연지사도 감격으로 기다리자 일러주고
때때로 폭풍 덮치는 쓸쓸함도 가슴 쓸어 낫게 할 음악 알려주리라.
친구여 전날에 그대가 내게 해준 그대로를 내가 되돌려 주리.
그대 사랑, 원수 갚아주리.

박인규 : 당연지사를 감격으로 받아들인다는 거, 이게 선생님은 나이가 드실수록 당연지사를 감격으로 받아들인다는 그런 시를 많이 쓰시는 것 같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 그런 것 같아요. 오히려 더 진부해지고, 그런 당연한 오늘, 오늘을 감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비결이라고 표현하면 뭐하고, 어떻습니까?

김남조 : 세월이 교사라고 할까요? 젊은 사람들은 세월이 무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을 헤프게 쓰죠. 그런데 저는 바깥분이 20년 전에 떠났습니다. 김세중 씨라고 조각하는 사람인데, 그 여행을 둘이 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한 마디로 간단히 얘기하면 시간이 미래에 많이 있을 줄 알고 서로 바쁘게 지나다가 무봉하리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그래서 올해 피는 꽃이나 올해 물든 단풍이나, 이런 지난번에 불꽃놀이 했지 않습니까 저는 좁은 마당에 층계로 올라가서 봤습니다만 그러한 감동에 참여하는 것이 나의 의무 같이 아주 소중한 선물을 흘리는 것과 받아서 품는 것과의 차이라고 생각하는 것, 이런 건데... 이건 인간적 차이가 아니고 연령에서 오는 것이라 여기고, 다른 분들도 나이 먹으면서 그때 그때를 더 귀중하게 여길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오늘이 자기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면서 살면 후회가 없다.

김남조 : 네, 그런 말도 있지요.

박인규 : 참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한 60년 가까이 850편의 시를 만드시고 시와 함께 생활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데 선생님의 인생에서 시는 어떤 거였습니까?

▲ ⓒ프레시안

김남조 :
쉽게 얘기하면 동행자, 동거인과 같습니다. 저는 늘 생각하지만 저는 시를 조금 쓸 줄 아는 대신 다른 걸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요리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꽃꽂이를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의... 그것을 통해서 모든 문화, 양산되는 문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해야 되는 직분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를 더 열심히 써야 된다고 늘 스스로를 깨우치는데, 그 시와 동거하면서 어떤 때는 시련자, 시가 나에게 연애가 잘 안 되는 것, 그런 아픔을 맛보이기도 하고. 지금은 어떤 느낌인가 하면 둘이 저물녘에 선선한 나무의자에 앉아서 함께 일몰을 바라보는 좋은 친구 같이 저와 시 사이는 서로 상처를 많이 입혔는데 이제는 그 상처를 쓰다듬으면서 옆에 그림자처럼 서로 앉아있는 좋은 벗인 것 같습니다 60년을 함께 오다 보니까.

박인규 : 선생님이 처음 시를 시작하시고 배우고 할 때와 지금 60년 이상이 흘렀는데 선생님 개인에게 시인의 의미와는 다르게 시의 사회적 수용이랄까 효용이랄까... 저희 프로에 나온 황석영 선생님 같은 경우는, 이제 시집을 누가 사서 읽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업시인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느냐, 그런 말씀도 하시던데. 요즘의 시가 읽히는 세태랄까 이런 걸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김남조 : 시집이 잘 안 팔리는 건 사실입니다만, 저는 황석영씨가 얘기했다는 얘기를 질과 양으로 구분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적은 사람이 시를 원하지만 그는 아주 깊은 곳에서 간절한 목마음으로 시를 원한다고 할 때 시의 가치는 있어지는 거죠. 지금은 시보다 더 철학 부재가 문제라고 여겨지고 대학에 철학과에 가는 학생이 없고, 또 철학과를 졸업하면 취직이 되는 곳이 없다, 이렇게 철학, 시를 찾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도 정말 가슴을 가진 좋은 이들이 시를 원한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선생님은 시인이시니까 다른 분들의 시도 많이 읽으실 거 아닙니까? 요즘 새로 등단하는 젊은 시인들의 시를 보시면 어떻게 느끼십니까? 선생님의 시하고, 성향이랄까...

김남조 : 많이 다르죠. 그리고 어떤 것은, 저도 시를 쓰면서 퍽 난해해서 해석이 잘 안 되는 것도 있습니다. 그건 왜 그런가 하면 자기 안의 자기상징이 복잡해지고. 또 어떤 사람들은 시대보다 퍽 빨리 달려가기 때문이기도 하고 원인은 여러 가지 있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있어서 그의 진실은 찾아지고 가슴에 다가옵니다. 그런 것이 없고 그냥 난해하기만 하는 시는 어떤 의미에서 미성숙의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시는 얼마든지 교감할 수 있어야 되고. 또 요새 시인들이 엄청 잘 씁니다. 우리 시대는 우리 모국어가 금지돼 있던 시대고, 그래서 독학으로 우리말을 공부했던 시대인데 지금은 그게 아닌 시대라, 언어 같은 것을 저희가 상상 못할 정도로 잘 구사하고, 시인이 엄청 많습니다. 수천 명이라고 합니다.

박인규 : 선생님이 시인협회장도 맡으셨죠? 올해가 시인협회가 50년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시인협회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김남조 : 우리 현대시를 올해 100년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 40년은 식민지 때의 아픈 가슴으로 시를 썼던 전대의 시인들이고, 60년 근래의 시인은 훨씬 복된 시대의 시인들이죠. 시인협회가 올해 50년이 됐고 2년 마다 전의 시인협회 회장들이 투표 아니고 편안하게 좋은 이를 의논해서 하면 잘 받아들입니다. 1000 명의 회원을 현재 가지고 있죠. 그래서 뭔가 세미나 같은 거 갈 때 버스로 세 대, 네 대 움직입니다. 거기 모이는 이들을 보면 동종류, 같이 시를 쓰는 이들이 있는 장소에 어떤 그림을 가지고 오지만 다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요새 말로 직업도 잘 안 잡히고, 그 무리들이 그렇게 사랑스럽고 정말 뜨겁게 가슴에 와 닿을 수 없습니다. 시인협회는 50년을 올해에 기록하고, 앞으로도 많은 시인들이 행군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인규 : 지금도 계속 시는 머릿속에 갖고 계신 거죠? 시하고 동반자라고 말씀하셨으니까...
앞으로 16번째 시집을 80세에 내셨는데 앞으로도 아마 계속 시를 쓰실 거라고 생각이 되면서도 앞으로 청취자들에게 시란 이런 것이다. 이렇게 시가 당신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달까, 그런 조언의 말씀 같은 걸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남조 : 시는 특별히 시가 아니고 삶입니다. 삶이 거울에 비치는 것 같고, 삶이 이삭을 떨구는 것과 같고, 또 열매를 맺는 것과 같기 때문에 사는 동안에 우리들 모든 독자와 제가 가슴 안에 깃들이는 만감, 만 가지 생각이 저절로 익으면 시가 될 것이고 꼭 시를 열심히 써야 되겠다는 그런 의지나 욕구보다는 스스로 읽고 편하게 많이 쓰려 하지 말고 여러 사람들의 가슴에 다가가고 싶습니다.

박인규 : 보통 기독교에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던데 선생님을 뵈니까 아마 그렇게 오늘을 긍정하셔서 그런지 굉장히 젊게 보이세요. 앞으로도 그런 젊으신 마음으로 우리 사람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좋은 시 많이 써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남조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김남조 시인을 초대해 이번 시집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뭔지 시와 삶에 대한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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