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큼은 고향에 있습니다"
25일 고려대 본관 앞에서 학교 측의 출교(黜校) 처분 철회를 요구하며 500일 넘게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출교생들에게 두번째 추석이 찾아왔다.
지난해 4월 고대 병설보건전문대 총학생회 투표권 문제로 본관을 점거하고 교수를 감금했다는 이유로 출교조치를 당한 학생들은 고향을 마음 속에 묻어둔 지 오래지만 부모와 친지를 보고 픈 그리움은 여전하다.
아버지와 선산을 찾아 벌초도 하고 가족과 한 자리에 모여 풍성한 한가위 음식도 나눠 먹고 싶지만 연휴 내내 천막에 모여 앉아 가족 대신 농성장을 찾은 지지자들의 격려로 고향을 못 간 아쉬움을 달랬다.
민주노동당 당원과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날 저녁 농성장을 찾아와 손수 꽃게탕을 끓여주며 농성장을 훈훈히 달래줬고 한 농성 지지자는 출교생들을 인근 식당으로 데려가 저녁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가족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컸지만 마음 속 풍요로움만큼은 커진 셈이다.
출교생 주병준(24)씨는 "추석 전에 집에서 오라고는 했는데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시고 답답해 그냥 천막에 남아있기로 했다"며 "올해 설에도 학교에서 보냈는데 사람이 없는 학교는 참 외롭기만 하다"고 말했다.
주씨는 "집에 가면 명절 음식도 많지만 이번 추석연휴는 출교생들끼리 천막에 모여 앉아 맛있는 음식을 해 먹으며 재미있게 보내려고 한다"며 동료 출교생들과 보내는 추석연휴 계획을 전했다.
출교생들은 최근 '천막을 철거하라'는 법원 판결에 분위기가 한동안 가라앉기도 했지만 조만간 있을 출교철회 소송 결과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법원이 약자인 출교생의 희망을 지나쳐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안씨는 "천막을 치우라는 법원 판결에 실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다음달 4일에 있을 출교 철회 소송결과에 대한 기대는 한층 높다"며 "법원이 선고를 연기한 것도 출교생들에게 좋은 조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출교 철회운동은 학교 측의 부당한 조치를 중단시키는 것을 넘어 학내외 여러 사람과 문제를 공유하며 함께 대응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며 "그간의 투쟁이 승소로 결론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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