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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발상의 전환을 거부하는 저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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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NLL, 발상의 전환을 거부하는 저의는 무엇인가

한반도브리핑<70> NLL 본래 의미 되찾은 '서해벨트'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로 도출된 '2007 남북정상선언'을 놓고 엇갈린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향후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킬 '1004(천사) 선언'으로 명명했고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핵폐기 약속 없이 북에 제공할 목록만 합의하고 온 실패작이라고 혹평했다. 정상회담의 성과 등은 제쳐둔 채 일부 논란이 되는 지점만을 집중 제기하면서 전체 정상회담의 의미를 퇴색시키기까지 하고 있다.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다녀온 필자로서는 이같은 엇갈린 평가를 접하면서 분명 칭찬해야 할 부분이 있음에도 이를 애써 무시하고 흠집내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우리 정치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 국면의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있는 성과를 백안시한 채 있지도 않은 문제점을 자꾸만 주장하는 것은 남북관계라는 초당적인 사안을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비정상의 소치이다.

최근 핵문제 해결방향과 더불어 이제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가시화될 정세변화의 국면을 맞고 있다. 어렵게 도래한 한반도 정세 급변 시기에 정치적 고려만을 내세워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머뭇거린다면 또 한 번 시대 흐름에 뒤쳐지고 말 것이다.
▲ 남북정상회담 기간 중 노무현 대통령의 '아리랑' 관람은 김기남 노동당 비서의 현충원 공식 참배에 상응하는 조치였다. 아리랑 관람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6.15공동선언의 길을 '포장하고 가꾼' 2007 남북정상선언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가 우리가 동의하는 방향이라면 이번 2007 남북정상선언은 이를 위한 구체적이고 의미있는 합의들을 담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 합의는 '6.15공동선언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압축적 표현으로 그 역사적 의미를 정리할 수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6.15공동선언에 따라 그동안 남북관계는 꾸준히 일관되게 발전해왔다. 6.15공동선언을 계기로 반세기 이상 지속된 적대적 대결관계 대신 화해협력의 남북관계가 개막될 수 있었고 그 방향으로 지금까지 7년 동안 지속해왔다.

그러나 6.15가 개척한 길을 걸어오면서 새로운 과제가 생겨났고 극복해야 할 과제도 발생했다. 정치·군사 분야의 진전을 이뤄내야 했고,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경제협력 방식을 창출해야 했다. 그래야만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를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6.15공동선언에 기초해 지속해왔던 남북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화해협력이라는 6.15공동선언의 큰 방향을 그대로 지속하되 6.15선언에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을 새롭게 이끌어냄으로써 향후 남북관계를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바로 이번 정상회담인 것이다.

2007 남북정상선언은 6.15가 열어 놓은 길을 좀 더 넓히고 포장하고 반듯하게 가꿈으로써 이제 이 길을 따라 가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평화와 통일이라는 목적지까지 무사히 갈 수 있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리랑 관람은 北의 현충원 참배에 상응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와 군사 분야의 진전을 이뤄냄으로써 정상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가능케 하고 있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경제와 사회·문화 교류가 앞서가고 정치와 군사는 뒤쳐지는 불균형적인 모습이었다.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교류가 빈번해진 반면 정치적 화해와 군사적 신뢰구축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비정상적 형국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은 상호 적대관계 해소와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그리고 전쟁반대와 불가침 의무를 재확인하면서 앞으로 서해상에서 군사적 신뢰구축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남북관계에서 군사 분야의 신뢰를 가시화하는 것으로서 경제협력의 확대발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경협의 발전을 발목잡았던 것이 바로 남북간 군사분야의 신뢰부족이었다. 완공해놓은 경의선 철도를 운행하지 못하는 핵심적인 원인의 하나가 바로 군사적 보장조치의 문제였다. 남북간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불가불 군사적 신뢰구축과 이에 따른 군사적 보장조치가 원만히 마련되어야 한다. 결국 경협 발전의 담보가 바로 군사 분야의 보장이고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군사적 신뢰구축 합의는 향후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사활적인 의미를 갖는 내용인 셈이다.

물론 정치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공동선언 2항에 나온 '상호 존중과 신뢰의 남북관계 전환'은 앞으로 남과 북이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정치적 화해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상호 내정 불간섭과, 상대방을 부인하는 법제도의 정비 등은 앞으로 남과 북이 상대방 체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용인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될 것이다.

경제적 협력과 사회·문화적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정치적인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면 남북의 화해협력은 항상 불안정한 것이 된다. 상대방 체제와 이념과 제도를 인정하고 이에 기초해 상호 존중과 신뢰의 남북관계를 이뤄가는 것이야말로 정상적 관계의 기본이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 기간 중에 남측 대표단이 아리랑 참관을 공식일정으로 소화해낸 것도 사실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상징적인 조치이다. 이는 2005년 서울을 방문한 김기남 노동당 비서 일행이 공식적으로 현충원을 참관한 것에 상응하는 조치로서 향후 남과 북의 정치적 화해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정상회담은 또 남북경협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었고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의 원칙하에 경제협력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기존의 경제협력이 대부분 남쪽이 북쪽에 경제적 도움을 주는 일방적인 시혜성 지원이었다면 이제는 남과 북이 서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쌍방향의 투자적 선순환의 경제협력이 가능하게 되었다. 6.15공동선언에 명기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넘어 이제는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이라는 새로운 경협 방향을 명시했고 이는 곧 남과 북이 서로 도움이 되는 상호 '윈윈'의 경제협력을 해야 함을 의미한다.
▲ 남포 서해갑문을 참관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남포에 만들어질 조선협력단지는 유무상통식 경협의 모델이 될 것이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번에 합의된 안변과 남포의 조선협력단지는 대표적인 유무상통의 경협모델이다. 한국의 조선 산업이 쏟아지는 수주량을 소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국이나 동남아에 공장을 짓는 것은 다름 아닌 저렴한 숙련 노동력을 구하기 힘든 탓이다. 북한 역시 최근에는 영남 배수리 공장 준공 등 선박 분야에 관심을 쏟으면서 양질의 기술과 노동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이제 남북의 조선협력이 이뤄지면 굳이 해외로 가지 않더라도 북쪽의 숙련된 저임금의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되고 이는 남과 북에 서로 경제적 이익을 주는 말 그대로 유무상통의 전형적 협력 모델이 되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확대와 문산 봉동간 화물열차 운행 및 통신·통행·통관 등 3통 문제 해결 역시 앞으로 남쪽 기업의 개성공단 투자를 더욱 활성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그동안 남북관계의 진전 속에서 풀어야 했던 문제들 즉, 경협을 확대발전시키기 위해 필수조건이었던 한반도 평화 문제와 군사적 신뢰구축 문제가 본격 다뤄졌고 그 결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경제협력 방향에 합의를 이루어 냈다.

이로써 남북관계는 군사 분야의 평화 증진과 경제협력의 번영이 동시에 진행되는 정상적 관계로 자리잡게 된다. 경제협력이 군사적 신뢰구축과 평화를 더욱 증진시키고 역으로 군사분야의 진전이 경제협력을 더욱 확대발전시키는 상호 선순환의 '평화·번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른바 평화가 경제에 기여하고 경제가 평화를 확대하는 '평화경제론'이 비로소 남북관계에 가시화되는 것이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NLL의 본래 의미 되찾은 것

평화와 번영이 함께 병행하는 향후 남북관계의 구상은 바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그대로 녹아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NLL(북방한계선)을 양보했다며 괜한 트집을 잡고 있지만 이는 정말 과거의 오래된 의식에 사로잡혀 전혀 새로운 발상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함의 발로일 뿐이다.

이번 합의사항 중 가장 의미 있는 내용으로 꼽히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한 마디로 남북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성과이다. 남북의 군사적 대결과 충돌의 최전방이었던 서해를 이제는 군사적 관점에서 협소하게 접근하는 게 아니라 남북의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을 통해 항구적인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도모하는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새로운 접근을 한 것이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이 실현되면 해주공단에서 남과 북의 노동자가 같이 일하고 공동어장에서 남과 북의 어민이 함께 고기잡이를 하고 한강 하구에서 남과 북의 배가 공동으로 골재를 실어 나르는 전혀 새로운 그림이 그려진다. 지금까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남북 협력과 공동번영의 구체적 현실이 다가오는 것이다. 서해 지대에서 남과 북의 협력이 상시화되고 개성-해주-인천을 연결하는 평화의 삼각지대를 만들어 그 안에서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고 가는 공동번영의 새로운 장을 형성한다면 여기에는 남북의 군사적 대치와 충돌은 있을 수가 없다.
▲ 북한 평화자동차 공장을 시찰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 인사를 불러 가능성 여부를 확인하고 수락했다는 전언은 이번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안이 우리의 적극적인 제안을 북이 합리적으로 수용한 것임을 짐작케 한다. 이번 합의문에 NLL 단어가 포함되지 않은 것도 남북 정상이 서해구상이라는 더욱 크고 새로운 발상에 동의하면서 오히려 쟁점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군사 분야의 평화와 경제 분야의 공동협력이 공존하는 서해의 평화번영 벨트라면 굳이 남과 북이 대치하는 NLL의 협소한 의미는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었다는 사실이 군사분계선의 존재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는 남과 북의 많은 이들이 늘어나게 되면 군사분계선은 형식적인 선으로 남지만 그 선이 갖는 기존의 위험성과 적대성은 현저히 약화되고 결국은 해소될 것이다. (10월 9일 통일연구원 주최 남북정상회담 평가 학술회의에서 백낙청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기조발언)

마찬가지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현실화되면 NLL은 선으로 존재하지만 그 위험성은 현저지 약화되거나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NLL의 관계이다. NLL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안에 녹아 들어가 있는 것이다.

NLL이 본시 정전체제에서 해상의 군사적 충돌을 막고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그어놓은 선이라는 역사적 취지에 따르더라도 이번 서해특별지대를 통해 보다 포괄적이고 공고하며 항구적인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이뤄내는 것이 오히려 NLL의 의미를 살리는 길이다.

안보상 이유로 설정해놓은 지금의 NLL을 영토 개념으로 우기면서 집착하는 것보다는 남북의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을 통해 근원적으로 서해상의 평화정착을 이뤄내는 것이 본래 우리가 NLL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평화와 안보를 얻어내는 것이 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놓고 NLL을 포기한 것이라는 감정적 비난을 퍼붓는 것은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일부러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무지의 소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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