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문재인의 운명은 '문재인의 생각'에 달려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문재인의 운명은 '문재인의 생각'에 달려 있다

[김민웅 칼럼]<101> 이제 다부지게 나갈 때다

박근혜가 집권할 세상을 보여준 "박근혜 특별방송"

단독 토론으로 포장된 박근혜 특별 방송으로 나간 토크쇼는 박근혜의 이미지를 높이는 작업에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다. 최고의 조건이 제공되었음에도 그녀는 명료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내는 능력이 없음을 드러냈다. 엄격한 시간제한이라는 긴장이 없는 상태에서도 그러니, 본격적인 토론에서는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더 많은 바닥을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인 데다, 사회자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가로막거나 답을 듣지 않고 넘어가고 부족하다 싶은 박근혜 발언은 보완해주는 등의 친절(?)을 베풀어주는 방송은 모두에게 처음 경험하는 일일 것이다. 대선토론 방송이 이토록 참담한 지경에 이르는 것을 보면, 박근혜가 집권하는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지 누구라도 예견할 수 있게 되었다.

어물쩍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선의 공식 출발점이 된 11월 27일은 이제 전선이 명확해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단일화 과정에서 적지 않게 기운을 뺀 야권으로서는 매우 신속하게 전열을 정비하고, 화력을 충분히 갖춰 포문을 열어야 할 때다. 어물쩍 하다가는 시간도 다 지나고, 공세국면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 채 자칫 밀리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아니, 이미 그런 조짐도 보인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후보는 이제 자신이 "야전 사령관"이라는 점을 절실하게 깨우쳐야 할 것이다. 어떤 조건에 놓이더라도 다부진 돌파력을 과시하면서 국면 국면마다의 주도권을 위력적으로 발휘해야 하는 책임이 그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것은 안철수와의 관계 정립과 단일화의 해법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필요했던 조심스러움과는 판이한 역량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아도 남재희 선생이 자신의 칼럼에서, 문재인 후보의 면모에 일침을 놓았다. 지금까지 보아오면서 느꼈지만 시의 적절하게 내놓는 남재희 선생의 제안들은 현실에 대한 균형있는 분석과 내공이 담긴 경륜이라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넘길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만한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이는 드물다.

27일 창원에서 유세를 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 ⓒ뉴시스
"야전 사령관 문재인"을 보고 싶다

현실을 풀어나갈 때에는 하나하나 신중하게 짚어나가는 보수적 접근을 하는 것 같지만, 지향은 기본적으로 혁신적인 그가 문재인 후보에게 대담무쌍함을 요구할 때에는 지금의 국면이 매우 답답하다는 심정의 표현이다. 중간지대를 잡기 위한 신중성을 조언하고 있지 않다. 속 시원하게 굵은 선을 그으라는 것이다. 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안철수의 후보 사퇴와, 그 이후의 정치적 파장을 끌어안고 지지 세력을 규합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한 문재인으로서는, 여러 가지 사안들을 한꺼번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구조적으로 그가 대담무쌍하게 치고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당의 형편을 보거나 안철수와의 관계로 보거나 내부적으로 별로 아닌 상태다.

파죽지세의 기세로 나가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최전선의 장수는 그 자신이다.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으며,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과 의지가 중심이 되지 않으면 야권의 집단적 돌파력은 역동성을 갖기 어렵게 된다. 남재희 선생은 "선동성"에 주목했는데, 일견 옳으면서 그 "선동성"은 내거는 주제만이 아니라 내면의 자세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여기서 선동성은 정치에 활력을 불어넣는 능력을 말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영국에서 머물다가 정치권에서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대선에 나섰을 때, 세상은 온통 시끄러웠다. 그때 그가 한 말이 있다. "일단 마음을 먹었으면, 대나무 숲을 순식간에 치고 자르고 나가는 기세로 나서야 한다." 파죽지세(破竹之勢)를 이르는 말이었다. 그는 죽을 각오를 하고 세상의 비난과 욕설에 맞서서 세력을 모아나갔다.

문재인에게 이런 기세가 필요한 때다. 안철수 사퇴 이후 트위터에서 최고의 명언으로 등장한 말은 "문재인의 운명은 안철수의 생각에 달려 있다"였다. 일견 옳은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말을 받아들이는 것은 문재인을 계속해서 수세적으로 만들 뿐이다. 향후의 정국을 풀어나가기 위해서 안철수가 중요하지만, 지금 더 중요한 것은 문재인 자신이다.

문재인의 운명은...

따라서 "문재인의 운명은 문재인의 생각에 달려 있다. 그리고 안철수의 운명은 문재인의 생각에 달려 있다."이다. 안철수의 사퇴방식에 담긴 의미를 평론가들이 여러모로 해석하고, 기대하기로는 문재인의 힘이 달리는 지점에서 안철수의 등판이 상황을 절정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문재인은 이러한 예상에 기대어 움직이면 절대로 안 된다.

단일화 이후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문재인이다. 지지를 유보한 안철수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는 것 못지않게, 그 자신의 정치적 매력으로 박근혜 지지 세력까지 이탈시킬 수 있는 힘을 과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을 믿고 함께 가면, 안철수 지지세력들의 허탈과 상처, 섭섭했던 것도 일거에 해결되고, 박근혜를 좇던 사람들도 아, 이거 문재인 아니면 세상 바로 잡히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꽉 들도록 분명하게 치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몇 가지 짚어보자.

진전을 이룬 것은 국민의 힘

박정희의 시대와 유신체제가 가한 폭력에 대해 박근혜가 사과의 변을 하자, 그만하면 진전이라고 했다. 아니다. 이건 문재인이 할 말이 아니다. "박근혜를 사과하도록 만든 국민의 힘이 진전"이라고 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 힘을 믿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당차게 말해야 한다. 그래야 역사의 후퇴를 막는 정권교체의 의미와 주체가 확실해진다.

전쟁의 공포 vs. 평화의 희망

NLL 북방한계선 문제도 분명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다시 들고 나올 것이다. 그러면 뭐라고 해야 하는가?

"NLL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젊은이들이 분단의 질곡으로 말미암아 더는 희생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의 부모와 형제, 그리고 벗들이 통곡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기성세대는 미래의 세대가 평화로운 통일조국에서 살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단호한 안보태세를 갖추는 것은 마땅한 국가원수의 기본책임입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전쟁의 가능성을 막고 평화의 미래를 만들어나갈 때 우리는 진정 번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해야 한다.

민생은 평화의 기초를 만들어나가면서 풀린다. 한반도의 대결상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지속적으로 불안할 뿐이다. 국민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북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응전은 당연한 일이나, 그런 방식만 열려 있다면 우리는 전쟁의 위기에 언제든 직면할 수 있다고 말해야 한다. 전쟁의 공포가 아니라, 평화의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이 문재인을 선택하는 이유라고 강조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주역은 어디까지나 문재인이다

안철수 지지 세력에게도 자신감 넘치게 말해야 한다. 단일화의 과정에서 생겨난 모든 정치적 감정과 불협화음, 문재인이 책임진다고 해야 한다. 안철수가 그렇게 말했는데, 문재인이 이 말을 그대로 수용하듯 가만히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혹시 마음이 상하고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대선 승리를 통해 이 모든 것을 다 보답해드리겠다고 힘차게 발언해야 한다. 안철수를 지지한 까닭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 책무를 다할 테니 다른 곳에 마음 가지 말고 자신에게 확실한 지지를 보여 달라고 해야 한다. 미안하고 고맙고 하는 마음을 넘어, 정권교체의 절박성을 토로해야 한다. 그래야 안철수가 꿈꾸었던 가치가 실현되는 세상이 온다고 줄기차게 강조해야 하는 것이다.

이 대선 정국은 문재인이 주도하는 것이다. 안철수와 함께 한다 해도 주역은 어디까지나 문재인 자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단일화 토론 방송에서 문재인은 문제를 풀어나가는 조정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당선된 다음에 할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세를 몰아 정치의 뜨거움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폭탄을 던져야 하고, 전선을 확실하게 만들어 공격 목표를 선명하게 좁혀 집중적인 타격력을 과시할 수 있어야 한다. 도처에서 난타전을 벌이고, 공격의 재료를 제공하면서 매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화제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는 일에 성공할 때, 문재인과 우리의 민주주의는 승리할 수 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집권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매서운 각오가 절감될 때, 우리는 폭풍이 몰아쳐오는 전야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다부지게 나가라. 우리 모두 함성으로 답하리라.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