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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장이론의 붕괴가 시작되다

[김운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서']<20>

제 5 장. 자본주의 시장이론의 붕괴가 시작되다

□ 테일러는 무엇을 위해 천하를 철환하였는가?


현대는 경영의 시대입니다. 그래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경영학은 범위가 너무 넓어져서 도대체 그 학문적 기초가 무엇인지가 궁금할 지경입니다.

경영학은 미시경제학(微視經濟學 : micro Economics)의 공급이론(생산이론)을 기반으로 하여 파생된 학문입니다. 그 시작은 테일러(Frederick Winslow Taylor, 1856~1915)의 '과학적 관리법'입니다. 물론 이후에는 놀라운 자생력과 유연성을 발휘하여 여러 영역의 학문적 성과를 도입하여 경제발전과 산업의 개발, 나아가서는 국민경제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테일러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유명한 '시간과 동작에 대한 연구(time-and-motion studies)'를 발표합니다. 이것은 오늘날 토탈 질 관리(Total quality control)와 유사하다고 보면 됩니다.

▲ 경영학의 아버지 테일러
테일러에 대해 지적되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너무 인간을 기계적으로 인식했다>는 점입니다만 이것은 오늘날의 시각에서 그리 본 것일 뿐입니다. 테일러를 좀 더 적극적으로 분석하지 못한 소치입니다. 테일러 이전에는 사실상 기업경영이 '주먹구구식'이었습니다. 주먹구구식 경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실은 노동자입니다. 테일러는 단지 좀 더 체계적으로 기업경영을 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좋은 기업을 만들고, 나아가 좋은 사회를 만들기를 희망한 것입니다.

그는 단순히 경영자를 위한 이론을 개발하려고 했던 것이 아닙니다. 그 자신이 기계공이기도 했으며 최고 엔지니어(chief engineer)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신체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시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들 합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여 학위를 땄습니다. 그의 저작물들을 면밀히 읽어보면 그는 경영자들의 이해만큼이나 노동자들의 이해를 중시한 사람입니다. 그의 생각은 오늘날 구조조정(構造調整, Restructuring)이나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최고의 작업방식을 찾고 그것을 전체 작업으로 확대하라."는 그의 사상은 오늘날 우리가 보는 벤치마킹(Benchmarking)입니다. "가치를 더 이상 생산하지 못하는 것을 과감히 제거하라."는 것은 오늘날 바로 워크아웃(Work out)이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의 생산성의 여부에 따라서 임금을 결정하라."는 것은 결국은 현대의 인센티브(Incentive) 제도입니다. 이것은 성실한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제시한 것입니다.

물론 그의 경영철학의 근간은 생산성(productivity)의 향상입니다. 그는 생산성의 향상을 통한 대량생산 기법의 단초를 제공함으로써 자본주의가 진정으로 자본주의가 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들으시니 어떤가요? 별로 새롭지 않죠? 그러나 그 시대에서는 너무나 획기적인 경영방식이었습니다. 그는 자본주의의 하드웨어를 이론적으로 구성해준 경영학의 대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은 오늘날 식스 시그마(Six Sigma)로 부활되고 재생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식스시그마가 현대의 과학적 관리법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이고 이 과학적 관리라는 아이디어의 시작이 테일러였다는 말입니다.

현대 경영학의 대부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테일러야말로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의 창시자라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은 여러분들이 고급 경영학원론 시간에 모두 들은 내용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 테일러를 이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실제로 테일러는 사회사상가라고 해야 합니다.

이 시대는 세계적으로 사회주의 사상이 확산되는 시기입니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고 피로에 지친 몸에 술, 담배, 도박으로 탕진하고 다시 힘들게 출근을 반복하는 그런 종류의 시대였고, 이에 경영자들은 주먹구구식으로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사업을 하던 시대였습니다.

테일러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의 안정과 인간과 사회에 대한 사랑에 있었습니다. 더 '성실한 사람'이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고 그들의 모범을 전체 회사로 확대하여 노동자들이 보다 쉽게 일하고 생산성을 더 높여 더 많이 보상을 받아서 삶의 질을 높여야한다는 것이 바로 테일러의 생각이었습니다.

나아가 전사회적으로 이 같은 과학적 관리법을 확산시켜 국가적으로 보다 안정된 선진화로 나아가려는 새로운 시도라는 것입니다. 즉 날로 확산되어가는 사회주의적 혁명 또는 사회전복의 위험한 요소들을 자본주의의 체질을 개선함으로써 해결하여 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테일러는 이 같은 자신의 '과학적 관리법'을 전국적으로 다니면서 홍보하고 강연했습니다. 물론 무료로 강연을 다닌 것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그를 단순히 성공적인 경영이론가로만 볼 수 없는 것입니다.

테일러는 단지 경영컨설턴트로 명성을 더 얻기 위해 넓은 대륙을 주유(周遊)‧철환(轍環)한 것이 아닙니다. 테일러가 위대하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단순히 이론만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발로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알려서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려고 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생각이 있고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방안에 가만히 앉아 있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발로 뛰는 부지런함과 적극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테일러는 처음으로 미개척지의 험난한 길을 걸어 갈 수 있는 용기와 모험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테일러를 경영학의 아버지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테일러는 사회근간을 이루는 자본주의 회사들의 체질을 개선하여 사회가 한 발짝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사회진화론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단순히 경영학자가 아니라 극심히 소용돌이치는 자본주의의 안정을 위해 노력한 사회 사상가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를 단순히 경영이론가로 보고 있습니다.

경영학이 주로 발달한 곳은 미국과 독일입니다. 독일에서 발달한 경영학은 주로 경영 경제학이라고 하여 경영을 보다 이론적이고 학문적으로 접근하는데 반하여, 미국의 경영학은 실용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여 보다 실천과학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독일경영학은 17세기 이래 오랫동안 상업학으로 연구되어왔습니다.(1) 그 후 1920년 경에 경영경제학으로 독립된 학문영역(경영경제학)으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반하여 미국의 경영학은 1911년 테일러(Taylor)가 <과학적 관리의 원리(Principle of Scientific Management)>를 출판한 이래 경영관리론으로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1) 희소성이라니요?

상품(goods, product, commodity)은 기본적으로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이나 기쁨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다 상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무한대로 제공될 수 있는 것은 상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사막지대에서 모래가 상품이 될 수는 없고 해변 가에서 바닷물이 상품이 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모래는 사막을 벗어나면 상품이 되고 바닷물도 대도시 지역에서는 상품이 될 수 있습니다.

상품이 생기고 경제(economy) 개념이 생기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떤 재화에 대해 사용하려고 하는 사람은 많은데 그 공급(supply)이 잘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만약 다이아몬드(diamond)가 사막의 모래알처럼 많다면 누가 그것을 가지려고 서로 다투겠습니까? 이것을 자원의 희소성(scarcity)이라고 합니다. 이 희소한 상품을 가지기 위해 일정한 수입(돈)을 기반으로 우리는 매일 매일 궁리해서 소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름에 아무리 에어컨(air con)이 잘 팔린다고 해도 그것을 무한대(∞)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생산하려면 많은 부품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무한대로 공급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디지털 상품은 다릅니다. 인터넷을 통하여 또는 컴퓨터를 통하여 사용하는 디지털 상품들은 데이터로 되어있으므로 그것을 추가로 생산하는데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빌 게이츠(Bill Gates)를 세계 최고 부자로 만든 디지털 상품인 윈도(Windows)만 해도 그것을 추가로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거의 제로(0)에 가깝습니다. 그러면 어떤 분들은 "CD로 만들 경우 돈이 들어가지 않나?" 라고 반문하시겠지만, 그 디지털 상품의 가격을 생각해본다면 CD 자체의 가격은 거의 무시해도 좋습니다. 어떤 제품들은 CD에 담겨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 CD 가격이라는 것이 원가로 치면 몇 백 원 수준도 안 되니 무시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 희소성이 무너지죠? 상품이 무한정 공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니 말입니다. 그러면 시장에서는 공급곡선(supply curve)이 사라지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그 동안 배워왔던 수요·공급 곡선 가운데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입니다. 즉 수요 곡선에서 소비자들의 수요량(quantity of demand)은 가격(price)에 반비례하고 공급곡선에서 공급량(quantity of supply)은 가격에 비례하는 식으로 그래프를 보아왔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인 공급곡선이 디지털 상품의 경우 사라진다는 말입니다.

물론 디지털 상품을 사용하려면 PC나 이와 상응하는 전자적 기구(electronic device)가 있어야겠죠. 오세아니아(Oceania)의 원시부족들에게 윈도(Windows)는 의미가 없죠? 그렇다면 PC 사용인구 또는 인터넷 사용인구 등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디지털 상품은 무한으로 공급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요. 그렇지만 과거에는 흔하면 무조건 싼(cheap) 것이 되는데 이제는 무한대로 흔한 제품도 가격이 매우 비쌀 수 있는(expensive) 특이한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어떤가요? 디지털 상품이 범람하게 되면 무엇보다도 우리가 알던 경제 지식으로는 이론적 접근이 어렵죠 ?

윈도 같은 디지털 상품은 공급 조건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수요만 있으면 바로 공급되게 되는 것이지요. 이것은 장기적으로 우리가 알던 근대 경제학적 패러다임으로 접근이 불가능함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근대경제학의 아버지인 아담 스미스(A. Smith, 1723∼1790)가 많이 고민한 것 가운데 하나가 물(water)과 다이아몬드(diamond)였습니다. 즉 물은 하루라도 없으면 안 되지만 상품이 되지를 못하고 다이아몬드는 쓸모없는 돌멩이에 불과하지만 가장 비싼 상품이라는 것이니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 아담스미스
이것을 좀 어려운 말로 하면 물은 쓰임새(사용가치)는 무한(∞)한데 가격(교환가치)은 제로(0)에 가깝고 다이아몬드는 쓰임새(사용가치)는 제로(0)에 가까운데 가격(교환가치)은 무한(∞)에 가깝다는 말입니다(물론 아무리 다이아몬드라 해도 가치가 무한하기야 하겠습니까마는 일단 상대적으로 워낙 많은 가치를 가진 경우를 이렇게 표현해 봅시다). 아담스미스는 결국 이 문제에 해답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후일 경제학자들은 다이아몬드는 워낙 귀하고(scarce) 아름답게 빛나므로 사람들에게 매우 큰 기쁨을 준다는 식으로 이 문제를 덮으려 하였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디지털 상품들을 본다면 어떻게 될까요? 디지털 재화는 고전 경제학자들의 용어를 빌어 표현한다면 사용가치 = ∞(무한대), 교환가치 = ∞(무한대) 라는 의미가 아니라 사용가치 = 0 혹은 ∞(무한대), 교환가치 = 0 혹은 ∞(무한대) 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디지털 상품은 기존의 전통적인 형태의 상품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디지털 재화의 등장과 확산은 기존의 경제·경영 패러다임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도전이자 변혁입니다.

(2) 재벌이 된 노동자

경제·경영학에서는 자본가나 노동자는 자기가 상품의 생산에 기여한 만큼을 자기의 수익으로 챙긴다고 합니다. 즉 자본가는 생산에 자본(K)을 투입했으니 그 자본의 투입만큼의 비용과 수익을 가져가고 노동자는 아무 것도 없이 상품을 생산하기만 했으니 그 일한 대가만큼 자기의 수입으로 가져간다는 것이죠.

이상의 내용을 좀 어려운 경제용어로 표현하자면 실질임금(real wage)이란 결국 노동의 한계생산성(marginal productivity of Labor)과 일치하고 실질 이자율은 자본의 한계 생산성(marginal productivity of Capital)과 일치한다는 말입니다. 말이 너무 어려우니 그저 앞에서 제가 드린 말씀대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어쨌든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분배이론(分配理論 : distribution theory)이라고 합니다.

경제학에서는 흔히 상품을 노동집약적인 상품(Labor intensive goods)과 자본집약적인 상품(Capital intensive goods) 등으로 분류를 합니다. 즉 옷이나 가발 등을 생산하는 경공업(輕工業, Light Industry)은 대체로 사람의 노동을 많이 사용해야만 합니다. 이것을 노동집약적 상품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자동차, 선박 등은 종자돈(자본)이 많이 들어가므로 자본집약적 상품이라고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디지털 상품은 어떻게 될까요? 디지털 상품의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인 프로그램의 생산은 자본집약적이지도 않고 노동집약적이지도 않습니다. 다소 애매한 말이기는 하지만 지식 집약적(knowledge-intensive)이라고나 할까요? 디지털 재화 생산에는 상대적으로는 오히려 훨씬 적은 장비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재화는 인건비 의존도가 매우 높은 반면, 자본생산성은 낮아서 마치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의 높은 노동 분배율이 나타날 수 있지만 노동 생산성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나타나는 형태와는 전혀 다르게 매우 높게 나타납니다. 경우에 따라서 MS의 윈도처럼 노동생산성이 무한대(∞)에 가까운 상품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상품은 디지털 시대 이전에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상품이었습니다.

이상하죠?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당연한 말입니다. 디지털 재화의 생산은 고도의 데이터 처리기술을 갖춘 상대적으로 소수인 전문 지식인 집단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 반하여 총매출액은 매우 크기 때문에 노동생산성과 노동 분배율이 모두 높게 되는 것이지요.

이 또한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만약 북한(DPRK)과 같이 산업기반이 허약하고 부존자원도 제대로 없는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나라라도 소프트웨어(S/W) 전문 인력을 국가적으로 키운다면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가 있겠지요(제가 보기엔, 북한 정부는 쓸데없이 핵개발이나 우상화에 자원낭비를 하지 말고 또 소프트웨어 기술을 특정 암호분야나 해킹에 집중하여 세계적인 말썽을 부려 한국인들을 망신시키지 말고, 소프트웨어 인력을 국가적으로 양성하여 외화벌이를 하는 것이 경제개발의 최상의 방법입니다. 앱 개발도 괜찮지요).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까지 경제학에서는 말하는 자본집약적인 '산업구조 = 선진국'이라는 기존의 등식이 파괴될 수도 있겠지요.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노동(Labor)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노동자 - 자본가라는 이분적인 대립 구도 하에서의 노동을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상품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재벌에 가까운 노동자가 나타날 수도 있지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먼저 디지털 재화를 생산하는 회사들의 고용 인력은 상대적으로 보면 극소수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만드는 상품들은 사실상 표준제품(de-facto-Standard product)인 경우도 많지요. 나아가 디지털 상품은 최종 소비자에 이르는 중간단계가 소멸(dis-intermediation)되는 경우가 많아서 물류 비용을 극소화할 수 있다는 점, 소비자가 전 세계인이 대상이 되어 사실상 무한에 가까운 소비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가령 갤럭시(Galaxy)나 아이패드(i-Pad), 스마트폰(smart phone) 등에 사용되는 응용 프로그램인 앱(App) 즉 어플(Appl : Application)의 경우 그 앱의 개발자가 앱스토어(App store)에 올리기만 하면 그 수익의 70%(애플) 또는 거의 100%(구글)를 개발자가 가져가게 됩니다.(2) 여기에는 공장도 사무실도 노동자도 사장도 없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유통망도 없는 것이지요. 참고로 현재 모바일(mobile) 앱 분야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 불과 4년째인 2011년 전 세계 3억4000만대의 스마트폰이 보급된데 힘입어 앱 시장규모가 150억 달러를 넘어 섰으며 앞으로는 매년 150억 달러 이상 성장이 전망된다고 합니다(<뉴시스>2012.9.20).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는 2014년 세계 앱 시장 규모를 580억 달러(65조원)으로 전망하였고(<한국경제>2012.8.3), KTH(KT Hitel Corporation)는 국내 기업용 앱스토어 시장 규모를 연 450억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연합뉴스>2012.10.14).

따라서 디지털 재화의 등장과 더불어 인터넷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기존의 전통적인 노동-자본의 대립적 이분 구도 하에서 설명해온 기존의 경제학 패러다임으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패러다임적인 시각에서도 중요한 시사(示唆)를 합니다. 즉 디지털 재화를 만들어 내는 지식이라는 것은 노동 - 자본의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동시에 어느 범주에도 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새롭고 고양된 형태의 '신노동가치론(Neo-Labor Value Theory)'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3) 사라진 공급 곡선

기업의 최대목표는 최소 비용(cost)으로 최대의 이윤(profit)을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서는 생산이론(production theory)에서 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수식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내용을 누구든지 알기 쉽게 소개하겠습니다.

기업의 이윤이란 총수익에서 총비용을 뺀 것입니다.

기업의 이윤(Π) = 총수익(TR) - 총비용(TC) ………………ⓐ

그러면 기업이윤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추가수익(MR : 한계수익) = 추가비용(MC : 한계비용)' 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결국 가격(P) = 한계비용(MC)로 귀결됩니다.

MR = MC, P = MC ……………… ⓑ

이 과정은 수학적인 증명과 많은 해설이 필요하므로 생략하겠습니다. 일단 그렇게 받아들이고 다음으로 넘어갑시다(MR은 TR의 미분 값이고 MC는 TC의 미분 값입니다. 고교 때 배운 최대, 최소값을 생각해보시면 금방 이해가 됩니다. 미분값 = 0 에서 극값 즉 최대, 최소가 나오는 것이죠)

이 두 개의 수식은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을 지탱하는 중요한 핵심(hard core)입니다. 그런데 디지털 상품의 경우를 보면 이 이론은 상당한 문제가 있습니다. 디지털 상품들은 이 추가비용(한계비용 : MC - 제품을 하나 더 생산하는데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제로(0)에 수렴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MS 윈도를 하나 더 판다고 해서 가격에 영향을 줄 정도로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설령 비용이 들어간다고 해도 "사실상 표준화된 제품"들이므로 그 소비량이 총비용(TC)에 비하여 현저하게 커서 총비용 자체가 제로(0)에 가까운 상황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은 형태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윤 = 총수익 - 총비용

인데, 수익에 비하여 비용이 현저히 줄어들면

무한대의 총수익(∞) - 일정액의 비용(C) = 이윤

∞ = 이윤

등과 같은 형태가 되어서 사실상 무한대의 이윤이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무한대(∞)에서 특정한 수(C)를 빼도 무한대가 되지요]. 바로 이것이 가난한 대학생 빌 게이츠를 세계 최고의 부자로 만든 것이지요. 즉 빌게이츠를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부자로 만든 것은 바로 디지털 상품이 가진 고유한 특성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이지요.

이것은 여러 면에서 중요한 시사를 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경제·경영 이론에서는 비용이 중요한 변수(變數 : variable)였지만 이제는 하나의 고정된 상수(常數 : constant)가 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통 경제이론에서 가격이 오르면 생산자들이 수익을 늘리기 위해 공급량을 증가시킨다는 공급(생산) 곡선이 사라지게 됩니다.

전통의 경제 이론대로라면 수요곡선과 공급 곡선이 서로 만나는 장소가 시장(market)이고 이들이 서로 만나는 점에서 시장가격(균형가격)이 형성된다고 했는데 이제 그 공급 곡선이 사라져 버렸으니 시장에는 오직 수요곡선만 존재하는 이상한 상태에 돌입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디지털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소비자의 동태를 파악하여 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바로 이 때문에 전통적인 경제·경영학은 제 구실을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도 여러분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처, 그래도 디지털 재화가 얼마나 되겠어?". 그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디지털 상품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앞장에서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규모를 살펴보았습니다. 2012년 현재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자동차 산업이나 IT 산업을 능가했으며 연평균 5%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전 분야에 걸쳐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상품의 통계를 지금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디지털 콘텐츠 분야를 제외하고 가장 근접한 분야로 소프트웨어(SW) 시장의 규모를 보면 앞으로의 상황을 또 다른 각도에서 추정할 수는 있습니다.


▲ 전세계 소프트웨어 산업 규모 ⓒ 한국인터넷진흥원<인터넷백서(2011)>

2012년 현재 세계 IT시장에서 소프트웨어(SW) 산업 규모가 하드웨어(HW)를 앞지른 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2012년 현재를 기준으로 전세계 소프트웨어(SW) 시장은 1조 달러를 넘는데 이것은 반도체 시장의 3.4배, 휴대폰 시장의 6배 규모에 달합니다. 그리고 세계 소프트웨어(SW) 산업 성장률은 제조업 10배 수준입니다. 소프트웨어(SW) 산업의 부가가치율(49.6%)은 제조업(24.6%)의 2배이고 단위 매출 당 고용률도 제조업을 훨씬 앞지르고 제조·서비스업 등 전통산업과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디지털 타임즈>2012.5.25) 그리고 IT 산업 내부에서도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 2010년 전세계 주요 IT 산업 시장 규모(단위 : 억 달러, %) 자료 : 지식경제부 『2011 소프트웨어 산업 연간 보고서』43쪽

소프트웨어(SW)산업이 제조업의 10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니, 일반적인 상상을 초월할 지경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디지털 상품의 세상이 되는 것은 너무 뻔한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실 경제를 위협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상품들이 아닙니다. 대개의 공산품들은 공급을 조절할 수가 있고 수요도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금융도 마찬가지지요. 말썽을 피우는 각종 투기 자본들도 전체의 가계 저축이나 가계 소비액에 비하면 턱없이 작지만 경제를 크게 교란시키고 오히려 가계 전체의 소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마치 바다의 표면에서 몰아치는 파도가 배들을 격랑 속으로 몰아가듯이 말입니다.

실제 경제 상황을 보십시오. 디지털 상품이 나타나기 이전에 말썽을 부렸던 상품들은 주로 농산물입니다. 이것은 통제와 조절이 안 되는 속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각종의 천재지변으로 인하여 농산물의 생산은 예측하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농산물은 규모가 작아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폐쇄경제일 경우에는 심각한 파동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또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어떤 상품이라도 유통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중간상들이 가격을 올릴 수도 있잖아? "

아니지요. 디지털 상품들은 특이하게도 중간상들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디지털 재화의 경우에는 중간상들이 소멸되는 현상(dis-intermediation)이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한계비용(MC)이 완전히 제로(0)가 된다거나 100%의 '중간상의 소멸(dis-intermediation)'이 나타나지는 않았고 국제 결제 수단이 아직까지는 완벽한 상태는 아니며 소비자들의 실물선호(實物選好 : 사이버 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상품들을 선호하는 현상)가 아직도 소멸하지 않았고 디지털 재화와 관련된 법·제도적인 문제도 아직은 많이 남아있어서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통적인 경제·경영이론으로는 지탱할 수가 없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여기서 잠시 경제학 체제 가운데서 미시 경제학(micro Economics)의 체계를 살펴봅시다.

▲ 미시경제학 이론 체계

미시경제학은 위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요이론 - 공급이론 - 시장이론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재화 이론의 경우를 보면 공급곡선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사라져 갈 것이고 앞서 본대로 수요도 공급자에 의해 결정되고 있습니다. 수요곡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디지털 재화의 경우에 수요는 대부분이 공급자의 혁신이나 신제품의 개발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수요곡선도 점차 의미가 없어질 것입니다. 결국 수요곡선도 의미가 없어지고 공급 곡선도 의미가 없어지면, 우리가 알던 시장 곡선도 의미가 없어집니다.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되는 것이죠.

(4) 경영학 패러다임의 위기 - 현대의 경영학 이대로는 안 된다 -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경영학은 경제학에서 파생된 학문입니다. 물론 경영학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정치나 국가경영이라는 관점도 될 수 있지만,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는 것은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번성한 현대 경영학적인 관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 경제학(경영학)의 이론체계

위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경영학은 미시경제학(Micro-Economics)에서 파생된 학문입니다. 미시 경제학은 소비자 이론(수요이론), 생산자 이론(공급이론), 시장이론으로 구성되어있는데, 그 가운데 생산자를 중심으로 기업의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연구된 분야가 바로 경영학입니다. 그 후 소비자 이론에서 마케팅(marketing) 이론이 발전하여 경영학에 합류하여 경영학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컴퓨터 공학(computer science)이 경이적으로 발전하자 각종 사무자동화(OA), 칼스(CALS), 전사적 자원관리(ERP), 통합물류 관리(SCM) 등이 일부 경영학에 합류하고 공학적으로 따로 분리되어 산업공학으로 나아가기도 했습니다.

독일의 경우에는 주로 학자들에 의해 경영학의 연구(이론과학적 성격)가 이뤄지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주로 기업의 실무자들에 의해 자연발생적(실천과학적 성격)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즉 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각종 기법들이 연구되었습니다. 독일경영학은 매우 다채롭고 각 부분은 기관별 체제를 다루고 있지만, 미국경영학은 주로 기업운영에 초점을 맞추어 경영관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1980년대 이후 미국 유학파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한국경영학은 미국경영학의 아류(亞流)와 같은 형태를 띠게 됩니다.

이와 같이 경영학은 심리학(인간 행동), 사회학(사회관계와 집단), 인류학(각 문화권의 성격 차이), 정치학, 법학, 통계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서 많은 연계를 맺고 있습니다. 경영학은 다른 학문 분야에서 어떤 성과가 나타나면 이내 그것을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받아들여서 바로 이론화하고 있습니다. 마치 자본주의가 변화무쌍하듯 경영학도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그 영역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경영학은 독자적인 연구대상으로 보기에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즉 다른 학문은 그 학문의 출발점에서 탄탄한 이론적 가정(hypothesis)들을 바탕으로 하여 연역적으로 사고(deductive reasoning)를 발전시키는데 반하여 미국 경영학은 실천적인 측면을 중시하여 기업의 관리활동을 합리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각종 분야들을 다양하게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영학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통일적으로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경제학처럼 모태(母胎)가 분명한 미시, 거시의 이론적 기반에서 파생된 것이 아니라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가지 영역들이 특별한 연계도 없이 경영학에 합류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경영학은 미시경제학을 모태로 출발했지만, 각종 경영관련 분야가 동시다발적으로 합류하여 그 성격이 매우 모호해진 상태여서 전통적인 학문 분류 방식으로는 학문적 이론적 정합성(consistency)을 가지기도 어려운 상태입니다.

오히려 이 같이 허약한 하드코어(hard core) 때문에 경영학은 더욱 발전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쉽게 말해서 경영학은 마르크스주의와 같이 지켜야할 법칙들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롭게 외부 환경의 변화에 쉽게 적응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경영학은 다른 학문들과 같이 오랫동안 성숙되어온 가치(value)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양산하기도 하고 급기야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가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여러 분야에서 무분별하게 경영개념이 도입되어 또 다른 많은 문제들을 양산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오로지 효율성(efficiency)만 추구한 각종 경영기법들과 인간 심리를 최대한 활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종 마케팅 기법의 범람으로 인간 파괴와 노동의 소외, 쇼핑중독(shopping addiction)이나 다단계 판매(multilevel marketing, 피라미드 판매) 사기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겠지요.

다단계 판매 사기의 대표적인 예가 최근에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조희팔 사기극입니다. 조씨는 2004년부터 5년간 전국에 10여 개 다단계 업체를 차리고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 3만여 명으로부터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는데 피해자는 3만여 명에 이르고 피해액도 4조원대라고 합니다. 이것은 단군 이래 최대 다단계사기사건으로 꼽히던 JU 그룹사건 피해액인 2조1000억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연합뉴스>2012.11.26)로 점점 더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 다단계 사기는 워낙 큰 액수이기 때문에 정관계도 이런 류의 사건들에 깊이 개입되어있습니다. 피해자는 물론이고 젊은이들이 가장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려고 하다가 가정 전체가 파탄되는 일이 주변에서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판매의 자유도 좋지만 이런 류의 마케팅 기법들은 경영 학자들이 나서서 애당초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했어야 했습니다.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인 끝없는 유행을 만들고 소비를 부추기는 것도 경영학의 발달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앞서 본 한국의 명품 국내 시장은 2010년을 기준으로 무려 5조원 대라고 하는데 이것도 단순히 젊은이들의 소비성향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학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열면 각종 기사들을 제대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각종 팝업(POP UP) 기법이나 태그(tag) 광고기법들도 사람들에게는 고문(拷問)으로 전락한 지 오랩니다. 특히 한국이 심각합니다. 한국은 마치 각종 마케팅(marketing) 기법들의 홍수 사태가 난 듯합니다. 여기에 인터넷을 열기만 해도 쏟아지는 각종 성인물 광고도 쓰나미(Tsunami)같이 범람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아이들에게 각종 성인물이나 야동(포르노그라피)을 보지 말라고 하는 것은 사회적 위선(社會的 僞善, social hypocrisy)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미국의 대표적인 대학들이 얼마나 많은 MBA 과정을 개설하여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습니까? 그리고 수많은 석학(?)들이 여기에 동원되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MBA가 범람하는 시점과 세계 경제의 최대 위기들이 나타나는 시기가 대체로 일치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나 기업가들 심지어는 가정주부들도 이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나 건실한 실물 경제(real sector)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베블렌(Thorstein Veblen,1857~1929)이 말하는 영업(Bsiness)과 화폐 부문(money sector)에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주식놀이로 폐가망신(廢家亡身)하는 일은 일상사가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돈놀이'에 몰두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각종 국제경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공중파 TV나 각종 케이블 방송, 신문 등 언론에서도 경제문제를 제대로 다루는 프로그램보다는 주식투자를 위한 정보가 경제면(경제 프로그램)을 대부분 차지하고 말았습니다. 정말 답이 없군요.

이제 정말 더 이상 무분별한 경영학의 이론 개발과 적용은 중지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나타난 각종 경영 이론들로도 당분간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가 광적으로 날뛰면서 특허전쟁(Patent war)을 시작하여 세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은 것도 경영학의 기업전략이론의 결과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3) 또 기업 사냥꾼들이 건실한 기업들을 무차별하게 잡아먹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무엇이든지 과도하게 발달하는 것은 항상 위험합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친 것보다는 차라리 조금 모자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경영학이 전분야에 걸쳐서 무분별하게 확대되어 사회 전체 나아가서는 세계 경제 전체에 큰 짐이 되고 있습니다.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도 결국은 경제학 거시이론(macro Economics) 가운데 화폐이론(money theory)이 경영학과 결합하여 생긴 부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결국 자본주의 패러다임의 위기를 초래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경제위기를 어떤 경제 전문가는 "인류가 경험한 가장 큰 경제 위기는 대공황이며, 그 후 최악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이고 우리는 정말 재수 없는 세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프레시안>2012.5.24).

이제 경영학은 무분별한 영역의 확대보다도 당분간은 지금까지의 확산된 각종 이론들에 대한 성찰(省察)을 해야 할 시기입니다. 원래의 모태인 자본주의 경제학과 마르크스 경제학의 미시 경제학(micro Economics)의 주요 개념들을 다시 이해하고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치 개념(value concept)을 정립해야할 시기입니다. 위대한 경영의 스승 테일러(Frederick Winslow Taylor, 1856~1915)의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경영학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지 참되게 물어봐야 합니다.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가 디지털 상품의 등장을 중심으로 경영학을 바라봅시다.

경영학의 무한 확장성을 벗어나 패러다임의 측면에서 시각을 고정시켜 미국의 경영학이 테일러에 의해 크게 발전했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경영학의 하드코어는 미시경제학에 있습니다. 경영학은 "최소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강조하는 근대경제학의 논리들을 수용하면서 그 구체적인 방법론을 논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본대로 디지털 재화가 광범위하게 확산이 되면 마케팅 이론, 기업전략 이론, 생산관리, 인사조직론, 재무관리, 산업조직, 노사관계론 등의 변화는 불가피합니다. 즉 일반적인 인사조직 이론이나 생산관리, 노사관계 등의 이론들은 제조업이나 산업화 시대에 적합한 것이었고, 오늘날과 같이 기업이 슬림(Slim)화되거나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는 추세 하에서는 이론적 의미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전통적인 경영학도 디지털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인하여 극심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시경제학에 바탕을 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경영학은 디지털 시대의 파도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현대의 경영학은 테일러의 정신(Taylor's Spirit)으로 회귀해야한다는 것과 동시에 디지털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이라는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된 것이지요.

□ 필자주석

1. 프랑스인 사바리(J.Savary)가 <완전한 상인>(1675)을 출판한 이래 상업학으로 연구됨.

2. 스마트폰 시장은 하드웨어 시장도 크지만 소프트웨어 시장 즉 어플리케이션 시장이 매우 큰데 그 중에서 애플이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10년 애플은 전체 스마트폰 앱 시장 수익의 98%를 차지하였다. 애플의 앱 수익구조는 개발자 70%, 애플 30%를 가져가기 때문에 개발자는 열심히 앱(App)을 개발하고, 애플은 유통 비용으로 30%를 가져가니 앱스토어(Appstore)를 활성화시킨 것이다. 이에 대항하여 구글(Google)의 안드로이드 OS는 개발자가 수익을 대부분 가져가게 하고 있다. 즉 구글은 판매를 통해서 수익을 남기지 않고 무료 앱에 광고를 넣어서 수익을 남기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구글의 전략은 유료 앱 시장을 무력화시키고 모바일 생태계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디지털 타임즈> 2010.11.15) 그러나 이 전략으로 구글은 크게 약진하고 있다. 2011년 초반 애플 앱스토어의 앱 수가 약 40만건인 반면 구글 플레이가 그 절반인 약 20만건에 불과했지만, 2012년 10월 현재 구글 플레이에 등록된 게임 앱 수는 11만7748건으로 애플 앱스토어의 게임 앱 수 9만2640건보다 많다. 세계 전체로 보더라도 구글이 지난달 말 발표한 구글 플레이 전체 등록 앱 수는 67만5000건으로, 애플이 지난달 초 발표한 전체 등록 앱 수 70만 건에 바짝 따라붙었다.(<국민일보>2012.10.14)

3. 예를 들면 얼과 피니(Earl and Feeny)는 인텔(Intel), 마이크론 테크놀러지(MT: Micron Technology), TI(Texas Instruments) 등은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자사의 혁신을 타사가 모방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봉쇄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IT기업들의 성공적인 이윤보호 전략은 지적자산 봉쇄전술(blocking), 주행전술(running), 제휴전술(teaming up) 등의 형태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얼과 피니(Earl and Feeny)의 사례연구(1999)에 따르면, 당시 인텔(Intel)의 성공은 마이크로프로세스(microprocessor)에 치중하면서 지적재산권보호를 철저히 하여 다른 기업들의 시장진입을 차단하였다고 한다. 가령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지배적인 설계(dominant design) 모델로 떠오르자, 인텔은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어떤 경우도 법률적으로 용납하지 않았다. MT의 경우도 가격변화를 철저히 없애려 했고, 특허권의 침해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통하여 경영환경과 경쟁력을 변화시켜 왔다. Earl and Feeny(1999), "Strategies to Turn Adversity into Profits", SMR, Vol.41, No.2, Winter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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