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축제? 더 늘어나야죠. 단 개성 있는 축제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축제? 더 늘어나야죠. 단 개성 있는 축제가!"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0/11]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류정아 박사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흔히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라고 하는데요 가을의 정취가 짙어지면서, 요즘 전국 각지에서 다채로운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또,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지역마다 국제적인 행사를 유치하거나 지역축제를 국제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이렇게 지역마다 다양한 축제들이 생기고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축제에 대한 인문학적인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류정아 박사는 지역축제는 무엇보다 문화인류학의 블루오션이며 그 지역이 지닌 문화의 결정판이라고 강조합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류정아 박사와 함께 지역 축제가 갖는 문화인류학적 의미와 국내 지역축제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선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류정아 박사입니다. 류정아 박사는 1963년 출생으로 87년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했고 94년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사회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03년부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일하고 있으며 현재 예술정책실 문화정책팀장을 맡고 있고 한국프랑스학회 이사와 문화관광부 문화관광축제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가을을 축제의 계절, 수확의 계절이라고 말씀들 하는데 90년대 중반 이후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지역축제가 굉장히 많아졌어요. 제가 통계를 보니까 1176개라고 나와 있던데 축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 일단 좋은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류정아 : 그렇죠. 일단 자기 주변의 것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걸 뜻하기 때문에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는 있겠는데,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너무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축제수가 증가하면서 축제가 갖고 있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너무 강조되고 지적을 받으면서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박인규 : 급속히 팽창하면서 약간 부작용도 있다. 문화인류학 전공하셨고 그 관점에서 축제를 연구하셨다는데, 사실 저도 축제라면 먹고 놀고 마시는 거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는데 인류학적 관점에서 보는 축제란 무엇인지, 도대체 축제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들 말하고 있습니까?

▲ ⓒ프레시안

류정아 :
문화인류학 관점에서 볼 때도 축제는 가장 기본적으로 먹고 마시고 노는 건데, 그걸 분석하는 시각이나 방법론에서 기존에 축제를 연구하시는 분들은 관광학이나 이벤트학, 사회학, 인문학 하시는 분들 다 하실 수 있지만 문화인류학 하는 사람이 축제를 분석할 때는 좀 더 총체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 같아요. 며칠간의 축제의 외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그 축제를 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보러 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또 제일 중요한 건 그 축제가 개최되는 장소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변화돼왔고 그 축제의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인 의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축제적인 현상으로 단기간에 꽃이 피어나듯 피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그런 전체적인 맥락을 총체적인 시각에서 보고, 그건 문화인류학의 기본적인 연구방법이기도 하고요, 모든 문화현상을 분석하는. 그러다 보니 여타 다른 학문보다는 좀 더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겠죠.

박인규 : 제가 듣기에 축제라는 것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큰 틀에서 본다.

류정아 : 그렇죠. 축제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또는 사람들의 삶이 축제로 표현되는 것. 문화, 사람들의 삶을 우리가 알기 위해서는 문화를 분석하는데 사실 문화가 내 눈에 띄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축제는 그걸 가시화해 보여주는 거기 때문에 아주 사람들의 문화를 분석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인 거죠. 문화인류학적으로 축제를 분석할 때는 축제 분석을 하긴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축제 자체를 분석하는 게 아니라 축제를 통해서 그 축제에 참여하고 축제를 벌이는 사람들의 분석하는 것이라는 거고, 그런 차원에서 저 같은 경우는 문화를 분석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 또는 방법으로 축제라는 매개체를 주로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거구요.

박인규 : 90년대 중반 이후 축제가 급격히 늘어났다. 현재 연간 비교하면 1100개 이상의 축제가 있다. 이게 외국과 비교하면 많은 겁니까?

류정아 : 숫자상으로는 절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고요, 아직은 적은데 이게 너무 단기간에 급증하다 보니 많다고 얘기하는데, 사실 인구 대비 축제 수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턱없이 작고 연구자들은 공식적으로 집계된 게 천여 개일 뿐이지 실제 지역에 가서 세세히 분석해 보면 일이천 개는 더 나올 수 있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아직 공식적으로 조사된 바가 없기 때문에 제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한 1200개 정도로 집계됐고, 숫자상으로는 절대 많지 않고 제 생각으로는 더 늘어날 거란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일본이나 유럽 같은 데는 어때요?

류정아 : 일본은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게, 거긴 2, 3년마다 집계를 하는데요 한 2만 개에서 2만5천 개,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것과 유사한 형태로 2만에서 2만5천 개 정도 축제가 집계되고 있고. 프랑스는 공식적으로 리스트가 정리돼 있지 않지만 전체 축제가 한 10만 개 정도 개최된다고 추정하고 그 중에서 한 2만 개 정도가 가보기에 좋은 축제로 정리돼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아직은 좀 부작용이 있지만 그래도 축제가 더 많이 늘어나야 된다.

류정아 : 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박인규 : 축제를 연구하시는 분이니까... 사실 1100개, 이렇게 되는 거 다 보기 힘들 텐데, 우리나라 축제 많이 다녀보셨습니까?

류정아 : 다닌다고 애를 쓰는데 제가 다른 해야 되는 일들도 너무 많고 연구작업도 하다 보니 몇 십 개는 되는데 세어보질 않아서, 한 3, 40 개 된다고 할까요

박인규 : 그동안 다녀보신 축제, 급속하게 빨리 생겨나다 보니 좋은 측면도 있지만 약간 부정적 측면도 있다고 하셨는데, 우리나라 축제의 전반적인 공통적 특징이랄까, 그런 게 좀 보입니까?
신생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있는 건가요?

류정아 : 생긴 지 얼마 안 됐고 역사가 짧다 보니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을 텐데, 일단은 처음 의도들은 다 좋습니다. 축제로 지역을 활성화시켜서 지역 주민들의 삶을 좀 더 화기애애하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지만, 이것이 점점 진행되면서 규모가 커지고 지역 간 축제를 통해서 경쟁하기 시작하면서 축제를 평가하는 기준이 그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즐거움이나 만족도라든가,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의식이라기보다는 그 축제를 관람하러 온 관람객 수가 몇 명이냐, 사실 그건 정확히 통계를 내기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식으로 비교한다거나, 그 축제가 지역 내에 미친 경제적 파급효과가 얼마냐 그런 걸 산출하는 기본식들은 있는데, 그런 외형적인 효과, 가시적인 효과, 축제의 거대한 규모를 가지고 축제가 성공했느냐 성공하지 않았느냐를 평가하는 게, 물론 그것도 중요하기도 합니다만 그것만 평가해서는 축제의 본질적인 의미나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없다고 보는 거죠.

박인규 : 기본적으로 그 지역 주민들이 즐기기 위한 건데 그것보다는 대외홍보, 외형적, 경제적 효과에만 치중하고 있다.

류정아 : 네. 대외홍보나 경제적 효과가 중요한 것만은 분명하지만 모든 축제가 그렇게 평가돼서는 안 된다고 저는 보고 있고요.

박인규 : 그런 와중에도 모범적이랄까, 괜찮은 축제도 있을 거 아닙니까...

류정아 : 그럼요. 특히 문화관광부에서, 예산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1년에 한 35억 정도 예산을 투여해서 문화관광부 지정 문화관광축제로 지정한 지가 한 10여 년 됐습니다.

박인규 : 문화관광부에서 모범적인 축제를 골라 지정하는 거군요.

류정아 : 네. 초기에는 관광효과에 중점을 둬서 지원하다가, 최근에는 워낙 다양한 축제들이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까 굳이 관광에만 한정되지 않고 잘 하고 있는 축제들에 맞춰져서 50여 개 축제를 매년 선정해요. 그래서 그 중 한 30개 정도를 재정지원하고 부분적으로 행정지원이라든가 여러 가지 컨설팅까지도 지원하면서 한 50여 개 축제가 잘 되는 축제로 선정돼서 그 축제들이, 저도 다 보지는 않았지만 꽤 관심을 가지고 가볼 만한 축제들이 꽤 있습니다.

박인규 : 류정아 박사께서 직접 본 축제 중에서 이건 정말 축제답다, 괜찮다 그런 거 한두 개만 소개해 주시죠.

▲ ⓒ프레시안

류정아 :
제가 최근에 원주 한지문화제를 갔다왔는데, 한지가 원주의 특산품이고, 그것이 사라져가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우리나라의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는 종이를 축제화해서 만든 것이고 전적으로 지역의 문화엘리트들을 중심으로 축제가 조직돼서 이 축제의 재정자립도가 70%가 넘는 축제는 우리나라에 거의 없거든요. 7, 80%를 자체 힘으로 한다는 건 축제를 조직하는 사람들과 그 주변의 대단한 협조가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그래서 이 축제가 굉장히 인상깊었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한지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특성과 가치를 제가 한 몇 시간 아주 편안하게 느끼고 올 수 있어서, 축제 하면 단순히 시끄럽게 떠들고 음악이 틀어지고 그른 편견 없이도

박인규 : 말하자면 가서 한지를 어떻게 만든다든가, 한지의 우수성을 음미할 수 있는 거군요.

류정아 : 그렇죠. 한지의 상품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구나를 조용히 음미하면서 푹 젖었다가 올 수 있었던 거라 저한테는 상당히 감명깊었던 축제였습니다. 그리고 울주 외고산옹기축제는 규모는 굉장히 작고. 옹기... 항아리. 외고산옹기축제는 규모는 전체 예산이 다른 일반 문화관광축제 예산에 비해서 작지만 울산이 갖고 있는 옹기 만드는 지역으로서 상당히 역사가 깊거든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게 안타깝긴 하지만, 이건 2009년도 옹기세계엑스포, 확장시켜서 큰 행사를 만들려고도 하고 있고, 울주에 가면 현재 옹기마을이 있어요. 옹기마을에서 실제 주민들이 만들어낸 옹기, 옹기가마, 그리고 옹기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들, 예술작품 이런 것들을 볼 수 있어서 그야말로 우리의 소박한 전통적인 옹기문화를 접해볼 수 있는 기회로도 상당히 좋았었던 것 같고요. 굉장히 많습니다. 두 개만 하도록 하죠.

박인규 : 그 두 개가 사실 저는 처음 들어보는 건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조그맣게라도 내실있게 하는 축제가 있군요.

류정아 : 그럼요. 굉장히 많고. 사실 별로 가보지도 않으신 분들이 우리나라 축제 똑같지, 가보지도 않고, 그런데 실제 가서 천천히 음미해 보시면 축제마다 특성이 다 있고, 우리나라에 이렇게 다양한 축제들이 있었구나를 실감해보실 수 있을 텐데, 몇 개 가보고선, 휙 보고 제대로 보지도 않고.

박인규 : 일부에서는 유네스코에서 인정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강릉단오제, 또 부처님 오신 날 조계종에서 하는 연등행사... 상당히 우수한 축제라고 평가하던데 어떻게 보세요?

류정아 : 강릉 단오제는 본래부터 지금은 성격이 좀 바뀌긴 했지만 일단 역사가 대단히 깊고 강릉 시민들의 전적인 참여를 통해 진행돼왔던 축제로, 이미 다 알려져 있는 축제고. 강릉시뿐만 아니라 강원도에서 단오제를 지역적인 행사, 축제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단오제라는 세시풍속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일종의 문화자원이자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고자 노력을 장기가 벌이면서 2005년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강릉 단오제가 갖고 있는 국내적 국제적 가치를 널리 드높인 것으로서 우리가 관심을 갖기 충분하다고 보고요. 연등제 같은 경우는 제가 한 번 가서 봤는데 강릉 단오제나 연등제도 문화관광부 지정 문화관광축제는 아니에요. 다른 차원에서 진행되는 건데, 연등제를 조직하시는 분들은 종교축제라고 생각하시고 관광축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가서 본 결과 관광효과도 굉장히 컸어요. 관광효과라는 게 단순히 처음부터 목적을 가져서 효과를 내는 게 아니라 그 축제가 갖고 있는 고유한 종교적인 특성이든 민속적인 특성을 충분히 그 축제에 표현하면 관광효과는 충분히 부수적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고, 그런 걸 대변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 축제라고 볼 수 있겠죠.

박인규 : 자신의 개성을 살림으로써 여러 가지 부수효과도 얻을 수 있다.

류정아 : 그렇죠. 그 중에서도 관광효과가 대단히 크게 나타나는 것...

박인규 : 우리 축제라는 게 그동안 먹고 살기 힘들어서, 최근 한 십 몇 년 사이에 늘어나고 있는데 열린 지 한 10년 밖에 안 됐기 때문에 전통이나 연례를 찾기는 힘들고

류정아 : 아니죠. 우리나라 지역축제의 현대 역사가 10여 년 밖에 안 됐다는 거지 사실 기원을 찾아 들어가면 고대사에도 충분히 있었던 거죠.

박인규 : 우리도 우수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를 갖고 싶다면서 영국의 에딘버러축제, 프랑스의 아비뇽축제처럼 될 수 없는가,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그런 유명하다는 축제의 특징이랄까, 왜 그 축제를 좋다고 얘기하는 것인지...

류정아 : 그런 에딘버러 축제나 아비뇽페스티벌로 충분히 될 수 있죠. 그렇지만 1, 2년 새는 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에딘버러축제나 아비뇽축제가 시작한 시기가 195년인가, 20세기 중반이에요. 전쟁이 끝나고. 에딘버러... 스코틀랜드나 아비뇽 프로방스 남부 지역은 전쟁 후에 상당히 지역에 활기도 없었고 별로 살아가는데 특별한 의미나 가치를 찾지 못하는 아주 애매한 시기였는데, 그때 아비뇽 연극페스티벌 같은 경우는 파리에 집중돼 있는 고급예술을 지방으로 분산시키자는 문화예술 엘리트들을 중심으로 해서 문화의 지방분권화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고. 그러면서 그게 7,80년 벌서 50년부터 한 70년, 60년 정도 역사가 지났죠.

그리고 에딘버러페스티벌도 영국의 모든... 거기도 약간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지역차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에 밀리고 에딘버러에 산업체라든지 이런 게 없어서 런던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에딘버러 사람들이 과거 스코틀랜드 왕국의 중심지였는데 과거와 같은 영화나 명예를 누릴 수 없어서 의기소침해 있는 상황에서, 에딘버러에서 뭔가 우리도 재밌고 신나는 일로 해보자는 차원에서 완전히 기획된 축제에요. 지금 우리가 막 기획하듯이 완전히 기획된 축제였고. 그러다가 점차 점차 프린지라고 하는, 자기가 원하는 사람이 언제든지 어느 곳에서든 자기가 펼쳐보이고 싶은 걸 펼쳐보이게 하는 기회를 자율적으로 주면서, 그러면서 아주 빠른 시기라고 해봐야 5, 60년이니까, 그동안 그게 외형을 확장해가고. 또 축제가 에딘버러 페스티벌이 9, 10월에만 하는 게 아니리 에딘버러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행사가 1년 내내 다양하게 개최되면서 시너지효과를 서로 내는 거죠.

박인규 : 저는 사실 에딘버러축제 아비뇽축제가 수백 년 된 건 줄 알았더니, 60년 70년... 길다면 길지만 짧은 거네요 사실

류정아 : 그렇죠. 다른 축제들이 한 몇 백 년 된 축제들이 대부분인데 그 축제는 사실 굉장히 역사가 짧은 거지만 우리나라 축제와 비교해 보면 아직은 대단히 역사가 길죠.

박인규 : 기획에 의한 축제라고 하셨는데, 그런 걸 보면 우리도 지금부터 노력하면 충분히 그런 걸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그동안 쭉 다니시면서 각 지역 축제를 지역주민들도 즐기고 대외적으로도 이름을 알릴 수 있고, 그런 내실있고 의미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 각 지역에서 축제를 기획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주문사항이랄까 조언하실 만한 게 있을까요?

▲ ⓒ프레시안

류정아 :
사실 제가 말씀 안 드려도 이미 다 알고 계시는 건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못 되는 경우가 많고요. 가장 중요한 건 지역에 있는 문화자원과 그 지역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 뭔가 하는 것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될 거고. 그걸 잘 아는 분은 그 지역에 계시는 분들이 제일 잘 알 수밖에 없는데, 현재 우리나라 상황이 그런 걸 잘 알 만한 사람이 지역에 남아있는 경우가 잘 없어서, 다 밖으로 떠나죠. 그래서 그 지역에 그런 걸 알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경우 그런 사람을 최대한 활용해서, 축제 전문가로 활용하든가 그런 사람이 없으면 지역의 축제 전문가를 양성하는 지원체계를 만들든가. 축제를 만드는 건 사람이기 때문에 지역에 있는 인재를 양성해서 그런 사람들을 축제 기획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그렇지만 좀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굉장히 중요하고. 두 번째로 축제가 규모가 큰 게 있고 작은 게 있고 경제 수익을 위한 목적의 축제도 있고 지역민들이 재밌게 지내기 위한 것도 있기 때문에 각각의 축제가 갖고 있는 고유한 성격들을 다 살리는 방향에서 지원이 이뤄진다거나, 축제 발전방안이 이뤄진다거나. 지역대표, 국가대표축제는 그런대로 가고. 또 지역민들만이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축제들은 또 그런대로 갈 수 있게 축제정책의 다각화, 다양함을 강조하는 정책과 지원이 이뤄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무엇보다도 축제가 열리는 지역의 특성, 개성을 살리는 게 중요하겠군요.
사실 저도 류정아 박사 나온 대학에서 탈춤반을 했어요.

류정아 : 아, 그러셨어요... 그 당시 그런 분위기가 좀 있었죠.

박인규 : 독재시절이긴 했지만 저희들이 탈춤을 추고 한 건, 이것이 곧 축제다... 자부심도 있었는데 축제를 연구할 생각은 안 했습니다. 축제를 하면 되는 거지, 그랬는데 류 박사께서는 프랑스까지 가셔서 축제를 공부하셨어요. 축제라는 걸 나의 학문적 주제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류정아 : 사실 뭐 거대한 건 아니었고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돼서 결국 축제까지 간 거였는데요. 그 당시 80년대 초반에 말씀하셨다시피 축제, 놀고 먹는 걸 연구대상으로 석사 논문의 주제로 쓰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도 교수님한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비슷한 걸 하고 싶었는데 현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헤매고 있다가 아프리카 마스크전이라는 전시를, 호암미술관에, 정확히 기억은 못하는데 그걸 보러 우연히 갔다가 마스크를 보고서는 그 마스크가 갖는 의미가, 우리가 얼굴을 가릴 때 마스크를 쓰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평상시 드러내지 못하는 걸 드러내고 싶을 때 마스크를 쓰는 게 아닐까. 마스크는 항상 쓰는 게 아니잖아요. 특정한 상황에 쓰는데, 그때 평상시 억눌렀던 어떤 식의 느낌이나 감정들을 드러내기 위해서, 그렇지만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는 없고요.

사회 규범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마스크라는 상징적인 물건을 통해 드러낸다는 것에 착안해서 축제라는 게 그런 게 아닐까. 1년 내내 하는 건 절대 축제가 아니잖아요? 주어진 시공간에서만 단기간에 하는 거고, 그때 드러나는 게 평상시 축제가 아닌 시기에 드러나는 것보다 더 진실이 아닐까, 뭔가 그런 걸 하고 싶은데 그 상황에서는 우리나라 분위기라든가 이런 것들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누구한테 지도를 받아야 될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었고. 석사논문을 '하회탈의 의미변화 연구'라는 석사논문을 겨우 마치고, 그리고 외국으로 떠났죠. 이미 프랑스 같은 데는 축제 연구가 정리가 한 번 되어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제가 편하게 공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된 거였습니다.

박인규 : 제 기억으론, 우리나라 전체 규모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축제라는 게, 국풍 81이라고 해서 5공 군부세력이 잡은 다음에, 말하자면 관 주도였죠. 요즘은 민주화가 돼서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게 문제가 있냐 없냐라는 걸 따질 필요가 없겠습니다만, 어떻게 보면 축제라는 게 관 주도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해야 되는데 그런 관의 역할과 지역 주민의 역할과, 그런 부분들이 어떻게 정리돼야 할까요?

류정아 : 일단 우리나라 축제는 기본적으로 관이 주도하는 게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물론 추진위원회나 그런 위원회들이, 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축제가 개최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행정기관의 직속기관이기 때문에 관이 주도하는 건데, 그렇다고 해서 민이 주도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할 순 없는 일이지만 점차 주민들 스스로 조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바뀌어야 되는데 아직은 우리나라가 자신있게 일반 시민들한테 축제를 기획할 수 있는 권한을 편하게 넘겨주기에는, 지역 주민들이 그걸 자신있게 할 수 있을 만한 역량이 안 갖춰진 곳이 너무 많아요. 그건 사실이고, 그렇다고 해서 관이 영원토록 축제를 붙들고 직접 하는 건 말이 안 되고. 일단 한편으로는 축제 기획을 관이 현재로는 하지만 동시에 그 지역 주민이나 민이 다음 몇 년 뒤라도 축제를 맡아서 할 수 있게, 그런 역량을 길러주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야만 하는데 현재로는 그게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 않고

박인규 : 지속적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시키는 게 중요하다

류정아 : 그렇죠. 확대시키고 그런 축제를 기획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거죠 관에서.

박인규 : 지금은 축제라는 게 기본적으로 지자체가 주관이 돼서 하고 있고

류정아 : 다는 아니고 상당한 경우가

박인규 : 특히 문화관광부, 중앙정부에서도 일정하게 지원해주고 있는데 중앙정부의 지원이 지역축제를 발전시키는데... 실제로 참여하고 계시니까 어떻게 평가하세요?

류정아 : 중앙정부 지원을 문화관광부만 하는 건 아닙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데가 문화관광부고 문화관광부에서 한 10여 년 문화관광축제 지원정책을 폈고 그것이 우리나라 전체 지역축제 발전에 대단히 큰 기여를 한 건 분명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문화관광부에서 지원하는 지원액수가 사실 그렇게 많지 않아요. 우리나라 문화관광부에서 지원한다고 하는 브랜드가치가 사실 지역에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아직은 문화관광부의 지원축제가 되고자 바라는 축제가 굉장히 많고. 문화관광부 지원이 한 10여 년 되다 보니 상당히 나름대로 이런 지원정책이 있음으로 해서 지역축제가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초반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문화관광축제라고 하는 관광축제에 너무 방점이 놓여지는 것에 대해서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연구자들이, 실제는 아닌데 너무 지나치게 관광 의미가 부각되는 건 아닐까. 그건 모든 축제의 효과지 어떤 축제나 관광축제는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문화관광부에서도 좀 더 점차적으로 우리나라 전체 지역축제 발전의 스펙트럼이나 방향성을 좀 더 다각화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지적들을 많이 하고 계십니다.

박인규 : 마지막으로 축제를 전공하신 분이기 때문에, 축제가 지금도 많지만 더 많아져야 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더 많아지고 더 의미있는 축제가 되기 위해서 일반 시민들은 어떤 마음가짐이랄지, 그런 마무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류정아 : 축제가 많아진다는 것이 단순히 자치단체에서 많은 축제를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고요. 축제가 많아진다는 건 쉽게 얘기해서 내가 현관문을 나가면 언제든 축제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한다는 거고. 그렇다는 것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주변의 삶에 대해서 대단히 많은 관심을 갖고 살게 된다는 걸 뜻하기 때문에, 축제가 많아진다는 건 단순한 이벤트 개수가 증가한다는 게 아니라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과 주변 지역민에 대한 상호간 관심이 증대되면 축제라는 건 그런 관심을 서로 터놓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기 때문에, 그건 자연스럽게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축제가 많아지고 대신 축제의 규모가 조금 작아져서 축제장을 별도로 준비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마을, 동네 어귀에서,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축제를 하고, 그런 축제가 증가될 거라고, 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박인규 : 지난 10여 년간은 지역축제가 양적으로 팽창하는 시기였다면 앞으로 10여 년간은 팽창도 하겠습니다만 내적으로 의미를 찾는 시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류정아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류정아 박사와 함께 지역 축제가 갖는 문화인류학적 의미와
지역축제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