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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결코 수익사업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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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결코 수익사업이 될 수 없다"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79> 차베스, 이번엔 교육개혁 나서

'21세기형 신사회주의 헌법'으로의 개헌을 추진 중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이번에는 모든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가 동등하게 보장되는 교육의 평준화를 천명했다.

'신볼리바리안 교육혁명'으로 명명된 차베스의 신교육제도는 중남미 독립영웅 시몬 볼리바르 장군의 은사였던 시몬 로드리게스의 계몽사상을 기초로 하고 있다.

중남미 통합을 주도했던 시몬 볼리바르 장군의 정신적 지주였던 시몬 로드리게스는 흑인노예들이나 토착원주민들이 교육을 통해서만이 진정한 해방과 독립을 이룰 수 있다고 가르쳤다.

시몬 로드리게스 계몽사상에 심취된 차베스가 신볼리바리안 교육혁명을 통해 로드리게스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추진중인 교육법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베네수엘라도 한국만큼이나 사교육이 사회문제로 대두했던 모양이다.

필자가 최근 한국 방문중 느낀 한국의 교육 현실은 정규교육비보다 과외학원비 지출이 훨씬 더 많은, 한마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이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기업형 사설학원들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또한 낯설었다.

한 지인은 필자에게 "이민생활 걷어치우고 한국으로 들어와 언어학원이나 한번 차려보라"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자기가 잘 아는 한 이민자가 얼마 전 귀국해 서울 인근에 외국어학원을 차렸는데 교회에 십일조 헌금을 매달 1000만 원 이상 낼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의 교육현장이 얼마나 기업화했는지 실감나는 얘기였다.
▲ 중남미 독립 영웅 시몬 볼리바르 장군과 시몬 로드리게스의 교육혁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차베스 대통령 ⓒ베네수엘라 국영

그런데 최근 차베스가 내세운 베네수엘라 교육개혁은 교육기관은 절대로 개인기업이 주도해서는 안 되며 과도하게 책정된 등록금 등 돈 때문에 학생들이 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엘리트의 산실이었던 베네수엘라 사교육 제도에 철퇴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베스의 교육개혁 내용은 이렇다.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사립학교들은 초일류를 내세우는, 특권층들과 부자들만을 위한 기업형 교육제도"라면서 "가난한 서민들을 억압하고 과소비를 부추기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교육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차베스는 이어 "베네수엘라 사교육은 일류교육을 내세워 가난한 자들을 차별하는 것으로, 특권층과 부자들만을 위한 상업화된 사교육제도는 제국주의의 산물"이라고 몰아 세웠다. 가진자들과 특권층들의 전유물인 이른바 '특화된 일류학교' 개념을 폐지해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있는 교육 평준화를 이루어내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차베스가 추진중인 신볼리바리안 교육제도는 국가주도로 각급 학교의 평준화를 이끌어 내 900만 여명에 이르는 베네수엘라의 모든 학생들이 출신성분이나 피부색을 초월해 누구나가 동일한 배움의 기회를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정부가 나서서 교육현장이 상업화되는 것을 막고 차별화를 없애 빈부와 출신, 피부색을 초월해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차베스의 교육개혁이 마무리되면 베네수엘라 학생들은 누구나가 출신학교에 상관없이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교육 예산을 아낌없이 투입해 교사 수를 대폭 늘이고 교육의 질을 높여 종전 68명 수준이었던 학급당 학생수를 28명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베네수엘라의 모든 공립학교를 일류 사립학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얘기다.

또한 유럽 제국주의 위인들 위주로 되어 있는 교과서 내용을 전면 수정해 베네수엘라 독립을 위해 투쟁한 토착원주민 전사들을 영웅화시키겠다고도 한다. 베네수엘라 교육부는 만일 사립학교들이 교과서 개정을 거부한다면 학교폐쇄라는 초강수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엘리트층 자녀들과 특권층들의 전유물이었던 사립학교들이 정부 방침을 따라 누구에게나 문호를 개방하든지 아니면 자진해서 문을 닫으라는 압력이다.

차베스는 이번 주 '알로 쁘레지덴떼'라는 고정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제 베네수엘라 교육을 더이상 변덕스러운 장사치들 손에 방치해 둘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교육제도만큼은 더 이상 수익사업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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