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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전에 사람됨을 가르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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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열 살 전에 사람됨을 가르쳐라"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9/28] 서울대 문용린 교수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입시와 취업 등.. 요즘같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많은 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 바로 내 아이가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뭘 준비해줘야 할까? 이런 고민들일 텐데요 교육학자인 서울대 문용린 교수는 최근 발간한 저서 <열 살 전에 사람됨을 가르쳐라>에서 무엇보다 아이의 인격과 도덕적 능력을 키워주라고 주문합니다. 또, 자녀들의 도덕 지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서울대 문용린 교수를 초대해 요즘 같은 경쟁시대에 도덕적 능력이 왜 중요한지 또, 도덕적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 방법은 무엇인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서울대 문용린 교숩니다. 문용린 교수는 1947년 만주 출생으로 71년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했고 87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교육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89년부터 서울대 교육학과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고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과 대통령직속 교육개혁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00년 제40대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또, 현재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여러 가지로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내신 책이 '열 살 전에 사람됨을 가르쳐라'. 교육이라면 저희들은 학교 가서 배우는 걸 교육이라고 생각하는데 열 살 전에 사람됨을 가르쳐라, 이런 건 가정교육 그런 쪽에 초점을 맞추셨어요. 학교교육보다는 가정교육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서, 우리나라 사회에서 부모들의 가정교육, 자녀교육에 큰 문제점이나 맹점이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 ⓒ프레시안

문용린 :
우리나라가 학교교육이 상당히 활성화돼 있죠.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출세하고 성공하기 위해서 국어, 영어, 수학,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교육이 상당히 활성화돼 있어요. 학교교육만도 모자라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교육이 동원되고 잇죠. 많이 가르치는 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가르치는 것과 더불어 사람이 되게도 가르쳐야 되거든요. 국어, 영어, 수학을 많이 배운다는 것이 자동적으로 사람됨을 보장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아시는 바처럼 공부 잘 한다고 해서 그 아이가 사람됨이 인격적이나 정서적으로 풍부하고 바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특히 오늘날 와서 그 두 개가 분리돼 있어요. 교육받은 사람, 하면 학식도 많고 인격도 갖추고, 이것이 종전의 교육개념인데 오늘날 와서는 교육이 학습개념이 돼 버렸어요.

그래서 국어, 영어, 수학 학습을 잘 해서 성적을 높게 받는 것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고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아랫사람과도 친하게 지내고 바르고 옳게 살려는 열정과 의지, 이건 학교에서 공부 잘 하는 것과 별개거든요, 그래서 제가 쓴 책도 그 분야에 좀 관심을 갖자. 그 분야의 관심이라고 하는 것이 커서 되는 것보다는 오히려 어렸을 때가 그런 걸 가르치는 가장 좋은 적기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 책에 열 살 전이라는 게 포인트라서, 사람들이 왜 열 살 전이라는 단서가 꼭 붙어 있습니까. 석고 가루를 물에 타면 부드러워져서 반죽이 되는데 언제까지나 반죽이 아니거든요. 말랑말랑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딱딱하게 굳어갑니다. 석고반죽을 가지고는 말랑말랑할 때 작품을 만들어야 되거든요. 사람도 마찬가진 것 같아요. 아이들 키워보면 어렸을 때가 역시 가소성이 큰 때니까 특히 그때가 도덕적이고 사람됨의 문제는 바탕이 그때 이루어진다. 그래서 열 살 전이라는 상징적인 표현을 좀 쓴 겁니다.

박인규 : 말씀하신 중에 예전에는 지식이 많은 사람이 인간적으로 성숙한 사람, 대개 일치했지만 요즘은 지식이 많은 사람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런 말씀을 하셨고, 요즘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씀도 많이 하시고 사람들이. 문제는 많은 부모들이 어렸을 때부터 이른바 학습개념, 실용적 지식... 영어를 가르친다든가, 뭔가 그런 걸 가르쳐야 자기 자녀들이 경쟁사회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인간됨도 좋지만 그걸 가지고 과연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 이런 생각도 하거든요 사실. 어떻게 봐야 될까요?

문용린 : 우리나라에서도 예컨대 그런 말을 써서 괜찮을지 모르지만 출세하고 성공한다고 했을 때는 시험의 관문이 있거든요. 시험은 학습의 결과를 가지고 주로 봅니다. 국어 잘하냐, 수학 잘하냐, 영어 잘하냐 이렇게 보는데 결국 이 세상에 출세하고 성공하는 입시의 관문에서는 학습의 결과가 중요하지만 사실 들어가서 사람들 속에 부대끼면서 사회를 바꾸고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에서는 학습된 결과만 작용하는 게 아니거든요. 거기엔 언제나 사람이 있고 사람 속에 살아야 되고 사람을 움직여가야 되고, 그런 속에서 중요한 게 인격입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인격적인 향기가 있고 품격이 있는 사람이 있고 없고. 또 무슨 일을 할 때 선이 그어져 있는 사람, 나는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도를 벗어난 일은 하지 않는다. 어떤 게 귀중하고, 내가 욕심나는 일이 있더라도 남을 속여서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하는 자기 행위의 금도라는 게 있는 거거든요. 많이 알고 지식이 많아도 자기 행동을 가이드, 안내해줄 금도, 선, 범위라는 게 있는데 그것이 바로 도덕이라는 거죠. 진정으로 출세하고 성공한다고 했을 때는 그런 금도를, 자기 행위규칙을 옳고 바르게 갖고 있는 것이 정말로 출세하고 성공하는 것이죠. 그것이 없을 때는 한없이 높이 올라갈 수 있지만 또 높이 올라갈수록 추락하면 많이 다치거든요.

박인규 : 정작 사회에 나가서 사람들과 더불어 일을 제대로 하기위해서는 그런 도덕과 인격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도덕지능이란 말씀을 하셨고 또 도덕지능이 있어야, 또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말씀도 하셨어요. 사회에서 유능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런 것이 필요하다, 그런 말씀이신 거죠?

문용린 : 도덕지능이란 말을 제가 한 번 썼는데요, 사람은 이 세상을 잘 살아가려면 이른바 출세하고 성공하고 살아가려면 IQ가 높아야 되고 그걸 바탕으로 여러 가지 학교 성적을 높이는 이런게 필요하다고 얘기하는데. 저는 상대적으로 MQ라는 말을 써본 겁니다. 도덕지능. 그건 뭐냐, 역지사지하는 능력이 있고 사람에게 사람의 마음을 공감할 줄 알고 이해할 줄 알고, 나의 욕심을 조절할 줄 알고, 나의 충동을 조절할 줄 알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같이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간다는, 이런 쪽의 생각이 깊고 넓은 사람이 있거든요. 또 예민한 사람이 있거든요. 이건 하나의 지능이라고도 볼 수 있거든요. 그건 정답을 잘 풀고 수학문제를 잘 푸는 지능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자기 품격을 지켜나갈 줄 아는 쪽의 예민성과 능력, 분별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거죠. 이걸 도덕지능이란 말로 표현한 겁니다.

박인규 : 우리 사회에서의 일반적인 통념은 강남이 우리 사회 교육 1번지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강남음로 보내야 된다. 드라마도 나왔고. 한 지역을 하나로 규정하긴 뭐합니다만 이 강남의 특성이랄까요? 강남의 아이들, 그런 도덕지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떻게 평가하시겠습니까?

문용린 : 일관되게, 일반적으로 얘기할 필요는 없지만 요즘 자꾸 강남, 강남을 상징적으로 얘기하니까 얘기한다면, 저는 작년도에서 쓴소리를 했습니다. 강남 아이들 공부 많이 하고 또 부모님들이 관심 가지고 있고 전국에서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모여들었거든요. 그런 아이들이 중요한 점이 뭐냐면 학원들을 많이 다니거든요. 이러다 보니까 정답을 골라내는 쪽으로 학습이 많이 돼 있어요. 빠르게 편하게 공부하는 쪽으로 습관이 많이 들어 있어요. 학교와는 다르게 학원은 뭘 가르치는가 하면 이럴 때 정답을 어떻게 찾아내느냐. 그리고 정답을 머릴르 써서 자기가 찾아내는 걸 가르치기보다는 이런 것이 정답이다라고 정답을 지시해 주거든요. 그러다 보니 학생들 속에서 특징이 뭐냐면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연습을 많이 하고 누구보다도 공부에 많이 열중하니까 아는 게 많지만 그건 현재적인 것이고, 학습에 있어서 학습능력은 미래지향적인 것이어야 하거든요. 얘가 지금 얼마나 알고 있느냐보다 계속 배울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느냐. 그런 점에서 강남 지역에서 학원이라든지 이런 쪽에 너무 익숙한 아이들은 정답을 제시를 받았지 정답을 내 스스로 찾아가는 방법에 관해서는 좀 덜 배웠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강남 아닌 다른 데서 혼자서, 자기 주도적으로 어릴 때부터 공부해온 아이들이 예컨대 서울대학에 왔을 경우 자기주도적인 학습방법으로 초,중,고등학교 때 훈련된 아이가 훨씬 더 자생력 있고 학문을 할 수 있는 뿌리가 돼 있는 것 같다, 그런 뜻으로 제가 말씀드린 바 있죠.

박인규 : 인격과 도덕적 능력, 도덕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10살 전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고 특히 부모가 역할을 해야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요즘 부모가 대개 맞벌이하고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하다 보면 사실 아이를 만날 시간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많은 부모들이 자기가 가르치기보다는 좋은 학원, 좋은 학교 보내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바쁜 부모들이 과연 자녀교육을 할 수가 있는지, 그런 생각도 하실 것 같아요 부모들께서. 내가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되는 겁니까?

▲ ⓒ프레시안

문용린 :
저는 물리적인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맞벌이 부모라서 부모님들이 아이와 접촉한 시간이 적더라도 아이와 심리적으로는 언제나 같이 있을 수 있거든요. 요즘 통신수단도 발달돼 있으니까 두 시간이나 얼마 간격으로 핸드폰을 해서도 너 지금 뭐 하고 있니, 이런 얘기도 해주고. 옛날 같으면 서울 와서 살고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붓글씨로 이렇게 써서 네가 서울 생활이 힘들지만 잘 견디리라 믿는다.... 이런 관심을. 언제나 부모 자식은 물리적으로 같이 있을 때만 꼭 교육이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심리적인 유대를 든든히 하면서, 그 심리적 유대라는 파이프를 통해서 부모가 내가 너에게 기대하는 건 이런 거다. 거짓말 하는 거, 내가 살아보니까 결국 자기한테 손해더라. 무슨 일이 있어도 거짓말 하지 않고 거짓말 할 필요가 있을 땐 부모한테 털어놓고, 또 가장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고 도움을 받아야지 거짓말 하는 건 아무리 봐도 좋지 않다 이런 메시지가 끊임없이 아이한테 가야 되거든요.

오늘날 바쁘다는 이유로 그런 메시지 안 주죠. 또 설사 아이가 좀 부정직해서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거짓말을 좀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이렇습니다, 그런 얘길 하면 부모님은 그걸 좀 다잡아서 고칠 생각을 안 하고 내가 자주 얘를 만나질 못하니까 그렇구나. 거기에 대한 반대심리로, 그렇게 했기로서니 아무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선생님이나 애들이 너무 왜 이럽니까. 너무 부모가 못 챙기니까 아이가 기가 죽을까봐 기를 살린다는 이유로 아이의 잘못도 너무 관대하게 봐주는 경향이 있어요. 제가 보기에 부모님들이 너무 그런 자격지심을 가질 필요가 없고, 내 자식인데, 엄마 아버지가 바빠서 설사 아이를 설사 못 보더라도 그 아이가 어떤 잘못을 했다. 부모들이 위축될 필요가 없죠. 내 아이인데, 그럴 땐 적극적으로 관여해서 아이에게 쓴소리를 해야 되고 단호한 소리를 해야 됩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님들이 자격지심을 갖고 자녀를 대하는 측면이 있어요.

박인규 : 사람됨을 가르쳐라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으면서도, 또 자칫하면 이게 고리타분한 옛날 얘기. 사실 나도 만날 아이들한테 얘기하는데... 생각하실 것 같아서 10살 전에 사람됨을 가르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랄까 이런 게 있어야 부모님께서도. 물론 이 책을 보시면 많이 알겠지만. 특히 이 책을 보면 열 살 되기 전에 갖춰야 될 다섯 가지 기본 능력이 있다. 이런 걸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셨어요. 그걸 소개를 해주시면 어떨까

문용린 : 저는 여기서 공감이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의 마음을 읽는 연습을 자꾸 시켜라. 이런 얘길 하거든요. 친구랑 사귈 때에도 내가 이런 말을 해서 쟤가 얼굴이 어두워졌구나. 이런 예민성, 역지사지, 공감 능력이거든요. 아무리 유치원 아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의 얼굴이 바뀌면 그걸 눈치를 채고, 아 내가 이 얘기를 했더니 쟤 얼굴 표정이 저렇게 됐네. 쟤가 내가 한 말에 대해서 불쾌한가보지. 이런 예민성은 어릴 때부터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우리 주변에도 보세요. 옆에 있는 사람 표정이 울그락불그락 해도 그 사람과 상관없이 내 얘기만 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박인규 : 실제로 음식점 같은 데서 아이들이 떠들어서 말리면 애 기죽인다고 해서 못 하게 하죠.

문용린 : 저는 부모님들이 아이들로 하여금 주변에 있는 사람의 표정을 읽을 줄 알고 그 사람이 좀 슬퍼하는 것 같으면 저 사람 왜 슬퍼할까. 집에 무슨 일이 있나보다. 이게 사람의 품격이거든요.

박인규 : 자기만을 내세우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서로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을 배워라.

문용린 : 그렇죠. 그렇게 가르쳐야 되는 이유가요, 아이가 초등학교 중학교 되면 엄마 아버지도 우울할 때가 있고 걱정이 있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자식으로부터, 어린 자녀들이 엄마의 표정을 읽고, 엄마 집에 무슨 일 있어? 엄마 요즘 어디 아파? 이런 질문을 부모가 못 받는다고 하면 이 아이는 다른 데 가서도 누구한테도 못 하거든요. 생각해 보세요. 어린 아이지만 내가 근일에 어떤 일로 좀 우울하고 표정이 어두웠더니 초등학교 2, 3학년짜리가 엄마 요즘 집안일.. 어디 아파? 일 있어? 그럼 엄마도 아주 기분이 좋죠. 우리 애가 이렇게 컸구나. 그런데 아이가 커가면서 자기 주변 사람을 그렇게 챙긴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아이는 영어 잘하는 것보다 그 일로 인해서 출세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런 점에서 공감이라는 건 아주 어릴 때부터 생깁니다.

커서 별안간 연습해서 되는 게 아니고요, 어렸을 때부터 형제간에, 엄마 아버지의 표정을 읽을 줄 알고. 오늘 선생님을 보니까 너희 선생님 표정이 어떻대? 몰라 내가 왜.. 그런 거 아니야. 아침에 보면 선생님도 집에 걱정이 있어서 이럴 때 선생님의 표정을 보고 선생님한테 가서 선생님 요즘 기분이 안 좋으세요? 왜 기분이 좋으세요? 이런 것도 해보고. 이런 훈련을 어릴 때부터 시켜야 되거든요. 자꾸 해보게 하고 부모가 유도하고. 그런 것이 아주 중요한 공감이고 거기서부터 사실 도덕은 출발하고. 한 사람의 인격됨은 인격이라는 게 어디서 불현듯 가면처럼 나오는 게 아니라, 그게 인격이거든요. 다른 사람에게, 아무리.. 예컨대 회사에서 사장님이라도 사장님은 높은 사람만 관련하지만 계단으로 올라가다가 자기네 회사의 청소하는 아주머니 아저씨가 계시잖아요. 그 분들 얼굴 표정이 어두워 뵈면 요즘 어떠세요. 그럼 그게 바로 그 사장님의 인격이거든요. 우리는 인격 하면 상당히 멀리 있고 아주 고매해서 무슨 성자나 돼야, 다른 게 인격이 아니라 사람의 인간관계에서 마음 씀새가 바로 그 인격의 표현입니다.

박인규 : 쉽게 말해서 다른 사람 사정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배려해주는 능력이 인격이라고 말씀하셨고 10살 이전에 그런 걸 키워줘야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가 물론 부모님의 교육이 중요하긴 합니다만, 사실 학교에서도 그런 걸 가르쳐야 되는 거 아닙니까? 공교육 정상화라고 하면 그런 부분이 포함돼야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문용린 : 물론이죠. 도덕교육이라는 게, 저는 10살 때도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거지 도덕은 사실 죽을 때까지 배우는 거죠. 이런 얘길 해서 그렇습니다만, 이율곡 선생은 48에 돌아가셨잖아요. 17, 18살 때부터 내가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걸 사실, 신사임당은 15살 때 돌아가시니까 도덕 교육은 그때까지 받았고. 아버지 바쁘게 나가시고 어머니 돌아가셨고 스스로 도덕교육을 했거든요. 이율곡 선생님도 자기 조그만 수첩에다가 자경문의 11가지 덕목을 지어 놓고. 이런 것도 있어요. 수면. 해놓고 아프거나 잠잘 때 이외에는 눕지 말자. 이런 게 율곡 선생이 언제나 지키려고 했다는 거거든요. 오늘날은 학교가 해줄 일이 참 많죠. 국어, 영어, 수학도 잘하라고 하지만 생활습관 같은 걸 학교에서 부모님과 같이 지내는 시간보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 더 많죠. 특히 초등학교는 담임선생님하고 보내는 시간이 아마 부모님들과 보내는 시간보다 더 많을 거예요. 이럴 때 담임선생님들이 그런 얘기들. 이 세상 살아가면서 언제나 자기 행동에 흐트러짐 없이 일관성을 유지해가면서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한 친구를 삼았으면 죽을 때까지 친구로 같이 살아가려면 신의를 지켜야 되고 정직해야 되고. 이런 거 있잖아요? 서로서로 마음을 써줘야 되고. 이런 것들이 학교에서 꼭 도덕교육 시간만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지나가는 말로라도 해줄 수 있고. 우리나라에선 도덕교육이지만 영국이나 대다수의 유럽 선진국에는 도덕교육이라는 게 별도로 없습니다. 선생님이 바로 도덕적인 메시지를 발산하고 계시니까 말이죠.

박인규 :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많은 부모님들이나 학교에서 이른바 학습지능을 높이는 것이 그 아이의 경쟁력을 높이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문 교수님 말처럼 도덕지능,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야말로 진짜 경쟁력이다. 그런 생각이 많이 좀 확산됐으면 좋겠네요.

문용린 : 그렇습니다. 또 하나는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는, 역지사지하는 능력. 그걸 우리가 공감이란 말을 쓰는데 또 하나 중요한 게 사람은 기본적으로 욕구를 갖고 있어요. 목이 마르면 먹고 싶고 배가 고프면 뭐 하고 싶고 많은 걸 가지고 싶고. 이른바 소유욕이라는 게 있죠. 그런 것이 태어날 때부터 있는데 살아가면서 사람은 부끄러운 방법으로 욕구를 성취 안 한다. 부끄러움은 인간에게만 있는 느낌이에요. 침팬지가 인간하고 아주 유사하지만 침팬지는 말도 어느 정도 하죠, 말도 이해하고 비슷한데 침팬지에게서 우리가 찾아볼 수 없는 게 부끄럼 타는 것이 없어요. 사람만 갖고 있는 거거든요. 욕구를 취하는 데 정당하고 부끄럽지 않은 방법으로. 그런데 부끄러움이라는 것은 우리가 가르쳐야만 되는 거거든요.

박인규 : 도덕지능을 말씀하시면서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 학교를 보면 학교폭력이나 왕따가 굉장히 심하거든요. 특히 문 교수님이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 대표를 맡고 계서서 이게 또 말하자면 우리가 사람됨을 가르치지 못해서 그런 건가요? 어떻게 보십니까 원인이나 이런 것들을.

▲ ⓒ프레시안

문용린 :
저는 그렇습니다. 공감이나 부끄러움, 또 자기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모자란 결과로서 나타나는 현상이 오늘날 학교에서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왕따 이런 걸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됨의 교육이 안 돼 있습니다. 아주 학교폭력 행사하는 아이들의 상당히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좀 맞았다고 그렇게 아픕니까?' 이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자긴 때리면서. 그런데 본인 자신이 '나도 무지하게 맞고 컸어요. 엄마 아버지한테도 맞고 선생님한테도 맞고. 좀 맞았다고 뭐가' 이런걸 보면 뭘 알 수 있는가 하니 자기가 맞았을 때 아주 기분이 나쁘고 아프고. 아주 이상하잖아요 남한테 맞았을 때. 물리적인 고통만이 아니라 상당히 기분이 나쁩니다. 특히 친구한테 맞고 아는 사람한테 맞았을 경우. 그런데 이 아이는 그런 감정의 역지사지가 안 되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게 일종의 애정결핍이거든요 그런 것들이. 그렇게 해서 이런 감정이입 능력이 모자랄 경우 폭력이나 혹은 남을 괴롭힌다. 여학생들 폭력이 남자들에 비해서 훨씬 적습니다. 적은 이유가 여학생들이 남자들보다 역지사지 공감 능력이 훨씬 뛰어나요. 한 대 맞으면 얼마나 아프고 창피할까. 어떻게 때리냐, 이렇게 되는 거죠.

박인규 :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우고 싶은 건 모든 부모들의 바람일 텐데, 참 맘대로는 안 되거든요. 특히 젊은 부모들한테 정말 훌륭하게 키우려면 이거 하나는 지켰으면 좋겠다, 하는 조언의 말씀을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문용린 : 중요한 건, 정말 한 번 말씀드리고 싶은 게...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도덕적인 측면도 관심을 가져라. 지역사회도 마찬가집니다. 한 지역사회가 정직하고 친절하고 질서 잘 지키면 그 지역사회가 발전해요. 한 개인도 마찬가집니다. 우리 부모님도 아시지만 회사에서나 어디서나 정직한, 법대로 사는 사람, 친절한 사람, 더 좋겠죠. 그런 사람이라면 사위도 삼고 싶은 거고 그런 사람은 능력이 좀 모자라도 내 회사에 쓰고 싶은 거고. 그럼 부모님들이 뭘 생각하셔야 되느냐. 우리 애 공부하는 건 지금처럼 시키세요. 공부 시키지 말라는 게 아니라 플러스알파로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우리 아이를 정직하고 법 지키고 규정대로 살고 약속한 대로 살고. 거기다 친절하고. 이 정직, 질서, 친절 세 개만이라도 확실히 집어넣어주면 공부가 좀 떨어져도 그것이 보완될 수 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셔서, 저는 도덕, 인격 하면 큰 얘기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정직해서 주변으로부터 쟤는 정직하다고 소문이 나게 만들고, 쟤는 법대로 살고 규정한 대로, 약속한 건 지키는 애다. 그리고 친절하다. 이것만이라도 그 아이의 특징으로 심어준다면 그 아이에 대한 준비는, 부모님도 불안하잖아요. 우리 애가 이렇게 커서 어떻게 될 거냐. 엄마 아버지 죽고 나면 얘 혼자 어떻게 살까. 영어 잘 해서 살 수 있게도, 그것도 중요하지만 정직하고 질서 지키고 친절함으로써 얘는 휴먼네트워크 속에 들어가기 때문에 더 생존하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난 그 얘기를 꼭 좀 말씀드리고 싶어요.

박인규 : 다른 사람을 이길 수 있는 능력보다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인격이 더 중요하다. 이런 걸 또 부모가 아셔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문용린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를 초대해 요즘 같은 경쟁시대에 도덕적 능력이 왜 중요한지 도덕적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 방법은 무엇인지..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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