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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섬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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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외딴 섬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0/15] '외도 보타니아' 최호숙 여사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최근 우리나라 관광수지 적자가 5년 만에 무려 48배나 늘어나는 등 국내 관광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최근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작은 외딴섬인 외도를 방문한 관광객이 천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외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자연박물관을 연상하게 하고 무엇보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장소로 유명해지면서 일본관광객들까지 찾는 국제적인 명소가 됐는데요. 지금의 외도가 있기까지.. 지난 30 여 년간 황무지 같았던 섬을 개척해.. 1년 내내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이국적인 해상정원을 만든 주인공이 있습니다. 바로 외도의 최호숙 여사인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최호숙 여사와 함께 외도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비결은 무엇인지 외도를 가꿔온 지난 30여 년 간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최호숙 여사입니다!

최호숙 여사는 1936년 경기도 양주 출생으로 57년 서울 사범학교를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고 이화여대에서 시청각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69년 우연한 기회로 남편과 함께 거제도 남쪽의 작은 외딴섬 외도를 사서 섬 개척을 시작했으며.. 몇 차례 시도했던 농장의 연이은 실패와 해마다 겪는 태풍으로 인한 좌절을 딛고 30여 년 만에 아름다운 해상공원 외도를 가꾸어냈습니다. 1995년에 문을 연 '외도보타니아'는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해.. 최근 관광객 10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우선 축하드리고요, 12년 동안 천만 명, 최근에는 연간 백만 명. 대단한 숫자인 것 같은데요, 캐나다의 유명한 부차드가든이라고 있다던데 거기보다도 많다고 해요.

최호숙 : 거기보다는 아마 조금 위에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지난 30년 동안 고생해오신 걸 생각하면 감개가 무량하시겠어요.

최호숙 : 그렇죠. 정말 누구나 고생 안 하고 사는 사람 있겠습니까 다 고생하고 사는데, 이런 천만 명이라는 손님들이 우리 정원에 왔다 가셨다는 게 기적이고 감사할 일이죠.

박인규 : 천만 명을 돌파하던 날, 천만 명째 되시는 분께 기념품도 드리고 여러 가지 행사를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날 좀 어떤 느낌이셨어요?
▲ ⓒ프레시안

최호숙 : 참, 이래서 이런 걸 하는 보람이 있구나. 굉장히 보람도 있고 또 한편으론 앞으로 어떻게 실망하지 않고 더 잘해서 어떻게 손님들한테 멋지게 더 다가가야 되고 우리가 이런 영광을 계속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박인규 : 1969년부터 남편 되시는 분과 가꿔왔는데 제가 알기론 몇 년 전에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생각 많이 나셨겠어요.

최호숙 : 그렇죠. 우리 영감이 그 자리에 있었으면 더 빛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박인규 : 저는 사실 외도 근처는 많이 갔었는데 때가 안 맞아서 들어가보진 못했고 밖에서만 봤습니다. 그 작은 섬에 연간 천만 명이면 하루 평균 3천 명 이상 오신다는 건데, 이렇게 많이 오시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최호숙 : 저희들이 시작할 때 그렇게 많은 손님이 오시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었고요. 어떤 우리나라의 섬문화가 아직은 정착된 게 없고, 또 이런 섬에다가 식물원이라는 걸 처음 보는 것 같아서 , 그런 바다와 산과 아름다운 식물이 조화를 이룬 그런 혜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외도라는 이름은 얼핏 보니까 바깥섬. 그런 뜻인 것 같은데 사실 그렇게 예쁜 이름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기가 거제도도 가깝죠?

최호숙 : 그렇죠. 거제도에서 제일 남쪽에 바깥에 있는 그 등대 바깥에 있는 섬인데, 옛날에는 바깥에 있는 섬이라고 해서 밖섬, 그런데 발음이 힘드니까 그냥 그대로 외도 외도 하는데

박인규 : 외도가 있으면 내도도 있습니까?

최호숙 : 내도도 있습니다.

박인규 : 저는 외도를 들어가보진 못하고 주변에서 배를 타고 한 번 돌아봤는데 상당히 높더라고요. 접근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던데

최호숙 : 해발 한 80미터쯤 됩니다. 한쪽이 조금 경사진 데가 있어서 그리 선착장을 해서 올라가시죠 손님들이

박인규 : 현재 외도라는 섬의 크기가 어느 정도 되고, 거기에 최여사께서 심으신 식물들이 어느 정도 되는지 소개 좀 해주시죠.

최호숙 : 저희가 한 건 한 48000평 되고요, 저희가 심은 건 수천 종이지만 심었다고 다 되는 게 아니고 항상 자라다 죽기도 하고 우리는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으니까 그런 태풍이 한 번 오면 식물들이 많이 죽습니다. 그러면 그 보존을 위해서 태풍이 올 땐 그런 것까지도 다 준비하죠. 이것이 희귀한 식물이고 특이한 건데 이게 죽으면 어떻게 될까, 가지도 꺾어서 다시 해놓고 남이 알지 못하는 노력들로 인해서 유지를 하는 겁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우리나라 토착식물뿐만 아니라 외국의 이국적인 식물을 많이 심으셨는데 그 중에 살아남은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최호숙 : 손님들이 그래요. 자생식물 좋아하시는 분도 많이 계시지만 자생식물을 하는 데 가 참 많거든요. 그런데 이런 외국 식물이나 아열대, 남극 식물을 노지에 심어서 하는 데는 없습니다. 그래서 아열대성 기후가 맞는 우리 거제도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요

박인규 : 아열대 식물 중에서 외도에 말하자면 뿌리를 내리고 살아남은 게 대략 몇 종쯤 됩니까?

최호숙 : 꽃들은 항상 2년생 3년생 이런 건 상관없는데, 나무들은 굉장히 온도에 따라서 살고 죽기 때문에 굉장히 특이한 열대식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실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도 있고 그래서 그런 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박인규 : 해마다 100만 명. 한 분이 10만원을 쓴다고 하면 천억 원의 경제효과다, 그래서 외도가 거제도를 먹여살린다는 말도 있던데 그런 인사를 많이 받으시겠습니다.

최호숙 : 그런 얘기들이 신문에도 나고 인터뷰에서도 나는데요, 그런 것보다도 굉장히 거제도... 또 거제도 하면 외도, 그래서 시너지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겠지만 제가 디테일한 계산은 해보지 않고요. 시너지효과가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 : 부군 되시는 분도 그렇고 최여사도 원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고 하셨는데 69년에 어떻게 해서 외도로 들어갈 생각을 하신 겁니까?

최호숙 : 그 당시에는 큰 정보들이 없고 컴퓨터도 없었고요, 영감이 낚시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래서 낚시를 갔다가 파도에 떠밀려서 외도라는 섬에 정박하게 됐는데 그 분위기가 인상적이어서 이런 걸 샀으면 좋겠다. 여기서 고기나 잡고 살면 좋겠다, 이런... 친구하고 둘이서 이런 얘기를 했대요. 그 당시는 섬에 있는 분들은 다 뭍으로 나가는 게 꿈이었거든요. 누구나 다. 그래서 그 당시 어느 할아버지께서 이것 좀 사라고. 나 죽기 전에 도시에 가서 살고 싶다. 그래서 그게 인연이 돼서 먼저는 그 할아버지 땅을 하나 산 거죠. 늙으면 낚시나...

박인규 : 섬 전체를 산 게 아니고

최호숙 : 그렇죠. 그런데 섬에서 한두 사람 빠져나가다 보니까 계속 자기네들이 살기 힘드니까 또 이렇게 해서 28치인가, 필치가 그렇게 많았어요. 그냥 이렇게 이렇게 화전밭 식으로 그 안에... 고구마밭도 있고 채소밭도 있고, 그런 걸 한 3년에 걸쳐서, 그것도 운명인 것 같아요. 뭘 알고 한 게 아니라 거리 같은 걸 하나도 생각을 안 하고 그저 좋다는 것만 가지고 정보도 없고 또 섬이라는 건 살아본 경험도 없으니까 얼마나, 일을 저지른 거죠.

박인규 : 처음부터 해상식물원을 만들겠다, 그런 계획은 아니었다고 들었습니다.

최호숙 : 그런 건 아니고 농장 하려다가요. 왜 남자들이 농장 하고 싶어하잖아요. 여자들은 시골에 가면 일하기 싫어서 안 하지만 남자분들은 그런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농장을 하나 꾸미고 싶다. 그리고 노년 보내고 싶다. 그리고 거기서 낚시하고 싶다. 그래서 간단하게 생각한 거죠.

박인규 : 감귤농장, 돼지농장 이런 거 시도하셨는데 다 실패하셨다고

최호숙 : 감귤 농장은 그 당시 어느 신문에 거제도도 제주도 같이 밀감이 된다, 이런 게 눈에 띄었을 때 눈이 번쩍 띄었고. 그러다가 밀감이 어느 때 한파가 세게 추위가 와서 다 얼어 죽으니까 어떡하나 했는데 누가 또 돼지를 키우면, 그래서 그것도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이게 유통이 안 되잖아요. 섬에서는 나르려고 먹이도 날라야 되고 그래서 한 100마리 1년 동안 키웠는데 그것도 다 실패했죠.

박인규 : 그럼 지금의 해상식물원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으신 때는 언젭니까?

최호숙 : 그건 동백나무를 길러도 보고 자체운영을 좀 하고 싶어서, 그러다가 그것도 안 되니까. 그런데 약간 관광의 붐이 그 당시 조금씩, 관광이라는 걸 그 전엔 몰랐는데 뱃놀이 수준의 관광이었지만 손님들이 해금강을 돌아다니더라고요. 그래서 아 여기다 이걸 해보자, 그러고선 했는데 아마 그게 이 식물원의 기초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있어요. 돼지 기르고 하면서 밀감농장 하던 그 흔적들이 남아서 외도가 다른 데하고는 다른 농장으로 기억들을 하고 가고 구경을 하시죠.

박인규 :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입장료 받는 섬이라고 알려져 있던데

최호숙 : 뭐 시설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오시는 분들은 꼭 배를 타야 되니까. 그래서 거리도 멀고 배도 타셔야 되고 또 우리는 여러 가지를 관리하니까 힘도 들고. 그리고 개인이고 하다 보니 입장료를 받고 있죠.

박인규 : 30여 년간 가꾸셨기 때문에 어딘들 정이 안 가는 데가 없겠지만 외도 중에서도 특히 여기는 자랑할 만한 데다, 아름다운 데다, 어떤 뎁니까?

최호숙 : 저희가 자랑은 아니고 하다 보니까 남의 흉내도 내고 자연에 맞춰서 하다 보니까 비너스가든이 있거든요. 그게 아마 외도를 대표하는 가든이 될 것이고. 또 천국의 계단이라는 게 있어요.

박인규 : 비너스가든이라는 데는 희귀한 식물을 많이 심어놓은 데인가요?

최호숙 : 거기는 주로 잔디와 동백프레임을 통해서 조각하고 어프로치를 시킨 것이죠. 그래서 좀 더 이국적이고, 사람들이 불란서나... 뭐 이렇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마 그 비너스가든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리고 천국의 계단은 어떤 뎁니까?

최호숙 : 천국의 계단은 거기가 다 45도 이상의 경사기 때문에 편평한 밭이 없어요. 그래서 계단에 돌을 쌓아서 죽 내려오면서 또 올라가면서 꽃을 볼 수 있는 그런 것을 사람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박인규 : 제가 매낸 외도 근처에 마산을 갈 일이 있어서 친구가 외도를 가보라고 권했는데 3월 초에 갔더니 지금은 가봐야 별로 안 예쁘다, 그러면서 5월을 얘기하던데 5월이 가장 좋을 땝니까?

최호숙 : 4월 15일에서 5월이 제일 좋죠. 5월은 육지에도 많은 꽃이 있습니다만 그 꽃들이 다르죠. 왜냐면 바다와 이런 조화를 이루다 보니까 육지에서 보는 것과 다르고

박인규 : 외도의 꽃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이국적인 꽃들이 많을 거 아닙니까? 그 중에서도 관광객들에게 권하고 싶은, 이 꽃을 꼭 봐야 된다 이런 게 있습니까?
▲ ⓒ프레시안

최호숙 : 물론 해마다 다르죠. 그 중에서 '보틀브러시'라고 '병솔'이라는 꽃은 정말 환상적인 꽃입니다. 그것도 옛날엔 우리가 보지도 못한 건데 그런 것들이 시장에서 일반화돼서 볼 수 있는 거지만 아직도 좀 희귀하죠. 그런 것들이 이제 나무로 자라고 있고요. 예를 들어서 발렌타인자스민이라든가, 그렇지 않으면 여러 가지 꽃들이.. 남극식물입니다 이게 보통. 그러면 남극식물들은 굉장히 색깔이 정열적인 게 많습니다. 열대지방... 굉장히 꽃 색깔들이 정열적이죠. 그래서 우리는 아주 작은 꽃도 좋지만 눈에 탁 띄어서 관광객들이 쉽게 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새로운 꽃들을 보고 가신다는 건 새로운 지식이 하나 얻어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해마다, 금년엔 뭘 주제로 해서 멋들어지게 사람들이 구경하고 갈 것인가에 대해서 항상 생각을 합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테마를 바꾸시는군요. 지금 가을에는 별로 볼 만한 꽃은 없겠네요

최호숙 : 가을이 참 멋있어요. 가을에는 나무꽃들도 늦도록 피는 것도 있지만 세이지 종류가 참 멋지게 핍니다. 세이지 종류도 몇 십 가지거든요. 그런 것들이 굉장히 보랏빛을 띠고 강렬한 바다색과 조화를 해서 가을이 좀 여름엔 좀 덥고요. 가을이야말로 여행하기 제일 좋고, 또 와서 꽃도 굉장히 새로운 꽃들을 볼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해상정원에 오신 분들이 거길 보다 보면 보고 나가기보다 여기서 하룻밤 자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잘 수는 없습니까?

최호숙 : 그런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희가 그런 숙박시설이 없으니까요, 정말 안타까워서 이런 데서 하루 자고 가야지 멀리서 와서 그냥 가기 뭣하다고 하는데 그 건너에 요즘은 많은 숙박시설이 있으니까요. 저희는 좁은 데서 또 이렇게 손님들을 맞이하려면 여러 가지 우리가 준비할 게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모든 것이 좀 자연스럽질 않아서 그냥 지금 이 스타일로 우리가 해야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아직은 당일 들어갔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최호숙 : 그렇죠. 한 시간 반 동안 들어갔다가 그냥 나오시는 거죠.

박인규 : 최호숙 여사는 지금도 외도에서 생활하십니까 어떠십니까?

최호숙 : 저희는 항상 살지만 요즘엔 서울도 왔다 갔다 하고, 또 거제도도 왔다 갔다 하면서, 저는 뜨내기 같이 왔다 갔다 해야 새로운 것도 보고

박인규 : 많은 연구를 하시는군요 다니시면서.

최호숙 : 그렇죠. 나름대로 연구죠.

박인규 : 부부 두 분이서 한 섬을, 작은 섬이지만 아주 아름다운 해상정원으로 가꾼다는 게 참 쉬운 일은 아닌데 어떤 기업이나 지방정부의 도움도 없이 어떻게 해서 가능했다고 생각하세요?

최호숙 : 특별한 솜씨로 한 게 아니고, 우리 보통 사람들이. 또 우리 영감은 학교 수학선생을 했고 나는 초등학교 선생 18년을 했는데 내가 무슨 특별히 환경이, 전공을 한다든가 환경적으로 도움받은 건 아니고요. 외도라는 이 척박한 섬을 우리에게 쥐어지다 보니까, 갖고 있다 보니까 거기에 대해서 연구와 노력과 살기 위한 여러 가지 발버둥을 치다 보니까 아마 다른 분들이, 아, 이게 자기네도 좀 할 수 있고. 또 이렇게 자연스럽고 바다가 있고 그러니까 좀 다른 곳보다는 감명을 받으신 것 같아요. 그런 게 아마 좀 새롭지 않았는가, 누구나 노력 다 하지만 참 행운이죠 저희에게는.

박인규 : 행운이라고 하십니다만 30년 동안 들어간 공이 있었으니까 가능했겠죠.
최여사께서 외도 들어가실 때가 30대셨던 것 같은데, 선생님이셨고. 그동안 해상정원을 가꾸셨으면 사실은 꽃이나 식물에 조예가 있으셨어야 되는데 그전에 그런 경험이 있으셨나요?

최호숙 : 그런 건 없었고 호기심을 많이 가졌죠. 제가 경기도 양주군 회천면 봉양이라는 시골에 살았는데, 6.25전쟁 이후 그 동네에 미군부대가 고개를 넘어 들어왔었어요. 거기서 미군들이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잡지가 없었고요. 그래서 그 미군들이 보고 쓰레기 버린 걸 쓰레기통에서 주워서 거기서 세계의 패션이나 그런 걸 18살에 처음으로, 문화적인 충격을 굉장히 많이 받았죠. 그래서 군인들이 듣고 다니는 fm라디오라는 것도 봤고 또 컨트리송이라는 것도 들었고. 그래서 저의 안목이랄까, 이런 생각이 박힌 건 미군부대들이 들어오는 기지촌에서 얻은 것이 아마 제 배경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음악도 좋아하게 되고 호기심이 더 많아졌죠. 그 그림을 통해서

박인규 : 뭔가 서양적 문화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있으셨군요.

최호숙 : 아마 저도 그랬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게 많았죠.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 패션에 대해서도 좀 알았고 저녁마다 헌 잡지를 초롱불 밑에서 보면서 아마 거기에서 어떤 꽃이라든가 이런 걸 많이 봤어요. 새로운 꽃이 있다는 걸.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는 정기적으로 공부하지 않아도 그런 어떤 문화가, 예술의 전당이나 이런 데서 꽃피는 게 아니라 시골 마을에서도 호기심이 많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호기심도 많았지만 그걸 또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의지 같은, 끈기가 필요했겠죠.

최호숙 : 저는 하여튼 그렇게 열심히 새로운 일이 좋더라고요.

박인규 : 요즘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웰빙이라고 하죠, 참살이라고도 하는데 뭔가 무인도를 사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보겠다, 이런 분들이 많다고 해요. 그런데 사실 섬을 사서 가꾼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선배로서 만약에 무인도를 사서 자신의 공간으로 가꾸려면 어떤 걸 조심해야 된다든가 이런...

최호숙 : 땅 갖고 계신 분들은 많은데 어떻게 해야 되나. 요즘엔 디자이너들도 많으니까 큰 문제는 아니지만 제가 항상 이런 걸 하시고 싶으면 여행을 좀 많이 하십시오. 해외여행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국내에도 볼거리가 많으니까 여행을 많이 하면서 그려보십시오. 그림을 못 그려도 나는 뭘 하고 싶다는 거, 그래야 더 즐겁습니다. 누가 해준 것보단 내가 그래도 뭘 하고 싶다는 의지가 중요하니까. 그리고 그 나머지는 요즘엔 꽃도 일반화된 게 많으니까 일단은 뭘 하고 싶은지를 제가 항상 권하고. 재밌다고 하죠 제가, 물귀신작전으로 이런 것을 많이들 흥미를 가지고 들어와야 동료가 생기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제가 항상 추천하죠 좋다고. 건강관리도 잘 되고 명퇴도 없고 아주 좋은 거라고 그러죠.

박인규 : 우선 머릿속에 자기가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그려야 되겠군요.

최호숙 : 그래야 더 즐겁죠 일하기가.

박인규 : 그런데 현실적으로 전력이라든가 물이나 상하수도시설, 여러 가지 위생시설이라든가 그런 게 불편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런 건 큰 문제는 없습니까?

최호숙 : 예를 들어, 그렇다고 생각해요. 원시시대에도 우리가 살았듯이 인간은 다 적응하게 마련인 것 같습니다. 불편하지만 끝없이 발전해가면 끝없이 그것만 쫓아다니잖아요. 모든 걸 포기하면 컴컴한 섬에서도 행복합니다.

박인규 : 또 그런 편의시설이 없는 것도 나름대로 사는 멋이 될 수가 있다.
이제 천만 명이 됐으니까 외도보타니아 해상식물원의 새로운 시기가 열린 것 같은데, 앞으로 외도보타니아를 더 가꾸기 위한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으실 것 같은데
▲ ⓒ프레시안

최호숙 : 꽃이나 이런 것들은 어느 정도 경험들이 축적돼 있으니까 큰 문제는 아니고요. 이제는 좀 문화적으로 음악적으로 이런 걸 좀, 섬문화하고 어프로치 시켜서... 그래서 지금 현재 야외음악당, 그래서 좀 색다른 음악당을 하나 지어서 한 번 운영해 보는 게 꿈이 아닌가 해서요. 그런 면에서 접근하고 있고 또 지금 국립공원 안에는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에요. 굉장히 인허가가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허가는 들어갔지만 다시 반환된 서류도 많아서, 차차 그걸 풀어가면서 해야지요.

박인규 : 야외음악당은 언제쯤 완공됩니까?

최호숙 : 그게 이번 10월에 착공했으니까 아마 한 2년 후쯤 될 것 같아요. 2년 후면 어떤 한 프로를 좀 해서 유명한 곳으로 만들고 싶죠.

박인규 : 끝으로 혹시 못다 하신 말씀 있으시면 해주시죠.

최호숙 : 이런 관광사업을 하다 보니까, 우리나라의 관광수준이 세계화되지 않았습니까? 도시에서 시골까지 다 해외관광을 하는데. 우리 국가에서도 이제는 외국관광객 모셔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관광객들을 우리나라에서 수용하는 것, 이런 것도 굉장히. 볼 만큼 많이 봤으니까, 그래서 우리가 더 박차를 가해서 잘 해야만 국제화도 물론이지만 국내관광도 더 안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최호숙 여사를 보니까 관광사업이라는 건 돈이 많거나 힘이 센 기업이나 지자체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개인이라도 아이디어가 있고 그걸 옮길 수 있는 끈기가 있으면 얼마든지 관광사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최호숙 : 이건 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고 자기 취미하고 연결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3300개 섬이 있는데 이걸 좀 더 잘 조화시켜서 하면 우리가 외국 나가지 않아도 우리나라 솜씨들이 좋지 않습니까, 그래서 될 것 같아요.

박인규 : 앞으로도 외도보타니아를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해상식물원으로 키워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최호숙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외도보타니아 최호숙 사장과 함께 외도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비결은 무엇인지, 외도를 가꿔온 지난 30여 년 간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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