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의 각 지역 경선을 '싹쓸이'하다시피 기세를 올려가는 정동영 후보가 궁지에 내몰렸다.
손학규, 이해찬 후보 측이 연일 부정 동원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후보 사퇴까지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의 명의를 도용해 선거인단에 대리접수한 사건의 배후가 정 후보 지지자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손학규-이해찬 '협공'…지도부도 "레드카드 뺄 수도"
손학규, 이해찬 캠프는 거세게 몰아붙였다. 차량동원 의혹을 제기했던 손학규 캠프의 정봉주, 김영주 의원 등은 1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산 금정구 동원선거 계획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정 후보 측이 작성한 것으로 의심하는 '구별 차량지원 상황' 등 복사자료를 제시하며 "차량을 이용한 조직동원, 차량 편의를 제공한 불법 부정선거임이 입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30일 새벽에 일어난 '차량동원 계획 회합' 의혹 사건에 이어, 오후에도 부산 금정구에서 부정선거 현장이 적발됐다면서 "현장에서 우리가 적발했을 때 간이 냉장고를 여니 자료들이 뭉텅이로 쏟아져 나왔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우리가 정동영 후보 측에 불법적인 조직동원선거를 그만두라고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당 지도부에 엄정한 진상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의 조사능력에 한계가 있다면 수사를 의뢰해서라도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대변인은 또한 노 대통령 명의도용 사건과 관련해 "그 혐의가 특정 후보 측에 있다면 차원이 다른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며 "관련된 후보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전병헌 의원은 "국민경선이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지도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후보 측 신기남 선대위원장은 이날 지도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대리접수, 박스떼기 접수로 시작된 불법 경선은 노 대통령의 명의마저 도용하고, 차떼기 대규모 동원선거를 위한 사전모임이 선관위에 적발되더니 급기야 정 후보측은 불법 콜센터를 이용해 휴대폰 선거인단 대리접수마저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 위원장은 "지금까지 자행돼 온 불법과 부정선거를 당 지도부가 엄정히 시정하지 않으면 경선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노 대통령 명의도용 선거인단 대리접수 사건의 신속한 결과 발표에 당이 나서줄 것 △부정선거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 및 연루 후보의 자격 박탈 요구 등을 지도부에 촉구했다.
당 지도부도 곤혹스러워졌다. 오충일 대표는 "법률지원팀을 중심으로 면밀히 검토하고 어떤 경우에도 부정선거와 룰에서 벗어난 선거에 대해선 당의 명예를 걸고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경기장에서도 약물 먹고 뛴 사람은 안되고 반칙하면 레드카드를 받는 것처럼 대선에서도 더 큰 민주주의의 질서를 어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鄭 "아직 사실관계 확인 못했다"며 대응 회피
이에 대해 정동영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각종 부정 의혹에 대해 "아직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대응을 회피했다. 정 후보는 "어제 밤늦게까지 부산 경선을 치른 뒤 수고한 지지자들과 함께 부산에 있었고 아침 새벽 자갈치 시장을 방문했다"며 "경위를 파악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정 후보는 손학규, 이해찬 후보가 후보 사퇴를 촉구한데 대해서도 "다른 후보 쪽에서도 일단 사실관계를 확인한 이후에 말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다만 기자회견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현미 대변인은 "각 후보 진영에서 거의 매일 사퇴하라고 하는 것 같은데 경선이 반환점을 돌은 이 지점에서 '손학규-이해찬' 두 후보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고 싶다"고 역공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명의도용을 사주한 여성이 정 후보의 열렬 지지자라는 것이 전해지자 정 후보 캠프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정 캠프 측은 경찰 측에 정확힌 정황을 파악하는 한편 긴급 대책회의를 꾸렸다. 한 관계자는 "정말 '호사다마'라더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캠프의 분위기를 전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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