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7일부터 국정감사에 돌입했으나 첫날부터 파행을 거듭하는 등 극심한 진통을 예고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는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몸싸움만 거듭하다 중지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지난 11일 정무위에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 관련 증인 채택을 강행한데 대해 박병석 정무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위원장석을 점거했기 때문.
한나라당 박계동, 진수희, 차명진 의원 등은 10시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폭력 위원장 사퇴하라, 불법 증인 채택 무효'라고 쓴 팻말과 지난 11일 정무위에서 벌어진 몸싸움 과정에서 다리에 멍이 든 차명진 의원의 사진 등을 내걸고 위원장 석을 점거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병석 위원장 사퇴 △간사에게 상임위 사회권 이양 △지난 11일의 참고인 의결 무효화 등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은 "박병석 위원장이 날치기 식으로 증인 채택을 했을 뿐 아니라 의원도 아닌 사람이 40~50명을 데려와 의원들을 다치게 한 것은 역사상 없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신당 박상돈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박병석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이미 제기된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의혹들에 대한 검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이러한 각종 의혹에 대해 이명박 후보가 떳떳하다면 국감을 열고 논의를 하면 되지 않느냐"며 입씨름을 벌였다.
그 와중에 신당 박상돈, 서혜석, 김현미 의원 등과 한나라당 김정훈, 차명진 의원 등이 위원장석 마이크를 놓고 잠시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또 신당 간사인 박상돈 의원이 위원장석에 놓인 피켓과 사진들을 밖으로 던지고 한나라당 의원이 이를 다시 위원장석으로 던지면서 신당 서혜석 의원이 피켓에 얼굴을 맞기도 했다.
특히 박병석 위원장이 나타나 "국회가 국민 여러분께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이게 된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장내를 정리하려 하자 위원장석을 둘러싼 몸싸움은 더 심해졌다.
한나라당 이원기 수석 전문위원이 박 위원장 머리위로 '불법증인 채택무효'라는 피켓을 들어올리려 하자 이를 제지하려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봉주, 김태년 의원과 한나라당 의원 보좌진 등이 멱살잡이를 하기도 했다.
결국 박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양당에 최종 중재안 제시했지만 양당 간 이견이 있어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오후 2시에 개의하겠다"고 밝히고 신당 의원들과 함께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이 위원장석을 점거하고 해당 증인들에게 출석하지 말라는 종용까지 하고 있다"며 "우리는 국회 파행이 다시 재연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 곧 정무위를 정상화 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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