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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모든 자생생물을 수집ㆍ정리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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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모든 자생생물을 수집ㆍ정리할 계획"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0/17] 국립 생물자원관 박종욱 초대 관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최근 강원도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던 우리나라의 마지막 여우와 한반도에서 사라진 지 30년 만에 죽은 채로 발견됐던 뜸부기를 다시 볼 수 있게 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자생 생물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전시할 수 있는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최근 국내 최초로 국립생물자원관이 문을 연 데 이어 정부는 국가생물주권을 선포해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인 생물자원 확보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국립생물자원관 박종욱 초대 관장과 함께 앞으로 국립생물자원관의 운영 계획과 국가생물자원의 의미와 그 중요성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국립생물자원관 박종욱 관장입니다!

박종욱 관장은 1953년 서울 출생으로 76년 서울대 식물학과를 졸업했고 86년 미국 코넬대에서 식물계통 분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뉴욕식물원 연구원과 미국 몽클레어 주립대학교에서 조교수를 지냈으며 1990년부터 서울대 자연대 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식물분류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이번 달에 개관한 국립생물자원관의 초대관장을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우선 축하드리고요. 국립생물자원관이 문을 연 게 정확히 언제죠?

박종욱 : 지난 10월 10일에 개관했습니다.

박인규 : 이제 일주일도 안 됐네요. 우선 초대 관장이라는 게 사실 뭐든지 초대가 쉽지 않은데 초대 관장을 맡게 되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박종욱 : 우선 개인적으로 굉장히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이렇게 중요한 국가기관의 초대 관장을 맡게 돼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박인규 : 제가 듣기론 아버님도 유명한 식물학자시고 박 교수에 대해서 평생 평교수로 남아라,.. 그렇게 말씀하셨던데 아버님의 유언을 어기신 거 아닙니까?

박종욱 : 어떤 면에선 그렇게 됐습니다. 제가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궁극적으로 결론은 학자로서 국가에, 그리고 전공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이 더 큰 것이 있다면 그것을 또한 노력해서 성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 자리를 제가 맡게 됐습니다.

박인규 : 미국이나 이런 데 가보면 자연사 박물관, 스미소니언 같은 거, 그런 건 많이 봤는데 생물자원관이 뭔가, 자연사박물관과 똑같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생물자원관은 뭐고, 자연사박물관이나 생태원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해 주시죠.
▲ ⓒ프레시안

박종욱 : 국립생물자원관은, 국가생물자원을 간략히 말씀드려서 확보하고 소장 연구하고 이로부터 보존, 관리체계를 만들어서 생물주권을 구현하는 걸 1차 기능으로 하는 기관입니다. 또한 국립생물자원관은 연구기능, 소장기능과 병행해서 생물자원의 전시, 그리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서 이를 통해 생물자원의 중요성과 보존의 필요성을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 기관이 자연사박물관과 어떻게 다른가,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연사박물관도 표본을 소장하고 연구하고 전시한다는 기능적인 측면에선 일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연사박물관은 실질적으로는 전시가 핵심기능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보여주는 것, 물론 연구하고 소장도 하고 있지만 전시 기능이 주요 기능이고, 우리 국립생물자원관은 반대로 생물표본을 소장하고 이를 연구하는 연구가 핵심기능으로 돼 있는 연구기관입니다. 또 전시기능으로 보더라도 자연사박물관은 생물뿐 아니고 지질, 광물, 화석, 그리고 인류문화유산 이런 것들을 포괄적으로 수집해 전시하는, 이런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생물 분야의 경우에서도 생물자원이나 어떤 특정 지역의 생물상보다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들이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분화했겠는가, 즉 진화적인 측면에서의 주제를 가지고 그런 점을 전시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생물관의 전시는 한반도에 어떤 다양한 생물자원이 살고 있고, 어떻게 살고 있고 왜 우리는 그걸 보존해야 하는가,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박인규 : 생물자원관이 우리나라 최초로 이제 생겼어요. 중국이나 일본이나 다른 나라들은 다 이게 원래 있었습니까?

박종욱 : 일본의 경우는 있습니다. 중국도 비슷한 기관이 있습니다. 훨씬 전에 생겼고, 그 다음 구미 선진국들, 특히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생물자원관이라는 종합적인 형태보다는 한 17세기부터 자연사박물관, 그리고 수목원, 이러한 독립적인 표본관들이 여기저기 많이 생기면서 이들 기관이 중심적인, 우리 자원관이 수행하는 기능들을 중심적으로 쭉 그동안 계속적으로 수행해왔습니다.

박인규 : OECD국가 중에서 현재까지 생물자원관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통계도 있었는데요, 늦었다고 봐야겠군요 어쨌든. 그렇다면 늦은 만큼 생물자원을 확보하는데 박차를 가해야될 것 같은데 현재 규모나 소장하는 종의 수나, 어떻게 됩니까?

박종욱 : 지금 아마도 제가 알고 있기론 국립생물자원관의 소장시설은 동양 최대 규모일 겁니다. 시설 자체는 그럴 겁니다. 현재 총 1100만 점 이상 소장이 가능한 걸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전체 소장고 수가 17개의 소장고를 갖고 있고, 이 소장고는 생물군의 특징, 각각 소장할 생물군의 특징을 잘 반영한 이동식 소장설비. 우리가 컨펙터라고 부르는 것이 설치돼 있고, 전자동 항원항습장치, 그리고 자외선 차단 등, 할론가스를 사용한 소화장치 등 최첨단시설이 구비된 시설 면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박인규 : 1100만 점을 소장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갖고 있는 건 어느 정도입니까?

박종욱 : 현재 우리가 정리해서 개관식까지 소장한 표본이 118만7천 점입니다. 10% 약간 넘었습니다.

박인규 : 앞으로 열심히 채우셔야겠네요.

박종욱 : 네, 열심히 노력할 계획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희 목표는 2020년까지 한 250만 점, 그리고 2030년까지 최소 5백만 점을 확보해서 소장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박인규 : 국내 여기저기 있는 동식물자원들을 여기 소장하려면 손발이 필요한데 국립생물자원관이 확보하고 있는 연구인력은 몇 분이나 되십니까?

박종욱 : 전체 직원 수는 102명으로 돼 있고 이 중 연구인력이 62명으로 돼 있고, 현재 이 중에 48명을 확보했습니다. 석박사급 연구사와 연구관을 48명 확보했고 10월 중 다시 공고해서 연말까지는 나머지 14명을 추가적으로 확보해서 전체적으로 62명의 연구인력을 가지고 기능을 수행하려고 합니다.

박인규 : 62명 되는 연구인력들이 생물자원을 수집한다. 수집은 들로 산으로 나가서 하나요?

박종욱 : 여러 가지 저희가 계획을 세워서 체계적으로 수행하게 됩니다. 우리 자체인력인 62명이 직접적으로 우리가 보존이 시급한 분류군이라든가 먼저 확보해야 될 자원적으로 중요한 생물이라든가, 아니면 이런 특정 지역들, 예를 들어 개발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서식지라든가. 1차적으로 확보해야 될 필요성이 있는 지역이라든가, 또한 다양성이 굉장히 풍부한 지역이라든가, 이러한 지역들, 또는 생물군별로 철저한 계획을 세워서 연구, 조사를 수행해서 표본을 확보하게 됩니다. 또 이와 병행해서, 우리 자체인력만 가지고는 부족하기 때문에 자원관, 그리고 환경부에서는 여러 가지 발굴조사프로그램을 커다란 사업들을 저희가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들은 저희 자체인력뿐만 아니고 우리나라의 분류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수행해서 적극적으로 우리가 생물자원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박인규 :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생물자원만을 모은다고 들었는데요, 자생생물이 왜 중요한 겁니까? 수집하고 정리하는 게 왜 중요한 건가요? 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인가요?
▲ ⓒ프레시안

박종욱 : 현재로서는 저희가 1차적으로 자생생물을 주요 대상으로 수집해갈 겁니다. 앞으로 자생생물을 충분히 확보하고 거의 소장하게 되면 이와 병행해서 중요한 해외생물자원도 함께 수집할 계획으로 있고, 이미 그러한 사업이 환경부를 중심으로 1차적으로, 소규모로 올해부터 수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왜 자생생물자원이 중요한 것인가, 생물자원은 우리 생존과 직결돼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첫 번째, 환경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우리 환경의 바탕이기 때문에. 두 번째는 복잡하게 설명 드리지 않더라도 우리 인류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 즉, 의식주에 필요한 대분의 것들을 생물에서 얻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자원은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국가의 1차적인 자원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첨단산업 중 하나인 생물산업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또 바로 우리가 가진 생물자원이 생물산업의 원천소재입니다. 따라서 그 경제적 가치, 그리고 환경적 가치, 문화적 가치는 매우 날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고, 따라서 그런 관점에서 생물자원은 우리가 가진 아주 소중한 국가적인 재산이고 그래서 우리가 보호해야 될, 확보해서 조사 연구해야 될 가치가 있다고 보겠습니다.

박인규 : 생물자원이 중요하다는 건 물론 알겠습니다만, 생물자원관의 개관에 맞춰서 우리나라 정부에서 국가생물주권이라는 걸 선포했어요. 생물자원을 잘 활용하면 될 텐데 주권이라는 개념까지 써서 선포한 이유는 어떤 겁니까?

박종욱 : 생물주권이라는 게 무엇인가를 간단히 설명드리면 1992년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 우리가 흔히 CBD라고 부르는 협약이 있습니다. 여기에 의하면 생물다양성협약에서는 가입국에 대해서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주권적 권리라는 건 간단히 말씀드리면 자국 생물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는 겁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 땅에서 난 생물자원은 우리가 사용할 권리를 갖는다.

박종욱 : 그렇죠. 따라서 생물자원을 이용, 또는 다른 나라가 이용하거나 개발하고자 할 때는 그 국가는 이제 생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동의를 얻어야만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즉 생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자국 생물자원을 이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갖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국가의 생물주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런 것을 우리가 선언까지 하게 된 건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난 자생생물이 우리의 동의나 허락 없이 지금 쓰이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는 거 아닌가요?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습니까?

박종욱 : 그것은 우리나라의 생물상 조사에 대한 역사에서 기인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돼 있는 문제는 아니고 아시아에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러한 길을 걸었는데, 우리나라 생물상에 대한 최초의 조사는 우리나라 사람이 한 게 아니고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초기 단계에서는 유럽 사람들, 그 다음엔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서 수행됐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우리나라 자생생물들, 그리고 고유생물들이 외국으로 유출되게 됐고 그렇게 해서 유출된 자생생물은 상업적으로 다시 개발돼서 우리나라에 역수입되고 있는 사례들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정향나무라는 거. 그게 라일락 종류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유종 정향나무가 미국으로 유출돼서, 신문에도 여러 번 났습니다만 미스김라일락이라고 개발이 돼서 판매되고 있고. 또 구상나무도 독일로 100년 전에 유출이 돼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널리 개량돼서 사용되고 있고. 그리고 우리나라 홍도에서 발견된 비비추 종류들. 옥잠화 종류입니다 비비추가. 이런 것들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원예품종으로 개발돼서 우리나라에서 거꾸로 로열티를 내고 사오는

박인규 : 한국 토산인데 상품화가 돼서 다시 돈을 주고 사와야 되는

박종욱 : 학문적으로 볼 때는, 더 심각한 문제는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우리가 생물상 조사를 외국인들에 의해서 초기 단계에 수행됐기 때문에 그 기간에 학자들에 의해 채집된 모든, 우리나라 생물상을 규명해 줄 수 있는 확증표본들, 그리고 그 당시 발표된 새로운 신분류군들의 기준표본 이런 것들이 모두 반출돼서 외국 표본관에 소장돼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한반도 관속식물상, 식물이라고 불리는 이 식물상은 20세기 초 일본인 학자인 나카이 박사... 동경대학 교수를 지내셨는데 이 양반에 의해서 최초로 정리됐습니다. 1909년 1911년 이 때 최초로 정리가 됐는데 이때 채집된 모든 확증표본들, 우리나라에 수입된 모든 확증표본. 그리고 나카이 박사가 평생 한국식물을 연구하면서 한 1118분류군 정도의 한국특산분류군을 기재했습니다. 최초로 신분류군으로 발표한 거죠. 이 신분류군으로 발표할 때는 그 증거표본이 필요한데 그걸 기준표본이라고 합니다. 이 기준표본이 모두 현재 동경대학교 표본관, 그리고 동경과학박물관 표본관. 이 두 군데에 전부 소장돼 있습니다.

박인규 : 그렇다면 우리가 우리나라에 있는 생물자원의 전모를 우리 힘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네요 아직까지.

박종욱 :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와 면적이 비슷하고 생태적 환경이 비슷한 국가들과 비교해볼 때 한반도에는 10만 종 정도가 분포하지 않을까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저희가 2만9천 종 이상, 한 3만 종 정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 30% 정도만 알려져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박인규 : 앞으로 그러면 국립생물자원관에서 하실 일이 굉장히 많겠습니다.

박종욱 :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시작이 됐습니다. 그래서 환경부에선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서 2002년에 국립생물자원관 설립 기본계획을 수립함과 동시에 계속 노력을 해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즉 발0굴되지 않은 자생식물을 밝혀보자 하는 목적에서 자생생물보존대책을 수립을 해서 우리나라 자생생물, 그리고 고유생물을 조사 발굴하는 사업을 2006년부터 저희가 활발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이 10년 동안 계속될 사업인데 저희가 바라는 것은 앞으로 한 2030년 정도까지는 주권선포식에서 우리 대통령께서 밝히셨듯이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는 모든 자생생물종을 다 발굴해서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때쯤이면 이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저희는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굉장히 큰 프로젝트네요.

박종욱 : 그렇죠. 저희 자원관의 인력만으론 할 수 없는 프로젝트고, 우리 대한민국의 모든 분류학자들이 전부 함께 노력해야 이뤄질 수 있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동식물의 전모와 실태를 아직까지도 우리 힘으로 모른다는 건 참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얘기네요. 앞으로도 20년 이상 가야 되는데, 기초를 잘 닦아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2030년까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의 전모, 실태를 정리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성급한 얘기긴 합니다만 북한은 어떻습니까, 자체적으로 그런 생물자원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나요?

박종욱 : 저는, 분단 이후 이것이 굉장히 우리나라 생물자원확보, 조사, 연구에 굉장히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바로 남북분단 현실인데, 분단 이후 우리나라 학자들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북한생물상이 조사된 바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알기로는 북한 자체적으로도 이런 조사가 일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물 쪽은 제가 잘 모르겠고, 제가 전공하고 있는 관속식물의 경우 72년부터 79년 사이에 전 7권으로 조선식물지가 출판되었고. 그 다음에 96년부터 2000년 사이에 다시 10권으로 된 조선식물지 2판이 출간됐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으로 볼 때는 아마 북한 내부에서도 생물상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나 하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다소 성급하긴 합니다만, 앞으로 통일시대를 대비해서 남북한이 서로간의 생물상을 조사하거나 이런 식의 남북교류는 계획하고 있지 않은가요?

박종욱 : 아직 계획 단계까지는 못 갔습니다만 필요성으로 볼 때는 이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 하면, 한반도의 생물상을 포괄적으로 정확하게 밝히기 위해서는 남북한 공동조사가 반드시 필요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일부 종은 한반도 전체에 걸쳐 널리 분포하는 종도 있지만 상당히 많은 종이 북한 지역에만, 그리고 상당히 많은 종이 남한 지역에만. 제주도나 남부 지역에만 분포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한반도 생물상을 체계적으로 정확히 밝히고 또한 한반도 생물의 다양성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공동조사 또는 공동연구가 필연적으로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인규 : 앞으로 좀 기대해 봐야겠네요. 제가 모두에 말씀드렸습니다만 박 관장님의 선친 되시는 박만규 선생도 아주 유명하신 식물분류학자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대를 이어서 뭘 하는 일이 별로 많지 않은데 어떻게 하다가 식물학을 하시게 됐습니까?

박종욱 : 저는 사실 자발적으로 들어갔습니다. 얘기하자면 아버님이 식물분류학을 전공하셨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정원에 각종 식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 비해서 저는 어려서부터 식물과 접할 기회가 굉장히 많았고, 이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갖게 되고 결국에는 그렇게 해서 제가 다시 이 전공에 다시 빠져들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그 당시 식물학과였는데 식물학과에 가겠다고 했을 때 반대하셨어요.

박인규 : 그러셨어요? 본인이 식물학자시면서... 어디 가라고.

박종욱 : 의과대학 가라고 반대하셨는데, 그 이유는, 그 당시만 해도 배고프다. 대학 교수나 학자를 해서는 참 생활을 영위하기가 힘들다. 그걸 본인이 너무 잘 아시기 때문에 아마 반대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대학교 들어가고 나서는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박인규 : 혹시 박 관장님의 아드님은 식물학과 안 가셨습니까?

박종욱 : 제 큰 애가 농대를 졸업하고 지금 유학을 가서 식물 쪽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무슨 전공을 하게 될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본인한테 맡겨두려고 합니다.

박인규 : 3대까지 가네요 그러면. 말씀을 듣고 보니, 다른 것보다도 2030년까지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자생식물들을 수집하고 정리하고... 굉장히 큰 일이고, 그걸 따지자면 이공계, 말하자면 식물학자들의 수요도 많을 것 같은데, 실제로 요즘 이공계 잘 안 가거든요. 어떻게 보세요? 이공계 기피현상...
▲ ⓒ프레시안

박종욱 :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특히 자연과학의 기초 분야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응용과학 발전, 그리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국력과 직결되는 분야라고 생각하는데, 날로 사실은 생물 분야, 특히 분류 분야뿐 아니고 기초 분야를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수가 날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첫 번째 이유는 사회가 변화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이랄까 직업에 대한 관념이 바뀌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거 아닌가 생각하고 있고. 또 한 가지는 상대적으로 이공계 전공자들에 대한 사회적 대우랄까, 이런 것이 상대적으로 높아지지 못한,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된 것이 아무래도 원인 중 하나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분류학 분야, 이것이 이공계... 생물학에서도 가장 기초가 되는 분야인데 이게 거의 멸종 위기입니다. 전공희망자들이 날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줄어들고 있는데 그 첫째 원인은, 분류학을 하려면 잘 아시다시피 야외채집조사가 필수적입니다. 상당히 많이 야외에 나가서 채집도 하고 관찰도 해야 되는데 이게 매우 힘든 작업입니다. 따라서 신세대들이 이런 힘든 작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고. 그 다음 두 번째로 어렵게 노력해서 학위를 취득하더라도 갈 데가 없다는 겁니다. 다시 얘기하자면 분류 분야의 경우 국립생물자원관이 생기기 전까지 학교의 아주 소수의 자리를 제외하고는 전혀 갈 데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박인규 : 앞으로 생물자원관의 규모를 계속 키워가셔야겠는데요.

박종욱 : 네. 그래서 국립생물자원관이 국가생물자원의 조사, 연구, 확보, 소장도 중요하지만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길을 열어주는데 굉장히 선도적인 역할을 앞으로 수행해야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국립생물자원관이 10일에 문을 열었지만 관장은 그 전부터 하신 거죠?

박종욱 : 조직은 3월에 발족됐습니다. 건물이 완공된 것은 2007년 1월이고 조직이 출범한 건 3월입니다.

박인규 : 몇 개월 하신 겁니까?

박종욱 : 약 7개월 했습니다.

박인규 : 이제 일주일도 안 됐고 앞으로 2030년까지 굉장히 할 일이 많은데 초대 관장으로서 어디까지 일을 해놓으실 것인지, 마지막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종욱 : 일단 문을 열었으니까, 다음번에 할 일은 우리 생물자원관의 주요 기능이 원활히 수행되도록 궤도에 올리는 작업이, 자리잡게... 그래서 하루 속히 세계적인 수준의 생물자원 소장, 조사, 연구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마 두 번째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 임기가 몇 년이십니까?

박종욱 : 임기가 원래 2년으로 돼 있습니다.

박인규 : 거의 반 지났네요. 너무 일찍 가시면 안 될 것 같은데. 어쨌든 해방된 지 60년이 넘었는데 제대로 된 생물자원관을 이제 가졌다는 건 어떻게 보면 부끄러울 수도 있고, 2030년까지 계속 관장을 하시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 생물자원의 보존, 정리, 연구를 위해서 많은 역할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종욱 : 예.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국립생물자원관 박종욱 초대 관장과 함께 앞으로의 운영 계획과 국가생물주권의 의미, 그리고 그 중요성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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