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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대북 행보 '자꾸 엇갈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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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대북 행보 '자꾸 엇갈리네'

美 "대북 중유 제공" vs 日 "제재 연장"

북한으로 향하는 미국과 일본의 발걸음은 언제쯤 과거의 '찰떡공조'를 되찾을 것인가.

미국이 5년여 만에 대북 중유 제공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반면, 일본은 대북 경제제재를 한번 더 연장하기로 하면서 대북정책에 대한 양국의 불일치가 또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특히 미일 양국의 엇갈리는 태도는 대북 온건파로 알려진 후쿠다 야스오가 새 총리로 선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대북정책 변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중유 제공 결정에 美 언론 '극적인 변화' 평가

미국의 중유 제공 재개는 북한에 중유를 제공할 수 없도록 제약하고 있는 미국 법 조항의 적용을 유보한 채 이뤄지는 것이어서 북한 핵시설의 '연내 불능화'를 달성하려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했다.

부시 대통령은 28일 '지시문'을 통해 "대외지원법에 따라 북한에 2500만 달러에 달하는 에너지 지원을 제공하는 게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며 법률상의 유보조항 적용없이 대북 에너지 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대북 에너지 지원 권한을 부여하고, 이를 의회에 보고하는 한편 관보에도 게재하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지시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쇄와 불능화를 이행할 경우 미국과 한국, 중국, 러시아가 중유 100만 톤 상당에 달하는 에너지 지원을 분담해 제공하기로 한 2.13합의에 따른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2.13합의에 따라 각각 5만 톤의 중유를 이미 제공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중유 제공은 1994년 북미 기본합의에 따른 연례 중유 공급이 2002년 2차 핵위기 이후 중단된지 5년여만에 다시 이뤄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극적인 변화"라는 표현으로 놀라움을 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9일 "최근 북한과 시리아간 핵거래설이 제기됐으며 미사일 기술 이전 혐의로 북한 기업을 또 다시 제재한 상황에서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겠다는 2.13합의를 현재까지는 잘 이행하고 있는데 대한 보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2.13 합 의 준수와 관련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의 이번 중유 제공은 그야말로 '행동 대 행동'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27일 열린 미일 외교장관 회담. 이 자리에서 고무라 마사히코 일본 외상은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납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계속 잔류시킬 것을 요청했다. ⓒ로이터=뉴시스

후쿠다, 반북 여론에 발목잡혔나

반면 일본의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은 30일 일본 정부가 작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따른 보복조치로 취한 경제제재를 반년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마치무라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단에게 내달 13일 기한이 만료되는 대북 제재에 대해 "객관적인 정세상 지금 철회한다거나 완화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반년 연장 방침을 밝혔다.

일본은 작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별도로 △모든 북한 선박의 입항 금지 △모든 북한산 물품의 수입 금지 △민간인을 포함한 북한 국적자의 입국 금지 등의 독자적인 제재조치를 발동했다.

일본은 지난 4월 북한이 아직 핵 포기를 향한 구체적 행동을 취하지 않은 데다 일본인 납북 문제 해결에 성의있는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반년 연장한 바 있다.

대북 유화론자인 후쿠다가 총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대북 강경책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은 2002년 북일정상회담 이후 고조된 반북 여론이 여전히 기세를 올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총리만 바뀌었을 뿐 내각에는 여전히 대북 강경론자들이 남아 있어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北-美 '기싸움'도 일본의 제동 때문인 듯

대북정책에 있어 미일 양국의 불협화음이 가장 큰 부분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삭제하는 문제다.

미국은 2.13합의에 따른 북핵 불능화가 이뤄질 경우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명단 삭제는 안 된다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4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문제를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연계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었다. 하지만 고무라 마사히코 일본 외상은 27일 미국에서 라이스 장관을 만나 납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계속 잔류시킬 것을 요청했다.

이에 미국은 일본과의 관계를 손상하지 않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처리할 묘수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7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6자회담에서 테러지원국 연내 해제를 합의문에 명시하는 문제로 북미 양국이 막판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도 미국의 대북 불신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이 물밑에서 제동을 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후쿠다 신임 총리가 당과 내각을 장악한 뒤 대북정책에 손질을 가할 경우 테러지원국 삭제에 대해 일본이 이해를 표시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北-시리아 핵협조설은 '수면 아래로'

한편 이번 6자회담과 2.13합의 이행에 먹구름을 몰고 왔던 북한과 시리아의 핵 협조설은 대북 강경책의 부활을 바라는 미국 매파들의 음모였다는 심증을 굳히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8일 뉴욕에서 "언론에 보도된 것 말고 미 정부에서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될 것"이라면서 "시리아 문제가 6자회담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지난 17일에도 "그 문제는 현재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할 만한 상태에 있지 않다"고 말해 근거없는 의혹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은 6자회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북한에 충분한 해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 25일 "시리아와 핵 거래설은 미친놈들이 만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지만 이후에는 이와 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금년 여름 북한의 핵 관계자들이 시리아에 건너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위성사진과 정보를 이스라엘측과 공유했지만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어떠한 논의를 하는 것도 거부했다면서 존드로 NSC 대변인도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파루크 알 샤라 시리아 부통령은 29일 지난 6일 있었던 이스라엘 전투기의 시리아 영공 침범을 둘러싸고 서방 언론의 추측성 보도가 잇따른 것과 관련해 "모도는 모두 틀렸다"며 북한과의 핵협력 의혹을 일축했다.

알 샤라 부통령은 그같은 보도는 전쟁의 구실을 찾으려는 이스라엘이 흘린 거짓 정보에 언론이 놀아난 결과라며, 이스라엘의 영공침범 배경에는 작년 레바논 전쟁에서 헤즈볼라를 제압하지 못해 실추한 군의 사기를 되살리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정부는 지난 6일 이스라엘 공군기들이 동북부 지역의 영공을 침범한 뒤 대공포 사격을 받고 달아나면서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에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중요한 군사작전이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작전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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