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에 밀린 정동영, '강공모드'로 전환

손학규-이해찬은 전에 없이 '화기애애'

11일 마지막 TV 토론 자리에 앉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게 더 이상 '여유'는 없어 보였다. 누적 순위로는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모바일 투표에서 2연승을 올린 손학규 후보의 추격이 자아낸 긴장감으로 여겨졌다. "무한 양보"를 선언한 지 사흘 만에 '공세모드'로 전환한 정 후보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강공을 퍼부었다.
  
  "경선 도중 낙인찍기, 불순하고 혐오스러워"
  
  정 후보는 대리접수, 명의도용, 조직.동원 선거 등 경선의 불미스러운 모든 일이 자신의 책임인양 비쳐지는 상황에 심정이 상할 대로 상한 듯 했다.
  
  정 후보는 이 후보가 이 같은 의혹들을 재론하자 "부산경남 선거에서 이 후보 측은 11만 명을 접수시켰는데 이 분들이 정말 한 분 한 분 와서 접수를 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쏘아붙였다. 정 후보 측을 강하게 규탄했던 이 후보가 3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을 겨냥해 "네거티브를 한다고 자기 표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 후보는 "경선 중에 나에 대한 '낙인찍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불순", "혐오", "마녀사냥", "매카시즘" 등 그가 사용한 낱말 하나하나에 불쾌감이 묻어났다.
  
  정 후보는 "국가 경영 능력 중 중요한 요소가 '감정의 지배'일 텐데, '버럭 해찬'이라는 별명도 있다"며 "스스로 국민과 소통하고 화합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냐"고 묻기도 했다. 이 후보의 다소 신경질적인 듯 한 이미지는 이 후보 진영에서도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이다.
  
  이에 이 후보는 "위선을 떨고 신의가 없으면 일시적으로는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영원히 통하는 것은 아니다"며 "말 잘하는 게 아니라 신의가 중요하다"고 맞받아 쳤다.
  
  손 후보의 '아픈 곳'을 향해서도 거침없는 공격이 날아들었다.
  
  "이명박 후보에게 가 있는 중도 표를 흡수해야 한다"는 손 후보 주장에, 정 후보는 "1200만 명의 전통적 지지층은 주머니 속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 아니냐"며 "그렇게 알았다면 오해하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손 후보는 각 시군구에 좋은 학교를 만들고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를 마음껏 짓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것은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것 아니냐"며 이명박 후보와 유사점을 끄집어 내기도 했다.
  
  이해찬 '개헌공약' 설명에 손학규 "획기적 발상"
  
  반면, 이 후보와 손 후보 사이에는 전에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당 지도부에 함께 '경선일정 변경'을 요구하며 맞춘 호흡이 토론에까지 이어진 듯 보였다.
  
  이 후보가 "애초 통합신당 참여를 주저했던 것은 불법선거가 조장될 수 있는 선거 규칙을 만들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며 정 후보와 관련한 부정선거 논란을 겨냥하면, 손 후보가 "이 후보가 말한 대로 선거규칙에 불법과 타락 선거의 소지가 애초부터 있었다"고 맞장구를 치는 식이었다.
  
  손 후보는 '집중토론' 시간에 이 후보에 '일자리 대책' 관련 질문을 해 놓고 이 후보의 답변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해찬 후보의 일자리 창출 비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손 후보는 이 후보가 자신의 개헌에 관한 공약을 나열하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에도 "획기적 발상"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 후보의 기존 스탠스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토지 공개념'까지 "근본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분위기를 띄워놓고, "이것을 헌법으로 못 박았을 때 생기는 충돌은 좀 더 검토해 보겠다"고 반론을 덧붙였을 정도다.
  
  이에 이 후보는 "손 후보가 오늘 내가 제시한 개헌 내용과 큰 차이 없게 말씀 하신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정다운 분위기'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